산막을 다시 25일 만에 내려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텃밭을 갈아엎고 퇴비를 주고 와 이젠 내려 가 작물을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산추녀 끝에 걸려 있는 산막이다 보니 4월에도 해만 떨어지면 추운 곳이 산막이다. 마침 연휴 때 주혁이가 다녀가려 한다 연락하여 5월 1일 내려갈 채비를 하였다. 요즈음은 어디를 가려고 짐을 챙겨도 꼭 한 두 가지 빠트리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것을 발견하고. 긴장하며 짐을 챙겨 가보아도 또 막상 빠져 있는 것이 발견되어 낭패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고기류와 스낵 종류 안주거리와 이것저것 챙겨 가라고 미리 준비해 놓은 것들과 노트북, 복용약, 보조식품 등등을 잘 꾸려 차에다 실어 놓은 후 다시 집으로 가 파이를 앞세우고 차 조수석에 앉게 하고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일부러 출발시간을 점심때를 맞춘 이유가 있다. 점심시간에 고속도로 내가 갈 구간은 한가롭기 때문이다. 늘 다니다 보면 정체구간이 3곳이 있어 불편하였는데 점심때 즈음에는 무척 한산하여 신경 쓰며 운전할 일이 없는 것이다. 오늘도 나의 예상은 적중하였다. 막힘 없이 물 흐르듯 일죽 IC를 빠져나왔다. 이곳에서 국도를 이용하여 25분 달리면 산막이다. 국도를 달리는 구간에 값이 싼 주유소가 있어 내가 애용하는 곳이 있다. 그렇다고 휘발유 질이 떨어지는 것은 없다. 이곳에서 주유를 해두면 다음에 내려올 때까지 다시 주유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나에게는 유용한 주유소다. 하긴 그만큼 차를 잘 타지 않는 것도 있지만...
계절의 여왕 5월 답게 산천은 참 아름답게 꾸미고 있었다. 녹색빛괴 어울려 꽃들은 만개를 이루고 있었다. 흰색 이팝나무꽃이 아름답고 철쭉과 영산홍이 눈 길을 잡는다. 마트에 들러 막걸리 2통을 챙겼다. 산막에 있을 때까지 작업을 끝내고 노독을 풀어내는 약으로 사용할 이유에서다. 노동 후 한 잔의 막걸리는 묘약이다. 취하도록 먹으면 사람을 곤죽으로 만들지만 한, 두 잔은 묘약이 따로 없다. 그리고 도착한 산막 언덕바지 짐작은 했지만 심란하다. 그리고 이웃에 살고 있는 사람이 인사를 정감으로 대신한다 "고생하시로 오셨군요" 맞는 말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다 보면 손발이 부지런해야 모양 나게 살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산만한 것을 딱 질색이라 여기는 자로서 그렇게 꾸미려면은 참 고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행복한 일이기도 한 것이다. 질서를 찾아 놓고 그곳에 머무는 것처럼 행복한 일도 없다. 무질서는 혼탁하고 어지럽지만 질서에는 분별이 정확하고 그 사이에 아름다운 여백이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다. 나를 맞이한 것은 무질서였다. 웃자란 잔디, 삐죽 튀어나온 가지 끝들 그리고 잡초들이 득세하는 화단, 송학가루로 뒤덮은 먼지들 다들 나의 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를 주차시키고 먼저 한일은 실내 청소를 한 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밀짚모자를 쓰고 장갑을 끼고 잔디 깎는 일을 시작하였다.
사람 손이 가니 아래와 같이 달라졌다. 아직은 조금 미안이지만 그래도 종전보다는 훨씬 좋은 것이 느껴졌다. 이런 모습이 좋아 고단함을 이기고 노동을 하는 것이다 한 이틀 정도 더 하면 반듯하게 모든 것이 나의 심성이 요구하는 질서가 완벽하게 다가온다.
그렇게 해 놓으면 5월 기준으로 보름 그대로 유지된다. 대신 지나치면서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으면 즉시 시정해 놓으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 것이 없으면 열흘 정도 가는 것 같다. 6월부터는 조석으로 바뀌어 잡초와 싸움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정리해 놓고 돌아서면 바로 바뀌는 것이 6, 7,8월이다.
산막 내부와 뜰을 정리해 놓고 잠시 쉬고 있는 사이에 카톡이 울렸다. 열어보니 딸이었다. " 나는 이미 내려와 정리, 정돈 끝내 놓고 주혁이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하였더니 주혁이가 학원에서 지금 끝나 샤워하고 옷 갈아입는 중이입니다. 도착하면 2시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아빠 점심식사 챙겨 먼저 드시십시오 하였다." 그러라 하고 천천히 내려오너라 하였더니 길이 막혀 3시 30분에 도착하였다. 잠시 쉬도록 하고 6시경 시작하는 영화를 관람하기 위하여 읍내로 내려 가 영화관람권을 끊고 시청한 후 근처 식당으로 가 저녁을 함께 먹은 후. 마트에 들러 식재료와 주전부리 등을 사들고 산막으로 올라왔다.
올라와 다음날 일정을 발표하였더니 좋다고 하였으나 5일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여름 장맛비처럼 7일 오후 지금까지 내리고 있는 중이다. 연휴가 궂은 날씨 영향으로 야외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 주혁이 녀석이 기대를 많이 하고 왔는데 실망하고 앉아 실내에서 하는 오락거리를 만들어 줄길 수밖에 없었다. 6일은 연휴 마지막날이라 길이 엄청 막힐 것 같아 낮 12시경 귀경시켰더니 막히지 않고 예정시간대로 집에 잘 도착하였다고 연락이 왔다. 주혁이가 떠난 후 적막감이 감돌았다. 반려견 두 마리가 어울려 싸돌아 다니고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 북적대다 반려견 한 마리와 딸 내 식구들이 돌아가니 다시 산막 특유의 적막감이 감돌았다.
산막은 매발톱과 붓꽃이 막 피기 시작하였다
꽃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 붓꽃 앞에 서라 하였더니 냉큼 달려 가 폼을 잡는 파이 녀석을 보고 한참 웃을 수 있었다.
향수를 만든다는 은방을 꽃은 만개되어 근처만 가도 향기가 근사하게 후각을 적셔준다.
함박꽃도 한 두 송이 피기 시작하였다. 다음 주말에는 절정을 이룰 것 같다. 동안 개체수가 많이 늘어 함박꽃 밭이 생겨 보기 좋은 모습이 벌써부터 그려지기 시작한다. 5월은 생명에 대한 찬미심이 저절로 생기는 달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이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아름다운 꽃들이 지천을 이루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