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친구와 있었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친구에게 조금 미안한 일임.
학교에서 기나긴 7교시를 끝내고 친구와 집으로 가는 길이었음. 재수 없긴 해도 평소에 밝고 잘 웃던 친구가 유독 그날따라 표정이 심각하게 어두워 보이는 거임. 친구가 그런 표정을 지으며 말 없이 나에게 다가오며 빨리 집으로 가자고 하니 여긴 당황 한 게 아니었음.
친구가 매우 낯설었음. 그래도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음.(내알빠 아니잖아.) 성질이 몹시 매우 더러운 아이여서 괜히 눈치 없이 성질 건드렸다가는 나만 봉변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조용히 닥치고 있었음. 그런데 또 내 성격상 조용히 걷기만 하는 건 정말 싫단 말이야. 어색하기도 하고...
참다 못해서 난 친구에게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를 했음. 학교에서 재미난 에피소드 라던가...(ex: BHW욕) 좋아하는 내 가수 세븐틴 이야기라던가... 믿기지는 않겠지만 공부 얘기도 꺼내면서 나혼자 끝도 없이 떠들었음. 몇 분 째 입 아프게 이야기 하는 나와는 달리 아무 말도 없이 눈만 깜빡이는 친구에 살짝 열이 오르기 시작했음. 내가 무슨 벽이랑 대화하는 것도 아니고 하던 말을 멈추고 친구를 노려봤지만 그런 내 시선을 전혀 느끼지 못 했는지 등신같이 멍 때리고 있는 친구였음. 이 아이의 머리를 한 대 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음. 내가 입을 다물자 어색한 공기가 나와 친구를 감싸 않았음. 숨 막혀 주는 줄.
계속 이러다가는 내가 답답해 미쳐버릴 수 있겠다 싶었음. 그래서 친구에게 물었음. 무슨 일 있냐고. 그제서야 친구는 고개를 돌려 나를 봐라보는 거임. 드디어 친구와 인간다운 대화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업 되는 것도 잠시... 내 얼굴 보고 한숨을 푹 쉬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버리는 거임. (내가 못생긴 건 알겠 다만은 한 숨 쉴 필요까지 있음?)
진심 쌍욕 날릴 번. 떨어져 나갈려는 나의 인내심을 꽉 부여잡고는 입가에 억지 미소를 지음. 그리고는 다시 물음. 사랑하는 친구야 무슨 일 있니? 나의 두 번째 물음에 입을 조금씩 떼어내며 작게 “어” 라고 말하는 친구임. 얼마나 심각한 고민이길래 기분이 거지같은가 해서 무슨 고민이냐고 물음. 그러니까 친구가 잠시 망설이는 거임. 나의 작은 눈으로친구를 뚫어지게 봐라봄. 친구는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키 작은 나를 내려다 보다가 입맛을 다심. 미쳐버릴 뻔.
나를 못믿는 눈빛으로 날 내려다 보니 혈압이 오름. 그래도 최대한 다정다감 하게 친구에게 말함. 친구야 날 믿어. 친구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음. 나... 이번 시험 망쳤어. 순간 친구의 말을 듣고는 친구를 손연재 봉으로 머리 찍을 뻔 함.
시험 망쳤기는 개뿔. 나보다 성적이 매우 우수한 친구가 시험을 못치면 나는 나가 D져야 함?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나에겐 어이없는 웃음만 나올뿐이 었음.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친구를 대충 위로함. 네가 못쳤으면 얼마나 못 쳤다고 그러니. 그러자 친구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거임. 울먹이며 이번에는 진짜 못쳤다면서 엄마아게 죽는다고 난동을 부리는 거임. 폭주한 구를 진정시키며 조심스레 몇 점이냐고 물음. 친구는 내 귀에 자신의 시험 점수를 말함. (친구의 시험 점수는 친구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알려주지 않겠음. ) 나는 나의 감정을 감추지 못했음.세상에 만상에 말이다. 찬구의 점수가 내 점수보다 낮게 맞은게 아니겠음????????
나의 입고리가 자꾸만 위로 올라감. 도무지 내려갈 생각이 없는 입고리 때문에 퍽 난감했음. 친구는그런 나의 표정을 보더니 미간이 아주 좋게 구겨졌음. 난 나의 감정을 애써 숨기며 친구로 빙의함. 그리고는 친구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음.
"친구야,, 괜찮아? 많이 놀랬지?"
나의 진심 아닌 거짓 위로에 친구는 감동 받았는지 얼굴을 자신의 두 손에 파묻히며 슬피 우는 척을 했음.(순정 만화 여주인공인줄)
솔직히 나만큼 착한친구는 세상에 없을듯. 그날 집으로 돌아갈때 까지 친구를 위로함. 위로하면서도 나는 나의 미소를 감추느라 아주 수많은 방법을 가리지 않고 썼음. 예를 들자면 뺨을 때린더라 던가, 팔뚝살을 세게 꼬집는다 런가. 몸 여기저기가 욱신 거려왔지만 젼혀 아프지 않았음. 고작 이런 일에 너무 오버 하는거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절대로 아님!
원래 그 친구가 나보다 잘났기 때문에 항상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데 얼마나 재수가 없던지... 그것 뿐만이 아님. 자기 자랑을 하면서도 동세이 나를 깍아 내리는 거임. 나와 비교 하면서 자신을 대상으로 비교하는데 또 듣다 보면 다 맞는 말이어서 반박도 못하겠는 거야.
그래서 멍청하게 가만히 듣고만 있었는데. 조금씩 무너져 가고 있는 내 비참한 자존심에 두 주먹을 꽉 지며 마음 속으로 언젠가는 복수하고 말거라고 다짐했음. 그런데 그 날이 바로 이날이니 얼마나 기분이 좋겠어. 친구가 내 글을 읽으면 나와 이별을 선포 하겠지만 난 말리지 않겠음. 내 복수는 성공했으니 여한이 없기 때문. 이런 생각 하는 내가 좀 나쁜 아이인거 같아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은 1도 없었음. 내가 그 친구와 다니면서 제일 재미있었던 일인 거 같았음.
첫댓글 통쾌했다니 다행이야!! 기말고사 떈 너 더 잘쳐서 또 그 친구 이길 수있을 거야^^ 화이팅
기말고사 때는 잘쳐~~~^^힘내랏!!!
기말고사 때도 이길수 있을거야~
그 친구가 누군지 궁금하네ㅎㅎㅎㅎㅎ
훗 김나영의 성격이 들어나는 글이군 흠흠 그래도 너 성적이 더 높아서 기분이 좋앗다니 다행이양^^
친군 누군지 모르겠다만 기말고사때 잘치길 바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