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을 시작한지 벌써 3년째이다. 입버릇처럼 금년에만 농사를 짓고 내년에는 절대 하지 않으리라고 다짐을 하고 선포를 해 놓고도 봄이 되면 또 다시 그 밭에서 그 행동을 하고 있는 내가 참으로 우스광스럽다. 3년전 첫해엔 어디서 그러한 열정이 올라 그렇게 열심히 농사를 지었는지 정말 꿈만 같다.
그렇게 열심히 농사를 지었건만 거의 대부분 산 짐승들에게 공양으로 바친 것에 비해 작년엔 그놈들의 피해는 적었지만 워낙 가뭄으로 흉년을 보내고 금년엔 그러한 일들이 없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밭을 일구고 씨았을 뿌렸다. 사부님 덕분에 로터리를 치고 친형님의 도움으로 비닐 멀칭을 끝내고 나니 꼬박 하루종일이 걸렸다.
작년부터 농사에 재미를 잃어 농장을 갈 때에는 항상 형님과 동행을 하고 당일치기로 다녀오다 보니 일을 미친듯이 해야했다. 더구나 작년 년말부터 찾아 온 오십견 때문에 난 힘을 제대로 쓸 수 없어 항상 동행하는 형님께 죄송한 마음을 금치 못한다. 한 2년을 농사 지어보니 나름 약간의 노하우도 생기는 것 같았다.
물론 나의 사부님이 계시기에 농사에 관한 한 여러가지를 조언과 지도를 받기 때문이다. 금년엔 작년과는 달리 전부 모종으로 대신했다. 첫해와 작년엔 고추와 가지, 토마토를 제외한 채소류는 파종을 했었는데 모종과 파종의 차이는 엄청난 결과(관리상 어려움 및 수확량)를 초래했다.
모종의 경우에는 비닐 멀칭을 하고 나서 이식을 하기 때문에 잡초와 수분방지를 할 수 있어 생육이 건강하고 수확량도 풍부하지만 파종의 경우에는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잡초와의 전쟁을 해야하고 수분부족으로 채소들이 억세어 먹거리로써 상품가치가 너무나 떨어졌다.
그래서 돈이 좀 들어가더라도 이번엔 모종을 사서 밭을 장식했다. 그리고 작년의 반 정도만 농장으로 가꾸고 나머지 반은 과실수로 대체를 했다. 작년엔 고추, 가지, 토마토, 오이, 참깨 들을 심었지만 금년엔 그 친구들에 더해 상치, 케일, 대파, 완두콩, 야콘, 땅콩, 참외, 옥수수, 호박 등 수십종의 모종을 심었다.
3년전에 심은 복숭아 나무도 아주 잘 자라 활짝 개화를 했고 금년에는 청도와 백도를 맛 볼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년에도 수확을 할 수 있었는데 수확시점이 되어 내려 가 보니 짐승탓인지 사람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싸그리 써리를 당한 탓에 제대로 맛을 보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아쉽다.
모든 것이 다 그러하듯 3번째가 고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삼세판의 고비를 잘 넘기는냐 그렇지 못하는냐가 주말농장의 롱런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내 입장이 되어 보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주말농장에 쏱는 시간과 비용과 열정은 투자에 비해 너무나 소득이 없는 부질한 짓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비용으로 유기농 최상품의 농산물을 구입해 먹어도 반 이상은 돈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왜? 그런짓을 하는냐고 묻는다면 씨가 곧 열매라는 것을 마음공부를 통해 이해했기에 그것의 진실여부를 실험해 보는 것이라고 답하면 모두가 비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또한 내가 나이가 들어 귀농을 할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준비하는 과정이 그 다음 이유인 것이다.
과정은 힘들지만 결과를 속이지 않는 자연의 이치를 음미하면서 땀 흘린 뒤 시원한 냉수와 청정한 공기를 맘껏 마실 수 있는 그곳이 자꾸 나를 유혹하기에 고 텃밭의 미련을 떨칠 수 없고 내가 3년째 농사를 짓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가뭄 속에서 고생을 한 텃밭의 생육 파트너들이 오늘은 흠뻑 내리는 비를 맞이하면서 흡족해 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나 자신도 마음이 흐뭇해 진다.
첫댓글 농장을얼릉
전원주택지로개발하시죠?
대박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