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된지 6년째를 맞이했지만 아직까지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성급한 행정계층 개편과 기초자치단체 폐지, 소통의 부족, 재정상태 악화 등의 아쉬운 점이 도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면서 제주특별자치도가 지역개발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지금의 자본지향적인 개발정책 보다는 내생적 개발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노무현 대통령 2주기 제주지역추모위원회는 23일 오후 1시 제주시청 열린정부문화센터 6층 세미나실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진단과 전망' 토론회를 개최했다. <헤드라인제주> |
이날 토론회에서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 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양영철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그동안 특별자치도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아쉬운점을 지적하고 앞으로 특별자치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양 교수는 성급한 행정계층의 개편과 기초자치단체의 폐지, 혁신의 부족, 소통의 취약, 재정상태 악화 등을 특별자치도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아쉬운 점으로 지적했다.
# "섣부른 행정체제 개편으로 역기능이 많이 나타나"
양 교수가 제시한 한국정책분석학회의 조사 결과 제주도민의 34.5%가 현재 단일자치계층 및 2행정시의 체제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대답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서는 계층구조에 따른 기능배분과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대답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영철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헤드라인제주> |
이에 대해 양 교수는 "현재의 특별자치도 행정체계인 단일자치계층, 2행정시의 체제에 대해서는 주민과 전문들의 불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너무 섣부른 행정체제 개편이 기대하는 효과보다 역기능이 더 많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행정체제 개편의 역기능으로 공무원과 조직의 증가를 꼽은 양 교수는 "특별자치도 출범 전보다 특별행정기관에서 이체해 온 공무원들과 자치경찰 신설로 인해 공무원 수가 269명이 증가했다"면서 "4개시군이 폐지되면서 한사람의 정원도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은 주민들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4개 시군이 폐지됐기 때문에 조직도 공무원 조직과 마찬가지로 크게 감축될 것이라고 예상됐으나 도 본청과 행정시, 읍면동 모든 조직에서 증설됐다"고 덧붙였다.
소통의 취약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양 교수는 "해군기지 문제를 비롯해 과학적인 조사도 없이 성급하게 선정해 통보하듯 결정한 해군기지는 당연하게 갈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주민의 목소리는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큰 목소리에 가려 듣는 이 조차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별자치도 출범은 지역주민의 자율권을 확대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범위를 넓여준다는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기초자치단체가 사라지고 주민센터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면서 소통의 길이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지금과 같은 갈등과 소통의 부족은 특별자치도의 아쉬움 중에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많은 제주도민들이 참석해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토론자들의 생각을 공유했다. <헤드라인제주> |
양 교수는 특별자치도로서 제주가 진정한 지역개발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지역자원을 이용한 내성적인 개발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지역개발의 목적은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지역개발의 결과가 총량적으로 증대되는 한편, 계층간, 산업간, 지역간 격차가 크지 않아야 한다"면서 "이러한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무조건적 외부세력에 의한 대형위주의 개발로 나가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금의 개발형태에 대해 양 교수는 "현재 제주개발의 양태를 보면 자본이 크면 클수록 환영받고, 특례를 받고 있으며, 외국자본이면 무조건 오케이라고 할 정도로 외자만능주의에 빠져 있다"면서 "이러한 개발은 결국 죽은 개발이 됐음을 세계 개발사가 말해주고 있으며, 내생적 개발이 없는 지역은 결국 일부 극소수 계층만 이익을 향유하는 개발의 참사라는 최악의 상태를 맞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주특별자치도의 개발의 최종목적은 지역주민이 잘사는 지역이 되는 내생적 개발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며 "외자유치, 대형위주의 개발도, 이 방향을 훼손하거나 방해한다면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앞으로 제주특별자치도의 권한 이양과 제도개선도 내생적 개발을 강화하는 제주지역 개발 목표와 얼마나 일치하고 있는지에 대해 늘 점검하면서 나가야 하며, 이것이 진정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존재이유"라고 피력했다.
이날 노 전 대통령 2주기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 <헤드라인제주> |
고충석 전 제주대 총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전현직 도정의 실세라 할 수 있는 오인택 전 제주특별자치도 경영기획실장과 장성철 제주특별자치도 정책기획관이 나란히 토론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설전은 없었다. 특별자치도 출범의 의미에 대한 평가는 기본적으로 인정해 들어갔기 때문이다.
오 전 실장은 특별자치도 출범 후 나타난 긍정적 측면을, 장 기획관은 추가로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점을 중심으로 토론했다.
#오인택 전 실장 "특별자치도 선전하고 있다"
먼저 토론에 나선 오 전 실장은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제주 선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별자치도의 성과와 관련해, "거시적인 면에서 제주도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브랜드 가치 향상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오 전 실장은 "그 결과로 투자유치가 활성화 됐는데 이는 일자리 창출의 기본"이라며 "100만명이 증가하려면 7~8년이 걸렸던 관광객도 자치도 출범 이후 700만명이 조기에 달성됐다"고 강조했다.
또 "상수도 요금 광역화, 토지이용제한 해제에 따른 토지이용 효율성 증대, 외각동을 농어촌지역으로 지정하면서 보육비 지원 등 도민 기초생활을 지원하는 시책들이 보이지 않게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자치도가 출범했으나 공무원 수는 종전에 비해 줄지 않으면서 행정조직 통폐합의 실효성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특별자치도 논의 진행과정에서 공무원 800명 줄이면 그 800명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제기됐다"며 "그래서 800명을 줄이지 않고 재배치, 읍면동 기능 강화를 통해 그 인원을 해소키로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인력 재배치 사례와 관련해서는, "두개에서 네 개로 늘어난 보건소와 소방서, 새롭게 지어진 아트센터 등에 필요한 인력을 기존인력에서 활용했고 260명 정도 늘어난 인력은 국가기관이 이관되거나 자치경찰이 출범하면서 늘어난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오 전 실장 역시 특별자치도 출범 후 미흡한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는 "민생치안, 생활치안 권한이 주어지지 않아서 도민들이 자치경찰들 존재를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장성철 기획관 "10년 내다보는 제도개선 전략 필요"
장성철 기획관은 특별자치도 출범 의미와 관련해, "제주도개발특별법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국제자유도시는 특정산업을 육성하는, 외부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산업적 분야에 대한 규제완화, 특별자치도 출범은 제도, 인사, 교육 등 제주도 지방정부 운영의 틀에서 접근했다"며 "특별자치도는 지방자치 역사적 관점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일단 특별자치도 출범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린 셈이다.
그는 이어 "내생적 개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며 "특별자치도 법과 제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개발·발전에 대한 내용이지만 내생적인 개발 내용을 담고 있는데, 문제는 구체화 된 시책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제정된 특별법 개정법률에서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조항이 신설된 것을 그 사례로 꼽았다.
장 기획관은 이어 JDC의 주요 재원 확보방안이 마련돼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JDC의 주요 재원은 내국인 면세점인데 내국인 면세점 외에 프로젝트 관련 정부의 재정지원이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제주도 체제 속에서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JDC의 재원마련 언급은 이날 JDC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경빙사업'과도 다소 오버랩됐다.
장 기획관은 "현재 단계별 제도개선을 했지만 앞으로는 10년을 내다보고 산업적, 제도적 측면을 아우르는 담론이 개발돼야 한다"고 말한 후, "이를 하고 나서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을 논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10년을 내다본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참여정부의 제주특별자치도 구상'이라는 주제의 기조강연도 있었다. <헤드라인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