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9월에 선포한 월간단위의 여행을 가지 못하고 실없는 사람이 될 뻔했다. 작심삼회는 커녕 작심이회로 역시나 여행은 내 체질이 아니야 하고 변명했을 것이다. 한달에 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은 주말(토/일) 밖에 없어 지난주가 마지막이라 집사람 보고 가자고 하니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전혀 생각이 없다고 했다.
다행히 하루 밤을 지내고 일요일에 갈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가자고 했다. 때문에 작심삼회는 넘겼고 다음 달을 지켜봐야 한다. 구미는 대구와 가깝지만 한번도 여행을 목적으로 간 적은 없다. 고향 친구가 그곳에 살고 있어 왕년에 친목회를 하면서 밤에만 친구집과 음식점에 몇번 간 것이 전부이다.
기기전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10곳 정도를 추천해 주었다. 그중에서 당일치기로 꼭 가 보아야 할 곳은 3개로 압축이 되었다. 그곳이 바로 새마을 중앙시장, 금오산, 박정희 생가였다. 오전 11시반에 출발하여 중앙시장에 도착하니 12시 조금 넘어 먼저 점심을 먹었다. 식사 전에 시장 전체를 둘러보고 족발집을 들렀다.
평상시에도 족발을 좋아하지만 식사 목적이였기에 국밥으로 대신했다. 국밥 역시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는데 집사람은 맛있다고 했다. 우린 외식을 해도 자주 이런 불편함을 겪곤한다. 배를 채우고 금오산으로 이동했다. 시장에서 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케이블카 매표소를 들렀다. 매표소에는 한사람도 보이지 않아 왜 그럴까 하고 다시 밖으로 나와 등산로를 걷는 사람에게 정상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었더니 40분 정도면 간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도 등산로로 가보자고 했다. 나중에 금오산 안내도를 보니 40분이 아니라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그날 따라 집사람은 다리가 좋지 않아 금오산성까지 올라가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대해폭포까지 얼마나 걸리고 지금 폭포수를 볼 수 있는냐고 물었더니 조금만 더 가면 되지만 지금은 물이 얼어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집사람이 하산하자고 했다. 정상까지는 가지 못하더라도 폭포까지는 갔어야 했는데 아쉬웠다. 금오산 등산로는 충격완화를 위해 고무 발판을 설치해 놓은 것과 등산로 옆에 공들여 싸 놓은 돌탑들이 인상적이였다.
가고 오는 도중에 기념 사진 몇컷을 남기고 막바지 단풍구경을 즐길 수 있었다.
마지막 코스로 박정희 생가를 방문했다. 날씨 탓인지는 몰라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붐비지 않았다. 생가라고 생각했기에 볼 것이 있겠나 했는데 내 상상을 초월했다. 어마어마한 평수에 14개의 기념물에 대통령의 업적과 흔적이 남아 있었다.
대통령이 서거하신지는 벌써 44년이 흘렀다. 난 그때의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내가 수능을 보는 날 며칠전에 사건이 발생했는데 시험 감독관들이 감독을 하지 않고 레시버를 끼고 긴급 뉴스만을 청취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역사 자료관에서 안 것이지만 그렇게 막강한 권력과 명예를 누렸지만 6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는 자체가 인생무상을 느끼게 했다.
새마을 운동 테마공원에는 우리가 어릴 때 살아 온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아 다시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다. 40여년만에 이룬 기적의 나라에 태어난 것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바쁜 마음에 생가 및 보리고개 체험장 등 반 이상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여행이라는 것이 항상 그런것 같다. 가기 전에 설레이지만 갔다 오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 것 말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사전 스터디가 부족한 탓이다. 그래도 이번 여행은 차가 밀리지 않고 사람들에게도 부대끼지 않아 만족했다. 12월엔 금년의 마지막 달이고 한해동안 수고한 집사람에게 좋은 추억과 선물이 될 수 있는 여행계획을 짜 봐야 할 것 같다.
1. 3차 여행지
-일자: 2023. 11. 26(일) 오전 11:30~ 오후 5:30
-장소: 구미 새마을 중앙시장=> 금오산 => 박정희 생가
-방변: 개인차량 이용 집사람과 단둘
2. 이번 여행에서 느낀 점
-3개월째 약속을 저비리지 않고 실천함
-대구에서 거리가 가까워 여유로웠음
-산업단지라서 그런지 도심지에 큰 건물이 없고 군단위 느낌이 듬
-볼만한 곳이 근거리에 있어 이동에 따른 시간로스가 없었음
-여행의 목적을 볼꺼리가 아닌 집사람과 많은 대화를 나눔
-사전 스터디 부족 및 집사람 컨디션 난조로 도중 하차한 점(박정희 생가 및 금오산 정상, 폭포 못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