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9일(수) 안탈리아 시를 출발하여 지중해 휴양도시인 페티예 (Fethiye)로 출발했는데 처음 여행계획을 짤 때 이곳은 여행지 목록에 없었다. 아니 사실은 이런 유명한 지중해 휴양지가 있는 줄도 몰랐다. 애초 계획은 알렉산더 대왕 사후 헬레니즘 시대에 이오니아 지방의 고대 왕국이었던 페르가몬(Pergamon)에 가는 것이었는데 여행사에서 이곳을 추천해주는 것이었다. 페티예? 뭔 동네여? 구글 검색을 해보니, 해변이 환상적인 곳이었고 패러글라이딩을 비롯한 각종 레저로 유명한 휴양지였다.
그래, 너무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 여행하자. 페르가몬은 내가 가려는 다른 지역과 여행 동선이 잘 맞지 않은데다, 이동이 잦은 장거리 여행에 따른 피로를 염려하여 이곳에서 하루 쉬기로 결정하였다. 말로만 듣던 지중해 해변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을 담가보고, 몸으로 느껴보고도 싶었다. ^^
안탈리아 오토가르 (시외버스 터미널)행 트램을 타기 위해 칼레이치 구역 안에 있는 호텔에서 아타튀르크 거리로 나왔다. (나오는 길목에 유명한 '우산거리'가 있다.) 오토가르행 트램은 신설된 트램 노선으로 ''안트라이"라고 부르며, 이곳에서 가까운 이스메트 파샤역까지 걸어가 타면 된다. (안탈리아 박물관행 트램과 노선이 다르다.)
내가 언제 이곳에 또 올까 싶어, 걸어서 2~3분 거리에 있는 하드리아누스 문을 다시 찾아가 작별을 고했다.
'잘 있거라! 인연이 닿으면 또 보겠지.'
이곳에서 페티예를 가는 시외버스는 30인승 소형버스였다. 버스요금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20 TL 정도였던 것 같다.
'흠... 여기서 4시간 정도 가야한다는데 버스가 작아서 가는 길이 좀 힘들겠군.'
안탈리아 - 페티예 가는 길 (구글지도):
중간 중간 마을 정거장에 쉬었다 갔기에 4시간 정도 걸렸다.
페티예 가는 길은 이렇게 산악 길이었다.
30인승 소형버스는 직행버스가 아니라 중간 중간 마을에 들렀다 가는 일종의 마을버스였다. 터키 페티예 가는길의 오지에 사는 현지인들이 규모가 큰 도시의 마지막 정거장에서 내려 빵과 같은 식료품을 한아름씩 사서 다시 버스에 오르는 것이었다. 버스 앞창을 통해 내다 보이는 가게가 빵가게였다. 이 마을을 지나면 그야말로 오지라서 식료품같은 것을 살 수가 없었다.
버스는 다시 출발하였고, 여기서부터 주변엔 작은 마을만 뜨문 뜨문 보였다. 길옆에 미루나무가 보인다. 이 지역엔 미루나무가 많았다. 가는동안 몇 군데 작은 마을 입구의 정거장에서 잠시 정차할 때마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이 식료품이 가득든 꾸러미를 들고 내렸다. 이 버스는 일종의 마을버스였다. ^^
비닐하우스에서는 토마토가 자라고 있었다.
음식 재료로 수요가 많아서 그런지 이 지역에서는 토마토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많이 보였다.
페티예로 들어가는 길목의 휴게소에서 한번 쉬었는데, 페티예의 다음 여행지인 파묵칼레를 갈 때도 시외버스가 이곳에 들렀다. 이 곳이 안탈리아에서 페티예와 파묵칼레로 갈리는 길목인 듯하다. 길 건너에도 미루나무가 무성하다.
이제 마지막으로 커다란 산을 하나 넘고,
페티예를 향해서 내리막길을 달렸다.
이 지역 산은 소나무가 주종이었다. 마치 우리나라 산을 보는 듯했다.
안탈리아에서 4시간 정도 걸려 페티예 (Fethiye) 오토가르에 도착하였다. 택시로 해안가 숙소까지 5분 거리를,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큰 도로를 따라서 길을 물어 물어 30분 정도 걸어서 갔다. ^^ 숙소 근처에 다와서 호텔을 찾느라 또 30 여분 헤맸다. ^^;; (아래 지도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지름길을 따라 걷지 않고 대로변을 따라 걸었다. 여전히 터키 이스탄불에서 구입한 USIM 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스마트폰은 카톡이외엔 먹통이나 다름없었고, 구글지도를 켜 볼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호텔을 찾아가기 위해 구글지도를 켜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셀축에 도착해서였다. ㅠㅠ)
묵었던 호텔 (Cicek Hotel). 이곳을 찾느라 숙소를 코 앞에 두고 골목길을 빙빙 돌면서 30 여분을 헤맸다. ㅠ
해안가 조용한 곳에 있었는데 작은 수영장을 갖추고 있었다. 저 앞에 핀 분홍색 꽃은 '부겐빌리아'이다.
안탈리아에서 오후 1시경 출발했는데,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6시가 훌쩍 넘었다.
숙소 바로 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어 지중해를 구경하러 나갔는데, 이 곳은 해변이 아닌 항구였다. 항구의 양쪽 끝자락에는 수많은 요트가 정박한 것이 보였다. 백사장이 있는 해변을 보려면 이곳에서 돌무쉬를 타고 25분 거리에 있는 욀뤼데니즈 (Oludeniz) 해변으로 가야한다.
바닷가에 접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지중해의 푸른 물빛을 감상했다.
중간 지점에 이르자, 이곳에도 예외없이 터키 공화국 건국의 아버지인 아타튀르크 동상이 있었다. 아타튀르크 흉상을 중심으로 한단 아래에 셀주크 투르크 시기부터 오스만제국에 이르기까지 터키 민족의 영광을 가져온 술탄의 흉상이 빙 둘러 있었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터키가 만만한 나라가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민족 지도자가 있는 터키 국민이 부러웠다.
이곳에 너무 늦게 도착하여 해안가를 걷는 동안 해는 바다 너머로 사라졌다. 야경이 아름다운 해안가 식당을 하나 골라서 자리를 잡고, 저녁식사로 오징어 파스타를 시켰다. 난생 처음으로 지중해를 바라보면서 세상 시름을 잊어버린 아름다운 밤이었다. ^^
먹는 도중에 사진을 찍어서... 모양새가 많이 흐트러졌다. ^^;;
내일은 페티예의 지프투어가 예약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