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오름몸국집>
완전 토종 제주 맛집이다. 식사형식부터 다른 거 같다. 어떻게 상을 짜서 먹어야 되는지, 술안주인지, 식사인지, 주식인지 부식인지 모르겠다. 육지 버릇 못 버리고 고등어구이를 추가로 주문해서 밥을 먹었다. 몸국과 제주식 물회를 먹어보니 굉장한 음식인 줄 누구라도 한입에 알 거같다. 산해진미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1.식당얼개
상호 : 신설오름맘국집
주소 : 제주시 고마로 17길 2(일도2동)
전화 : 064-758-0143
주요음식 : 물회, 몸국
2. 먹은날 : 2021.10.10.
먹은음식 : 몸국 7,000원, 전복물회 25,000원, 고등어구이 10,000원
3. 맛보기
식당이 자욱하도록 손님이 가득이다. 밥상 품새며 손님 품새만 봐도 얼마나 신뢰받고 있는 식당인 줄 알겠다. 몸국이 나오는데 토속냄새가 훅, 끼친다. 여러 차례 제주에 드나들며 이런 집을 놔두고 그 동안 뭘 먹고 간 건지. 역시 한술 뜨니, 환상의 깊은 맛이다. 문외한도 이것이 얼마나 맛있는지는 알겠다.
전복물회, 요새 먹을 만한 현지 해물 물회라고 추천하여 주문한 음식, 요것도 요상하다. 전복이 싱싱하니 들어 있는데, 마치 냉면국물같이 커단 냉면그릇에 여러 야채에 빨간 국물이 가득이고, 얼음이 동동 떠 있다.
그런데 밥인지, 죽인지, 주연인지 조연인지 알 수 없다. 밥으로 대체가 어려울 거 같아 밥을 따로 시켜 먹으려니 딱히 반찬이 없다. 고등어구이를 시켰는데 이건 노르웨이산이다. 제주도에 와서 노르웨이산이라니 입맛이 썼지만, 기름이 좌르르 연탄에 구워온 생선을 보니 회가 동하며 마음이 달라졌다.
몸국과 제주물회 공부를 하고 올걸 생각하며, 그래도 나온 음식을 이리저리 꿰맞춰 자득한 후 한 끼 식사를 나름 만족스럽게 해결했다.
전복물회.
물회는 잘게 썬 해산물에 여러 채소를 곁들여 찬 물을 부어 먹는 회 요리로 한국의 전통적인 회요리다. 제주에서는 자리물회나 한치물회겠으나 시절음식이 아니라 하여 전복물어를 주문했다. 여기 전복물회는 전복이 주인공이고 미역, 오이. 양파, 부추 등등 많은 부재가 들어갔다. 국물은 새콤달콤매콤이다.
고춧가루를 풀어 매콤한 맛이 나나 심하게 맵진 않다. 재미있는 것은 된장도 들어갔다는 것. 덕분에 신맛도 단맛도 그리 강하지 않아 부드러운 맛이 전체 인상이다. 간도 적당하여 맨입으로 그냥 먹을 수 있다.
신맛 단맛에 된장이 들어간 것은 뭍과 다른 제주도식 조리법이다. 제주도 토속음식 청각회에도 된장과 식초가 함께 들어가서 예상치 못한 맛을 내는데, 물회에도 둘이 함께 들어갔다. 통념을 깨는 조합인데, 맛은 예상을 넘어 조화롭다. 된장보다 신맛이 더 강해서 된장은 비린내 잡는 정도가 아닌가 한다. 양념의 조합에 따라 얼마나 다른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산 공부를 한다.
그런데 육지 촌놈이 먹기에는 정체성이 파악이 안 된다. 냉면을 말면 딱 좋겠는데, 실속있는 건더기가 눈에 띄지 않는다. 전복이 주인공이지만 당연히 많이 들어있지는 않아, 양을 채워 먹을 수는 없다. 거기다 국물은 매우 양이 많다. 건더기 위주로 먹으니 금방 국물만 남는다. 국물만 먹을 수 없으니 난감하다.
와우, 먹는 방법을 배우고 먹었어야 하나. 답이 안 보인다. 그러면서 많이 아쉽다. 냉면이나 국수를 말면 얼마나 좋을까. 일본은 회로 먹지만 우리는 예부터 물회로 먹어왔다. 심지어 카자흐스탄에 가도 동포들이 해라고 하여 물회를 먹는다고 한다.
타지에서 먹는 포항물회도 건더기가 많아 이렇게 난감하지는 않았는데, 전주에서 먹는 막회도 빡빡하게 건더기 위주인데, 난감하고 아쉽다. 그러나 맛은 더 이상 내기 어려울 듯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감사한 음식이다.
몸국. 모자반으로 끓이는 토종 제주음식이다. 모자반을 제주에서는 '몸'이라 하여 몸국이다. 돼지육수에 끓여 국물에서 돼지뼈가 심심찮게 발견된다. 국물이 부드럽고 제법 씹히는 맛이 있다. 함께 나오는 젓갈을 곁들이면 맛을 더 진하게, 더 개운하게 해서 먹을 수 있다. 젓갈은 갈치속젓 류의 맛이 난다.
환자가 먹으면 어떤 병이든지 다 나을 듯하다. 죽인가 하니, 죽은 아니다. 국인가 하니 너무 걸죽하다. 탄수화물이 없으니 단품요리 삼아 한끼 해결하려니 부족한 느낌이다. 그러나 걸죽하니 죽같은 느낌이라 부드럽게 먹을 수 있어 좋기는 하다. 밥을 말면 한끼 음식이 될지 모르겠다.
김치가 맛있다. 완전 생김치는 아니고 살짝 익었는데 젓갈맛이 약해서 담백하고 개운하게 여겨진다. 제주 특색이 느껴진다. 콩나물은 맨으로 나왔는데 간이 세서인지 시원한 맛이 난다. 몸국에 넣어먹으면 좋을 듯하다.
4. 먹은 후
1) 모자반
모자반과 모자반속의 조류(해조류)를 통칭한다. 갈조류의 하나로 한국에서는 모자반속 20여종 이상을 전국 연안에서 볼 수 있다. 난류지역에 주로 서식하므로 한국에서도 남해안과 제주도 연안의 해안선을 따라 조간대 하부의 암반지대에서 뭉쳐 자란다. 해조류 중에서도 칼슘이 풍부하여 참모자반 등 일부는 식용으로 사용한다. (다음백과)
얕은 바다에서 채취되는 모자반은 갈조류 중 하나로 톳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모자반류는 약 28종이며, 이 중 식용에 이용되는 것은 참모자반 등으로 주로 나물로 먹는다. 뿌리, 줄기, 잎의 구분이 뚜렷하고 짙은 황갈색을 띠고 있으며 타원형 또는 도란형의 기포 끝에 소엽(小葉)을 지니고 있다. 주로 겨울철에 많이 채취된다.
제주에서는 모자반을 '몸'이라고 부르는데 돼지육수에 모자반을 넣고 끓인 '몸국'은 제주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이다.(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재의 재발견 인용)
2) 제주음식의 대중화와 전국화
순식간에 식당이 가득차고 모두 술을 마시는 분위기다. 생일축하파티도 벌어진다. 먼 데서 온 사람은 별로 없고 대부분 현지인 분위기다. 음식이나 분위기에 낯설어하는 사람은 없다. 제주 사람들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덤으로 얻는 성과다. 몸국이나 물회나 구황식품이었다는데, 이제는 토속음식으로 아끼는 음식, 즐기는 음식이 되었다. 그리고 그 몸값이 계속 높아지며 제주도를 찾는 외지인도 먹어야 여행의 의미를 완성하는 음식으로 의미가 커지고 있다. 이제 뭍에서 거꾸로 받아들일 태세다. 이렇게 전국화되어갈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대중이 찾지 않으면 사라진다. 재료가 비싸거나 희귀하거나 요리방법이 너무 복잡하거나 상차림이 까다로우면 대중화되기 어렵다. 세상에 유행하는 음식의 대부분은 서민음식이다. 제주의 서민음식이 어떻게 대중화되는지 그 현장을 보는 거 같다. 한국음식이 어떻게 그 영역을 확장하는지, 또 하나의 줄기를 찾은 거 같다. 여행은 공부다. 맛기행은 맛 공부, 문화공부, 사람공부다. 공부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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