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서 마음에 많은 생각들이 솟아나는 날입니다.
여명올림.
연주를 위주로 하는 뉴웨이브 테크노팝 밴드 아트 오브 노이즈(Art of Noise)는 명프로듀서 트레버 혼(Trevor Horn)의 개인 스튜디오에서 근무하던 여성 멤버 앤 더들리(Anne Dudley)와 폴 몰리(Paul Morley), 개리 란간(Gary Langan)이 스튜디오의 주인장 트레버 혼을 끌어들여 1983년 영국 런던에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힙합, 재즈, 록 댄스, 리듬 앤 블루스, 팝, 아트록은 물론 심지어는 클래식 등 갖은 음악 양념을 이용해 항상 앞서가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사운드스케이프를 창조해 냈다.
이 '소음 집단'의 음악적 두뇌는 트레버 혼과 앤 더들리였다. 트레버 혼은 1970년대 후반 토마스 돌비(Thomas Dolby), 제프 다운스(Geoff Downes)와 함께 카메라 클럽(Camera Club)이란 포스트 펑크 밴드를 조직했었고 아트록 그룹 예스(Yes)의 <Tomato>와 <Drama> 음반 제작에 참여하면서 나름의 입지를 다졌다. 1979년에는 제프 다운스와 다시 한번 뜻을 모아 뉴웨이브의 명곡 'Video killed the radio star'로 이름 난 버글스(Buggles)를 결성하기도 했다. 비록 이 팀이 1년만인 1980년 해산했지만 제프 다운스는 슈퍼 밴드 아시아(Asia)로, 트레버 혼은 ZTT 레이블을 설립해 각자의 길을 찾아 대중 음악계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앤 더들리는 아트 오브 노이즈에 가입하기 전엔 ABC,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프랭키 고스 투 헐리웃(Frankie goes to Hollywood) 등과 함께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던 숨은 실력자였다.
1984년에 세상의 빛을 본 처녀작 <(Who's Afraid Of?) The Art Of Noise!>는 당시 음악계에 조용하면서도 파장이 긴 충격을 가했다. 뉴웨이브 신스팝 그룹들 중에서도 연주 위주의 밴드 형식을 취했고 앞에서 언급한 대로 온갖 장르의 음악 재료를 자신들의 독특한 음악에 뭉뚱그려 새롭게 만들었다. 이 데뷔 앨범은 아트 오브 노이즈의 히트 곡 모음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들의 베스트 트랙들이 포진하고 있다. 우선 1980년대 국내 음악 매니아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던 라디오 프로그램 '전영혁의 음악 세계'의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되어 매일 새벽 12시 59분에 우리를 설레게 했던 쓸쓸한 분위기의 'Moments in love'와 1990년대 초반 스포츠 웨어 CF 배경 음악으로 쓰였던 힙합 리듬의 'Beat box', 그리고 프로디지(Prodigy)의 'Firestarter'에 샘플링으로 쓰인 'Close'까지 우리 기억에 메모리 된 곡들이 바로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1집 발표 이후부터 싱글로 커트 되어 히트 차트에 오른 곡들은 주로 리메이크 작품들이었다. 1986년에는 헨리 맨시니(Henry Mancini)의 영화 음악 'Peter Gunn(50위)'과 팝계의 '미스터 타이거' 톰 존스(Tom Jones)를 모셔 와 프린스(Prince)의 1위 곡 'Kiss'를 재해석해 31위까지 올려놓은 바 있다. 국내에서는 프린스의 오리지널보다 이들의 버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월드 뮤직을 수용한 1989년의 <Below The Waste>까지 아트 오브 노이즈의 호기심과 실험성은 계속되었지만 1990년대 초반 이 진보적인 4인조는 밴드의 역사를 마감했다. 그러나 앤과 트레버의 음악적 동지 의식은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서로를 끌어당겨 1999년 <The Seduction Of Claude Debussy>의 발매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