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집순두부>
안동 음식에 거는 기대는 누구나 별로 높지 않을 것이다. 맛있는 손두부집이라 하여도 별로 믿지 않았다. 거기다 유명 사찰 관광지 앞이라 더 걱정이었는데, 우선 상차림 모습에 눈이 놀라고, 다음 맛에는 입이 놀라고, 안동을 홀대한 마음이 놀란다. 안동에 숨은 맛집이 이 정도 수준이었다니, 안동에 대한 인상을 바꾸게 될 집이다. 순수하게 자기 철학으로 만들어온 향토적인 색상이 이렇게 나타난 것이라 생각된다.
1. 식당얼개
상호 : 황토집손두부
주소 : 경북 안동시 서후면 봉정사길 225-3
전화 : 054) 855-3263
주요음식 : 손두부
2.먹은날 : 2021.4.6.점심
먹은 음식 : 송이두부전골 30,000원
3. 맛보기
시골 냄새 물씬 나는 상차림이면서 정갈하고 맛을 듬뿍 머금은 찬들에 성의도 보인다. 모양새를 보니 맛도 기대가 된다. 거듭 놀란다. 안동에서 것도 관광지에서 이런 음식을 만날 수 있구나. 숨은 고수가 어디에도 있구나, 평범한 진리에 행여 오만했던 맘이 있었는지 되짚어본다.
가지가지 버섯을 다 넣었다. 송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팽이도 새송이도, 작은 송이에 표고 등등 버섯을 몽땅 넣었다. 맛도 향도 좋다. 특히 송이의 향은 참 좋다. 싱싱하여 씹는 맛도 좋다.
송이는 인공재배가 안 되므로 다 자연산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향도 강하고 육질도 좋다. 다만 가을이 제철이라 가을산이 가장 향과 육질이 좋으므로 봄이라 감안해서 먹어야 한다. 그래도 제법 향이 강하고 육질도 탱탱해서 좋았다. 안동이 비록 송이의 주산지는 아니어도 경북까지 태백산맥 언저리에서는 모두 질 좋은 송이가 많이 난다.
국물은 맑은 물로 끓였다기에 너무 틉틉하고 맛이 깊다. 사골곰국과 들깨를 넣었단다. 버섯과 곰국, 들깨 거기다 고추까지, 쉽게 생각하기어려운 조합이다. 근데 국물도 건더기도 깊은 맛이 다 훌륭하다. 맛으로는 이 조합이 성공한 셈이다.
고추와 당면을 넣었다. 빨간고추는 제법 매운 맛이 난다
직접 재배한 콩으로 만든다는 손두부는 보라색이다. 아마도 검은콩으로 만든 듯하다. 두부는 고소하고 단단한 식감이 마트 두부와는 완연히 다르다. 살려내야 할 동네 손두부의 모습을 다시 본다.
오이소박이. 김치가 아니고 겉절이로 막 무쳐낸 거다. 참기름맛도 난다. 사각거리면서도 간을 제대로 물어 참 맛나게 먹을 수 있었다.
꽁치조림. 꽁치나 고등어 조림은 함께 넣은 무맛을 보면 성패를 확실히 알 수 있다. 무가 적당히 무르고 생선 맛을 확실히 물고 있어야 성공이다. 잘 만들어낸 생선조림은 어떤 때는 무가 오히려 더 맛있어서 무의 인기가 더 좋다. 무가 제대로 맛이 난다. 전문가 솜씨다.
멸치조림에 파를 넣었다. 흔하지 않은 조합인데, 파를 마지막에 넣은 듯 멸치맛도 파맛도 똑같이 생생하게 맛을 낸다. 중멸치는 단단하지 않고, 간이 고르게 배였으며 씹는 맛이 좋다. 고소한 멸치에서 신선함이 느껴진다. 소박한 전문가의 솜씨다. 간도 좋고 식감도 좋다.
고추장아찌, 한 수 배우고 싶다. 고추장아찌도 이렇게 맛깔스럽고 고소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고춧잎과 두릅장아찌. 처음 만나는 조합이다. 별로 짜지 않고 두릅향이 좋다.
콩나물이 가장 처진다. 반찬을 이렇게 하는데 콩나물 맛이 안 나는 것은 아무래도 콩의 문제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비빔밥이나 콩나물국밥이 제맛이 안나는 것일까. 콩나물 한 종지를 놓고 여러 생각이 인다.
밥도 좋다. 연하게 좁쌀을 둔 밥이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갓 해낸 밥이 버섯전골 맛을 한층 더 올려 놓는다.
4. 먹은 후
1) 송이버섯
송이는 소나무에서 자라는 버섯이라 송이다. 송심, 송화심이라고도 불린다. 울진송이가 잘 알려져 있다.
적당한 일조량이 필요한 송이는 최근 소나무숲이 울창해지면서 일조량이 부족하여 생산이 줄어들고 있다. 송이는 양식이 불가능하여 산을 헤집으며 자연산을 채취한다. 자연산이라 값이 매우 비싸므로 송이철에는 외부인 출입을 금하고 밤샘하면서 송이를 지켜가며 채취하기도 한다. 갓이 펴지지 않은 것이 좋으므로 때맞춰 채취하려면 애를 많이 써야 한다. 여름 송이도 나지만 가을 송이가 향과 맛, 육질이 좋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은 ‘송이는 맛이 매우 향미하고, 송기(松氣)가 있다. 나무에서 나는 버섯 가운데서 으뜸’이라고 예찬하고 있다. 송이는 솔잎향을 먹고 자라 맑고 기품 있는 향을 품고 있으며 맛 또한 으뜸이다. 송이버섯은 죽은 나무에서는 자라지 않고, 젊은 30~40년생 소나무에서 최대 생산이 된다. 바람이 잘 통해야 하고, 햇빛도 너무 강하면 안 된다. 너무 건조해도 너무 습해도 안되고, 사람손을 타도 잘 안 큰다. 생장조건이 이처럼 까다로워 '영물(靈物)'이라고 부른다.
이곳 송이는 일단 계절도 맞지 않고, 울진도 아니다. 분명 향이 제철 주산지만 훨씬 못할 것이다. 그래도 송이 향은 충분히 맛볼 수 있었다. 성의가 향을 충분히 대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계절을 비끼긴 했어도 오늘 영물을 대하면서 생각이 없을 수 없다. 윤선도가 받은 송이만 못해도 자연산 귀한 송이를 대하는 기회가 행운임은 분명하다. 국민나무 소나무에서 이처럼 귀한 송이가 피어나듯이, 조작이 아닌 천연의 존재에 나이만큼 수놓아온 삶이 값진 송이라는 긍정은 너무 나간 것인가.
송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음식문화 연경기언> 코너를 보시기 바랍니다.
https://cafe.daum.net/koreawonderland
*이만한 솜씨의 맛집에 코로나 탓인지 손님이 많지 않다. 맛집의 활성화는 식중의 수준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다. 맛집의 생노병사는 손님의 수준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인근 주민들이 이런 식당은 확실히 알아주고 키워주면 좋겠다.
2) 봉정사 구경
*오늘 봉정사가 이렇게 이쁘게 연등으로 꼬까 입은 거마냥 치장을 했다. 1년에 한번씩 갈아 입는 형형색색의 연등옷은 항상 침착한 사찰을 들뜨게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온갖 꽃으로 화려한 모습이 연등으로 대례복 입은 신부처럼 화려하다. 이날의 영화가 조용한 열한 달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지 않을까.
국보 대웅전의 기품있는 모습도 오늘은 어쩔 수 없다. 화려해질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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