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토 디 본도네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그리스도
[교회미술 산책] “십자가를 지고 가는 그리스도”
- 1302-06년, 지오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 1266-1337), 프레스코화, 파도바 아레나 스크로베니 경당, 이탈리아.
붉은 옷을 입은 구부정한 자세의 그리스도가 자신이 못박힐 십자가를 들고 선두에 서서 골고타 언덕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성문 앞에는 그녀의 사랑하는 아들이 처할 고통과 희생에 고통스러워하며 흐느끼는 성모님이 계시고, 그 앞에는 한 사람이 더 다가가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다.
흐느끼는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뒤돌아보는 예수님의 얼굴은 두려움과 슬픔이 서려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감정을 초월한 거룩한 모습이다.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
는 말씀을 가슴에 되새기며, 124위 순교자들의 순교와 희생을 묵상한다. 14세기 초반 벌써 100년 전에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예견한 거장 지오토의 프레스코화는 고요하면서도 절제된 표현,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깊은 휴머니즘으로 심금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