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형 칼럼] 대통령의 오판 출처 : 매일경제 | 네이버 http://naver.me/FQdV9B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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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대통령의 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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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2019.09.10. 오전 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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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사진=이충우 기자[김세형 칼럼] 청문회 때 "나는 헌법 테두리 내에서 사회주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끝내 고집을 굽히지 않은 조국을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장관에 임명했다.
간단히 줄여 사회주의 법무장관이라고 표현하는 매스컴도 나타날지 모르겠다.
그를 장관으로 임명하기 직전 검찰은 조국 펀드 대표와 운용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힌트나, 리얼미터가 검찰의 조국 수사는 적절하다(52%)가 조직적인 저항(40%)보다 훨씬 높다는 여론조사도 문 대통령 결심을 바꾸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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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조국후보자 딸의 서울대학교 인턴활동 증명서를 들고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김호영 기자이번 조국 임명은 대통령이 불면의 밤을 보냈다고 말했을 정도로 어려움은 컸으리라. 대학가의 촛불시위나 여론조사기관의 임명 반대를 정면으로 거슬렀기 때문이다. 기자들을 불러놓고 실시한 셀프 청문회, 국회 청문회를 마친 다음에도 조국 임명 반대가 항상 51%를 넘었다.
마키아벨리가 갈파한 인간의 3대 본성인 이기심, 명예 ,권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국민은 조국 일가가 공정과 정의의 룰을 어긴 것으로 생각했다. 이기심은 직결된 재산 불리기(펀드)였고, 명예는 딸 진학 특권(학벌), 그리고 장관직은 권력의 상징이었다.
민심은 또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을 통해 임명권의 한계를 설정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장관 인사 당일 문 대통령에 대한 반대는 49%로, 지지율 46%보다 높았는데 이는 3주 연속 지속된 것이었다.
중국 역사에서 손꼽히는 당태종은 민심은 배를 띄워 순항케 할 수도 있지만 배를 뒤엎어 물속에 수장해버릴수도 있는 무서운 존재라고 정관정요를 통해 강조했다. 정관정요의 원칙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조국을 법무장관에 임명함으로써 민심을 세 번이나 거스른 무서운 선택을 감행한 셈이다.
이것을 모를 리 없음에도 왜 임명을 강행했을까?
여권은 사법 개혁 좌초에 대한 우려, 검찰의 정치화에 대한 제동, 진보 진영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핵심 지지층 이반 우려 등으로 꼽는 분위기다. 어려운 선택이지만 추석 전에 주사위를 던지고 민심을 정면 돌파하는 게 차리라 속 편하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성공하면 그말이 맞겠다.
어차피 대통령은 선택하는 존재다. 대통령 자서전들의 이름은 '결정의 순간들'(조지 W 부시), '희망의 기억'(드골), '대통령의 시간'(이명박) 등으로 포장됐다.
그러나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잘못하면 국가는 위기로 빠져든다. 토머스 J 클라푸웰이 쓴 '대통령의 오판'은 역대 대통령이 저지른 20건의 오판에 대해 해부해놓고 있다.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은 위스키에 중과세한 게 폭동을 촉발해 국정 운영이 3년간 마비되는 사고를 쳤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공연히 헛된 정보에 의한 이라크 침공으로 국가적 재앙을 초래하고 말았다. 빛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에게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트루먼은 퇴임 시 지지율이 22%로 추락할 정도로 인기가 형편없어 후임 아이젠하워는 그를 무시해 관행으로 돼 있는 오찬 초대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트루먼이 도입한 국민의료보험을 위시해 소신에 찬 좋은 정책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트루먼은 오늘날 훌륭한 대통령의 자리에서 상위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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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총학생회장과 단과대회장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문 대통령의 조국 임명은 장관 임명 때문에 대학생 시위가 일어난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되고 연구 소재가 될 것이다. 한국 근대사는 노무현 정부 들어 국민이 좌우이념을 비로소 의식할 정도가 됐고 문재인 정부만큼 국론이 반동강 난 때가 없었다. 조국은 이념대립의 최선봉에 서있는 상징성이 있는 장관 기용이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진해 2차 대전 후 가장 성공한 국가로 어김없이 꼽히고 전 세계 교과서에 실려 있다. 그리고 이제 3만달러 소득에서 4만~5만달러로 가느냐, 다시 추락하느냐의 갈림길에 서있다.
그런데 조국은 온갖 혜택은 다 받은 강남 좌파임을 스스로 인정하면도 국회 청문회에서 사회주의 사상을 거침없이 두둔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초반 개헌안은 조국이 집도했다. 비록 국회 통과는 좌절됐지만 개헌안에서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고, 노동조항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토지공개념' '경제민주화' 조항을 잔뜩 집어넣었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사노맹에서 전향할 것이냐는 질문에 끝내 낙인 찍는 것 같은 물음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와중에도 토지공개념을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사상을 지닌 조국을 법무장관에 임명하여 내년 총선 후 또 사회주의 색채의 개헌을 추진할 심산인지 모르겠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맞은 위기의 순간을 책으로 엮은 크리스 윌리스는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보고 선택한 결정만 옳았다"고 결론 내렸다. 케네디가 쿠바 위기 때 핵전쟁의 파국에서 가까스로 벗어날 수 있었던 원인은 훌륭한 참모들의 조언을 받아 선택의 타이밍을 한 템포씩 늦춘 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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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장관 임명과 관련해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호영 기자조국의 법무장관 임명은 앞서 지적대로 여론을 3번 거스른 무서운 결정이다. 야당과 일부 여론은 조국 임명이후 전면전을 선포하는 양상이다. 그 끝이 어디로 갈지 아직 알수 없다. 조국의 임명이 탁월한 선택인지, 정치에 파국을 초래하고 그로인해 경제위기까지 자초하는 악수가 될지 아직은 모른다. 트루먼의 판단처럼 시간이 지나야 명확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여론지형상 판단과 야당의 반응을 볼때 명판단이기보단 오판일 확율이 더 높아 보인다. 사법개혁은 이제 국회로 공이 넘어갔는데 문 대통령이 "도중에 개혁을 그만두게 할 수 없었다"고 한 설명을 납득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의혹만으로 임명을 안하는 것은 나쁜 선례라고 했는데 법무장관의 배우자가 검찰수사를 받고 곧 본인도 수사대상이 될 전망인데 장차 조국과 윤석열이 싸움이 어디로 튈지 조마조마하다. 이러한 대치국면 자체가 부적절한 인사임을 말해준다. 차라리 윤석열을 조기에 정리하는게 나을지 모르겠다.
어느쪽으로 가나 큰 부담이다. 가뜩이나 경제도 디플레 위기로 쏠려들어가고 있다. 경제활성화에 최선을 다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결국 조국대전을 자초한 셈이다. 대통령은 국운을 최우선으로 하여 결국 조국 임명카드를 선택했길 바란다. 그리하여 그것이 트루먼의 선택처럼 성공하면 뭐랄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정치, 경제, 외교를 모두 어려움에 빠뜨리는 오판이 될까봐 그게 걱정이다.
[김세형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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