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대추/밤’의 어원
조율이시(棗栗梨枾)는 조율시이(棗栗枾梨)와 서로 혼동되어 쓰인다. 그 씨의 개수 순서에 따라 바꾼 것이 조율시이(棗栗枾梨)이다. 이는 또한 홍동백서(紅東白西)와 서로 배치(背馳)되는 문제가 발생된다. 붉은 대추는 씨가 하나로서 임금을 상징하므로 맨 처음에 놓는다고 얼버무리며 억지로 합리화할 뿐이다. 모순이 생기는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당연히 그 의미를 모르고 단순히 피상의 글자 뜻만 따르기 때문이다.
조율이시(棗栗梨枾)는 좌우 동서의 방향을 나타내고 있지 않다. 곧 좌우 동서 그 양방향의 의미를 담았다는 반증이다. 즉, 홍동백서(紅東白西)는 조율이시(棗栗梨枾)를 제외한 과일의 의미 그 동서의 상징을 나타냈고, 조율이시(棗栗梨枾)는 과일 그 이름의 상징뿐만 아니라 씨앗의 상징으로 좌우와 동서 쌍방의 의미를 나타냈다는 방증이다. 다시 말해, 조율이시(棗栗梨枾)는 좌우 그 후손의 방향 뜻이고, 반대로 시이율조(枾梨栗棗)는 동서 그 조상의 방향 뜻이다.
대추는 씨가 열매에 비해 엄청 클 뿐만 아니라 오직 하나뿐이라 왕을 상징하여 대추가 제사상의 첫 번째 자리에 놓이고, 후손 중에 왕이나 성현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대추는 암수가 한 몸이라 꽃 하나가 피면 반드시 열매 하나가 열리고 나서 꽃이 떨어지므로 헛꽃은 절대 없기 때문에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반드시 자식 특히 아들을 낳고 죽어야 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그래서 결혼식 후 폐백 때 대추를 많이 던져 주는 까닭이다. 대추에 대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상징이다. 대추의 어원을 알면 그 올바른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대추/조(棗)는 찌를, 가시/자(朿)가 위아래로 겹쳐진 글자이지만, 금문과 비교하여 갑골문으로 추정하면 본래 올/래(來)가 위아래로 이어진 글자이다. 한말 오고 가는 의미는 무엇인가? 핵심 그 중심으로 이르는 것이 오는 뜻이고, 중심에서 멀어지며 가(가장자리, 주변, 둘레)로 이르러 닿는 것이 가는 뜻이다. 그래서 ‘오올한(온전한, 옳은) 데에 오르다(닿다)’의 준말이 ‘오다’이고, ‘가에 이르다(닿다)’의 준말이 ‘가다’이다. 래(來)의 갑골문은 십(ㅣ)의 아랫부분에 입(∧)이 있고, 윗부분에 입(∧)이 이어진 ‘∧∧’이 덧붙여진 자형의 회의자이다. ‘∧∧’는 파도가 일렁이듯, 들랑날랑하는 ‘∧’과 ‘∨’이 번갈아 연속되는 의미이다. 그래서 래(來)는 ‘들여진[입(∧/入)] 씨앗(싹)이[십(ㅣ/十)] 꿈틀꿈틀(들썩들썩)대며[∧∨∧] 내리다(낮은 데로 옮아가거나 옮아앉다, 타고 있던 것에서 밖으로 나오다, 눈·비·이슬 따위가 오다, 신神이 몸에 접接하다, 뿌리가 나서 땅에 박히다/활착活着하다)[래(내)]’는 얼개이다. 즉, 씨앗에서 핵심이 나오고, 그 씨앗에 핵심이 접(接)하며, 그 씨앗에 핵심이 박히는 뜻이다. 한마디로 핵심이 되어가게 하다(시키다)는 의미로, 한말 오ᄋᆞᆯ 오다(<옛>온전하게 하다)의 준말 ‘오다’와 같은 얼개이다.
아울러 갈/거(去)의 갑골문은 대(大)와 구(口)의 회의자이다. 즉, ‘말뜻 그 얼(핵심)을[구(口)] 거꾸로/거슬러[거] 된 사람이/크게 되어가다(오ᄋᆞᆯ오다)[대(大)]’는 얼개로, 결국 ‘오다’와 거꾸로 이르는 것이 ‘가다’는 뜻이다. 곧 ‘가꾸로(거슬러) 가에 이르다’의 준말이다. 따라서 오고 가는 것은 핵심의 축소와 확장 개념으로 동전의 양면과 같다. 즉, 핵심이 축소되는 것이 ‘오는’것이고, 핵심이 확장되는 것이 ‘가는’것이다.
조(棗)는‘오는[래(來)] 조대로[조] 오다[래(來)]’ 또는 ‘오면[래(來)] 오는 대로[래(來)] 조으다(<옛>쪼다, 새기다), 조ᄉᆞᄅᆞᆸ다(종요롭다/없어서는 안 될 만큼 요긴하다), 조롱조롱(작은 열매나 물방울 따위가 많이 매달려 있는 모양, 작은 아이들이 많이 딸려 있는 모양)이다, 조리다(어육이나 채소 따위를 양념하여 바특하게 끓이다)[조]’의 얼개이다. 즉, 꽃이 피는 대로(헛꽃 없이) 열매가 맺히고, 주렁주렁 열리며, 익으면서 쭈글쭈글 조려지는 대추의 특성을 나타냈다. 아울러 오로지 핵심(조ᄉᆞᆯ) 하나만 새겨지는 그 씨의 특성까지도 담아낸 글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 각자마다 오로지 하늘의 천명 하나만 새겨지는 천상천하유아독존 또는 독생자의 상징을 나타낸다. 그 천명을 실현하는 곧 그 천명의 된사람이 되어야 하는 우리의 존재이유를 나타낸 상징으로 제사상에 올리는 이유이다.
한말 대추의 옛말은 ‘대초’이다. 조(棗)와 견주면 ‘대(줏대), 대공(들보 위에 세워 마룻보를 받치는 짧은 기둥), 대(손대) 내리다(귀신이 내림대에 내리다), 대다(서로 맞닿게 하다, 서로 견주다/비교하다, 서로 이어지게 하거나 마주보게 하다 등등), 대단(대견)하다, 대되(<옛>모두, 통틀어), 대로(그 상태로, 그 모양과 같이/ 각각, 따로따로), 대롱대롱, 대지르다(찌를 듯이 날카롭게 대들다) + 초(불을 밝히는 데 쓰는 물건), 초들다(특히 어떤 사물만을 입에 올려 말하다, 쳐들다), 초롱초롱하다(맑고 영롱하게 빛나다)’의 합성어이다. 대추씨는 불꽃의 형상이다. 그 불꽃은 주(主) 곧 천명으로 주어진 줏대이고 그 불꽃을 살라 조리어 천명을 밝히며 실현하는 우리 존재의 상징과 다름없다. 한마디로 대초는 촛불의 상징이다. 그 불꽃을 추스르는 의미에 따라 ‘대추’로 변했다고 추론된다.
밤나무는 땅속에 밤톨이 씨밤(생밤)인 채로 묻혀 있다가 밤의 열매가 열리고 난 후에 그 씨밤이 썩는다. 그래서 밤은 자신의 근본을 잊지 말라는 것과 조상과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하며 그런 이유에서 밤나무로 된 위패를 모신다. 그리고 어린아이가 성장하면 부모의 슬하를 벗어나듯, 부모 슬하와 같은 밤의 억센 가시를 벗어나게 아람(밤이나 상수리 따위가 저절로 충분히 익은 상태 또는 그 열매)을 쩍 벌려 자녀에게 독립된 생활을 시킨다. 밤은 한 송이에 씨알이 세 톨이기에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의 삼정승을 의미한다. 역시 후손 중에 3정승이 나오라는 염원을 담아 제사상과 폐백 때 대추와 더불어 던져주는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다.
밤의 갑골문은 나무/목(木)의 가지 위에 불꽃의 상징인 주(丶)가 들/입(入/∧)을 쓴 자형이 세 개가 달려있는 형상의 회의자이다. 즉, ‘불꽃 그 줏대[주(丶/主)]를 들이여[입(入)] [율]하는 열매를 맺히는 나무[목(木)]’의 얼개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글말 ‘율’의 의미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한말 ‘밤’에는 ‘놋쇠 물을 부어 놋그릇을 만드는 거푸집’의 뜻도 있다. 즉, ‘바르게 이끄는 움막’의 준말로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말 ‘밤[율(栗)]’에도 거푸집(움막)의 개연성이 있는 말로도 볼 수 있다. 그러면 뒤집어 ‘율’이 거푸집과 관련된 의미의 준말로 유추가 가능하다. 그러면 ‘우부룩하게(긴 풀이나 나무 따위가 한곳에 몰려 있어 수북하다) 틀지다(틀거지 - 튼실하고 위엄이 있는 겉모양, 틀 - 가 있다)/ 틀에 맞추다/틀이 잡히다’의 준말이다. 다시 말해, 바늘 같은 가시가 우부룩한 움막처럼 틀을 잡아[율] 세 톨의 줏대를 들인 알밤을 하나로 감싸고 있는[율(栗)] 얼개가 밤/율(栗)이다.
율(栗)과 견주면, 한말 ‘밤’은 ‘ 바늘 옷으로 움(막)지다/ 바람(바램)을 움막지다/ 바탕(본바탕)을 움켜쥐다/ 바르게(바름을) 움키다’등의 준말을 아우른 말이다. 마찬가지로 금문에 나타나는 밤/야(夜) 역시 ‘밝은 햇빛 그 얼을[주(丶)] 저녁이[석(夕)] 야물거리며(자꾸 야물야물 - 무엇을 먹느라고 입을 귀엽게 놀리며 야금야금 씹는 모양 - 하다)[야] 크게 되어가다(어둠이 짙어가다)[대(大)]’의 얼개이다. 석(夕)의 자형은 입/구(口)가 옆(왼쪽)으로 뉘어진 자형으로도 볼 수 있다. 즉, 입이 야물거리는 현상으로, 저녁의 달이 햇빛을 야금야금 머금는 현상과 어둠이 햇빛 또는 달을 야금야금 머금는 동안을 아울러 나타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면 한말 밤[야(夜)]은 낮의 밝음을 드러낼 암시를 담은 ‘밝음을 머금은 어둠(거푸집)’의 준말임을 알 수 있다.
어쨌거나 율(栗)에서 세 톨의 주(丶/主) 그 불꽃의 상징은 무엇인가? 한말 하낳(<옛>하나)는 ‘하늘/하(큰, 많은)를 낳다’의 준말 곧 하늘을, 둟(<옛>둘)은 ‘두른 하늘’의 준말 곧 땅을, 셋은 ‘선(세운) 사람’의 준말 곧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말 둘은 땅이면서 하늘과 땅 그 천지(天地)를 아우른 말이고, 셋은 사람이면서 천지인(天地人)그 하늘·땅·사람을 함께 아우른 뜻이기도 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면 도(道)·덕(德)·례(禮)이고, 성부(聖父)·성자(聖子)·성령(聖靈) 곧 삼위일체(三位一體)의 상징이다. 특히 제사상에 올리는 밤은 껍데기 그 어둠의 거푸집을 모두 깎아 밝게 드러내어 놓는다. 따라서 밤은 세 톨의 삼위일체를 밝혀 드러내는 상징으로 제사상에 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