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한시는 왜 짓는 가? 2. 한시감상과 한 수 외우기 3. 외운 한시에 따라 짓기 4. 앞으로 배워야 할 것들 |
한시는 왜 짓는 가?
시는 세상을 아름답고 흥미로운 눈으로 보게 한다. 언어 예술인 시는 상상과 상징으로 사람의 인성과 멋을 되살리고, 미래를 향한 무한한 잠재력을 키울 수 있게 한다. 시를 지으려는 순간 주위의 모든 사물과 사건을 다시보고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일단 지은 시는 한 시대의 사상과 기록으로서 후세의 귀감이 된다. 더욱이 한시는 한문으로 된 우리의 전통을 이해하고 이를 후세에 전수할 수 있게 한다.
그동안 필자는 한문은 중국의 글로서 우선 글자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난해하여 아예 접근을 피하고, 의사소통은 쉬운 한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정년퇴임도 한참 지난 지금 한시를 배우고 한문을 이해하면서 우리 선조들이 남긴 역사 유적과 고전을 가까이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수천 년간 쌓아온 수많은 이야기와 높은 지성, 따뜻한 숨결을 접하면서 너무나 늦게 알게 되었음을 아쉬워하고 있다.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공직을 수행하면서도, 나라와 이 고장의 독특한 전통을 이해하고 살려나가는데, 훨씬 더 많은 일을 하였을 텐데 하는 것들이다. 수천 년간 우리 선조들이 써온 한문은 남의 글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글이다. 그 때문에 한문은 국문학중 고전문학으로 분류하고 있다. 일본인은 한문을 자기 나라의 국어로 쓰고 있다. 영미문화권의 수많은 나라에서 영어를 국어로 쓰고 있듯이 한문은 중국인만의 것이 아니라 한문문화권 여러 나라의 말글[共用語文]인 것이다. 그리고 한자가 많다고는 하지만 사물 하나하나의 글자가 조금씩 달라서 그렇지 실제 일상의 의사소통에는 불과 수백 자가 그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시는 한문학의 꽃이라고도 한다. 그 때문에 한문을 많이 익혀야만 할 수 있다는 오해가 또한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나 한시는 불과 몇 개의 글자로 축약하여 정형화되었기 때문에 마치 음악의 악보와 같은 평측보에 이를 맞추어 넣으면 시로 완성된다. 이 원리를 적용하여 필자는 거꾸로 한시공부로부터 한문을 익혀가고 있다. 그리고 모든 학습은 따라 하기, 즉 모방에서 시작되므로 다른 사람의 시를 글자 몇 개만 바꾸어 모방하다보면 시가 된다. 그러므로 1시간이면 시를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이후 점차 익숙하게 되면 모방에서 벗어나 자기의 감정을 보다 세밀하게, 그리고 보다 격식에 맞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
2. 한시감상과 한 수 외우기
시를 짓기 전에 모방 할 한시감상부터 해 보자. 가능한 정형화 되고 율격에 맞는 한시를 골라서 자구해석과 해설을 통해 시의 면모를 알아본다. 그리고 몇 번 읽으며 시가 주는 의미와 분위기를 느껴본다. 그 다음에는 눈을 감고 문장을 떠 올리며 암송해 본다. 외우는 것이 귀찮기는 하지만 한번 외워진 것은 언제 어느 때라도 표본으로 다시 쓸 수 있어 좋다.
2.1 <등관작루登鸛雀樓> 관작루에 올라서 왕지환王之渙
白日依山盡 백일의산진 석양은 산에 기대어 지려하고,
黃河入海流 황하입해류 황하는 바다로 흘러가누나.
欲窮千里目 욕궁천리목 천리 밖의 풍광을 끝까지 보려 한다면,
更上一層樓 갱상일층루 누각에 한층 더 높이 올라가야지.
[자구해석]
관작루鸛雀樓 : 중국 산시성[山西城] 윈청[運城]에 있는 누각이다. 황새 서식지에 자리 잡고 있어 이런 이름을 얻었다.
백일白日 : 대낮, 여기서는 태양, 저녁 무렵의 지는 해
욕궁欲窮 : 다할 궁, 즉 끝까지 ~하려 하다.
목目 : 눈 목자이나 여기서는 본다는 동사로 쓰였다.
[해설]
이 시는 성당(盛唐) 때 왕지환王之渙(688~742)이 지었다. 시인은 젊은 나이에 급제하여 형수현 주부(衡水縣主簿)를 맡았다가 모함을 당하고 격분하여 관직을 버리고, 황하 남북을 유람하다가 말년에 문안현위(文安縣尉)를 지냈다. 항상 칼을 차고 다니며 호방하고 얽매이기를 싫어하였다고 한다. 이 시에서 시인은 높은 누각에 올라 멀리 바라보면서 범상치 않은 가슴 속의 포부를 읊었다. 이것은 성당 시기 사람들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기상을 아울러 담고 있다. 이후 이 시는 악공들의 노래에 실려 많이 가창되었다고 한다.
2.2 <절구이수絶句二首, 其二> 두보杜甫
江碧鳥逾白 강벽조유백 강물이 푸르니 물새는 더욱 희고,
山青花欲燃 산청화욕연 산색은 푸르러 지는데 꽃은 불타는 듯하구나.
今春看又過 금춘간우과 금년 봄도 보는 데서 지나가니,
何日是歸年 하일시귀년 어느 해 어느 날 고향으로 돌아갈까?
[자구해석]
조鳥:강가의 갈매기를 가리킨다.
화욕연花欲燃:꽃이 붉게 타는 듯하다.
[해설]
이 시는 두보杜甫(712~770)가 안사의 난을 피하여 가족을 데리고 쓰촨성[泗川省] 청두[成都]에 가서 그곳 친구들의 도움으로 완화계(浣花溪)가에 초당을 짓고 살았는데, 두보는 어렵고 힘든 생애 중 이곳에서 가장 평온한 생활을 하면서도 고향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이다. 어는 봄날을 그림 같이 묘사하면서 동시에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하였다. 더욱 유逾자와 하고자할 욕欲자로서 색채를 강렬하게 대비하였고, 지나가는 봄과 향수를 말하면서도 뜻은 무궁하도록 배치하였다. 두보는 일생동안 천오백여수의 시를 지었는데, 당 현종과 양귀비의 행적, 안사의 난 등 파란만장한 역사를 마치 자신의 일처럼 서술하여 시사(詩史)라하고, 또 시를 정형화하여 완성하였다는 것으로 시성(詩聖)이라고 불린다.
2.3 <송인送人> 임을 보내며 정지상鄭知常
雨歇長堤草色多 우헐장제초색다 비개인 긴 둑에 풀빛이 가득한데,
送君南浦動悲歌 송군남포동비가 임 보내는 남쪽 물가 슬픈 노래 울리네.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수하시진 대동강 물 어느 때나 다 마를까?
別淚年年添綠波 별루연년첨녹파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니.
[자구해석]
헐歇 : 쉬다. 멈추다.
다多 : 많다. 가득하다. 한창이다. 아름답다.
남포南浦 : 남쪽의 물가를 가리키는데, 시에서는 흔희 이별하는 장소로 쓰인다.
동動 : 움직이다. 떨리다. 감응하다. 일어나다.
첨添 : 더하다. 보태다. 맛을 내다.
[해설]
이 시는 고려 중기의 문신 정지상(鄭知常, 미상~1135)의 작품이다. 시인은 과거에 급제하여 좌정언, 좌사간 등의 벼슬을 하였다. 서경 출신으로 묘청 등과 서울을 서경(평양)으로 옮기고 금나라를 정벌하여 칭제건원(稱帝建元)하자고 주장하였다. 이와 대립하던 개경출신 김부식 등의 세력과 대립하다가 이들에 토벌당하여 죽었다. 정지상은 뛰어난 시인으로서 이미 5세 때 강위에 뜬 해오라기를 보고 “어느 누가 흰 붓을 가지고 乙 자를 강물에 썼는고(何人將白筆 乙字寫江波)”라는 시를 지었다고 한다.
이 시는 첫 기구(起句)에서 풀빛 가득한 아름다운 제방의 풍경을 제시하고는 승구(承句)에서 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임을 보내는 슬픈 노래를 배치하였다. 전구(轉句)에서는 갑자기 “저 대동강물이 언제 마를까”를 끌어와 반전하며 결구(結句)에서는 그 이유로 “이별의 눈물 해마다 더 보태니”라고 맺었다. 아름다운 풍경에 대비한 슬픈 노래는 분위기를 더욱 슬프게 하는데, 갑자기 이에 더하여 이별의 눈물이 더하니 저 대동강 물도 마르지 않겠다고 하는 발상은 참으로 절묘하다. 허균(許筠)은 성수시화(惺叟詩話)에서 “이 시는 절창으로 부벽루 현판에 새겨진 시들은 중국 사신이 오게 되자 모두 철거한 일이 있었는데 이 시만은 남겨 두었었다.”라고 하였다.
3. 외운 한시에 따라짓기
앞에서 감상한 시를 평측보(平仄普), 즉 악보와 같은 정형화 된 틀에 옮기고, 그 밑에 자신이 생각한 시어를 대체하여 넣는 방식이다. 어린아이가 걷고 말을 배우 듯 여러 번 따라하다 보면 그 요령을 익히게 되고, 능숙하게 되면 자신의 의지대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모든 한자는 각각 음성의 높낮이를 가지고 있는데 낮고 평평한 것을 평성(平聲)이라하고, 높았다가 갑자기 낮아지는 등 굴곡 있는 것을 측성(仄聲)이라고 한다. 그리고 운(韻)은 대개 두 구의 끝나는 글자에 붙여서 다소 길게 발음하여 음악성을, 그리고 같은 성조(聲調)의 색깔로 통일성을 유지한다. 여기서 仄字또는 ●은 측성을, 平또는 ○은 평성을 나타낸다. ◑은 양쪽 공용이고, 平◎은 평성의 운(韻)을 편의상 가리키는 기호로 삼는다.
3.1 왕지환의 <登鸛雀樓>를 시도해 본다. 이 시는 5언으로 된 절구이므로 5언 절구의 평측보에 대입한다.
(원시) <등관작루登鸛雀樓>
白(仄●) 日(仄●) 依(平○) 山(平○) 盡(仄●)
黃(平○) 河(平○) 入(仄●) 海(仄●) 流(平◎)
欲((仄◑) 窮(平○) 千(平○) 里(仄●) 目(仄●)
更(仄◑) 上(仄●) 一(仄●) 層(平○) 樓(平◎)
(원시) <登鸛雀樓> (작시) <등소양정登昭陽亭>
白日依山盡 半月依山盡 반월의산진 반달은 산에 기대 지려하고,
●●○○● ●●○○● *반월半月은 반달
黃河入海流 昭陽滾滾流 소양곤곤류 소양강은 소리 내어 흐르네.
○○●●◎ ○○●●◎ *곤곤滾滾은 물소리
欲窮千里目 欲窮看廣世 욕궁간광세 넓은 세상 끝까지 보려한다면,
◑○○●● ●○○●● *넓은 광廣, 세상 세世
更上一層樓 夢更上高樓 갱상몽고루 더 높은 누각에 오르는 꿈 꾸어야지.
◑●●○◎ ○●●○◎ *꿈 몽夢
원시를 따라하며 짓다 보니 시의 제목은 우리들 가까이서 보는 <등소양정登昭陽亭>이 되었다. 여기에서 우선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두자씩 짝을 이루어 율동적 리듬을 탄다는 것이다. 첫 구에서는 ‘측측평평’ 하다가 그 다음 구에서는 이와는 반대로 ‘평평측측’으로서 마치 기차가 달리며 내는 소리 ‘칙칙폭폭’과 같다. 그리고 두 구의 마지막에는 길게 여운을 남기는 운(韻)이 붙는다. 이와 같은 평측보를 다시 관찰하면 음악의 악보와 아주 유사하다. 결국 한시는 악보와 같은 평측보에 시인이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고르고 압축하여 펼쳐놓은 노래 가락과 같은 것이 된다. 한시는 결국 이야기를 압축하여 흥미롭게 펼쳐놓은 일종의 노래 가락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따라하는 과정에서 한시 한수를 완성한 학습자는 이미 한시인이 되었다.
3.2 두보의 <絶句二首중 其二>를 같은 요령으로 5언 절구 평측보에 대입한다.
(원시) <절구絶句> (작시) <추야秋野>
江碧鳥逾白 昊碧雲逾白 호벽운유백 하늘이 푸르니 구름은 더욱 희고,
○●●○● ●●○○● *하늘 호昊
山青花欲燃 松靑楓欲燃 송청풍욕연 소나무는 푸른데 단풍은 타는 듯.
○○○●◎ ○○○●◎ *단풍 풍楓
今春看又過 秋風成穀野 추풍성곡야 가을바람에 곡식의 들 이뤘는데,
○○○●● ○○○●● *곡식 곡穀
何日是歸年 悟道就何年 오도취하년 깨달음은 어느 해에 이룰까?
○●●○◎ ●●●○◎ *깨달을 오悟, 이룰 취就
역시 따라하다 시의 내용을 보니 제목은 가을 들판 즉, <추야秋野>가 되었다. 여기서 시의 율격(격식)을 관찰하면 이와 같은 5언 절구시의 경우 각 구절의 제 2자를 기준으로 측측, 또는 평평으로서 외롭게 혼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제 4자는 평, 또는 측으로 혼자라도 허용하고 있다. 이때 제 2자를 기준으로 측측측, 또는 평평평 등 세자가 같아도 좋다. 즉, 혼자 외롭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불문인 것이다. 이것은 같은 음 높이의 음보와 같은 리듬감을 얻기 위한 것이다.
3.3 정시상의 <送人>을 같은 요령으로 이번에는 7언 절구에 대입해 본다.
(원시) <송인送人> (작시) <해변풍경海邊風景>
雨歇長堤草色多 日照海邊人種多 일조해변인종다
●●○○●●◎ ●●●○○●◎ 햇볕 쬐는 해변에 사람도 많은데,
宋君南浦動悲歌 鳴沙男女戀情歌 명사남녀연정가
○○○●●○◎ ○○○●●○◎ 모래사장 남녀들 사랑노래 부르네.
大同江水何時盡 白光泡沫何時止 백광포말하시지
●○○●○○● ●○●●○○● 하얀 물거품 언제나 멈출 까?
別淚年年添綠波 數萬靑春搏動波 수만청춘박동파
●●○○○●◎ ●●○○●●◎ 수많은 젊은이들 박동의 파도 일으키니.
여기에서도 따라하다 보니 시의 내용은 여름 날 해변의 풍경이 되었다. 따라서 새로 지은 제목은 <해변풍경海邊風景>이다. 처음에는 글자 몇 개만 바꾸다가 점차 발전하여 운(韻)만 제외하고 통째로 바꾸어 완전 새로운 시가 되었다. 새로운 풍경과 시상에 맞도록 시어를 선택하다 보면 이와 같이 완전 새로운 자신의 시가 되는 것이다.
이 시와 같은 7언 절구에서는 각 구절의 두 번째 자는 평측의 외로움, 즉 고평孤平, 고측孤仄은 허용이 된다. 그러나 네 번째 글자는 앞의 5언 절구에서 두 번 째 자와 같이 평평, 측측으로 짝을 이루며 외롭지 않아야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시의 율격은 평측과 운, 구간의 염(簾), 8구 이상의 율시에서 대우(대장) 등 다소 복잡하지만 이것은 앞으로 시를 지으며 점차 익혀나가기로 한다. 이로써 우리는 너무 어려워 감히 범접하지 못한다는 한시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4. 앞으로 배워야할 것들
앞에서 간단히 한시를 짓는 방법을 따라 하기로 맛보았다. 일단 지어본 이상 이와 같은 방법으로 몇 번 더 스스로 해 보고, 짓다가 의문이 생기면 가까운 한시인에게 물어보거나, 관련 책자를 펼쳐보며 익히면 된다. 그러나 한시는 여러 가지 다소 까다로운 규칙이 있어 이를 이해하고 지켜야 제대로 된 한시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 여기에 간단히 몇 갖지 규칙을 제시하고, 자세한 것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익혀나가기로 한다.
4.1 한자의 평성(平聲)과 측성(仄聲)
한자는 글자마다 소리의 성질이 있는데 이것을 크게 4개의 성조로 구분한다. 평성(平聲), 상성(上聲), 거성(去聲), 입성(入聲)이 그것이다.
- 平聲은 길거나 상승하고, 上聲은 하강 후 상승하며, 去聲은 하강하고, 入聲은 특별히 짧고 급한 성질이 있다. 이 중 평성을 제외한 나머지 상성, 거성, 입성을 모아 측성(仄聲)이라고 한다. 한시에서는 시의 리듬을 위해 평측만으로 전개한다. 7언 절구 평기식의 경우 평측보는 다음과 같다. 이것은 앞의 시에서 이미 본 봐와 같다.
평평측측측평평 平平仄仄仄平平(韻) ○○●●●○◎
측측평평측측평 仄仄平平仄仄平(韻) ●●○○●●◎
측측평평평측측 仄仄平平平仄仄 ●●○○○●●
평평측측측평평 平仄仄仄平平(韻) ○○●●●○◎
- 옥편에서 각 성조를 찾는 방법은 예를 들어 空자를 찾으면 그 공자 옆에 아래와 같이 네모 안에 東자로 표시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空자는 동운목(東韻目)에 속함을 나타낸다. 그리고 이 네모 아래 쪽 왼편에 조그맣게 ○표가 나오는 데 이것이 바로 평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東 |
○ 그리고 이 네모 상단 왼쪽에 ○표가 있으면 상성, 상단 오른 쪽에 있으면 거성, 하단 오른 쪽에 있으면 입성을 표시한다.
- 컴퓨터나, 스마트 폰에서 찾는 방법은 한자사전에 들어가서 空자를 찾으면 空자 옆에 중국어 병음으로 [gong]으로 표시되고, 영문자 모음 ‘o’ 위에 ‘ō’이면 제1성 즉, 평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다른 글자들의 영문 모음위에 ‘ó’은 중국어 제 2성으로 같은 평성이다. ‘ǒ’은 중국어 제 3성으로 상성이다. ‘ò’은 중국어 제 4성으로 거성이다. 여기서 다만 ‘ō’와 같은 것 중에서도 우리 발음으로 종성이 ‘ㄱ, ㄹ, ㅂ’으로 발음되는 것은 입성이다. 다만 한자 중에는 뜻에 따라 그 성조를 달리하는 것도 있어 까다 로우나 이런 것들은 많지 않음으로 배워가면서 익히면 된다. 이상을 표로 보면 다음과 같다.
평성(제1, 2성) ‘ō’, ‘ó’ 東, 空, 平 등
상성(제3성) ‘ǒ’ 買, 好 등
거성(제4성) ‘ò’ 賣, 去 등
입성(제4성) ‘ò’ 또는 ‘ō’, ‘ó’일 경우 종성이 ‘ㄱ, ㄹ, ㅂ’ 國, 乙, 入 등
4.2 한시의 운(韻)
오랜 전 학자들이 의논하여 시를 지을 때 한자의 음성 유형별로 묶어서 각 구절 뒤에 같은 유형의 글자가 오도록 하였다. 이것은 시의 음악성과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청나라 이후 『강희자전康熙字典』의 106운을 따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정조 때 편찬된 『규장전운奎章全韻』 106운으로 하였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평성 : 30운(상평성15, 하평성15) 東冬江支微魚虞 등 운목
- 東韻目(韻統) : 東同桐童中忠弓宮…
- 江韻目(韻統) : 江窗邦缸降雙腔幢…
· 상성 : 29운 董 - 董動孔總籠桶空洞…
· 거성 : 30운 送 - 送夢洞衆弄凍痛中…
· 입성 : 17운 屋 - 屋木竹目服福谷肉…
4.3 한시의 글자 수와 구의 수, 대우(대장)
한시는 몇 개의 문장 구절로 이루어지는데, 한 구의 글자 수에 따라 4언 시, 5언 시, 7언 시 등으로 부른다. 그리고 구의 수에 따라 4구체의 시를 절구, 8구체의 시를 율시라고 한다. 10구 이상은 배율 시라고 한다. 당나라 이후 많이 쓰이는 근체시의 경우 대개 5언 절구, 5언 율시, 5언 배율, 7언 절구, 7언 율시, 7언 배율로 나눈다.
대우(對偶), 또는 대장(對仗)은 율시 이상의 경우 마주 보는 두 구가 짝을 이루어야 한다는 규칙으로 이른바 함련(제3구와 제4구), 경련(제5구와 제6구)에서 요구 된다. 그러나 복잡하므로 시간을 두고 배워나가기로 한다.
4.4 한시 율격의 도표화
이상에서 전개한 여러 규칙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다.
한눈에 보는 한시의 율격 해설도
- 근체 칠언율시 평기식(平起式) 수구용운(首句用韻)을 중심으로 -
1) 음악적 율동미 | 2) 회화적 생동미 |
① 句를 따라 횡으로 - 평측의 율동과 운(외재율) - 고평고측(蜂腰鶴膝)과 下三平仄 - 상체(相替)와 요구(拗救) ② 련(聯)·염(簾)을 따라 종으로 - 연·염의 反對와 黏對, 皆平仄頭 | ① 句를 따라 횡으로 - 구법(主述目,補) - 字法과 語法(倒置,省略) ② 연(聯)·염(簾)을 따라 종으로 - 對偶(내재율)와 疊意疊字 ⇒ 章法(기승전결, 一意一氣) |
장 章 . 렴 簾 | 련聯 | 구句 | 정절頂節 | 두절頭節 | 복절腹節 | 각절脚節 |
수련 (首聯) | 제1구 | ○ ○│ | ● ●│ | ● ○ | ◎ - | |
제2구 | ● ●│ | ○ ○│ | ● ● | ◎ - | ||
함련 (頷聯) | 제3구 | ● ●│ | ○ ○│ | ○ ●│ | ● | |
제4구 | ○ ○│ | ● ●│ | ● ○│ | ◎ - | ||
경련 (頸聯) | 제5구 | ○ ○│ | ● ●│ | ○ ○│ | ● | |
제6구 | ● ●│ | ○ ○│ | ● ●│ | ◎ - | ||
미련 (尾聯) | 제7구 | ● ●│ | ○ ○│ | ○ ●│ | ● | |
제8구 | ○ ○│ | ● ●│ | ● ○│ | ◎ - |
3) 평측보해설도 (○평성 ●측성 ◎ 운)
⇒ 아름다운 음률에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실은 것이 시이다.
*위 도표 작성자 : 손호정
그러나 생소한 용어들과 세밀한 관계는 단시간에 습득하기는 어려우므로 천천히 시를 지어나가면서 익혀나가기로 한다.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왜 이렇듯 규칙이 까다로운 가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좀 더 재미있고 좋은 시를 얻기 위하여 장구한 세월을 거치며 놀이문화로 발전하는 과정, 그리고 과거시험과목으로 책정되어 우열을 가리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각종 운동경기의 경우 그 규칙이 다양하고 까다로운 것과 비교해 보면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재미있게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익혀나가면 별 어려움 없이 습득하게 되는 것과 같다.
[한시용어 해설]
①율격(律格); 격률이라고도 한다. 한시를 형성하는 여러 가지 규칙이다.
⓶근체시(近體詩); 고체시(古體詩)와 비교되는 말로서, 고체시는 당나라 두보(杜甫)이전 까지 내려오던 시형식이다. 비교적 자유롭고, 덜 정형화된 시이다. 이에 반하여 근체시는 두보 이후 정착된 아주 정형화된 시이다. 과거시험이나 오늘날 백일장에서는 이 규칙에 따른다.
⓷칠언율시(七言律詩); 한 구의 자수가 일곱 자이고, 8구로 된 시이다.
⓸평기식(平起式); 7언 시의 경우 첫 구의 제 2자를 기준으로 이것이 평성이면 평기식, 측성이면 측기식이라고 한다.
⓹수구용운(首句用韻); 첫 구의 끝 자에 운(韻)을 달아서 시작하는 것이다. 운을 달지 않을 경우에는 수구불용운이 된다.
⓺고평고측(孤平孤仄); 봉요학슬(蜂腰鶴膝)이라고도 한다. 7언 시의 경우 각 구의 제4자, 5언 시의 경우 각 구의 제2자를 기준으로 평측이 외자로써 외롭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이다. ‘평평평측평평측’이 아니라 ‘평평측측평평측’ 등으로 음의 고저와 음보가 율동적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봉요학슬은 고평의 모양이 벌의 허리, 고측의 모양은 학의 다리 무릎과 같이 주위보다 오목하거나 튀어나온 것을 말한다.
⓻하삼평측(下三平仄); 각 구절의 끝 부분이 평평평으로 끝나거나 측측측으로 끝나서 율동미와 긴장미가 없이 늘어지지 말라는 것이다.
⓼상체(相替); 고평고측의 현상을 극복하고자 같은 구내에서 좌우 다른 평측과 서로 바꾸는 것이다.
⓽요구(拗救); 주로 율시의 함련과 경련에서 어느 한 구가 7언 시의 경우 제6자, 5언 시의 경우 제4자가 고평고측일 때 이를 구제하고자 짝(대우)을 이루는 다른 구의 같은 위치 글자도 외롭게 함으로써 구하는 것이다.
⓾련(聯); 율시의 경우 마주보는 두 구를 한데 묶어 연이라고 한다. 제1,2구를 수련(首聯), 제3,4구를 함련(頷聯), 제5,6구를 경련(頸聯), 제7,8구를 미련(尾聯)이라고 한다.
⑪렴(簾); 한시에서 각 구를 따라 가로(橫)로 평평측측이 질서 있게 배열되고, 또 연(聯)을 따라 세로(縱)로 평측이 聯내에서는 즉, 제1구와 제2구는 반대로, 연이 만나는 접점 즉, 제2구와 제3구는 평측의 흐름이 같아서 마치 창문의 빛 가리개인 발과 같은 모양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한시의 근체시는 이와 같이 가로세로가 가지런히 배열되어야 한다는 규칙이다.
⑫반대(反對)와 점대(黏對);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같은 연내에서는 구간의 평측이 반대일 경우는 반대, 연과 연이 만나는 지점에서는 평측이 같아야 하는 것을 풀로 붙이듯 하다고 하여 점대라고 한다.
⑬개평측두(皆平仄頭); 시 한수에서 각 구의 첫 자가 모두 평성(皆平頭)이거나 모두 측성(皆仄頭)은 피하라는 것으로서 천편일률의 지루함을 피하여 변화를 주기위한 규칙이다.
⑭구법(句法); 한문의 문장 구조는 우리말과는 반대되는 경우가 많다. 한문인 중국어는 주어+술어+목적어로 구성되는데, 우리말은 주어+목적어+술어로 되어 있다. 한시를 지으며 우리말 순서로 하게 되면 이같이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 되고, 이를 비문(非文)이라고 한다.
⑮자법(字法); 한글 시도 마찬가지이지만 시상(詩想)에 가장 적실한 말을 찾아 쓰는 것은 시의 생명이다. 그러나 억지로 시상에 맞는 말을 찾기 위해 일반에서 자주 쓰지 않는 난해한 용어나 벽자(僻字)는 피하는 것이 좋다. 대개 사전에 있는 쉬운 말을 쓰는 것이 좋다.
⑯어법(語法); 시의 생명은 함축에 있는 만큼 말이 늘어지지 않기 위해 도치나 생략기법을 쓴다. 그러나 이때 비문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⑰대우(對偶); 대장(對仗)이라고도 한다. 율시의 경우 함련(제3, 4구)과 경련(제5, 6구)은 같은 연 내에서 구간 시어가 짝을 이루어야 한다는 규칙이다. 비와 바람, 오르고 내리고 등 정대(正對)와 반대(反對), 공대(工對)와 수류대(水流對) 등이 있다.
⑱첩의첩자(疊意疊字); 시 한수 내에 같은 글자가 중복되거나, 그 의미가 반복되는 것을 피하라는 것이다.
⑲장법(章法); 문장을 구성하는 방법이다. 대개 기승전결(起承轉結)이라고 하여 글을 시작하고, 이어받아 반전을 일으키고 결말을 맺는 순서로 이루어지는데, 시상에 따라 결론부터 제기하여 강렬함을 주는 경우도 있어 일정하지는 않다. 어떤 순서든 떠오르는 시상이 흩어지지 않고 처음 뜻한 바대로, 그리고 그 기세가 일관하도록 짓는 것이 좋다.
⑳정절·두절·복절·각절(頂節·頭節·腹節·脚節); 7언 시의 경우 각 구절의 명칭이다. 제1, 2자를 묶어서 정절, 제3, 4자를 묶어서 두절, 제5, 6자를 묶어서 복절, 제7자를 각절이라고 한다. 대개 운(韻)은 두 구의 마지막 구 각절에 붙인다.
㉑보조선(補助線); 필자가 평측보를 설명하기 편리하도록 임의의 선을 그어 표시한 것이다.
㉒5·7언 구분선(5·7言區分線); 7언 시 평측보에서 각 구의 제2자를 중심으로 세로로 그은 선이다. 이 선 앞쪽의 두 자를 잘라내면 바로 5언 시가 된다. 7언 시의 제 2자는 고평고측을 불문하는데, 5언 시의 경우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를 확실히 이해하는데 편리하다.
㉓고평측판단선(孤平仄判斷線); 7언 시의 경우 각 구의 제4자, 5언 시의 경우 각 구의 제2자를 기준으로 세로로 그은 선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글자는 평측이 외로워지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㉔요구판단선(拗救判斷線); 율시에 있어서 7언 시의 경우 제 6자, 5언 시의 경우 제4자를 기준으로 하되, 제1, 2구 즉 수련은 제외하고 세로로 그은 선이다. 시를 짓다보면 평측보와는 다소 어긋나게 지을 수 있는데, 이 선에 해당하는 글자가 평측이 외로울 경우 같은 연내에서 구간 똑 같이 외롭게 하여 구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한수의 시에서 한번만 허용된다는 것을 유의하여야 한다.
㉕범제(犯題)와 위제(違題); 율시의 경우 제목이 4자 이내일 때 함련과 경련에서 제목에 있는 글자를 쓸 경우 범제가 된다. 물론 절구에서는 불문한다. 위제는 봄에 관련된 제목을 주었는데, 가을이나 겨울에 관한 시를 썼을 경우 즉, 시의 내용이 제목과 거리가 먼 엉뚱한 시를 지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다.
[한시공부에 도움이 되는 도서 소개]
김상홍, 『한시의 이론』, 서울 고려대학교출판부, 2007.
권영한 역, 『김삿갓 시 모음집』, 전원문화사, 2010.
왕력저 송용준역주, 『중국시율학1』, 서울 소명출판, 2005.
윤경혁 해 이미영·추옥자편역, 『국어고정(규장전운)』, 도서출판 이른아침, 2005.
이병한 편, 『중국 고전시학의 이해』, 문학과 지성사, 2005.
유동렬 편, 『시인수첩』, 2018, 연락처010-5011-9460
유동렬 편 『신시해운주』,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