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이야기(3): 배부른 참새
올해는 겨울이 그다지 춥지않고 지나갔습니다. 3월초부터 눈이 녹기 사작하더니 지붕에 눈이 거의 안보입니다.
겨울철에는 어디에 사는지 꼼짝하지 않던 참새들이 따뜻해 지면 아침부터 시끄럽게 지져댑니다. 그러다 며칠전 한번 눈이 더 왔지요. 눈이 오면 참새들이 먹이가 찾기가 힘들어 집니다. 그래서 종종 눈이 녹아 없을때 참새들의 옹달샘 주변에 먹이를 뿌려놓으면 몇시간 안되서 모두 없어집니다. 먹이를 찾아서 이제는 아예 멀리 안가고 주로 옹달샘 주변이나 집 주변에서 놉니다.
겨울이 지날때쯤이면 참새들도 겨울동안 먹지를 못해서 홀쭉해지는데, 봄이 되면서 얼마나 잘 먹였는지 통통하다못해 둥굴 둥굴한 참새들이 되었습니다. 새로나온 아기 참새들도 보입니다.
며칠간 바빠서 먹이를 주지 못했습니다. 추울때에는 자주 줄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안주면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그래서 옷챙겨입고 나가서 모이를 옹달샘 주변으로 뿌려 주었습니다. 며칠전 온 눈이 아직 안 녹아 모이가 눈에 파뭍히지 않게 주었지요.. 참새에게 먹이를 주기전에는 참새들에게 먹이를 준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양철 모이함의 뚜껑을 몇번 두두려 줍니다. 그러면 보이지 않던 참새들이 모여들어 근처 나무 가지 에 앉아서 지켜보고 있습니다.그리고 우리가 완전히 시야에서 벋어났을때 비로소 옹달샘으로 내려와 모이를 먹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숨어서 보고있어도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습니다. 완전히 안보여야 내려와 모이를 먹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모이 한두개 먹고 고개들어 주위를 살피고, 또먹고 주위를 살피고… 그 동작을 계속 반복합니다.. 무슨 의심이 그렇게 많은지… 우리는 참새구이를 먹지 않으니 안심해도 되는데.. 참새 인생(참새의 생애?)이 참 고달프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오늘은 모이를 주고 집으로 들어와 참새들이 잘먹고 있는가를 창문으로 보는데 전혀 참새들이 안 보입니다. 이상 하다 생각했지만, 점심준비하기 바빠서(식구가 부재중이라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한참 뒤에 다시 봐도 옹달샘 주변에 참새가 보이지 않습니다.. 보통때 같으면 참새 한철이라고 바쁠건데..
혼자 여러가지 생각을 해봅니다. 어디 단체 여행 갔나?…지난번 집식구하고 농담하는걸 들었나? 강남제비들은 박씨를 물어다 준다든데 제들은 그렇게 먹여줘도 입싹 씻어버리네.. 그 말듣고 톨아졌나? 이제 같은 음식에는 질렸으니 다른 메뉴로 바꿔달라고 데모하나?.. 재들이 배가 불렀네.. 간 튀어나온 참새들..
그런 생각하며 계속 보고 있는데 담뒤쪽으로 뭔가가 움직이는 게 보입니다. 뭐지 ? 다람쥐인가? 하며 창문위로 올라가 보니.. 고양이 한마리가 움직이는 게 보입니다, 이 근처 고양이가 아닌 좀 작은 녀석입니다. 그랫구나.. 참새들아 미안하다..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괜히 배부른 참새라고 오해 했구나 ..
한참뒤 다시 옹달샘 을 보니 참새들이 다시 모여들어 열심히 모이를 쪼고 있었습니다. 참새도 사는게 이렇습니다.
(March 20,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