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창작 ,인문학
[스크랩] 채식주의자 /한 강을 읽고/ 박정호
지난해 '몽고반점'을 읽었다. 후배 언론인인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가 오래전 '샘터'에서 같이 근무했던
동갑내기인,작가 한강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글을 접하고 작가에 대한 관심이 일었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그랬다. 영상예술가인 영혜의 형부는 영혜가 스무 살 때까지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그의 아내에게서 듣는다. 몇 년 동안 슬럼프에 빠져 있던 그는 우연히 들은 이야기에 묘한 성욕과 함께
영혜의 몸에 꽃을 그려 성행위를 하는 영상을 찍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그는 언니 핑계를 대며 영혜에게 다가가 영상의 주인공이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영혜는 그 부탁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영혜의 형부는 자신의 후배에게 영혜의 상대 배우역을 부탁한다. 처음 후배는 영혜의 몸에 그려진 꽃을 보고 감명받아 자신의 몸에 그림을 그려넣고 영상을 찍는 데까지는 허락하지만 그 이상의 요청에는 거절하고 도망친다.
영혜의 몸에 그려진 꽃들을 보고 영혜의 형부는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영상을 어떻게든 만들어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영혜와 몸을 섞는다.
두 사람의 일탈,표현이 적절할지 모르지만 그 불륜은 '몽고반점'이 시발이었지만 참 이해하기 힘든 외설에 가까운 소설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다만 작가 한강의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체, 감정을 담아내는 빼어난 어휘 선택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몽고반점'을 읽을 때 난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이 채식주의자, 몽고반점,나무불꽃의 세 개 연작소설이라는 걸 몰랐었다.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됐으니 나는 '문학 문외한'이었다고나 할까.
분량이 길지 않아 어제 하루에 연작 셋을 통독했다. 나로서는 해외 언론이 격찬한 이유를 찾기 힘들었다.
꿈이 하 섬뜩하기는 했지만 꿈 하나로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할지 모르는 극단적인 채식주의자가 된다?
본인이나 남편이 정신과 진료를 받을 생각조차도 안했다? 그리고 몽고반점에서는 미친 여자처럼 형부의
부탁을 들어주는 과정도 참 이해하기 힘들었다.
글쎄 내 문학적 소양이 창피하기만 한 수준일까 …. 한강이 맨부커상 수상소감에서 말한 대목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고자 한다.
“독자들이 소설 읽기를 좀 다르게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내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나눠갖는 마음으로 읽어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줄거리를 소개한다.
박정호
그녀 영혜는 원래 아무거나 잘 먹는 여자였다. 남편 정 과장도 '별 매력은 없지만 참 편한 여자라서 결혼했다'
고 했다. 영혜는 어느 날 '끔찍한 꿈' 때문에 육식을 끊는다. 남편이 다그쳐도 보고, 아버지가 뺨을 때리면서 억지로 먹여보려 시도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녀는 점점 야위어가고 사회와 어울려 살아가는 것도 힘들어진다. 억지로 먹이려는 아버지에 반항하여 손목을 긋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결국 그녀에게 남은 것은 이혼이다. <채식주의자>
그렇게 독신으로 살게 된 그녀. 그리고 그녀를 성적인 욕망으로 바라보는 형부. 형부는 그녀를 탐하기 위해 예술 '작업'을 빌미로 그녀를 불러들인다. 그녀의 나체에 꽃을 그린다. 욕망을 가졌던 그는 욕망조차도 잊는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작업을 하기 위해 그녀를 부른다. 그리고, 대단원을 아우르기 위해 섹스를 한다.
그 다음날, 그의 부인에게 그 사실이 발각된다. <몽고반점>
마지막, 형부의 부인, 그녀의 언니의 이야기. 남편은 정신에 아무런 이상이 없어 수감되었고, 그녀의 동생인 영혜는 정신병원에 들어갔다. 영혜의 채식은 계속되다 못해, 절식을 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영혜는 이제 그녀
자신이 나무가 되어간다고 했다. 햇빛을 쬐기 위해 옷을 벗고, 비오는 날 나무처럼 오도카니 서 있기도 한다.
밥을 먹지 않아 점점 야위어간다. 억지로 동맥에 혈당주사를 놓아도 뽑고 토해버리기 일쑤고, 어떤 방법도
찾을 수 없다. 점점 죽음에 가까워져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척추에 혈당 주사를 놓기 위해 서울에 있는
병원 가는 길로 마무리된다.
영혜는, 그녀에게 '왜 죽으면 안 되냐'고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