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몸치의 댄스일기10 [5월5일 어린이날]
***** [몸치의 댄스일기] 100회 되는, 그날까지.....! *****
2003년 5월 5일 월요일 (어린이날)
어린이날 공휴일이어서 난 또 어떻게든 집에서 빠져나와 댄스 연습을 하러 갈 궁리를 했다.
별수 없이 사업상 바쁘다는 핑계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이러다가 돈도 제대로 못 벌어다주면 애비 위신, 남편 위신 다 깨지는데...ㅋㅋ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작은 아들 녀석이 미리 선수치고 나왔다.
지는 생일이 7월이니까 법적으로 아직 [어린이]이니까, 어린이날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난, 단호히 거절했다.
일단 중학교에 들어갔으니까 이제 [어린이]가 아니라 [청소년]이라고. 그러니 그딴 말 같잖은 소릴 지껄이지도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근데, 녀석도 만만치가 않았다. 끝까지 아직 어린이 맞으니까 어딜 데리고 놀러 가든가 선물을 해달라고 우겼다.
난, 녀석한테 밀리면 오늘 댄스 연습은 끝장날 것 같아서 이젠 어린이가 아니고 청소년이라고 강압적으로 눌러놓고 단돈 1만원으로 겨우 해결했다.
녀석은 몹시 억울해 하는 것 같아서, 정 억울하면 법적으로 재판을 걸어라고 말하니까, 녀석도지지 않고 변호사 선임해서 재판하겠다고 했다.
난 속으로 "멍청한 놈, 애비한테 끝까지 이겨보려고 어거지 쓰지만, 그 재판 할 동안 넌 정말 청소년이 되어 있을 거다. 임마 약오르지롱!" 하고
쾌재를 질렀다.
내가 케이오승으로 논리적으로 이겼기 때문이다.
여태껏 난 한 번도 녀석에게 이겨본 적이 없어서 매우 통쾌했다.
근데, 아들 녀석은 깨끗하게 케이오 패를 시켰는데, 이제 마눌님이 시위를 하고 나왔다.
조금 전까지 분명히 멀쩡하고 팔팔했는데 갑자기 감기가 걸렸다며 몸이 몹시 아프다고 이불을 덮고 엄살을 부렸다.
아침에 일어나서 발발 거리며 이웃 동에 있는 아줌씨들과 실컷 수다를 까고 와놓고선, 내가 사업상 일보러 좀 나가겠다니? 무슨 병이 그렇게 갑자기 걸리남.
속이 뻔히 보이는 전형적인 마누라들의 강짜고 시위인줄 누가 모를줄 알구... 흐흐...
하긴 그저께부터 연휴가 시작되었는데, 예전 같으면 내가 먼저 설쳐서 어디를 가든가, 퍼썩 거렸을 텐데. 요즘은 이상한 낌새를 좀 느낀 건 틀림없었다.
안 그래도 마눌님이 나보고 며칠 전에 "혹시 자기 댄스 같은 것 배우는 것 아니야?" 고 이미 나를 떠보았던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요즘 헬스클럽에 다닌다며 연습이 있는 날은 티셔츠와 타올을 챙겨서 나오고 들어 갈때는 땀으로 젖어 있었고, 또 댄스를 시작할 무렵, [쉘위댄스]를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다가 집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난, 절대 아니라고 빡빡 우겼다.
정말로 진실로 헬스하러 다닌다고 주장했지만 찔리는 건 사실이다.
난, 많이 아프면 종합병원에 가서 진찰받고 약이라도 사먹자고 맘에 없는 말로 선수를 쳤다.
역시나 마눌은 병원에는 가기 싫다고 했다.
그럼, 그렇지. 정말 많이 아파죽겠어 봐라 병원에 안가고 배기나... ㅎㅎ...
나는 마누라의 속이 뻔히 보이는 시위도 무시하고, 혹시 많이 아프면 전화하라고 하고 나와 버렸다.
그렇지만 마음은 약간 께름칙해서 일단 사무실에 들러서 집에다 전화를 해보니 받지 않아서, 마눌 핸드폰으로 해보니까 아들 녀석과 옷 사주려고 나와 있단다.
금방 탄로 날 거짓말을 왜 할까. 우리 마눌도 혹시 바보 아닌지 모르겠다...ㅋㅋ..
신혼도 아닌데, 자기가 무슨 남편이 바깥에 일보러 좀 나가겠다는데 붙들어 두려고 하는지...ㅎㅎ...
하긴 전에처럼 댄스를 배우지 않았다면 나도 오늘 같은 날은 집에서 아이들과 붙어서 히히덕 거리며 맛있는 거나 사먹었을 테지...ㅋㅋ..
아니면 색소폰을 매고 관악산 언저리 어디서 아들 녀석과 "뚜뚜 따따... 뿜빠 뿜빠...." 하고 온 산을 소음으로 오염시켰을 테지만....
2시쯤에 필라에 가서 연습을 시작했다.
오늘은 대학생인 듯한 젊은이들이 몇 명 알탱 강습을 받고 있었다.
난, 언제나처럼 구석 거울 앞 내 자리(?)에서 시작했다가 그들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홀의 가운데서 왈츠 박스베이직을 연습했다.
오늘도 별수 없이 두어 시간 연속적인 연습을 했지만 중간에 한번 쉬었다.
한 두 시간 정도는 이제 거뜬하게 쉬지 않고 견딜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난 어딘지는 모르지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내 다리가 이렇게도 튼튼하고 건강한지 요즘 새삼 실감한다.
왈츠를 해보신 분들은 아실 테지만, 박스베이직 연습이 정말 힘들고 몸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게 다리나 체력이 달리면 몇 시간씩 못 할 것 같기 때문이다.
나만 힘든가? 남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모르겠다.
근데, 난 몇 시간씩 연속적으로 혹은 쉬었다가도 한 나절씩 해도 별로 피곤하거나 다리가 아프거나 그런 건 못 느끼겠다.
오히려 연속적으로 하니까 더 다리와 몸 전체가 가뿐하고 시원한 것 같은데. 그러니까 오늘 같은 경우는 이삼일을 연짱 매일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탈이 났다면 하고 싶어도 못 할텐데.
매번 그런 걸 느끼는데, 전날 연습을 많이 했는데도, 오늘 다시 연습 시작하면 다리가 후들거리는 듯 하고, 처음에는 중심이 잘 안 잡혔다.
그러다가 조금 하기 시작하면, 점점 탄력이 붙는 듯 자세도 더 안정되고 불안정한 중심이 잡혀졌다.
남들이 볼 때는 내 연습 방법이 미련스럽고 미친 넘 같을지 몰라도 난, 내 나름대로 터득한 요령이 있기 때문에 중단 않고 연속으로 해버린다.
하다가 잠시 쉬고 하면 또 처음처럼 자세가 불안정해지는 듯 하고.
계속 연속적으로 하면 할수록 몸과 다리가 더 가벼워지는 듯 하고, 힘도 덜 들기 때문이다.
그것도 어느 정도 약 10분 이상 계속 해야 그 이후부터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남들이 볼 때는 쉬지 않고 오랫동안 하면 힘이 많이 들 것 같지만, 오히려 지속적으로 하는 게 난 힘이 덜 드는 것 같다. 처음 시작할 땐 힘이 좀 드는 것 같지만...
박스 베이직을 약 두 시간 정도 한 후, A코스 루틴 연습에 들어가서 약 한 시간 정도 했다.
박스 베이직을 연습하고 루틴 연습을 하면, 이상하게도 내 몸이 마치 깃털처럼 가볍고, 그 어렵게 느껴졌던 스텝이 너무 가볍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정확한 동작인지 아닌지는 몰라서 좀 불안하지만 그렇게라도 연습을 해놓고서 나중에 선생님한테 정확한 자세를 배울 예정이다.
오늘은 음악에 맞춰서 해볼려고 의식을 많이 했는데 혼자서는 음악도 그런대로 잘 맞는 것 같았다.
단지, 음악에 안 맞추고 할 때는 천천히 느리게 동작을 구분해서 길게 끌었는데. 사실 이것이 더 어렵고 힘든 것 같았다. 음악에 맞추니까 동작을 더 빨리 움직여야 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부드럽고 우아하게 올리고 내리는 동작을 하려고 의식하는데, 음악에 맞추다보니 좀 끊어지는 듯하게 몸이 다운, 업 되는 것 같아서 불만스러웠다.
(이크, 이건 내가 넘 시건방을 떠는 건가. 그것까지 완벽하게 되면....ㅋㅋ.. 몇 년씩 한 분들이나 선생님들도 그게 잘 안된다고 들은 것 같은데.....ㅎㅎ.. 초보자가 너무 욕심 부리고 건방떠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ㅋㅋ)
베이직을 몇 번 집중적으로 연습했더니만, 이상하게도 간단한 A루틴 연습 때, 발이 쭉쭉 뻗어져서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감이 왔다.
난, 자세나 동작이 엉터리로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은 들지만, 그래도 매우 재미있고, 아직은 엉터리일지라도 곧 뭔가 될 것 같은 필이 확 꽂혀오기 때문에 그것도 재미있고, 그래서 죽을 둥 살 둥 매달렸다.
참으로 신기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 도저히 루틴과 스텝은 못 밟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부드럽게, 그리고 가볍게 내 몸이 쭉쭉 미끄러지다니.
난,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한 기분을 느끼며 나 혼자서 몇 바퀴를 왈츠 가장 기본 루틴만 되풀이 해봤다.
남들 눈에는 우스꽝스럽게 비칠지 모르지만, 난 무척 기분이 좋았다.
음악도 발과 잘 맞는 것 같았고, 그냥 몸 전체가 쭉쭉 뻗어나가면서 발이 나도 모르게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듯 했다.
단지, 스텝을 깜박깜박 잊어 버려서 그걸 생각하느라 몇 번 중간에 맥이 끊어졌지만...
그리고 잘 안 되는 내추럴스핀턴도 집중적으로 연습해봤다.
글치만 그건 정말 선생님께 다시 물어봐야겠다. 아무래도 내 느낌에 엉터리 같아서....ㅋㅋ
하지만 나 혼자서 이렇게 해봤댔자 소용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숙녀님과 홀딩하면 또 무너지고, 아무 생각도 안 날걸, 뭐.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하기로 하고, 지금은 나 혼자서라도 계속 해야지 뭐......ㅎㅎ
선수 대회에 나간다는 젊은 커플이 연습하고 나가면서 남자분이 나에게 말하기를 ...
"곧 엄청나게 잘 할 것 같은데요. 그렇게 죽을 둥 살 둥 하니까요."
약간은 비아냥거림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난 칭찬이라고 여겨야겠다.
정각 6시가 되어서 그만하고 옷 갈아입고 옆방에 있던 [헨리]님께 인사를 하니까,
"아니, 오늘은 왜 벌써 가십니까?" 라고 해서,
"그래도 한 4시간 정도 했는데요.."
내가 대답하니까, [헨리]님도 웃었다.
이제 내가 4시간 정도 연습하는 건 그 사람들 눈에는 연습도 아닌 모양이다. ㅋㅋㅋ...
아, 연휴도 끝나고 이제 난, 내일부터 현장에 내려가서 살아야겠다.
다음 주에는 연습할 시간이 없을 것 같다.
그나저나, 휴일마다 집을 빠져나와서, 오늘은 집에 가서 또 어떻게 마눌 눈치 살피고, 비위를 맞춰줘야 하나. 불쌍한 내 신세...흑흑...
[어린이 날 댄스일기 끝
cbmp
강변마을님~ 꼭 원하시는 바 성취하시길 빕니다. 화이팅입니당.. ^^ 03.05.06 13:03
답글 로라
남의 일기를 훔쳐 보지는 않고, 그냥 보았는데.....괜찮은지요?....경력이 오래되신 것 같지는 않은데 노력이 보통 아니시네요. 저는 아직 그렇게 몇시간씩 해보지 않았는데....반성을 하게 되는군요...빠른 시간내에 발전있으리라 여겨집니다. 힘내십시요!!! 03.05.1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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