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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혁명의 역사를 통해 배우는 혁신의 비밀/혁신은 아이디어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와 경쟁하는 권력만이 혁신을 받아들일 수 있다/석학들이 알려주는 혁신의 조건과 역사의 교훈/혁신이란 무엇인가요?
질문: 혁신이란 무엇인가?
윌리엄 바넷/미국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조직행동학 교수: 혁신이란 새로운 것을 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혁신이라고 하면 성공적인 혁신만 생각합니다. 결과가 좋았던 것만 생각하죠. 하지만 대부분의 혁신은 성공적이지 않습니다. 인간이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시도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사실 성공적인 혁신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제프리 페퍼/미국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조직행동학 교수: 넓은 의미에서 혁신은 새로운 모든 것을 뜻합니다. 조직 운영방식과 생산제품 그리고 그 과정을 뜻하죠. 경영에서 혁신은 아주 중요합니다. 새로운 것을 위해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과 자유가 있어야 하죠. 모순되는 점은 기업에서 새로운 걸 시도하고 혁신하기를 원하지만 사실상 경영 방식에서 통제를 더 많이 한다는 겁니다. 통제를 하는 동시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를 원한다는 점이 모순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기업의 혁신은 사실상 상당히 어렵습니다.
바넷: 혁신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습니다. 먼저 점진적 혁신이 있는데요. 예측 가능한 부분부터 조금씩 변화해 가는 걸 일컫습니다. 현재에서 다음 단계, 또 그 다음 단계로 말이죠. 그런 점에서 점진적 혁신은 예측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술, 제품, 서비스의 점진적 혁신은 로드맵으로 보여줄 수 있어요. 도입된 시기도 설명할 수 있고요. 또 다른 혁신 유형으로 급진적 혁신이 있습니다. 경영 방식의 논리를 바꾸는 혁신이죠. 급진적 혁신은 계획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대체로 갑자기 발생하기 때문이죠. 오늘날 사람들 대부분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당연한 기술로 여깁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이 생겨날 때 애플이나 삼성 같은 일류 기업에서도 스마트폰에 대한 비젼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인터넷이 사람들의 욕구를 즉각적으로 만족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죠. 스마트폰 기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견되었어요. 이런 발견은 사실 예상치 못하게 발생합니다.
---------------따라서 혁신은 창조하는 것이 아닙니다. 발견하는 것입니다-------------
바넷: 훌륭한 혁신은 계획하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점이 기업과 정부 입장에선 문제가 됩니다. 리더의 입장에서는 다음 단계의 혁신을 예측하고 계획하기를 원하니까요. 하지만 계획을 통해 혁신을 유도하는 방법이 훨씬 낫습니다. 즉, 리더가 계획을 통해 혁신을 유도할 때 뭐가 올지 예측하려 들지 말라는 겁니다. 리더가 하는 일은 혁신을 발견하는 데 도움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훌륭한 혁신이 갑자기 우연찮게 이루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훌륭한 혁신은 우연히 발생하는 게 아니에요. 다른 곳 보다 더 혁신적인 기업이나 국가가 있는데요. 혁신이 발생하는 데 필요한 특징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인이라면 일류의 철강회사 포스코를 알고 계실 겁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새로운 한국의 모습을 갖춰나갈 때 포스코에서 국가재건을 도왔는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에서 철을 생산하려면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 기술은 어려웠지만 노동력은 저렴했거든요. 그러나 경영진은 포스코가 첨단기술을 가진 철강회사가 되기를 꿈꿨습니다. 그래서 포스코는 체계와 구조를 갖추고 유능한 기술자들을 고용했어요. 혁신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했습니다. 이로부터 포스코는 중요한 혁신과정을 수차례 거쳤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파이넥스 공법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철강생산을 완전히 바꿔 놓은 공법이죠. 포스코 경영진에서 이런 변화를 예측했던 건 아닙니다. 그들이 한 일은 혁신적인 조직을 만든 거였죠. 즉, 리더의 역할은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발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겁니다.
------------하지만 기존의 장점이 오히려 혁신을 방해합니다-----------
페퍼: 조직의 대다수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과거를 현재로 가져오고 또 미래로 까지 이어가는 거죠. 사회과학, 자연과학 분야에서 확인된 근거를 활용하여 결정을 내리는 조직은 거의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결정을 내리는 거죠.
바넷: 다행인 것은 성공한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분야를 잘 한다는 겁니다. 오늘날 세계 일류 기업들의 양상을 살펴보면 대규모의 기술회사, 제조회사, 운송회사들은 자신들의 분야를 굉장히 잘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 뛰어나면 다른 것을 하고자 시스템을 변경하는 게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죠. 조직이 운영되는 논리 구조는 수익을 내는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기업들이 변화를 거부하는 게 아니에요. 리더들은 똑똑하잖아요. 우수한 교육을 받은 경영진들이고 최고의 경영대학과 공과대학을 졸업했죠. 그들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요. 문제는 그들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가 이미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생산되고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기존과 다른 방식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런데 대기업 혁신의 비결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대기업은 현재 성황을 누리고 있다 할지라도 제픔과 서비스 생산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해봐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그게 좋은 아이디어 같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바로 권력입니다-----------
페퍼: 혁신에 있어서 권력은 아주 중요합니다. 권력 없이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다면 이미 일어났을 것입니다. 혁신을 하려고 한다면 기존질서에 충성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기존의 신념과 행동을 토대로 경력을 쌓으면서 성공한 사람들이 있겠죠. 그래서 혁신을 하고자 한다면 기존세력의 반대를 극복해야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이 필요한 겁니다. 사람들이 권력에 양면적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권력이 부정적으로 비춰지기 때문이에요 권력은 강압이나 물리력과 동등시 되고 종종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권력을 갖고 싶어하고 성공하고 싶어합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기를 원해요. 그러면서도 성공하기 위해 해야하는 행동은 거부합니다. 권력을 갖고자 할 때 자기자신이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거죠.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자원 찾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하거든요. 그러면서도 모든 사람이 자신을 좋아했으면 좋겠고 마음을 솔직하게 얘기하며 진심으로 대하고 싶다고 생각하죠. 스스로 겸손해야 하고 자기 PR에 적극적이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권력을 행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죠. 이렇듯 사람들은 자신을 한계짓고 규정합니다.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양면적인 모습이 있기 때문입니다. 권력을 갖고 싶으면서도 권력을 얻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은 거죠.
---------------갈등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페퍼: 조직의 리더들은 혁신이 일어나는 동안 갈등이 발생할 것을 예상해야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전략이나 선호도 다르니까요. 인텔의 공동설립자인 故앤디 그로브가 말한 건설적인 대립을 권장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고 서로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며 논쟁할 수 있어야죠.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하며 토론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의 법정절차를 생각해 보세요. 판결이 나기까지 검찰과 피고측은 매우 대립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변론과정을 사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그저 한 쪽은 한 편을 변호하고 또 다른 쪽은 다른 편을 변호하는 겁니다. 이런 변론과정이 거듭되거나 판결에 이르는 거죠. 이렇게 대립과 논쟁을 통해 더 나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더 나은 혁신을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논쟁과 갈등을 수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트럼프는 오바마 보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더 영향력 있는 대통령이었습니다. 오바마는 인품이 훌륭하고 현명하며 진실된 대통령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대통령직 임기 말에 민주당은 주 의회에서 수천 석을 잃었고 상원에서도 자리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바마가 잘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오바마 대통령이 분명하고 간결하게 소통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반면 트럼프에겐 끊임없는 반복의 힘이 있었어요. 거짓말이라도 계속 얘기하면 사람들이 믿게 된다는 연구가 있어요. 방법은 단순합니다. 뭔가를 계속 듣게 되면 거기 익숙해지는 거예요. 그리고 익숙한 것을 사실이라고 믿게 되죠. 공화당의 메세지는 트럼프를 일으켰습니다. 공화당은 한 때 자유무역과 대기업을 옹호했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게 되었어요. 포퓰리즘 정당이 되었죠. 트럼프에게 사람들을 동원하고 움직이는 힘이 있었습니다. 또한 트럼프는 오바마가 하지 않은 일을 했어요. 제 친구 중에 2008년 캘리포니아 오바마 선거 캠프에서 의장으로 활동한 친구가 있는데요. 백악관에 들어가면서 제게 묻더라고요.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해줘야 하냐고요. 그래서 대통령이 더 비열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해줬습니다. 권력을 휘두르지않고, 단순히 쥐고만 있어야 한다는 잘못된 통념입니다. 권력은 사용해야 합니다. 길을 반대하고 방해하는 사람들에겐 그에 걸맞은 결과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트럼프 사람들은 밀어 붙이는 일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뉴욕주의 뉴욕시 대부분을 건설한 공원 감독관 故로버트 모세처럼요. 로버트 모세는 정말 강압적으로 추진했어요. 건설에 사용하는 불도저 처럼 밀고 나갔죠. 하지만 트럼프는 훨씬 더 강압적이었어요. 트럼프의 강제성에 부정적이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긍정적인 사람들도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죠.
-------------위기의식은 기득권을 포기하게 만들고 혁신을 촉진합니다-------------
페퍼: 위기감은 리더가 버닝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전달했을 때 생겨납니다. 상황을 설명할 때 즉각적이고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느끼게끔 만드는 거죠. 이를 테면 비행기가 추락하고 있다거나 배에 불이 났다거나 적이 쳐들어오기 직전이라고요. 스티브 잡스도 마이크로 소프트 같은 경쟁 기업을 통해 이 방법을 잘 활용했어요. 조직의 존립이 위험에 처했다는 분위기를 만들면 사람들은 서로 협력하며 일을 추진하게 됩니다.
바넷: 위기감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에요. 두 가지가 필요한데요. 첫번째는 경쟁입니다. 하지만 경쟁만으로는 부족해요. 전략 역시 필요합니다. 전략은 리더가 제시하는 방향입니다. 직원들이 매일 하는 일은 기업 전체의 일 중 작은 부분일 뿐이에요. 사무 직원은 캐비닛에 파일을 정리합니다. 제품개발 직원은 제품포장을 하고요. 이렇듯 기업 내에는 많은 종류의 일들이 있습니다. 리더의 역할은 조직 내의 모두가 알도록 하는 거예요. 자신의 일이 회사의 성공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요. 군지휘관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모두가 장군이 될 수는 없지만 장군은 모두에게 알려줄 수 있어요. 병사들의 직무가 훌륭한 부대를 만드는데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를요. 그렇게 훌륭한 군부대나 스포츠 팀처럼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도하는 거예요. 그러니 위기감도 중요하지만 방향성도 필요해요. 방향성이 없다는 건 축구팀에 코치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선수들의 실력이 좋아도 발휘하는 방법을 모르니 경쟁에서 이길 수 없죠.
-----------경쟁은 혁신을 강제하는 촉진제입니다------------
바넷: 기업이 경쟁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 생각이 잘못됐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경영자 입장에선 경쟁이 없는 것이 편해요.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정말 경쟁을 피하는 게 좋다고 믿으시나요? 이 질문에 대해 여러분 자식의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자식이 경쟁이 없는 편한 학교에 다니기를 원하시나요? 경쟁에서 보호하고 싶으신가요? 만약 아들이 집에 와서는 “오늘은 게임 못 해요” 중요한 시험이 있어서 공부해야 돼요 라고 한다면 정말 좋겠죠. 이렇게 말하는 부모는 없을 겁니다. “괜찮아 엄마 아빠가 경쟁에서 보호해 줄 테니;” “가서 게임해도 돼” 좋은 부모라면 그렇게 얘기하지 않아요.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고요. 아이들은 잘 할 수 있도록 배워야 합니다. 경쟁할 수 있도록요. 부모가 없더라도 잘 살 수 있게 말입니다. 직장의 경우로 넘어가 보죠. 회사가 경쟁해선 안 된다고 말하실 겁니까? 그러지 않으실 거잖아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회사는 경쟁을 통해 발전합니다. 기업간 경쟁에서 이겼을 때 훌륭한 제품이 탄생한다는 걸 아실 겁니다. 한국의 일류회사들이 가장 좋은 예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한국은 작고 변변찮은 경제국으로 남을 수도 있었어요. 규모만 봐도 중국, 브라질, 미국, 인도 같은 큰 국가들에 비해 작잖아요. 하지만 한국 정부가 기업 경영진들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기를 꿈꿨기 때문에 목표를 높게 잡았습니다. 그게 바로 경쟁의 효과입니다. 경쟁을 하면 성과의 수준도 높아집니다. 물론 경쟁하지 않는 게 더 편하겠죠. 하지만 경쟁을 통해 성과가 높아지고 발전할 수 있는 겁니다. 아이들도, 회사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히 누군가 발전하면 경쟁자도 발전합니다. 경쟁자가 발전하면 상대는 또 발전해야 하죠. 이렇게 끝없이 경쟁하는 걸 붉은 여왕 경쟁이라고 합니다. 붉은 여왕 경쟁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진화론 때문인데요. 진화론에서 이런 이름이 생겨났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붉은 여왕의 세상에서는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계속 움직여야 하거든요. 이는 세계 일류 회사들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안드로이드에게 최고의 사건은 iOS고요. iOS에게 최고의 사건은 안드로이드입니다. 애플이 성장할 때마다 삼성도 성장하고 구글이 성장할 때마다 애플이 성장합니다. 이런 붉은 여왕 경쟁원리가 모두를 발전하게 만들어 주는 겁니다. 저도 블루오션 이론에 좋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시장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요. 새로운 시장의 발견은 모두에게 이롭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고서 그 시장을 유지하고 보호하기만 하는 건 위험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고 싶어 해요. 그리고 다른 이들도 그 시장에 참여하길 원하죠. 그 결과 붉은 여왕경쟁이 생겨나면서 시장이 더 활성화됩니다. 애플의 경우를 생각해보죠. 애플이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은 블루오션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건 혁신이었죠. 초기 애플은 전화가 되는 아이팟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넷도 할 수 없었고 아이튠즈나 앱스토어도 없었죠. 지금처럼 앱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지금 있는 iOS도 그때는 없었어요. 이 모든 것은 나중에 개발된 겁니다. iOS가 개발되자 안드로이드가 개발됐고 iOS는 더 발전했죠. 그러자 안드로이드가 또 발전했고요. 스마트폰을 훌륭하게 만든 건 이런 경쟁이지, 블루오션이 아닙니다.
------------유럽이 화약 혁명에 성공한 이유도 경쟁입니다------------
제프리 파커/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전쟁사 교수: 오래전, 아놀드 토인비는 도전과 응전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도전과 응전이 문명 흥망성쇠의 열쇠라는 거죠. 토인비는 문제를 깨달은 즉시 대응하는 것이 문명생존과 번영의 핵심이라 생각했습니다. 유럽의 군사문제에서도 도전과 응전이 있었습니다. 왜 그들이 도전과 응전에 능했을까요?항상 싸웠기 때문입니다. 혁신하지 않으면 결국은 파멸하기 때문입니다. 발전하지 않으면, 적의 군사력에 대등하게 맞서지 못하면 결국 멸망합니다. 파괴당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군사력에 투자해야 하는 겁니다. 상대가 투자하면 투자해야죠. 발전하지 않으면 결국 멸망하는 겁니다. 전쟁은 파괴하기 위해 싸우는 겁니다. 상대를 이기고, 전복시키는 게 목적이죠. 적과 비등하지 않으면 죽고 마는 거예요. 그 많은 돈을 군사력에 투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발전하지 않으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거든요. 기사 군단이나 군대에서 새로운 전투기술을 개발하면 다른 이들도 자극 받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게 되죠.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로 세력을 확장해 갈 때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이 유럽의 강점이었습니다. 적을 맞닥뜨렸을 때 아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죠. 16~17세기 아시아에서 이와 같은 양상을 취한 국가는 일본뿐이었습니다. 일본도 16세기에 센고쿠 라는 전국 시대를 겪었습니다. 그래서 화약의 장점을 알고 있었죠. 일본도 유럽처럼 대포, 총, 방어시설을 받아들였습니다. 전쟁이 계속 일어났기 때문이죠. 당면한 모든 과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승리에 결정적입니다. 저는 이 점에서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이라면 발전해야만 합니다. 전쟁의 목적은 상대를 이기는 거예요.적을 이기려면 적보다 뛰어나야 합니다. 더 체계적이어야 하고, 군사도 더 많아야 하며 더 좋은 무기를 더 많이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싸움이 지속될수록 필요한 게 계속해서 생기는 거죠. 무기 생산자들은 계속해서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거고요. 전쟁이 지속되는 게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되는 전쟁이 어떻게 유럽을 발전시켰는가에 대한 답이 될 수는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끊임없는 물자공급이 가능했습니다. (그들이 당면한) 도전과제에 대응하기 위함이었죠. 전쟁은 새로운 도전 과제에 신속히 대응하게끔 만들었습니다. 적이 새로운 전투 기술이나 무기를 개발하면 유럽국가들은 아주 빠르게 모방할 수 있었어요. 기반시설이 이미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필립 호프만/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경영경제 및 역사학 교수: 화약 기술은 중국에서 발명됐어요. 중국, 한국, 일본, 인도, 중동에서 능숙하게 사용 됐죠. 하지만 유럽이 정복자가 될 수 있었던 건 이 기술을 누구보다도 많이 발전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활 수 있었던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지정학적 이점이 있었죠. 유럽 국가들이 작았다는 거에요. 그게 유럽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최신 기술이 잘 확산될 수 있었거든요. 국가의 크기가 작으니 이웃 국가가 무얼 하는지 알기가 쉬웠어요. 전투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지만 곳곳에 심어놓은 스파이를 활용하기도 했죠. 하나의 큰 국가가 지배하는 경우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중국 청나라 같은 큰 국가가 있다면 전쟁은 많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전투를 통해 적을 관찰하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듭니다. 새로운 군사기술을 시도해 볼 기회도 적어지죠.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작았기 때문에 군인, 선원, 발명가들이 쉽게 오갈 수 있었어요. 일례로, 프랑스는 18세기에 스위스 대포제조자를 고용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화기 제조업이 발전할 수 있었죠. 유럽에서는 수 세기 동안 이런 일들이 이루어져 왔어요. 중국처럼 통일된 큰 국가가 동아시아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선 이렇게 하기가 훨씬 어렵죠. 결국, 작은 국가 규모가 동아시아와 유럽 간 중요한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아시아는 왜 뒤떨어졌는가?-----------------
호프만: 첫 번째 이유는 중국이 지배적 패권국이었을 때 청나라 왕조가 안정을 찾은 후 아시아엔 전쟁이 줄었습니다. 1700년대 전쟁이 줄면서 전쟁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줄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게 유일한 이유는 아니었어요. 두번째 이유는 발전하려면 전쟁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중국은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전쟁을 겪으며 배울 기회가 없었던 거죠. 세번째 문제는 화약 기술에 많이 투자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중국은 유목민들의 침입 위협에 맞서고 있었기 때문에 화약기술 보단 기마 궁수와 경비병에 투자했어요. 심지어 유목민들이 17세기 중반 화기를 사용할 때도 중국은 기마 궁수와 경비병에 투자했어요. 이런 복합적인 이유들로 인해 화약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제는 기술의 선도자에게서 배워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과거 중국은 화약 기술 분야의 선도국가였습니다. 일본도 한때는 선도국가였고요. 한국도 화약 기술을 발전시켰었어요. 하지만 동아시아에서 전쟁이 줄며 화약 기술에 지출하는 비용도 줄어들자 아시아 국가들이 뒤쳐지기 시작했습니다. 훨씬 앞서간 유럽 선도자들을 따라잡기 어려웠겠죠. 대만을 정복한 정성공 같은 유능한 장군이나 유럽 지도자가 있었다면 오래 걸리더라도 따라 잡을 수 있었겠죠.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의 중국 상황은 그랬습니다. 유럽의 훌륭한 화기나 화승총을 빠르게 모방했어요.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말이죠. 메이지 유신 이후의 일본도 비슷했어요. 1800년대말, 일본은 세계의 군사강국이 됩니다. 하루 아침에 그렇게 된 게 아니예요. 시간이 걸렸죠. 수십년이 걸렸어요. 여기에 마지막 이유가 있습니다. 아시아 강국들은 최고의 기술을 배우기가 어려웠어요.
토니오 안드레이드/미국 에모리 대학교 역사학 교수: 청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군사강국이었습니다. 엄청난 넓이의 영토를 정복했고 러시아를 물리쳤죠. 세계의 어떤 군사와도 맞서 싸울 수 있었고 유럽 국가와 겨뤘어도 아마 승리했을 겁니다. 하지만 상황은 1700년대 중반부터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랫을까요? 1700년대 중반에 청나라가 모든 면에서 뛰어났기 때문일 것입니다. 주변의 적은 모두 무찔렀기에 두려워할 상대가 없었죠. 몽골군도 물리쳤고 티베트와 오늘날 신장이라 부르는 극서부 지방도 정복했어요. 그러다 보니 군사를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가 없었던 거죠. 강대국이었으니까요. 왜 군사력에 투자를 하겠어요? 무기에 투자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잖아요. 나라가 평화롭고 강대국인데 뭐 하러 투자하겠습니까?: 한국의 경우도 그러했습니다. 청나라의 평화 속에서 지내고 있었죠. 16~17세기 일본과 전쟁을 치르고 청나라와 전쟁을 치룬 후에는 한국 역시 평화로웠고 일본도 마찬가지였죠. 1600년대 이후 일본의 도쿠가와 막부시대는 기본적으로 평화로운 시대였습니다. 1600년대 초반에 반란이 몇 번 있긴 했지만 그 후엔 평화로웠어요. 그동안 유럽은 계속 전쟁을 해왔습니다. 영국은 프랑스와 싸웠고 프랑스는 모든 나라와 사웠습니다. 특히 나폴레옹 전쟁에서요. 동아시아가 비교적 평화로울 때 유럽은 전쟁을 위해 계속해서 무기를 발전시켰어요. 그러다보니 18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동아시아가 뒤처지게 된 겁니다. 유럽에서 전쟁을 준비하는 동안 동아시아는 그러지 않았으니까요. 아시아의 유교사상 때문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으레 원인으로 생각해 왔던 과학에 대한 반감이나 낙후된 문화 때문도 아니고요. 그저 싸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839년에 영국과 전쟁을 하게 되면서 동아시아에서 다시 군사혁명이 시작되었습니다.
-----------------혁신을 위한 리더쉽은 무엇인가?--------------
페퍼: 훌륭한 리더의 특성은 우선 에너지입니다. 어떤 일을 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한데 에너지는 쉽게 전달되죠. 다른 사람보다 오래 견딜 수 있는 능력은 중요하고 에너지가 열정으로 사람들을 독려하는 능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에너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훌륭한 리더의 두번째 특성은 갈등을 포용하는 겁니다. 때때로 반대가 있기 마련이죠.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반대하는 사람은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갈등을 싫어합니다.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추진하지 않죠. 리더의 두번째 특성이 여기 있습니다. 반대하는 사람들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이죠. 세번째 특성은 역지사지의 태도입니다.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협상할 땐 상대가 무엇을 원해서 이런 요구를 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의 관심사를 두고 협상하고자 한다면 그게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하죠. 그러니까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훌륭한 리더의 세번째 특성입니다. 네번째 특성은 두 가지인데 끈기와 회복력입니다. 대부분의 계획이나 일에는 실패와 차질이 발생합니다. 前샌프란시스코 시장인 윌리 브라운은 첫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졌습니다. 대변인에 처음 지원했을 때도 떨어졌고요. 조직은 때로 어려움을 직면하는데요. 그런 어려움을 극복한 유일한 방법은 끈기와 회복력입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리더에게 아주 중요한 덕목입니다.
바넷: 혁신에는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인사능력입니다. 그 사라에게 제일 적합한 일을 맡길 줄 알아야 합니다. 우마나 일을 하게 해선 안 됩니다. 그 사람이 그 일에 적합한지 따질 줄 알아야 합니다. 일을 하면서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거죠. 직장에 오는 게 즐거울 수 있도록 말입니다. 두번째는 시스템과 과정입니다. 조직은 서로 배우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과 과정이 갖추어져 있을 때 성공합니다.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것처럼 단순한 시스템일 수도 있고 또는 회의가 필요할 땐 하되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땐 회의를 안 하는 시스템일 수도 있어요. 세번째는 조직의 문화입니다. 실험에 보상이 따르고 실패를 배움의 과정으로 간주하는 조직문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리더가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출 수 있다면 즉, 인사능력, 효율적인 시스템과 과정, 혁신적인 조직 문화를 갖출 수 있다면 그 조직은 성공할 겁니다.
-----------------실패는 혁신의 어머니입니다---------------
바넷: 혁신을 늘리기 위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것은 합의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보상하는 겁니다.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대부분의 혁신, 특히 작고 점진적인 혁신들은 합의된 혁신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동의한 혁신이죠. 이런 건 쉬운 혁신이에요. 합의된 헉신이기에 아무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합의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시도하는 게 어려운 혁신입니다. 합의되지 않은 아이디어는 많은 사람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가 잘못됐다고 논쟁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록 더 시도해 봐야 합니다. 합의되지 않은 아이디어는 잘못된 생각일 때가 많아요. 하지만, 성공하기만 하면 획기적입니다. 돌파구가 되는 거죠.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을 실패입니다. 다시 한번, 이를 자녀와 관련해 생각해 보도록 하죠. 만약 자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 봤다면 자녀의 의욕을 꺾을게 아니라 가르쳐주고 도와주려 하겠죠. 용기를 북돋아 주려 하겠죠. 실패를 해야만 배울 수 있으니까요.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가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다는 것은 모험을 한 적도 없다는 뜻이에요. 회사가 모험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혁신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침체되어 있다는 거죠. 실패는 배움의 첫 단계입니다. 우리는 상황이 예상을 빗나갈 때 배우게 됩니다. 예상하는 대로만 일이 일어난다면 배우는 것도 없어요. 그저 멈춰있는 거죠. 그래서 회사에서 겪는 실패는 배움의 과정이어야 하며 이를 실현할 수 있을지는 바로 리더에게 달려 있습니다. 사람들은 똑똑합니다. 직장에서 실패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절대 도전하려 하지 않을게요. 직장을 잃을 순 없으니까요. 퇴근 후 가족에게 위험을 감수했다가 잘렸어 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건 정말 끔찍하죠. 누구도 그렇게 하고 싶어하진 않아요. 그러니 직원들은 리더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면 조심스럽게 행동하면서 절대 위험을 감수하려들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혁신도 절대 일어나지 않겠죠. 도전과 모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리더는 총명한 자녀를 천재로 키워내는 부모와 같습니다. 조직이 이런 천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실패를 했다고 벌을 받는게 아니라 실패를 통해 학습하고 훈련할 수 있게 해야 해요.
파커: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똑똑한 사람은 하면 안 되는 뭔지를 잘 안다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성공을 공부하는 것보다 실패를 공부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거죠. 성공한 사람이 어떻게 성공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어요. 변수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왜 실패했는지는 알 수 있기 때문에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할 수 있죠. 역사는 엄격한 선생님과 같아요. 냉혹한 스승이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잘 알려주지 못합니다.
더글러스 스트루샌드/미국 콴티코 해병대 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 인간은 실수를 통해 배웁니다. 배우기 위해 때로는 같은 실수를 100번 반복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실수를 통해 배우죠. 역사는 과거의 실수에 대한 기록입니다. 다른 이들의 실수를 통해 배운다면 우리가 실수하는 횟수를 줄일 수 있겠죠. 훌륭한 영국 화가 터너는 나는 한번의 실수도 헛되이 쓴 적 없다라고 했습니다.
------------마지막 조언----------
바넷: 사람과 회사 간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경쟁이 성장에 이롭다는) 제 의견은 회사에 적용되는 이야깁니다. 회사는 경쟁해야 해요. 하지만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보호받고 있다고 느껴야 합니다. 실패와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보호받아야 하죠. 스포츠 팀을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토트넘이 경쟁하길 원합니다. 하지만 토트넘 선수들 간에는 형재애가 있어요. 서로 보살피고 도와 주죠. 다른 팀과는 경쟁하지만 팀 내에서는 서로 협력하는 겁니다. 조직 자체에는 경쟁이 도움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은 협동과 배려입니다. 아모레 퍼시픽이 직원들을 대우하는 방식을 보죠. 아모레 퍼시픽에서는 여성 임원들이 승진을 하는데요. 한국 호사에선 아주 드문 일이죠.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직원들의 삶을 더 좋게 만들어줘요. 직원들은 일을 잘 하면 승진이나 임금인상 또는 보상이 있다는 걸 압니다. 회사로부터 보살핌을 받는 거죠. 그래서 저는 모든 경영자들에게 직원을 존중하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들을 보살펴주고 보호해주라고 합니다.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경쟁하라고 합니다. 이 둘은 완전히 별 개죠.
페퍼: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요. 한국 분들께 이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첫째로 혁신을 하는데 권력이 필요하다면 권력을 갖고, 사용하는 방법을 회사나 대학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겁니다. 권력은 조직의 숨겨진 진실이 아니라 성공의 비결입니다. 그러니 학교와 회사에서 권력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합니다. 어떻게 권력을 만들고 사용할지에 대한 교육이요. 이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고요. 둘째로 카지노를 운영했던 제 친구 게리 러브만이 한 말인데요. 인기를 얻고 싶다면 애완견에게 받으세요. (타인과의) 관계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발전할 수 없습니다. (EBS 다큐프라임 1422회 강제혁신 3부 혁신의 조건에서 정리).
① 화약 혁명의 역사를 통해 배우는 혁신의 비밀/혁신은 아이디어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와 경쟁하는 권력만이 혁신을 받아들일 수 있다/석학들이 알려주는 혁신의 조건과 역사의 교훈/혁신이란 무엇인가요?
혁신이란 무엇인가? 혁신이란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혁신이라고 하면 성공적인 혁신만 생각한다. 결과가 좋았던 것만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혁신은 성공적이지 않다. 인간이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시도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사실 성공적인 혁신은 그리 많지 않다.
넓은 의미에서 혁신은 새로운 모든 것을 뜻한다. 조직 운영방식과 생산제품 그리고 그 과정을 뜻한다. 경영에서 혁신은 아주 중요하다. 새로운 것을 위해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과 자유가 있어야 한다. 모순되는 점은 기업에서 새로운 걸 시도하고 혁신하기를 원하지만 사실상 경영 방식에서 통제를 더 많이 한다. 통제를 하는 동시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를 원한다는 점이 모순이다. 그래서 기업의 혁신은 사실상 상당히 어렵다.
혁신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 먼저 점진적 혁신이 있다. 예측 가능한 부분부터 조금씩 변화해 가는 걸 일컫는다. 현재에서 다음 단계, 또 그 다음 단계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점진적 혁신은 예측 가능하다. 기술, 제품, 서비스의 점진적 혁신은 로드맵으로 보여줄 수 있다. 도입된 시기도 설명할 수 있다. 또 다른 혁신 유형으로 급진적 혁신이 있다. 경영 방식의 논리를 바꾸는 혁신이다. 급진적 혁신은 계획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대체로 갑자기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람들 대부분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당연한 기술로 여긴다. 하지만 이런 기술이 생겨날 때 애플이나 삼성 같은 일류 기업에서도 스마트폰에 대한 비젼이 있었던 건 아니다. 인터넷이 사람들의 욕구를 즉각적으로 만족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스마트폰 기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견되었다. 이런 발견은 사실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혁신은 창조하는 것이 아닙니다. 발견하는 것입니다/ 훌륭한 혁신은 계획하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점이 기업과 정부 입장에선 문제가 된다. 리더의 입장에서는 다음 단계의 혁신을 예측하고 계획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계획을 통해 혁신을 유도하는 방법이 훨씬 낫다. 즉, 리더가 계획을 통해 혁신을 유도할 때 뭐가 올지 예측하려 들지 말라는 거다. 리더가 하는 일은 혁신을 발견하는 데 도움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훌륭한 혁신이 갑자기 우연찮게 이루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훌륭한 혁신은 우연히 발생하는 게 아니다. 다른 곳 보다 더 혁신적인 기업이나 국가가 있다. 혁신이 발생하는 데 필요한 특징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예를 들면 한국인이라면 일류의 철강회사 포스코를 알고 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새로운 한국의 모습을 갖춰나갈 때 포스코에서 국가재건을 도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에서 철을 생산하려면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기술은 어려웠지만 노동력은 저렴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포스코가 첨단기술을 가진 철강회사가 되기를 꿈꿨다. 그래서 포스코는 체계와 구조를 갖추고 유능한 기술자들을 고용했다. 혁신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했다. 이로부터 포스코는 중요한 혁신과정을 수차례 거쳤다. 그중 하나가 바로 파이넥스 공법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철강생산을 완전히 바꿔 놓은 공법이다. 포스코 경영진에서 이런 변화를 예측했던 건 아니다. 그들이 한 일은 혁신적인 조직을 만든 거였다. 즉, 리더의 역할은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발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다.
하지만 기존의 장점이 오히려 혁신을 방해합니다/ 조직의 대다수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과거를 현재로 가져오고 또 미래로 까지 이어가는 거다. 사회과학, 자연과학 분야에서 확인된 근거를 활용하여 결정을 내리는 조직은 거의 없다. 그냥 그렇게 결정을 내리는 거다.
다행인 것은 성공한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분야를 잘 한다. 오늘날 세계 일류 기업들의 양상을 살펴보면 대규모의 기술회사, 제조회사, 운송회사들은 자신들의 분야를 굉장히 잘 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 뛰어나면 다른 것을 하고자 시스템을 변경하는 게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조직이 운영되는 논리 구조는 수익을 내는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되어 있다. 기업들이 변화를 거부하는 게 아니다. 리더들은 똑똑하다. 우수한 교육을 받은 경영진들이고 최고의 경영대학과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그들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문제는 그들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가 이미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생산되고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기존과 다른 방식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다. 그런데 대기업 혁신의 비결이 바로 여기 있다. 대기업은 현재 성황을 누리고 있다 할지라도 제픔과 서비스 생산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해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그게 좋은 아이디어 같지 않더라도 말이다.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바로 권력입니다/ 혁신에 있어서 권력은 아주 중요하다. 권력 없이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다면 이미 일어났을 것이다. 혁신을 하려고 한다면 기존질서에 충성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기존의 신념과 행동을 토대로 경력을 쌓으면서 성공한 사람들이 있겠다. 그래서 혁신을 하고자 한다면 기존세력의 반대를 극복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권력에 양면적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권력이 부정적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권력은 강압이나 물리력과 동등시 되고 종종 실제로도 그렇다. 사람들은 권력을 갖고 싶어하고 성공하고 싶어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기를 원한다. 그러면서도 성공하기 위해 해야하는 행동은 거부한다. 권력을 갖고자 할 때 자기자신이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거다.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자원 찾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모든 사람이 자신을 좋아했으면 좋겠고 마음을 솔직하게 얘기하며 진심으로 대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겸손해야 하고 자기 PR에 적극적이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 권력을 행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사람들은 자신을 한계짓고 규정한다.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양면적인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갖고 싶으면서도 권력을 얻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② 갈등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조직의 리더들은 혁신이 일어나는 동안 갈등이 발생할 것을 예상해야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전략이나 선호도 다르다. 인텔의 공동설립자인 故앤디 그로브가 말한 건설적인 대립을 권장해야 한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고 서로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며 논쟁할 수 있어야한다.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하며 토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법정절차를 생각해 보자. 판결이 나기까지 검찰과 피고측은 매우 대립적인 관계에 있다. 하지만 변론과정을 사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한 쪽은 한 편을 변호하고 또 다른 쪽은 다른 편을 변호한다. 이런 변론과정이 거듭되거나 판결에 이르는 거다. 이렇게 대립과 논쟁을 통해 더 나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더 나은 혁신을 할 수 있는 거다. 그래서 논쟁과 갈등을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트럼프는 오바마 보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더 영향력 있는 대통령이었다. 오바마는 인품이 훌륭하고 현명하며 진실된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그의 대통령직 임기 말에 민주당은 주 의회에서 수천 석을 잃었고 상원에서도 자리를 잃었다. 그리고 오바마가 잘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오바마 대통령이 분명하고 간결하게 소통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트럼프에겐 끊임없는 반복의 힘이 있었다. 거짓말이라도 계속 얘기하면 사람들이 믿게 된다는 연구가 있다. 방법은 단순하다. 뭔가를 계속 듣게 되면 거기 익숙해지는 거다. 그리고 익숙한 것을 사실이라고 믿게 된다. 공화당의 메세지는 트럼프를 일으켰다. 공화당은 한 때 자유무역과 대기업을 옹호했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게 되었다. 포퓰리즘 정당이 되었다. 트럼프에게 사람들을 동원하고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또한 트럼프는 오바마가 하지 않은 일을 했다. 2008년 캘리포니아 오바마 선거 캠프에서 의장으로 활동한 친구가 있다. 백악관에 들어가면서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해줘야 하냐. 대통령이 더 비열해질 필요가 있다. 권력을 휘두르지않고, 단순히 쥐고만 있어야 한다는 잘못된 통념이다. 권력은 사용해야 한다. 길을 반대하고 방해하는 사람들에겐 그에 걸맞은 결과가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트럼프 사람들은 밀어 붙이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뉴욕주의 뉴욕시 대부분을 건설한 공원 감독관 故로버트 모세처럼. 로버트 모세는 정말 강압적으로 추진했다. 건설에 사용하는 불도저 처럼 밀고 나갔다. 하지만 트럼프는 훨씬 더 강압적이었다. 트럼프의 강제성에 부정적이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긍정적인 사람들도 있었기에 가능했다.
위기의식은 기득권을 포기하게 만들고 혁신을 촉진합니다/ 위기감은 리더가 버닝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전달했을 때 생긴다. 상황을 설명할 때 즉각적이고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느끼게끔 만드는 거다. 이를 테면 비행기가 추락하고 있다거나 배에 불이 났다거나 적이 쳐들어오기 직전이라고. 스티브 잡스도 마이크로 소프트 같은 경쟁 기업을 통해 이 방법을 잘 활용했다. 조직의 존립이 위험에 처했다는 분위기를 만들면 사람들은 서로 협력하며 일을 추진하게 된다.
위기감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번째는 경쟁이다. 하지만 경쟁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략 역시 필요하다. 전략은 리더가 제시하는 방향이다. 직원들이 매일 하는 일은 기업 전체의 일 중 작은 부분일 뿐이다. 사무 직원은 캐비닛에 파일을 정리한다. 제품개발 직원은 제품포장을 하고. 이렇듯 기업 내에는 많은 종류의 일들이 있다. 리더의 역할은 조직 내의 모두가 알도록 하는 거다. 자신의 일이 회사의 성공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군지휘관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모두가 장군이 될 수는 없지만 장군은 모두에게 알려줄 수 있다. 병사들의 직무가 훌륭한 부대를 만드는데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를. 그렇게 훌륭한 군부대나 스포츠 팀처럼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도하는 거다. 그러니 위기감도 중요하지만 방향성도 필요하다. 방향성이 없다는 건 축구팀에 코치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선수들의 실력이 좋아도 발휘하는 방법을 모르니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경쟁은 혁신을 강제하는 촉진제입니다/ 기업은 경쟁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생각이 잘못됐다. 경영자 입장에선 경쟁이 없는 것이 편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정말 경쟁을 피하는 게 좋은가. 이 질문에 대해 여러분 자식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자식이 경쟁이 없는 편한 학교에 다니기를 원하시나. 경쟁에서 보호하고 싶으신가. 만약 아들이 집에 와서는 “오늘은 게임 못 해요” 중요한 시험이 있어서 공부해야 돼요 라고 한다면 정말 좋겠다. 이렇게 말하는 부모는 없을 거다. “괜찮아 엄마 아빠가 경쟁에서 보호해 줄 테니;” “가서 게임해도 돼” 좋은 부모라면 그렇게 얘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아이들은 잘 할 수 있도록 배워야 한다. 경쟁할 수 있도록. 부모가 없더라도 잘 살 수 있게 말이다. 직장의 경우로 넘어가 보자. 회사가 경쟁해선 안 된다고 말하실 겁니까. 그러지 않으실 거다.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회사는 경쟁을 통해 발전한다. 기업간 경쟁에서 이겼을 때 훌륭한 제품이 탄생한다. 한국의 일류회사들이 가장 좋은 예다. 생각해 보자. 한국은 작고 변변찮은 경제국으로 남을 수도 있었다. 규모만 봐도 중국, 브라질, 미국, 인도 같은 큰 국가들에 비해 작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기업 경영진들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기를 꿈꿨기 때문에 목표를 높게 잡았다. 그게 바로 경쟁의 효과다. 경쟁을 하면 성과의 수준도 높아진다. 물론 경쟁하지 않는 게 더 편하다. 하지만 경쟁을 통해 성과가 높아지고 발전할 수 있다. 아이들도, 회사도 이와 마찬가지다. 당연히 누군가 발전하면 경쟁자도 발전한다. 경쟁자가 발전하면 상대는 또 발전해야 한다. 이렇게 끝없이 경쟁하는 걸 붉은 여왕 경쟁이라고 한다. 붉은 여왕 경쟁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진화론 때문이다. 진화론에서 이런 이름이 생겨났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의 이름에서 따왔다. 붉은 여왕의 세상에서는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계속 움직여야 한다. 이는 세계 일류 회사들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안드로이드에게 최고의 사건은 iOS고. iOS에게 최고의 사건은 안드로이드다. 애플이 성장할 때마다 삼성도 성장하고 구글이 성장할 때마다 애플이 성장한다. 이런 붉은 여왕 경쟁원리가 모두를 발전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블루오션 이론에 좋은 부분이 있다. 새로운 시장을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의 발견은 모두에게 이롭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고서 그 시장을 유지하고 보호하기만 하는 건 위험하다.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그 시장에 참여하길 원한다. 그 결과 붉은 여왕경쟁이 생겨나면서 시장이 더 활성화된다. 애플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애플이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은 블루오션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건 혁신이었다. 초기 애플은 전화가 되는 아이팟에 불과했다. 인터넷도 할 수 없었고 아이튠즈나 앱스토어도 없었다. 지금처럼 앱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있는 iOS도 그때는 없었다. 이 모든 것은 나중에 개발되었다. iOS가 개발되자 안드로이드가 개발됐고 iOS는 더 발전했다. 그러자 안드로이드가 또 발전했고. 스마트폰을 훌륭하게 만든 건 이런 경쟁이지, 블루오션이 아닙다.
③ 유럽이 화약 혁명에 성공한 이유도 경쟁입니다/ 오래전, 아놀드 토인비는 도전과 응전 이론을 제시했다. 도전과 응전이 문명 흥망성쇠의 열쇠라는 거다. 토인비는 문제를 깨달은 즉시 대응하는 것이 문명 생존과 번영의 핵심이라 생각했다. 유럽의 군사문제에서도 도전과 응전이 있었다. 왜 그들이 도전과 응전에 능했을까. 항상 싸웠기 때문이다. 혁신하지 않으면 결국은 파멸하기 때문이다. 발전하지 않으면, 적의 군사력에 대등하게 맞서지 못하면 결국 멸망한다. 파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군사력에 투자해야 한다. 상대가 투자하면 나도 투자해야 한다. 발전하지 않으면 결국 멸망한다. 전쟁은 파괴하기 위해 싸우는 거다. 상대를 이기고, 전복시키는 게 목적이다. 적과 비등하지 않으면 죽고 마는 거다. 그 많은 돈을 군사력에 투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발전하지 않으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기사 군단이나 군대에서 새로운 전투기술을 개발하면 다른 이들도 자극 받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로 세력을 확장해 갈 때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이 유럽의 강점이었다. 적을 맞닥뜨렸을 때 아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16~17세기 아시아에서 이와 같은 양상을 취한 국가는 일본뿐이었다. 일본도 16세기에 센고쿠 라는 전국 시대를 겪었다. 그래서 화약의 장점을 알고 있었다. 일본도 유럽처럼 대포, 총, 방어시설을 받아들였다. 전쟁이 계속 일어났기 때문이다. 당면한 모든 과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승리에 결정적이다. 이 점에서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이 매우 중요하다.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이라면 발전해야만 한다. 전쟁의 목적은 상대를 이기는 거다. 적을 이기려면 적보다 뛰어나야 한다. 더 체계적이어야 하고, 군사도 더 많아야 하며 더 좋은 무기를 더 많이 가져야 한다. 그래서 싸움이 지속될수록 필요한 게 계속해서 생기는 거다. 무기 생산자들은 계속해서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거다. 전쟁이 지속되는 게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되는 전쟁이 어떻게 유럽을 발전시켰는가에 대한 답이 될 수는 있다. 전쟁으로 인해 끊임없는 물자공급이 가능했다. 그들이 당면한 도전과제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전쟁은 새로운 도전 과제에 신속히 대응하게끔 만들었다. 적이 새로운 전투 기술이나 무기를 개발하면 유럽국가들은 아주 빠르게 모방할 수 있었다. 기반시설이 이미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화약 기술은 중국에서 발명됐다. 중국, 한국, 일본, 인도, 중동에서 능숙하게 사용됐다. 하지만 유럽이 정복자가 될 수 있었던 건 이 기술을 누구보다도 많이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그렇게 활 수 있었던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지정학적 이점이 있었다. 유럽 국가들이 작았다. 그게 유럽에 도움이 되었다. 최신 기술이 잘 확산될 수 있었다. 국가의 크기가 작으니 이웃 국가가 무얼 하는지 알기가 쉬웠다. 전투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지만 곳곳에 심어놓은 스파이를 활용하기도 했다. 하나의 큰 국가가 지배하는 경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중국 청나라 같은 큰 국가가 있다면 전쟁은 많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전투를 통해 적을 관찰하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 새로운 군사기술을 시도해 볼 기회도 적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작았기 때문에 군인, 선원, 발명가들이 쉽게 오갈 수 있었다. 일례로, 프랑스는 18세기에 스위스 대포 제조자를 고용했다. 그래서 프랑스 화기 제조업이 발전할 수 있었다. 유럽에서는 수 세기 동안 이런 일들이 이루어져 왔다. 중국처럼 통일된 큰 국가가 동아시아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선 이렇게 하기가 훨씬 어렵다. 결국, 작은 국가 규모가 동아시아와 유럽 간 중요한 차이를 만들었다.
아시아는 왜 뒤떨어졌는가요?/ 첫 번째 이유는 중국이 지배적 패권국이었을 때 청나라 왕조가 안정을 찾은 후 아시아엔 전쟁이 줄었다. 1700년대 전쟁이 줄면서 전쟁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줄었다. 다시 말하지만 그게 유일한 이유는 아니었다. 두번째 이유는 발전하려면 전쟁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중국은 투자하지 않았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전쟁을 겪으며 배울 기회가 없었다. 세번째 문제는 화약 기술에 많이 투자하지 않았다. 중국은 유목민들의 침입 위협에 맞서고 있었기 때문에 화약기술 보단 기마 궁수와 경비병에 투자했다. 심지어 유목민들이 17세기 중반 화기를 사용할 때도 중국은 기마 궁수와 경비병에 투자했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들로 인해 화약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 문제는 기술의 선도자에게서 배워야 한다는 데 있다. 과거 중국은 화약 기술 분야의 선도국가였다. 일본도 한때는 선도국가였고. 한국도 화약 기술을 발전시켰었다. 하지만 동아시아에서 전쟁이 줄며 화약 기술에 지출하는 비용도 줄어들자 아시아 국가들이 뒤쳐지기 시작했다. 훨씬 앞서간 유럽 선도자들을 따라잡기 어려웠다. 대만을 정복한 정성공 같은 유능한 장군이나 유럽 지도자가 있었다면 오래 걸리더라도 따라 잡을 수 있었겠다.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의 중국 상황은 그랬다. 유럽의 훌륭한 화기나 화승총을 빠르게 모방했다.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의 일본도 비슷했다. 1800년대말, 일본은 세계의 군사강국이 된다. 하루 아침에 그렇게 된 게 아니다. 시간이 걸렸다. 수십년이 걸렸다. 여기에 마지막 이유가 있다. 아시아 강국들은 최고의 기술을 배우기가 어려웠다.
청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군사강국이었다. 엄청난 넓이의 영토를 정복했고 러시아를 물리쳤다. 세계의 어떤 군사와도 맞서 싸울 수 있었고 유럽 국가와 겨뤘어도 아마 승리했을 거다. 하지만 상황은 1700년대 중반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왜 그랫을까. 1700년대 중반에 청나라가 모든 면에서 뛰어났기 때문이다. 주변의 적은 모두 무찔렀기에 두려워할 상대가 없었다. 몽골군도 물리쳤고 티베트와 오늘날 신장이라 부르는 극서부 지방도 정복했다. 그러다 보니 군사를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가 없었다. 강대국이었다. 왜 군사력에 투자를 하겠어요. 무기에 투자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나라가 평화롭고 강대국인데 뭐 하러 투자하겠습니까. 한국의 경우도 그러했다. 청나라의 평화 속에서 지내고 있었다. 16~17세기 일본과 전쟁을 치르고 청나라와 전쟁을 치룬 후에는 한국 역시 평화로웠고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1600년대 이후 일본의 도쿠가와 막부시대는 기본적으로 평화로운 시대였다. 1600년대 초반에 반란이 몇 번 있긴 했지만 그 후엔 평화로웠다. 그동안 유럽은 계속 전쟁을 해왔다. 영국은 프랑스와 싸웠고 프랑스는 모든 나라와 싸웠다. 특히 나폴레옹 전쟁에서. 동아시아가 비교적 평화로울 때 유럽은 전쟁을 위해 계속해서 무기를 발전시켰다. 그러다보니 18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동아시아가 뒤처지게 된다. 유럽에서 전쟁을 준비하는 동안 동아시아는 그러지 않았다. 아시아의 유교사상 때문이 아니다. 사람들이 으레 원인으로 생각해 왔던 과학에 대한 반감이나 낙후된 문화 때문도 아니다. 그저 싸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839년에 영국과 전쟁을 하게 되면서 동아시아에서 다시 군사혁명이 시작되었다.
혁신을 위한 리더쉽은 무엇인가?/ 훌륭한 리더의 특성은 우선 에너지다. 어떤 일을 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한데 에너지는 쉽게 전달된다. 다른 사람보다 오래 견딜 수 있는 능력은 중요하고 에너지가 열정으로 사람들을 독려하는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에너지가 정말 중요하다. 훌륭한 리더의 두번째 특성은 갈등을 포용하는 거다. 때때로 반대가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반대하는 사람은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갈등을 싫어한다.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추진하지 않는다. 리더의 두번째 특성이 여기 있다. 반대하는 사람들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이다. 세번째 특성은 역지사지의 태도다.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협상할 땐 상대가 무엇을 원해서 이런 요구를 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관심사를 두고 협상하고자 한다면 그게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훌륭한 리더의 세번째 특성이다. 네번째 특성은 두 가지인데 끈기와 회복력이다. 대부분의 계획이나 일에는 실패와 차질이 발생한다. 前샌프란시스코 시장인 윌리 브라운은 첫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졌다. 대변인에 처음 지원했을 때도 떨어졌고. 조직은 때로 어려움을 직면한다. 그런 어려움을 극복한 유일한 방법은 끈기와 회복력이다. 다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리더에게 아주 중요한 덕목이다.
혁신에는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첫번째는 인사능력이다. 그 사람에게 제일 적합한 일을 맡길 줄 알아야 한다. 아무에게나 일을 하게 해선 안 된다. 그 사람이 그 일에 적합한지 따질 줄 알아야 한다. 일을 하면서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직장에 오는 게 즐거울 수 있도록 말이다. 두번째는 시스템과 과정이다. 조직은 서로 배우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과 과정이 갖추어져 있을 때 성공한다.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것처럼 단순한 시스템일 수도 있고 또는 회의가 필요할 땐 하되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땐 회의를 안 하는 시스템일 수도 있다. 세번째는 조직의 문화다. 실험에 보상이 따르고 실패를 배움의 과정으로 간주하는 조직문화가 매우 중요하다. 리더가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출 수 있다면, 즉, 인사능력, 효율적인 시스템과 과정, 혁신적인 조직 문화를 갖출 수 있다면 그 조직은 성공한다.
실패는 혁신의 어머니입니다/ 혁신을 늘리기 위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것은 합의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보상하는 거다. 자세히 설명하면. 대부분의 혁신, 특히 작고 점진적인 혁신들은 합의된 혁신이다. 모든 사람들이 동의한 혁신이다. 이런 건 쉬운 혁신이다. 합의된 혁신이기에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 합의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시도하는 게 어려운 혁신이다. 합의되지 않은 아이디어는 많은 사람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가 잘못됐다고 논쟁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록 더 시도해 봐야 한다. 합의되지 않은 아이디어는 잘못된 생각일 때가 많다. 하지만, 성공하기만 하면 획기적이다. 돌파구가 된다.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실패다. 다시 한번, 이를 자식과 관련해 생각해 보자. 만약 자식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 봤다면 자식의 의욕을 꺾을게 아니라 가르쳐주고 도와주려 하겠다. 용기를 북돋아 주려 하겠다. 실패를 해야만 배울 수 있으니까. 회사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다는 것은 모험을 한 적도 없다는 뜻이다. 회사가 모험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혁신할 수 없다는 뜻이다. 침체되어 있다는 거다. 실패는 배움의 첫 단계다. 우리는 상황이 예상을 빗나갈 때 배우게 된다. 예상하는 대로만 일이 일어난다면 배우는 것도 없다. 그저 멈춰있는 거다. 그래서 회사에서 겪는 실패는 배움의 과정이어야 하며 이를 실현할 수 있을지는 바로 리더에게 달려 있다. 사람들은 똑똑하다. 직장에서 실패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절대 도전하려 하지 않을거다. 직장을 잃을 순 없으니까. 퇴근 후 가족에게 위험을 감수했다가 잘렸어 라고 할 수는 없다. 그건 정말 끔찍하다. 누구도 그렇게 하고 싶어하진 않다. 그러니 직원들은 리더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면 조심스럽게 행동하면서 절대 위험을 감수하려들지 않을 거다. 그러면 혁신도 절대 일어나지 않겠다. 도전과 모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리더는 총명한 자식을 천재로 키워내는 부모와 같다. 조직이 이런 천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패를 했다고 벌을 받는게 아니라 실패를 통해 학습하고 훈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똑똑한 사람은 하면 안 되는 뭔지를 잘 안다는 거다. 쉽게 말하면, 성공을 공부하는 것보다 실패를 공부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거다. 성공한 사람이 어떻게 성공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변수가 많으니까. 하지만 왜 실패했는지는 알 수 있기 때문에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할 수 있다. 역사는 엄격한 선생님과 같다. 냉혹한 스승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려준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잘 알려주지 못한다.
인간은 실수를 통해 배운다. 배우기 위해 때로는 같은 실수를 100번 반복하기도 한다. 그래도 실수를 통해 배운다. 역사는 과거의 실수에 대한 기록이다. 다른 이들의 실수를 통해 배운다면 우리가 실수하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 훌륭한 영국 화가 터너는 나는 한번의 실수도 헛되이 쓴 적 없다라고 했다.
마지막 조언/ 사람과 회사 간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경쟁이 성장에 이롭다는 의견은 회사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회사는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보호받고 있다고 느껴야 한다. 실패와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보호받아야 한다. 스포츠 팀을 생각해 보자. 우리는 토트넘이 경쟁하길 원한다. 하지만 토트넘 선수들 간에는 형재애가 있다. 서로 보살피고 도와 준다. 다른 팀과는 경쟁하지만 팀 내에서는 서로 협력하는 거다. 조직 자체에는 경쟁이 도움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은 협동과 배려다. 아모레 퍼시픽이 직원들을 대우하는 방식을 보자. 아모레 퍼시픽에서는 여성 임원들이 승진을 하는데. 한국 회사에선 아주 드문 일이다.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직원들의 삶을 더 좋게 만들어준다. 직원들은 일을 잘 하면 승진이나 임금인상 또는 보상이 있다는 걸 안다. 회사로부터 보살핌을 받는 거다. 그래서 모든 경영자들에게 직원을 존중하라고. 그들을 보살펴주고 보호해주라고.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경쟁하라고 한다. 이 둘은 완전히 별 개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한국 분들께 이 말씀을 드리고 싶다. 첫째로 혁신을 하는데 권력이 필요하다면 권력을 갖고, 사용하는 방법을 회사나 대학에서 가르쳐야 한다. 권력은 조직의 숨겨진 진실이 아니라 성공의 비결이다. 그러니 학교와 회사에서 권력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 어떻게 권력을 만들고 사용할지에 대한 교육이다. 둘째로 카지노를 운영했던 게리 러브만이 한 말이다. 인기를 얻고 싶다면 애완견에게 받으라. 타인과의 관계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발전할 수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