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램블 / 이도훈
계란후라이는 이제 스크램블
하트 모양이나 동그란 모양은
필요 없어
노른자를 가운데 두려고 애쓰거나
터뜨리지 않으려고 조심할 필요도 없고
화풀이하듯 성질부리듯
마구마구 휘저을 거야.
소금도 고르게 뿌릴 필요 없지
한숨 넣고는
또 휘젓는 거야
그년 이름도 써보고
첫사랑 이름도 써보고
집 나간 시백이 이름도 써보고
너무 조심조심 살아왔어
동그랄 필요가 없었는데
터져도 상관없었는데
동그란 프라이팬에선
동그랗게 살아가야 하는 줄만 알았어
살아갈수록 자꾸 모가 나고
삐딱해지는 게
내가 꼭 스크램블 같아
한참 휘젔다보니
내 이름을 쓰고 있었지.
<미발표 작품입니다>
첫댓글 교수님
'그년' 이라고 써도 되나요? ㅎㅎ
시백이도 나가고 일이 잘 안 풀렸을 때는 화가 나서 마구 화풀이를 하는데 '그년'소리도 자연스럽게 튀어나올 수 있겠지
그런데 시백인 언제 어덯게 나간 건가요.
"너무 조심조심 살아왔어
동그랄 필요가 없었는데
터져도 상관없었는데
동그란 프라이팬에선
동그랗게 살아가야 하는 줄만 알았어
살아갈수록 자꾸 모가 나고
삐딱해지는 게
내가 꼭 스크램블 같아
한참 휘젔다보니
내 이름을 쓰고 있었지."
마구 화를 내다가 끝 판에 와서 반성과 반전이 좋네요 자신의 이름을 쓰고 있었다는 건 일종의 자신의 반성이요 자기애라고 볼 수 있지요.
좋습니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