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 복수초
어제는 노교수님을 찾아 뵙다.
나는 정초에 몇 교수님께 늘 세배를 다닌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분이 한 분밖에 안계신다.
금년에는 여러 가지 일로 세배를 가지 못했다. 그래서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특히
제자들이 세배와서 인사할 때 더욱 그런 생각이 간절하였다.
"기다리실 텐데..."
매년 가는 세배를 음력 정월 대보름에 겨우 갔다. 사실 결심하여 결행하면 뵈올 수 있는 기회는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미루다 보니 그렇게 늦어지고 말았다.
교수님은 연세가 팔순이 훨신 넘었다. 거동이 불편하시다. 그런 줄을 알면서 가 뵙지 못했다.
그러면서 오늘에야 세배를 올렸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교수님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사모님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신다. 한강을 내다보는 집안 거실의 동편 창 가에는 화원처럼 꽃이
많다. 난이 꽃을 활짝 피웠다.
이날 우리 내외는 세배 차 갔고 며느리와 꼬마는 양평 가는 길이었다. 그래서 같이 뵈옵자고 하여
들려서 인사드렸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나란히 서서 큰 절을 올렸다.
"교수님! 세배를 늦게 하게 되어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평안하시지요?"
"이제 안 와도 괜찮아..."
교수는 말수가 적고 사모님이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신다. 세상 이야기, 집안 이야기 그리고
교수님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모님은 특히 교수님 운동이 부족하시다고 걱정을
하신다. 운동을 위하여 사람을 대려고 한다는 말씀도 하신다.
이야기 도중에 약밥과 과일이 나왔다. 약밥은 찰밥이니 소화가 잘 된다고 권한다. 무얼 잘 안
먹는 손자도 약밥은 잘 먹는다. 나도 주신 약밥을 다 먹었다.
나의 선생에 3대가 인사를 드린 셈이다.
다시 들리겠다는 인사를 하고 나오면서도 거동이 불편하여 마음이 편치 않았다.
2007 3 5 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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