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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자랑 사는 남자
백화 문상희 (단편소설)
*prolog (프롤로그)
36세 태영은 백수였지만 밥을 굶지 않고
살아갈 팔자로 태어났다.
세명의 여자집을 번갈아 가면서 살아가는
운수대통의 팔자였다.
태영은 음대 작곡과를 졸업한 천하태평 백수다.
고교시절부터 통기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웠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작에 대한 열망으로
뮤지컬 아리아를 작곡하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대중음악 장르로 바꿨다.
나름대로 멋진 노래라고 몇 곡 만들었지만
그 역시 변변지 않아 놀고먹는 백수가 되었다.
반면 아내 지희는 부잣집 무남독녀였으나
태영의 멋진 외모에 빠져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태영과 결혼을 했다.
지희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직장을 다녔지만
딸 아리를 낳고부터 직장을 쉬면서 부모님께
기대어 생활비를 받아서 살았다.
그때부터 지희의 잔소리가 늘기 시작했다.
태영은 아내 지희의 잔소리에 집을 나온 덕분에
심기일전 노력하여 가수로 작곡가로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1부) 운수대통 백수의 팔자
조용한 성격의 태영은 마누라 잔소리에 지쳐
어느 날 무작정 집을 나와버렸다.
태영에겐 달랑 카드 한 장과 빈 지갑뿐이었다.
지하철 역사에서 하룻밤을 노숙하던 태영은
오랜만에 대학교 동아리 모임의 보연이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아니, 이게 누구야?
목소리를 들으니 태영이 오빠 아니야?"
"그래 보연아!
네가 보고 싶어서 전화를 했지!"
"아니 태영이 오빠!
그 컴퓨터 프로그래머
아가씨와 결혼해서 잘 산다고 했잖아!"
"응, 그런데 오래도록 내가 백수로 살다 보니
마누라 바가지 때문에 집을 나와버렸어!"
"그럼 오빤 아직도 백수야?"
"그래, 하하하
난 돈 버는 재주가 없잖아!"
"알았어!
멋진 우리 태영이 오빠 오늘부터 내가 먹여 살릴 테니까
보낸 문자보고 우리 집으로 찾아와 알았지?
호호호 호호호호"
사실 보연이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태영이를
좋아했지만 결혼하는 걸 보고 포기를 했었다.
보연이는 태영이와 몇 번의 잠자리에서
생전처음 쾌감을 느꼈기에 세월이 흘러도
태영이를 잊을 수가 없었다.
왈가닥 보연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선배가 리더로 있는
밴드에 드러머로 합류했다.
그 선배의 밴드는 먹고사는 민생고 때문에
주로 야간업소에서 활동을 했다.
태영이의 느닷없는 전화로 인해서 보연이와
태영의 동거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태영은 보연이와 살면서 보연이가 활동하는
야간업소 밴드에 들어가 보연이와 함께
기타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보연이의 부러진 드럼 스틱을
사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낙원동으로 향했다.
태영은 악기 이것저것을 구경하고 보연이는
드럼 스틱을 사서 밖으로 나왔다.
"오빠,
저기 타로점 보는 텐트가 많네?
우리 부부가 될 팔자인지 점이나 한번 볼까?"
"하하하 보영아!
나는 되는대로 살지 미신 같은 것 안 믿어!"
"에이, 시간도 남고 하니까 한번 보자 오빠!"
보연이는 태영이의 팔짱을 끼고 타로점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손님!"
"네~, 안녕하세요!
우리 두 사람이 부부가 될 수 있는지
한번 봐주세요 아저씨!"
"음~,
그러면 출생 연도와 태어난 시간을 한분씩
얘기를 해봐요!"
육십 대 초반의 하얀 수염을 기른 아저씨는
생시를 적은 노트와 두 사람 얼굴을 번갈아가면서 한참 동안 보았다.
"에~,
남자분은 내가 이때까지 본 남자들의 팔자 중에
최고로 운수대통 할 백수의 팔자요 팔자!"
"예, 맞아요
백수가 맞아요 할아버지! 호호호호
그러면 저하고 부부가 될 팔자인가요?"
"음~,
조금 민망한 말이지만... 어흠, 어흠,
관상과 궁합을 본 결과로 살기는 같이 사는데
부부가 될 팔자는 아닌 것 같소이다."
"같이 살면 됐어요 아저씨!
결혼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타로점 아저씨는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저씨 고맙습니다.
타로점 복비 여기 있습니다."
보연이는 만 원짜리 한 장을 드리고 말없이
듣고 있던 태영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7080 스탠드빠 40대 후반의 여주인은
언제나 태영에게 관심이 많았다.
스탠드빠가 있는 5층 빌딩을 가진 60대 후반의
남편은 복덕방을 하느라 늘 바쁜 사람이었다.
지하 스탠드빠에서 밴드가 연주를 할 때면 언제나 여주인은
기타를 치는 태영이 옆에 붙어서 탬브린을 흔들었다.
태영이 역시 누님 같고 또 정겹게 대해주는
여주인이 좋게 느껴졌다.
새벽 4시쯤 가게를 마칠 때면 주인여자는
야식을 시켰다.
밤새 지친 밴드 식구들과 홀 서빙 왜이터도 불러서
함께 술을 곁들인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여명길에 택시를 타고
제각기 집으로 들어갔다.
태영이와 보연이도 함께 밖으로 나가고
있을 때 주인여자가 태영이의 주머니에
메모지를 살짝 쑤셔 넣었다.
태영이는 무엇인가 궁금했지만 보연이 때문에
모르는 척했다.
태영이는 보연이와 집으로 들어가 화장실에서
메모지를 꺼내어 읽었다.
"조태영 기타리스트 님!
스탠드빠 여주인 주연서입니다.
내일은 월요일 정기 휴일이라서 인부를 불러
이것저것 바닥 보수공사를 한답니다.
태영 씨에게 예술적인 자문도 좀 얻고 싶고
또 개인적으로 물어볼 것도 있으니까 점심시간에
혼자만 좀 나와줬으면 합니다.
수고하신 보답은 할게요!
부탁드립니다."
태영은 뭘까 골똘히 생각하면서 메모지를
화장실 물과 함께 흘려보냈다.
이튿날 열 시쯤 태영은 늘어지게 자고 있는
보영이를 흔들어 깨웠다.
"보영아!
나 한동안 미뤘던 은행 볼일도 있고 오래된
휴대폰도 바꿔야 하니까 잠깐 나갔다 올게!"
"응~, 오빠
혼자 나가도 되겠어?
돈이 필요하면 좀 줄까?"
"아니야!
저번에 보연이가 월급 타서 나눠준 돈도
아직 안 쓰고 있으니까 괜찮아!
오늘 휴일이니까 푹 쉬고 있어 알았지?"
"알았어 오빠!
이따가 저녁 맛있게 해 놓을게 일찍 들어와요!"
"응 알았어!"
(2부) 카사노바가 되어가는 조태영
태영이는 주인여자가 왜 불렀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가게로 갔다.
가게엔 인부들이 낡은 카펫을 걷어내고
깔끔한 새 카펫을 깔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응, 태영 씨 오셨네?
얼른 들어와요!
안 그래도 인부들과 점심 먹으려고 오삼불고기
시켰어요!
5인분 시켰으니까 같이 먹도록 해요!"
"네~, 고맙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절 부르셨는지요!"
"에이 밥부터 먹고 물어볼게요!"
주인여자는 인부 두 명을 구석지에 있는 방으로
불러 넷이서 점심과 반주를 곁들였다.
"이거 선물로 들어온 일본 술인데 고급 청주니까
아저씨들도 한잔씩 하세요!"
주인여자는 준비한 잔에 술을 따렀다.
주인여자는 태영이에게도 술잔을 건네며
야릇한 미소를 보내왔다.
주인여자는 식사가 끝나고 태영에게 물었다.
"태영 씨는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것 같아요!
그래서 무대 디자인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해서 자문을 좀 얻었으면 해서 불렀어요!"
"네~, 그러시군요!
그런데 그것은 사장님이 더 잘 아실 것 같은데요?"
"에이, 그래도 죤 레논 닮은 멋진 태영 씨의
조언을 듣고 싶어서요! 호호호호"
태영은 마지못해 본인이 좋아하는 이미지로
대충 얘기를 해줬다.
"역시나 멋진 사람에게서 멋진 구상이 나오네요
고마워요 태영 씨!"
주인여자는 태영이가 얘기하는 무대 구상을
고개를 끄덕여 가면서 들었다.
"오케이,
무대 디자인 설계 조언 잘 들었어요 태영 씨
다음 주 월요일엔 밴드 식구들 다 불러서
무대를 좀 꾸며보도록 해요!
일당은 충분히 쳐드릴 테니까 알았죠?"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럼 이제 커피나 한잔 하러 갑시다."
"네~, 사실은 오래된 휴대폰을 바꾸고 은행
볼일도 있다 핑계를 대고 나왔는데..."
태영은 머뭇거리며 보연에게 얘기한 것을
그대로 말했다.
"아~, 태영 씨 휴대폰이 오래됐구나!
그건 걱정 말아요 태영 씨!
우리 가게 단골손님이 근처 휴대폰 가게 사장님이에요!
기왕 바꿔야 한다면 내가 최신 폰으로 하나 선물할게요!"
주인여자는 태영이의 팔을 붙들고 근처
휴대폰 가게로 들어갔다.
"사장님, 우리 가게 기타리스트인데
최신 폰으로 하나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휴대폰 가게 사장은 태영에게 검정색 최신 폰을 권장했다.
"네~, 그럼 이걸로 할게요!"
태영은 검정색 최신 아이폰으로 결정을 했다.
"결재는 내가 현금으로 할 테니까 잘해주세요!"
"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사장님!
그런데 폰에 내장된 걸 옮기자면 한 시간쯤
걸린답니다."
"네, 그럼 우리는 커피 한잔하고 올 테니
천천히 옮겨주세요!"
주인여자는 밖으로 나와 커피집이 아닌
빌딩으로 태영을 데리고 들어갔다.
"태영 씨!
내가 맛있는 거 줄 테니까 따라오세요!"
"네~, 사장님!"
"아이참 가게 사람들 없을 땐 지금부터 그냥
누나라고 불러요!"
태영은 대답대신 기다란 파마머리를 쓸어 올렸다.
주인여자 연서가 태영이를 데리고 간 곳은 고급
소파와 침대가 있는 원룸이었다.
"태영 씨, 여기 앉으세요!
내가 귀한 술 대접할게요!"
연서는 냉장고에서 과일과 술병을 들고
테이블로 왔다.
"이거 최고급 보르드 와인인데 멋진 태영 씨가
와서 내놓는 거예요!"
"네~, 고맙습니다 사장님!"
"에이, 아까 말했잖아!
가게 사람들 없을 땐 그냥 누나라 불러요!"
"예, 연서 누님!"
"에이 촌스럽기는 그냥 누나 이렇게요!"
"알겠습니다 누나!"
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술을 마시다 보니
와인병을 다 비워버렸다."
"태영이 동생!"
"예~, 연서 누나!"
"술이취해서 하는 말이 아니고 나 정말로
외로운 여자야!
우리 남편은 돈밖에 모르는 늙은이야!
나이 차이도 많이 난다지만 우린 부부생활도
거의 안 하고 살아!
돈이 아무리 많으면 뭐 해!
늙은이 하고 살아야 하는 내가 너무도 불쌍해
태영이 동생!
여기는 내가 피곤할 때 쉬려고 구입한 원룸이야!
주제넘은 얘기인 줄 알지만 난 태영이 동생이
좋아
그래서 말인데 가끔씩 와서 내 외로움을
좀 풀어주면 안 될까?"
여주인 연서는 그 말을 하면서 태영이를
꼭 껴안았다.
대낮에 와인 한 병을 비운 두 사람은 벌써
호흡이 거칠어졌다.
여주인 연서의 진한 향수가 태영의 성욕을 자극했다.
삼십 대의 태영과 사십 대의 연서는 자연스럽게
침대로 향했다.
여주인 연서는 그렇게 해서 태영의 세 번째
여자가 되었다.
불광동 보연이 집으로 돌아온 태영은
여주인과 잠자리한 것을 들킬까 애써
태연하게 행동을 했다.
태영은 새로 구입한 휴대폰을 보연이에게 보여주었다 "
"역시 센스 있는 오빠라서 아이폰으로 샀네?
돈은 모자라지 않았어?"
"응, 중고폰 보상도 받고 해서 해결했어!"
"근데 사장님이 태영 씨 왜 불렀데?"
"응, 인부들과 같이 오래된 바닥 카펫 걷어내고
새것으로 교체하는데 좀 도와줬어!
그리고 다음 주 쉬는 날에 무대를 색다르게
꾸미는데 밴드 식구들도 나와서 좀 도와달라고
하던데?"
"아이참, 사장님은 왜 쉬는 날 자꾸 불러서
부려먹으려고 하는지 모르겠어!"
"봄이니까 가게를 새롭게 꾸며야겠다고 하면서
일당은 충분히 준다고 그러네?"
"에구, 뭐 돈이 문제야?
사람이 쉴 때는 쉬어야지 안 그래 오빠?"
태영은 보연이가 끓여준 육개장과 삼겹살로
저녁을 먹었다.
마침 그날은 보연이의 달거리로 잠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다음 주 월요일 점심때쯤 두 사람은 보연이
휴대폰 벨소리에 잠을 깼다.
"따르릉따르릉따르릉따르릉따르릉"
휴대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보연이는 밴드 음악소리 때문에 늘 스텐다드
벨소리로 해놓아 엄청 크게 들렸다.
"네~, 사장님!"
"아~, 보연 씨 자다가 받았구나!
태영 씨도 함께 있나요?"
"예, 사장님 이제 일어났어요!"
"그럼 둘 다 점심 먹지 말고 가게로 와서
무대 꾸미는 거 좀 도와줘요!
불광동에서 30분이면 오잖아?
점심은 가게에서 같이 먹도록 해요!"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두 사람은 대충 씻고 종로 3가로 향했다.
"어서 와요, 보연 씨 태영 씨!
밴드 마스트는 볼일 때문에 못 오고
베이스 윤수 씨와 주방에 김 군은 나왔어요!
점심은 얼큰한 부대찌개로 할까 어때요!"
"예~, 좋아요!"
네 사람은 입을 맞춘 듯 합창으로 대답을 했다.
식사 후 여사장과 보연이는 테이블보를
교체하고 이것저것 대청소를 했다.
주방 김 군은 주방 천장에 낀 기름때를 닦아내는 일을 했고
베이스 준수와 태영은 새로 사 온 크리스마스
장식 등을 교체하는 일을 분담했다.
군데군데 나가버린 전등을 걷어내고 깔끔한
새것으로 교체하는 일이었다.
태영은 작은 사다리 위에 올라가서 장식을
걷어내고 아래서는 윤수가 도와주는 일이었다.
윤수는 걷어낸 전등 줄을 한쪽으로 치우고
새로운 전등 줄을 올려주는 그때였다.
윤수가 돌아서면서 사다리를 밀친 것이다.
그 순간 사다리가 옆으로 밀려났고 사다리
위에 있던 태영이 휘청거리다가 바닥으로
꼬꾸라져버렸다.
태영은 넘어져도 하필이면 청소를 하던
의자 위로 넘어졌다.
태영은 의자를 잡으려 했으나 의자와 함께
나동그라 져버렸다.
"아이고 태영 씨 괜찮아요?"
베이스 윤수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때 대청소를 하던 여사장과 보연이도
달려왔다.
"아니, 태영 씨 안 다쳤어요?"
여사장이 다급하게 물었고 보연이도 걱정스럽게 물었다.
"오빠, 괜찮아요?"
"응, 조금 아프긴 아픈데 오른팔이 삔 것 같아!"
"아이고, 내가 괜스레 일을 시켜서 난리가
났구먼 그래!
내가 태영 씨 데리고 병원에 갈 테니까
김 군이 대신 조명을 달아줘요!
조심해서 하도록 해요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윤수와 김 군이 대답을 했다.
"내가 태영 씨와 함께 근처 정형외과에 갈 테니까
보연 씨는 대충 청소 마무리를 좀 해줘요!"
"네, 알겠습니다.
오빠 치료 잘 받고 와요!"
태영과 보연이가 동거하는 사실을 가게 사람들이
다 알고 있기에 보연이는 자연스럽게 오빠라고 불렀다.
보연이가 볼까 봐 떨어져서 나오던 여사장 연서는
바짝 붙어서 태영을 부축했다.
"미안해 태영 씨!
내가 괜스레 도와달라고 해서 난리가 났네 쯔쯔쯔"
"아니에요 사장님!
군데군데 조명이 나가서 보기가 싫었어요!
저도 그것을 새것으로 교체하면 좋겠구나
생각했답니다."
"그래도 그렇지 제발 괜찮아야 할 텐데!"
두 사람은 길 건너 정형외과로 들어갔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두 사람은 조태영
호명소리를 듣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진료실 의자엔 삼십 대 후반의 젊은 의사가
앉아 있었다.
"조태영 님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
그때 태영은 의사 이름이 적힌 가운과 얼굴을
쳐다보고 깜짝 놀랐다.
"이광열?
혹시 경복고 출신 이광열이 맞나요?"
"아, 그러고 보니까 그 밴드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조태영?"
"그래, 우리는 3학년 때 2반이었고 이광열
넌 학생회장이었잖아!
그러면 너는 의대를 갔었구나!"
"그래 맞아 태영아!
넌 학교 행사 때마다 밴드에서 흥을 돋았었지
야~, 그러고 보니 우리가 근 이십여 년 만에 만났구나!
하하하하
그나저나 어디를 다쳐서 온 거냐?"
"응, 내가 밴드로 일하는 가게 조명등을
교체하다가 사다리에서 넘어졌어!
그런데 오른쪽 손목 위쪽이 많이 아프네?"
"그래, 어디 환부를 좀 보자꾸나!"
정형외과 전문의 이광열은 태영의 팔을
여기저기 누르면서 환부를 살폈다.
"아~, 아,
그기가 심하게 아프다 광열아!"
"아무래도 팔목에 골절이 된 것 같으니까
엑스레이부터 찍어보자!"
태영이 아프다고 소리칠 때 지켜보던 연서도
걱정스럽게 인상을 찌그러트렸다.
연서는 태영을 부축해서 엑스레이를 찍고
다시 진료실로 들어갔다.
"태영아,
팔목 위쪽이 골절된 게 맞아!
골절은 손과 팔을 절대로 쓰지 말고 한 달 이상
깁스를 해야 돼!
내가 통풍 잘 되도록 해 줄 테니까 4주 지나서
엑스레이를 찍어보고 깁스를 풀든지
결정을 해야겠다. 태영아!"
"그래, 고맙네 광열이
그나저나 우리가 이렇게 또 만나는 인연이
됐구나 허허 참!
다 낫거든 술이나 한잔하세 그려"
"그래그래, 푹 쉬면서 빨리 낳아야지 술을 한잔
하든가 말든가 하지 안 그래 태영아?"
"그래, 고마워 광열아!"
태영은 깁스를 한채 연서와 함께 가게로
돌아왔다.
"아이고 오빠!
깁스까지 한거보니까 그럼 팔이 부러진겨?"
"그래,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
"어쨌거나 모두가 일을 시킨 내 잘못이니
태영씬 다 낳을 때까지 푹 쉬도록 해요!
월급은 꼬박꼬박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요!"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나저나 보연 씨!
밴드 마스트에게 얘기를 해서 한 달간 임시로
기타리스트 한 분을 구해보세요!"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스탠드빠 꾸미는 일은 그렇게 마무리를 하고
태영과 보연이는 집으로 돌아갔다.
(3부) 본 부인과의 재회
팔에 기브스를 한 태영은 이튿날부터
다시 백수생활이 시작되었다.
태영은 왼손으로 밥을 먹는 게 어렵게 되자 보연이는
아기에게 밥을 먹이듯 태영에게
떠먹였다.
"에고, 우리 집에 팔자에 없는 아기가 한 명
생겨버렸네! 호호호호."
"미안해, 보연아!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구나 허허 참."
태영은 보연이가 가게로 출근하면 할 일이
동네 한 바퀴 산책하는 것뿐이었다.
태영은 공원 벤치에 앉아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태영은 몸이 아프다 보니 갑자기 아내와
딸 아리가 보고 싶어 졌다.
"그래, 백수보고 백수라 하는데 할 말이 없지!
내가 아내 지희와 딸내미 아리를 버려두고
나왔으니 죄를 받았나 보다.
염치가 없지만 내일은 아내에게 가봐야겠다."
이튿날 태영은 남양주 집을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보연아,
아무래도 남양주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한 탓에 내가 죄를 받아서
이렇게 된 것 같아!"
"그래요 오빠.
아내와 자식은 천륜인데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도 내 욕심만 차려서 오빠를 붙든 것 같아
집에 가서 딸내미도 보고 팔이 좀 아물거든
그때 올라오세요!
난 언제든지 오빠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고마워 보연아!
그렇게 생각해 줘서 정말로 고마워!"
태영은 보연과 인사를 나누고 남양주 집으로
향했다.
한편 아내 지희는 생전 화를 내지 않던 남편 태영이가
버럭 소리를 지르고 나가버린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태영은 집을 나오면서 홧김에 아내의 전화를
차단했었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아내 지희는 가끔씩
전화를 해보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남편의 전화기엔 언제나 같은 멘트가 흘러나왔다.
"수신자의 사정으로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태영이 집을 나간 지 석 달이 지난 어느 날
남양주 지희의 아파트에 벨이 울렸다.
"아니, 여보!
그동안 소식도 없이 어디로 갔던 거예요!"
"응, 미안해 여보!"
"아니, 팔에 웬 깁스예요?
당신 정말로 괜찮은 거예요"
지희는 남편을 보자마자 서러움이 몰려와
털썩 주저앉아서 울음보를 터트렸다.
세살배기 딸 아리도 엄마가 울자 따라서
울었다.
"아빠, 미워, 미워요!
엄마가 세 밤만 자고 나면 아빠가 온다고
했는데 왜 이제 왔어요! 응 응 응 응..."
태영은 할 말이 없어 딸 아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렸다.
"전화가 안되니까 너무 답답하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연락은 하고 살아요
한 달에 한번 쉬는 날이라도 꼭 들려주세요!"
"그래, 내가 너무 무심하고 속 좁은 인간이었어
미안해!"
"아니에요,
예술하는 사람에게 잔소리를 한 내가
잘못이지요!"
태영은 오랜만에 작업실로 들어가서 성한
왼손으로 건반을 두드리며 회상에 잠겼다.
"그래, 모든 게 내 잘못이지!
무슨 놈의 아리아를 작곡한다고 세월만 보냈으니 안 그래?"
태영은 다친 팔이 아물 때까지 작곡 일을
다시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밴드는 키보드 순철과 베이스기타는 준수가
드럼은 보연이었고 태영은 메인 기타였다.
밴드 마스트 순철은 남의 노래를 불렀기에
태영은 밴드에 맞는 노래를 중심으로 작곡에
들어갔다.
태영은 작곡한 노래에 가사를 붙이고 왼손으로
건반을 두드리며 연습을 했다.
깁스를 한지 한 달쯤 된 시기에 태영은 아내와
딸 아리에게 서울로 가야 한다고 말을 했다.
태영은 작곡한 노래 악보와 녹음한 테이프를
챙겨서 서울로 올라왔다.
태영이 서울에 왔을 때 스탠드빠 문을 열
시간이라서 종로 가게로 들어갔다.
"오, 어서 와요 태영 씨!
다친 팔은 좀 어때요?"
"예~, 덕분에 많이 낳았습니다.
그런데 아직 밴드와 보연이는 안 왔나요?"
"네~,
밴드들이 낙원상가에 볼일이 있어서 조금
있다가 온다고 그랬어요!"
"네, 그렇군요!"
"태영 씨,
보연 씨에게 얘기 들었어요!
부인이 돈 안 벌어온다고 잔소리를 해서
집을 나왔고
갈 데가 없어서 보연 씨 집에 얺혀서 산다고
다 들었어요!
이거 많지는 않지만 천만 원이에요!
한 달 치 보수와 다친 거 보상비라 생각하고
받아요!
그리고 돈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
몇백만 원 정도는 언제든지 줄 테니까 알았지?"
"예, 고마워요 누나!"
"그리고 보연 씨 집에 머물던 부인에게 머물던
난 관계없으니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원룸에
들려줘요!
난 태영이 동생이 너무 좋아 알았지!"
"예, 알았어요 누나!"
"내일 병원에 가서 깁스 풀면 내가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우선 보연 씨 즐겁게 해 주고 다음 주쯤 원룸으로 들려요!
알았지?"
태영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대답을 했다.
"네~, 알겠습니다. 누나!"
그때 밴드 일행이 우르르 들어왔다.
"태영 씨 왔네?
팔은 좀 어때요?"
"오, 태영이 이제 괜찮아?"
보연이와 밴드 마스트의 질문공세가 한꺼번에
이어졌다.
보연이는 태영이 옆으로 와서 걱정스러운 듯
깁스 위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예,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
후배 기타리스트가 가야 한다는데 태영이
때문에 이때까지 붙들고 있었는데 다행이구먼!
담주 화요일부턴 밴드에 합류하자고 알았지?"
"예, 고맙습니다 마스트 형님!"
태영은 가게에서 이것저것 거들면서 시간을 보냈다.
새벽에 영업이 끝나고 야식을 먹을 때 태영이 말했다.
"한 달 동안 남양주 집에 머물면서 노래를
몇 곡 만들었는데 한번 들어보실래요?"
"아, 좋지 좋아!
우리 노래가 없었는데 작곡가 태영이 덕분에
우리 노래를 한번 불러보자고!"
태영은 준비한 악보를 꺼내놓고 녹음한 테이프를 틀었다.
노래는 잔잔한 발라드풍의 슬로우 고고와
트로트였다.
노래가 끝나자 밴드 일행은 박수와 함께
원더풀을 외쳤다.
"오~, 멋져요 멋져!
이 정도 노래면 대박을 칠 수도 있겠는데
하하하 하하하하"
밴드 마스트 순철은 벌떡 일어나 외쳤다.
"자~, 우리가 별 볼 일 없는 밤무대 밴드지만
작곡가 태영이 합류했으니 멋진 노래를 만들어
세상에 빛나는 그룹이 되도록 해보자고
그런 의미로 건배합시다. 건배~~~!"
밴드 일행은 다 함께 건배사를 외쳤다.
태영은 야식 겸 술 파티가 끝나고 보연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오빠, 부인이 또 바가지 안 긇었어?"
"응, 돈 안 벌어준 내 잘못인데 뭘!
아참, 보연이가 준 백만 이이라도 주고 왔어!
그리고 가게 사장님이 월급과 위자료 라면서
돈을 주셨는데 보연이에게 뭘 선물하면 좋을까?"
"아이, 오빠는?
우리 사이에 무슨 선물이야?"
"그래도 그렇지!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해 사줄게!"
"음~,
굳이 사준다면 비싼 거 말고 백화점에서
핸드백 한 개 사주면 좋지! 호호호호"
"그래, 알았어!"
"이튿날 태영은 정형외과 예약 시간에 맞춰
병원 진료실에 접수를 했다.
"안녕하세요! 조태영 님!
오늘은 먼저 엑스레이 촬영부터 하시고
진료 도와드릴게요!"
태영은 엑스레이를 찍고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조태영 님 진료실로 들어가세요!"
"어, 태영이 왔구나!
지금 엑스레이를 확인했는데 거의 아물었네?
다행히 팔 안쪽에 부분적으로 골절이 되어서
빨리 아물었어!
오늘 깁스 풀고 혹시 모르니까 간단하게
반 깁스를 해줄게!
무리만 하지 않으면 기타를 치는 건 괜찮을 거야!"
"그래, 고맙다. 광열아!"
태영은 답답한 깁스를 풀고 조립형 반
깁스를 했기에 손을 풀기 위해 보연이를
내보내고 연습을 했다.
태영은 새벽에 잠들었다가 보연이가 문 여는
소리에 잠을 깼다.
"이제 끝난 거야?
"응, 오빠 품이 그리워서 후다닥 달려왔지!
나 씻고 올 테니까 이따가 안아줘야 해 오빠
알았지?"
"음~, 알았어!"
언제나 태영의 대답은 성격상 언제나 짧았다.
쉬는 날 태영은 보연이와 함께 백화점에 들러
보연이에게 핸드백 선물을 해주고 명동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와~, 오늘 오빠 덕분에 가방도사고 오랜만에
함박스테이크도 먹고 기분이 좋네! 호호호호"
태영과 보연이는 깁스를 풀고 나서 오랜만에
뜨거운 밤을 보냈다.
태영은 보연이가 달거리를 할 때는 여사장
연서와 원룸에서 밀회를 즐겼다.
쉬는 날엔 한 달에 한번 남양주 집으로 가서
생활비를 주었고 지희를 즐겁게 해 주었다.
그 뒤로 지희는 남편 태영에게 절대로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여사장 연서와 보연이는 남양주에 본처가
있는 줄 알면서도 언제나 태영을 갈망했다.
두 여인은 하나같이 태영에게서 다른 남자에게
느끼지 못했던 묘한 쾌감을 느꼈기에 잠시라도
태영이 머물러주길 바라며 살았다.
(4부) 빗나간 점괘
어느 날부터 스탠드빠에 손님이 부쩍 늘었다.
태영이 작곡 작사해서 직접 부른 노래가
입소문을 탄 것이다.
태영은 밴드에서 처음 노래를 불렀지만
잔잔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고객들의
심금을 울렸고
입소문을 타고 도미노처럼 퍼져나갔다.
입소문에 들렸던 기획사 직원도 태영의
노래에 관심을 가졌다.
기획사 직원은 태영과 밴드 마스트에게
명함을 주면서 시간 날 때 만나자는 약속을
제의했다.
기획사와의 만남은 쉬는 월요일에 이루어졌다.
"안녕하세요!
명함을 드렸다시피 저는 비전 레코드사
기획부장입니다.
작곡 작사도 좋았지만 리드보컬의 호소력
짙은 노래가 좋았습니다.
"네~, 그렇게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곡 작사를 하신 것을 보니 혹시 음악을
전공하셨나요?"
"예~, 음대 작곡과를 나왔으나 아직은 변변한
노래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아니오? 아닙니다.
가사도 리듬도 너무 좋았어요!
그 물망초 연가와 동백꽃노래 말고도
작곡한 노래가 있나요?"
"예~, 마음에 들지 않아 덮어둔 노래가 몇 곡
있습니다.
"아~, 잘됐네요!
그러면 그 노래도 연습을 하셔서 좀 불러주세요!
근처가 저의 집이니까 가끔 들려서 들어보고
괜찮으면 레코드 녹음을 추진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레코드 취입이나 계약건은 여기
밴드 마스트 형님과 논의를 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태영은 레코드 기획사와 얘기가 오간 다음
덮어두었던 노래들을 꺼내어 연습에 들어갔다.
일주일 정도 연습을 거쳐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노래를 불렀다.
얼마 후 기획사 부장이 스탠드빠에 들려
노래를 들었다.
기획사 부장은 밴드가 잠시 쉬는 시간에 태영과
밴드 마스트 순철을 불렀다.
"먼저 두곡도 좋지만 나중에 부른 다섯 곡도
너무 좋습니다.
이번에 쉬는 날 저희 기획사로 오셔서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녹음에 들어갑시다.
레코드 발매부터 하고 반응이 좋으면
콘스터와 방송출연도 섭외를 하겠습니다.
"예, 부장님!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이번엔 밴드 마스트 순철이 나서서 말했다.
다음 주 쉬는 날 태영과 순철은 기획사에 들려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태영이 부른 노래는 레코드 발매를 하고
기획사의 주선으로 라디오방송 매체에
전달되었다.
물방울 밴드의 노래는 라디오 DJ의 소개를 통해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태영의 노래 물망초 연가와 동백꽃 이야기는
음악 차트에도 올라가고 드디어 방송 출연이
이어졌다.
물방울 밴드의 물망초 연가는 방송차트
10위권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태영은 방송출연 등 너무 바빠서 남양주 집에
갈 틈이 없었다.
그것은 기획사 부장의 독촉 때문이었다.
"가수와 밴드의 인기는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릅니다.
계속 새로운 노래가 치고 올라오기 때문에 인기가 있을 때
방송출연과 콘서트를 열어서
인기와 수입을 챙겨야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부장님!"
기획사 일과 소득 배분은 밴드 마스트 순철이
도맡아서 했다.
밴드 일원에게 소득을 분배했지만 태영에겐
저작권료가 덤으로 들어왔다.
태영은 어려운 불우이웃을 생각하며 매번
소득의 10%는 기부를 했다.
태영과 물방울 밴드 덕분에 스탠드빠 손님들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들어올 수가 없었다.
여사장 연서는 더 큰 영업장을 물색해야 할
정도였다.
태영은 몇 달간 너무도 바쁜 일정 때문에
지쳤고 잠시 쉬었으면 했다.
태영은 밴드 마스트 순철과 또 기획사 부장과
협의해서 일주일 정도 휴가를 내기로 했다.
마침 여사장 연서가 스탠드빠 영업장을
더 큰 평수로 옮긴다는 전갈을 받았다.
태영은 오랜만에 남양주 집으로 향했다.
"띵동 띵동 띵동"
"아리야~, 얼른 나와봐 아빠 오셨다."
지희는 아리를 부르면서 재빠르게 현관문을 열었다.
"여보, 얼른 들어오세요!
당신 TV에 출연한 거 아리하고 봤어요!"
"응, 어쩌다 보니 TV에 출연을 하게 됐어!"
"아리야,
아빠에게 인사해야지?"
"안 녕 아 빠."
세 살배기 아리는 유아원에서 배운 대로
배꼽인사를 하면서 서투른 말로 인사를 했다.
"그래, 이제 우리 아리도 많이 컸구나!"
"아리 하고 잠깐 쉬고 계세요!
얼른 저녁준비를 할게요!"
"응, 저녁준비는 천천히 하고 이리 좀 와봐요!"
태영은 아리를 안고 식탁으로 가서 앉았다.
태영은 속 주머니에서 통장을 꺼내서 아내
지희에게 건넸다.
"아니 여보,
이게 뭐예요?"
"응, 소속사에서 받은 계약금이야!
앞으로 소득이 발생하면 N분의 1로
나눈 금액이 이 통장으로 들어올 거야!"
"어머나 세상에,
하나, 둘, 셋, 영이 여덟 개 1억이네요 여보!"
"응, 밴드 소득이 늘어나면 직장 그만두고
아리만 잘 돌보도록 해요!"
"알았어요 여보, 흑흑흑 흑흑흑"
지희는 기쁘면서 또 한편으론 남편 태영에게
잔소리한 것을 후회하며 태영에게 기대어
울음을 터트렸다.
태영은 아내가 준비한 저녁을 먹으며
아내와 와인을 마셨다.
태영과 아내 지희는 오랜만에 뜨거운 밤을 보냈다.
다시 서울로 돌아온 태영은 정신없이 바빴다.
"아이고 우리 메인보컬이 이제야 왔구먼!"
"예, 형님!
남양주 집에서 이틀 푹 쉬었습니다."
"그래, 잘했네!
요즘 여기저기서 계속 출연 요청이 들어와서
정신이 없었다네!"
"예~, 그건 뭐 형님이 소속사와 잘 협의하세요!
전 그쪽엔 맹탕입니다. 하하하 하하하하"
"그래도 콘서트를 열려면 자네의 일정에
맞춰야 하잖아!"
"예~, 형님!
소속사와 협의가 되면 저는 거기에 따라
가겠습니다."
성격이 소심한 태영은 밴드와 소속사 일을 모두
밴드 마스트 순철 형에게 맡겼다.
"그래, 멋진 신곡이나 좀 만들어 보게나!
우리도 태영이 자네 덕에 유명해졌잖아!
하하하하"
태영과 물방울 밴드는 스탠드빠에서 한 달 동안
콘서트를 위한 연습을 열심히 해야 했다.
밴드 일행은 잠을 줄여가며 일찍 나와서
연습을 해야 했다.
여사장 연서는 태영과 물방울 밴드를 위해
개점 시간을 두 시간이나 늦추어주었다.
하지만 태영과 물방울 밴드로 인해 스탠드빠
매출이 곱절로 늘어나서 문제가 없었다.
얼마 후 조태영 물방울 밴드는 올림픽 공원에서
성황리에 콘서트를 열었다.
하지만 태영은 바쁜 스케줄에도 출세의 모토가
되어준 스탠드빠 연주는 멈추지 않았다.
공연이 끝나고 넉 달만에 태영은 남양주 집에 들렀다.
"띵동 띵동 띵동"
"여보, 얼른 들어오세요!"
딸 아리도 뛰어나와서 아빠를 반겼다.
아내 지희는 이번에도 정성스레 저녁을 준비했다.
식탁에 앉은 지희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여보~, 나 임신했어요!"
"응, 그래?
딸 하나로는 외로우니까 우리 아리를 위해서도
잘됐네요!"
"당신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만 가져도 생활이
풍족해서 직장도 그만뒀어요 여보!"
"잘했어요 여보!
이젠 밴드 수입이 좋아지니까 걱정 말아요!"
"예~, 고마워요 여보!"
태영과 지희는 무능력한 태영 때문에
싸우던 일도 모두 잊어버리고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태영은 휴가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다시
바쁜 일정에 들어갔다.
태영은 아내에게 죄책감을 가졌지만 여린
마음씨 때문에 연서와 보연이를 멀리할 수가
없었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연서와 보연이 집을 번갈아가면서
지내야 했다.
연서와 보연은 서로가 그 내막을 알고 있으면서
개의치 않고 태영을 공유하며 지냈다.
여하튼 태영은 타고난 여자가 넘쳐나는 팔자였다.
하지만 종로 타로점 노인네의 점괘는
절반정도 맞추는 것에 불과했다.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