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제정 100주년, 세계로 흐르는 문자 정신
칼럼 - 이삭빛 문학박사
동양문인협회 회장
1. 서론 — 백 년의 집을 세우다
문자는 생각의 집이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한글은 우리 민족의 정신을 담는 집이다. 1926년 조선어연구회가 ‘가갸날’을 제정한 지 100년, 이제 우리는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는다. 이는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언어를 무기로 삼아 민족을 지켜낸 역사의 증거다. 한글은 우리 마음의 뿌리이자,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문화의 숨결이다.
2. 한글날의 시작과 빛
1926년, 일제강점기의 억압 속에서 ‘가갸날’은 태어났다. 1928년 ‘한글날’로 이름을 바꾸고, 광복 후 1945년 10월 9일로 확정되었다. 같은 해 박두성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한글 ‘훈맹정음’을 발표했다. 이는 마치 어둠 속에 등불을 켠 행위였고, 그 빛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글날은 단순한 언어의 기념이 아니라, 민족의 자존을 세운 선언이었다.
3. 독립운동가와 학자들의 헌신
예를 들어, 주시경 선생(1876~1914)은 1900년대 초반 ‘한글’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고 『국문연구』를 통해 국어 연구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한글을 단순한 문자에서 민족의 정체성을 담는 그릇으로 끌어올렸다. 최현배 선생(1894~1970)은 1930~40년대 “한글은 목숨”이라 외치며 『우리말본』을 저술했고,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투옥되었다. 그의 언어학은 곧 독립운동이었다.
정인승 선생(1897~1982)은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으며, 해방 후에는 『한글 큰사전』 편찬에 참여해 민족어의 집대성을 이루었다. 그 사전은 단순한 언어의 목록이 아니라, 민족의 기억을 지켜낸 성벽이었다.
박두성 선생(1888~1963)은 1926년 훈맹정음을 창안해 시각장애인에게 문자로 자유를 주었다.
공병우 선생(1906~1992)은 1940~50년대 세벌식 타자기를 개발해 한글의 과학성을 산업화로 연결했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안순필 일가가 쿠바에서 한글을 가르치며 독립자금을 모았고, 가족 8명이 모두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이들의 헌신은 한글을 단순한 문자에서 민족정신의 방패이자 학문적 체계로 승화시켰다. 그들의 손끝에서 한글은 살아 움직였고, 그들의 신념 속에서 한글은 민족의 혼이 되었다.
4. 세계 속의 한글과 K-문화
오늘날 한글은 단순히 민족의 문자에 머물지 않는다. K-팝의 노랫말, K-드라마의 대사, K-푸드의 이름 속에서 세계인들은 한글을 접한다. 한글은 이제 K-문화의 심장으로 세계에 퍼지고 있다. 전 세계 180여 개국에서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글 큰사전』과 같은 학문적 성과는 세계 언어학계에서도 주목받는다. 디지털 시대에 한글은 AI 언어 모델의 학습 데이터로 쓰이며, 디자인과 예술의 원천으로 확장된다. 한글은 이제 지식의 DNA로 진화해 기술과 예술의 융합체로 자리잡았다. 그 곡선은 예술의 선율이 되고, 그 자음과 모음은 세계의 언어 속에서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낸다. 한글은 더 이상 한 나라의 문자가 아니라, 인류의 소통을 잇는 다리가 되었다.
5. 문학의 울림 — 동양문인협회의 한글 정신
한글날을 맞아 동양문인협회는 한글의 정신을 문학으로 되살리는 뜻깊은 행사를 마련했다. 오는 10월 9일 한글날, 국회에서 유재기박사를 비롯 정현덕 추진위원장과 함께 ‘한글날 제정 100주년 기념 시화전 및 한글학자 김설웅 선생을 좌장으로 학술포럼’이 열린다. 이 행사는 한글의 아름다움과 문학의 힘을 함께 기리는 대규모 문화 축제로, 시와 학문이 어우러진 예술의 장이다.
더불어 지난 8·15 광복절 81주년을 맞아, 33인의 저명 작가와 70여 명의 기성 문인들이 참여해 한글의 예술적 가치와 한국 문학의 깊이를 세계에 전하는 교재를 완성했다. 그 결과 필리핀 국립 노스웨스트 사마르대학교에서 공식 교재로 채택되어, 한글의 정신이 해외 교육 현장에서도 살아 숨 쉬게 되었다. 이는 한글이 단지 문자로서의 기능을 넘어, 세계 문학과 학문의 교류를 이끄는 문화적 언어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한편, 이번 국회 시화전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한글의 혼을 시로 새긴 문화의 선언문이다. 작품들은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 영구 보존되어, 한글의 백 년 정신을 후대에 전할 기록으로 남는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시인의 손끝에서 꽃이 되고, 그 꽃은 국회의 전시 공간에서 다시 피어난다. 그것은 한글이 단지 언어가 아니라 예술이자 생명임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이번 행사는 한글의 정신을 문학으로 이어가는 대한민국 문인들의 연대와 창조의 장이 될 것이다. 동양문인협회를 비롯해 한글학회, 한국노벨문학상수상기념문인협회, 법인단체 한결을 담다, 국회의원실, 노벨재단, 한컴그룹 등 여러 기관과 단체가 함께 주최·주관·후원하며, 한글의 백 년 정신을 세계에 알리고자 한다. 많은 시인과 문학인,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참여를 기대한다. 한글의 빛은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서 다시 피어나, 세계로 향하는 문화의 꽃이 될 것이다.
6. 결론 — 대한민국의 희망, 한글의 미래
한글은 강물처럼 흐르며 시대를 적신 문자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이 그 강의 근원이라면, 1926년의 한글날 제정은 그 강에 다리를 놓은 순간이었다. 이제 그 다리를 건너는 것은 문학인과 예술가, 그리고 국민 모두의 몫이다. 『한글 큰사전』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의 헌신은 한글을 민족의 뿌리에서 세계의 언어로 성장시켰다. 한글날 제정 100주년은 과거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언어의 선언이다. 한글은 여전히 살아 있는 문화의 심장이며, 그 심장은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희망을 뛰게 할 것이다. 한글의 정신은 기술과 예술, 그리고 사람의 마음 속에서 계속 피어나며, 그 꽃은 세계의 언어 속에서 더욱 찬란히 빛날 것이다.
📚 출처
국립한글박물관, 「조선어학회 사건과 한글학자들」
대한민국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 (정인승 등)
교수신문, 「최현배부터 공병우까지… 한글날 제정 100주년 한글문화 인물 전시」 (2026.03.23)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한글로 민족정신 지킨 장지영·김윤경·권덕규」 (2021.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