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성신관(五相成身觀)
(1)『금강정경』의 오상관
오상성신관의 전거가 되는 『금강정경』은 7세기 후반에 번역된 경전이다. 가장 근본이 되는 부분을 『초회금강정경』 혹은 『진실섭경(Tattvasaṃgraha)』이라 하며, 이로부터 갈라져 전개된 『이취경』‧『악취청정궤』 등을 합쳐서 광의의 『금강정경』 혹은 『금강정경』계 경전이라 부른다.
금강이란 개념은 금강이 부서지지 않는 것과 금강저처럼 모든 것을 부수는 무기의 양면성이 있다. 초회 『금강정경』이 의도하는 바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오상성신관으로 우주의 진리인 대일여래가 됨을 명시하는 것이고, 둘째는 대일여래의 성취를 시각적인 불보살의 세계로 나타내는 금강계만다라의 구현이다.
오상성신관의 오상이란 다섯 가지 방편을 말하며, 성신이란 본존의 몸을 이루는 것이다. 원전에는 '현증보리(現證菩提)의 차제(abhisambodhi-krama)'라고 하는데, 이는 보리를 현증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현증(Abhisamaya)』이라는 것은 지금 깨달음을 실현하고 증득하는 것이다. 사전적으로는 진리에 부합하고 일치하며, 명확한 앎으로 인한 깨달음이다. 또한 초회 『금강정경』의 한역 경명에도 포함되며, 경전에서는 '일체여래심'으로도 표현하고 있다. 오상성신은 한역 경전에서 칭하는 명칭이며, 오상의 이름이 명확히 나오는 경우는 『금강정유가보리심론』과 『금강정경유가십팔회지귀』이다. 아래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오상성신(五相成身)이라는 것은 첫째는 통달심, 둘째는 보리심, 셋째는 금강심, 넷째는 금강신(金剛身), 다섯째는 무상보리의 금강견고신(金剛堅固身)을 얻는 것이다. 그리하여 오상을 구비하여 비로소 본존의 몸을 이룬다. … 오상으로 등정각(等正覺)을 드러내 성취한다(오상이란 통달본심‧수보리심‧성금강심‧증금강신‧불신원만 등인데, 이것은 곧 오지(五智)를 통달함이다.).
양 경론의 오상은 넷째까지는 같고, 다섯째가 다르지만 같은 의미이다. 즉, 금강견고신이라는 것은 불신(佛身)이 원만한 것을 표현한 것이다. 전체 명칭은 전자는 '오상성신'이라 하고, 후자는 '오상현성등정각(五相現成等正覺)'이라 한다. 붓다구히야(Buddhaguhya)의 책을 주석[復註書]한 곳에는 '오상현각(五相現覺)'이라 하는데 의미는 모두 같다.
주석가인 아난다가르바(Ānandagarbha)는 비로자나여래를 성취하는 자량으로서 오상성신관을 설한다. 즉, 자타의 원만한 이익의 결과인 성상(性相)을 지닌 세존을 어떻게 이루는가를 요별하므로, 이것을 성취하는 방편이 되는 요인을 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상은 다섯 지혜가 통달 되어 인격체로 구현된 오불로 성취되고, 제불은 금강삼마지로써 삼십칠존으로 금강계만다라를 건설하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오상을 구족하여 성불 후의 금강삼마지에서 출현하는 제존이며, 오상으로 자성불이 그대로 현현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심적인 수행과위가 구체적 현실의 불타로 즉현(卽現)하는 밀교의 관법인 것이다. 『금강정경』에서는 일체의성취보살(siddhārtha)이 '어떻게 수행하느냐'는 물음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그대는 노력하라] "선남자여, 응당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라. 그리고 본래 성취되어 있는 이 진언을 염송하라.": [Oṃ citta-prativedhaṃ karomi] 이때 보살은 일체여래에게 말한다. "세존 여래여! [저는 몰랐습니다.] 제가 두루 알고 나서 제 마음의 형 상을 보니 월륜과 같습니다."
오상관의 첫째는 '통달보리심'으로, "옴 나의 마음을 통달한다."라는 진언을 염송한다. 자신의 마음이란 중생에게 본래 있는 보리심을 말하며, 투철하게 관하면 마음이 둥근 달처럼 맑고 청명한 것이다. 『주석(Tantrārthāvatāra)』에는 먼저 수식관(數息觀)의 기본 자세를 설하며, 자심관(自心觀)은 진언처럼 자신에 의해 성취하는 것이라 한다. 또 인법(人法)의 무자성을 원인으로 능집(能執)과 소집(所執)의 염오를 버리며, 공성(空性)을 월륜(月輪, candra-maṇḍala)의 상으로 믿고 이해는 것이다. 그런데 복과 지혜의 자량이 완전하지 않으면, 월륜이 원만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초기 불교의 '니밋따'와 같이 수행의 공덕이 완전해야 만월(滿月, pūrṇa-candra)이 되는 것과 같다. 달이 둥글다는 것은 원래 구족한 보리심의 자성청정을 말하며, 이때에 성품의 보리심에 통달하므로 '통달보리심'이다. 달을 방편으로 관하는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는 성품 자체가 청정하므로 탐욕의 더러움을 여읜 까닭이다. 둘째는 청량함의 뜻으로, 성냄의 열뇌를 여의기 때문이다. 셋째는 광명의 뜻으로, 어리석은 어둠을 관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오상관의 두 번째를 설한 내용이다.
일체여래는 자성 광명인 마음 지혜를 증대하는 성취의 원인이므로 이를 위해 보살에게, "[Oṃ bodhi-cittam utpādayāmi]" 라고 한다. 이 자성을 성취하는 진언으로 보리심이 일어남을 얻는다. 이때 보살은 다시 일체여래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보리심을 내고서, 이렇게 말한다. "그달의 모습처럼 저도 또한 달처럼 봅니다."
오상관의 둘째는 '수보리심'으로, "옴 나는 보리심을 일으킨다." 라는 진언을 염송한다. 자성 광명이 마음의 지혜와 상응하며 마음으로 보리심을 발하니, 달의 모습처럼 나의 모습도 밝고 원만한 모습이다. 자신의 법성은 공성(空性)이며 번뇌를 여읜 것으로 명백하게 통달한다. 마음으로 지극히 원만한 월륜상이라며 그 월륜을 수습한다. 주석에는 심주(心呪)를 설하며, "나는 보리심을 통달한다(Oṃ bodhicitta-prative dhaṃ karomi)." 라고 염송함으로 월륜상이 많은 광명을 발현하며, 보름달의 만다라 같이 청정함을 믿고 이해하는 것이라 한다. 또 보현의 지혜로 구경(究竟)의 복과 지혜의 자량을 온전히 갖추기 위해 가지(加持)하며, 다시 원만한 월륜을 수습한 것은 현증보리의 가지를 말하는 것이다. 진언을 받은 것은 자심의 바탕에 마음이 본래 청정하다는 생각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이로 인해 보살은 자기 존재의 기반인 아뢰야식을 자성청정심으로 깨닫는다. 만물은 보리심의 발현이라는 관법을 통해 평등성지인 보생여래의 경지에 드는 것이다. 결국 월륜관은 삼밀행으로 자기와 월륜의 일체관을 얻기위한 노력행이다. 행이 익숙하면 행자의 망상이 사라지고, 행자의 마음 그대로 청정한 월륜이 된다. 본존과 나와 중생의 심월륜이 평등하여 한 몸이 되는 것을 관하는 것이다.
다음은 오상관의 세 번째를 설한 내용이다.
일체여래가 말한다. "그대는 일체여래[心髓]의 보현심(普賢心)으로 [공경함을 내므로 이것을 잘 정진하도록 하라.] 평등한 금강을 얻어, 일체여래의 보현발심으로 견고하게 잘 머문다. 자심(自心)의 월륜에 금강의 모습을 [만다라에 의해] 사유하며 이 진언을 염송하라.": [Oṃ tiṣṭha vajra] 보살이 말한다. "세존 여래여! 저는 월륜 중에 금강을 봅니다."
오상관의 세 번째는 '성금강심'으로 "옴 일어나라 금강이여!" 라는 진언을 염송한다. 일체여래의 보현심으로 평등한 금강을 얻고, 일체여래의 보현발심으로 견고하게 머문다고 설한다. 주석에 보현심의 생기(生起)는 월륜에 금강어의 심주[Oṃ tiṣṭha vajra]를 염송하는 것이며, 오고(五鈷)금강저를 두 번째 수념하고 이것을 명료하게 나타내야 하고, 금강저의 마지막과 중간은 법계를 정화하는 모습이라 한다. 오고금강저는 초회 『금강정경』에서는 칭하지 않지만, 다른 염송법에서는 중요하게 설하고 있다. 즉, 보리심월이 나타나는 만월 위에 오고금강저를 관하고, 확실하고 분명하게 진언을 염송해야 한다고 설한다. 금강저는 공성(空性)을 금강에 비유하는 삼매야 형을 관하는 물질 표상이며, 밀교의 사상을 의궤화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공성은 불(佛)과 지(智)의 본질과 다름없고, 오고금강은 오지와 오불을 의미한다. 또 진언을 염송하며 우주에 금강저가 확대되는 충만한 형상과 혹은 축소되어 심월륜 가운데 들어오는 것을 관하는 것이다.
다음은 오상관의 네 번째를 설한 내용이다.
일체여래가 말한다. "일체여래보현심 금강을 견고하게[하라]. 그러기 위해 이 진언으로": [Oṃ vajr'ātmako'ham] 일체 허공계가 두루 충만하게 있는 일체여래의 몸과 말과 뜻의 금강계는 일체여래의 가지로 다 살타금강(薩埵金剛)에 들어간다. 곧 일체여래는 일체의 성취보살에게 금강의 이름으로 '금강계'라 부르고 금강계의 관정을 한다. 이때 금강계 보살이 일체여래에게 말한다. "세존 여래여! 저는 일체여래가 자신이 됨을 봅니다."
오상관의 네 번째는 '증금강신'으로, "나는 금강을 본성으로 한다."라고 진언을 염송한다. 일체여래 보현심의 금강을 더욱 견고하기 위해 진언을 염송하며, 일체 허공계에 충만한 일체여래의 신구의(身口意) 금강계는 금강살타의 몸으로 가지됨을 설한다. 이어서 일체여래로부터 금강계의 관정을 받고 금강계여래로 출현하게 된다. 일체여래의 보현심을 일으키는 금강에 일체여래 삼밀의 금강계에 머물게 하고, 이 금강을 깊게 오래도록 수념하여 명확하게 나타나도록 철저히 의지해야 한다. 즉, "일체여래의 몸과 말과 뜻의 지위인 금강계가 곧 나이다."라고 한다. 일체여래가 두루한 허공계는 법계이고, 일체여래의 신‧구‧심의 금강계이며, 일체여래의 삼매야신이기도 하다. 보살의 심월륜 위에 나타난 일체여래 삼매야심의 상징인 오고금강저에, 일체여래의 신어심금강계가 모두 들어가는 하나의 몸이 된 것이다. 보살의 삼매야심과 일체여래의 삼매야신이 상즉(相卽)되고, 일체여래의 가지(加持)로 인해 충만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삼매야금강신을 증득하므로 '증금강신'이라 하며, 성소작지의 성품인 불공여래의 경지를 성취하게 된다. 앞의 오자관(五字觀)이 자신을 법계화하며 번뇌를 소진하는데 비해, 오상관은 여래의 삼밀을 실현해 행동하는 금강계보살마하살을 완성한다. 보살도의 실천면으로는 오자관에 비해 한층 발전된 개념이다.
다음은 오상관의 마지막을 설한 내용이다.
일체여래가 다시 말한다. "이 까닭에 마하살이여! 모든 살타금강은 온갖 모습을 갖추어 성취한다. 자신을 부처의 모습으로 관하여 이 자성성취의 진언으로 뜻대로 염송하라.": [Oṃ yathāsarva-tathāgatas tarthā'haṃ] 이 진언을 염송하고, 금강계 보살마 하살은 자신이 여래인 것을 현증하고 일체여래에게 예배하고 말한다. "오직 바라건대 존귀하신 모든 여래여! 저를 가지하여 이 보리의 현증을 굳건하게 하소서." 이같이 [일체여래는 말하였다.] 말하자, 일체여래는 금강계여래의 살타금강 가운데로 든다.[라고]
오상관의 마지막은 '불신원만'으로, "옴 일체여래는 그대로 나이다."라는 진언을 염송한다. 금강의 몸으로 살타금강에 가지되어 대일여래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즉, 진언을 외워 마음의 금강저 및 월륜이 변하여, 삼십이상과 팔십종호의 비로자나여래의 몸이 된다고 수습하는 것과 같다. 금강살타에 가지되어 자신을 불타의 모습으로 관하고, 여래를 현증하여 보리가 굳건하게 가지됨을 말한다. 지혜의 금강인 월륜에 머무는 것은 많은 광명을 발휘하고 결집하는 도리이며, 진언은 일체 번뇌의 염오를 정화하고, 달처럼 현증하여 보게 하며, 자비로 출현하여 중생을 이익되게 한다. 또 완전히 청정한 대보리심으로 불타와 보살들이 과실이 없으며, 모든 선법(善法)을 온전히 구족하여 일체 번뇌를 벗어나게 된 것이다.
아울러 진언을 염송하여 심월(心月)처럼 떠오른 이미지는 세 요소를 갖추고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첫째는 일체여래로부터 받은 진리의 단계적 인식과 방법, 둘째는 그 방법에 대응하는 진언의 염송, 셋째는 그 결과로 진리 인식을 반영하는 구상적 심상이다.
오상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통달보리심은 이치적으로 자기 본성이 곧 보리심임을 깨친다. 둘째, 수보리심은 월륜으로 본존과 내가 둘이 아님을 관한다. 셋째, 성금강심은 본존의 삼매야형을 관하여 자신과 일체여래가 원융무애함을 증득한다. 넷째, 증금강신은 행자의 몸으로 본존의 삼매야신(三昧耶身)이 가지되어 이룬다. 다섯째, 불신원만은 관행을 완성하고 부처와 내가 하나되어 둘이 아님을 깨닫는다. 이 다섯 진언의 의미를 하나로 하면, "나의 마음을 통달하여 보리심을 일으키고, 금강을 이루어 그 본성이 되며, 구경에는 일체여래가 곧 내가 된다."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보리심이 금강이 되고, 금강이 여래가 되는 것이다.
<『금강심론』 수행론 연구/ 박기남(普圓) 동국대학교 대학원 선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