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큰사전> 머리말
영화 '말모이'에서 나오는 조선어학회
1940년대 한국문학에 영향을 준 사건
말은 사람들의 특징이요, 겨레의 보람이요, 문화의 표상이다.
조선말은, 우리 겨레가 반만 년 역사적 생활에서 문화 활동의 말미암던 길이요, 연장이요, 또 그 결과이다.
그 낱낱의 말은 다 우리의 무수한 조상들이 잇고 이어 보태고 다듬어서
우리에게 물려준 거룩한 보배이다.
그러므로, 우리말은 우리 겨레가 가진 정신적 및 물질적 재산의 총목록이라 할 수 있으니
우리는 이 말을 떠나서는 하루 한때라도 살 수 없는 것이다.
제 말의 사전을 가지지 못한 것은 문화 민족의 커다란 수치일 뿐 아니라,
민족 자체의 문화 향상을 꾀할 수 없음을 절실히 깨달아, 이 수치를 씻고자,
우리 문화 향상의 밑천을 장만하고자, 우리가 우리 손으로,
조선말 사전의 편찬 사업을 처음으로 계획한 것은 융희(서기 1919)년부터의 일이었으니,
당시 조선광문회에서 이 일을 착수하여, 수년 동안 재료 작성에 힘을 기울였던 것이다.
그러나, 사정으로 인하여 아깝게도 열매를 맺지 못하였고,
십여 년 뒤에 계명구락부에서 다시 시작하였으나, 이 또한 중도에 그치고 말았었다.
이 민족적 사업을 기어이 이루지 않고서는 아니 될 것을 깊이 각오한 우리 사회는,
이에 새로운 결의로써 기원 4261(서기 1928)년 한글날에 조선어사전편찬회를 창립하였다.
처음에는 조선어학회와 조선어사전편찬회가 두 날개가 되어, 하나는 맞춤법,
표준말들의 기초 공사를 맡고, 하나는 낱말을 모아 그 뜻을 밝히는 일을 힘써 오다가,
그 뒤에는 형편에 따라 조선어학회가 사전편찬회의 사업을 넘겨 맡게 되었으니
이는 조선어학회가 특별한 재력과 계획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만 까무러져 가는
사전편찬회의 최후를 거저 앉아 볼 수 없는 안타까운 심정과 뜨거운 정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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