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낙엽송 크기가 제각각이다..
제재소에서 일정 크기대로 자른 걸 사온 게 아니고 직접 산에서 간벌할 때 말구를 대충 자른 때문이다..
벽체를 쌓다보니 일일이 나무를 재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명민한 데모도(?)는 긴 각목을 줄자 삼아 짬 날때마다 이렇게 나무싸이즈를 재서 표기를 해 놨다..
원구와 말구쪽에 썩은 부위를 대충 감해서 싸이즈를 적어 두니
일이 손발이 맞아야 하는 법인데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남편님에께서 확실한 도움이 되는 듯..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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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벽체 작업을 하다보니 잔가시때문에 도저히 못 참겠다..ㅠ.ㅠ
남편이나 나나 잠시 쉬는 참이면 가시 뺀다고 아우성이었다..
덩치가 홀쭉이든 곰이든 그 작은 잔가시때문에 인간들이 절절매며 성 가셔 하는 모습..
슬슬 노안도 오는데 햇살 아래라고 거뭇한 점 보다도 작은 잔가시가 잘 뵈나~~ㅠ.ㅠ
(팁:가시를 뺄 때는 손끝보다 예민한 혀를 사용하면 참 좋드라만..ㅋㅋ)
토치로 한번 꼬실라 볼까..?
LPG가스통에 연결해 제초용 화염방사기로 쓰던 대형 토치를 끌고 왔다..
일단, 남편 시범중~~
개털 꼬실리듯 확~꼬실라 버리니까 잔가시 제거는 얼마쯤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
성질 급한 나는 화력을 이빠이 올려서 꼬실리다가 간혹 옹이 부분에 불이 붙어 남편을 식겁하게 했지만..
오늘 우리집 통나무에 사용한 가스를 계산하면 개 수십마리 꼬시를 가스를 쓴 셈이랄까..
삼복더위 찜쪄먹는 날 하는 불쑈..
불장난은 정말 재미있다..ㅋㅋ
통나무를 고정하는데 쓰는 쇠못(피스용 볼트)들이다..
거의 젓가락 길이만한 것도 있다..
귀틀집엔 굳이 이런거 안써도 된다는데 꼼꼼한 남편님~
기어코 이놈들 떨어졌다고 이런저런 물목 적어 제천 건토배에 납시느라고 한나절 빼묵고..ㅠ.ㅠ
하루에 한 단씩은 쌓을 것 같던 통나무작업이 이런저런 사연으로 늦어지고 있었지만..
부려놓은 통나무가 한두개씩 없어지면서 벽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하야~~두 단째 올라가다..ㅡ,.ㅡ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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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어제 오후에 또 한바탕 실갱이를 벌였다..
하루에 한 단쯤 쌓을 것 같은 계산법에 착오가 생겼다..
대략 아홉단을 쌓아야 할 듯 싶은데 남편의 작업속도를 보면서 주판알 튕겨보니 한달에 육박한다..
장마소식은 전해진는데 이런저런 궁리끝에 실내 공간벽은 황토벽돌로 쌓자고 했다..
외부는 귀틀마감으로 하고 실내는 돈이 들더라도 벽돌로 쌓으면 시간절약이 될 듯 싶어 견적까지 다 봤건만..
결정적인 순간에 남편이 확 틀었다..
옆에서 보면 실은 두 단 채 못 올라갔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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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요지는 그렇게 가면 황토벽이 힘을 못 받아 귀틀집(기둥)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아놔~우리가 지진 많은 일본에 사는 것도 아닌데..
이런저런 실랭이를 벌이다가 귀틀집 전문가인 천년바위님께 전화를 때리며 난리 버거지를 피웠다..
저놈의 똥고집, 지 위해서 하는 걱정이건만..
어제는 너무 화가 나서 자귀 던져 버리고 태업함으로써 오후 작업중지.!
오늘 아침, 그려~우리가 뭐 공기단축하자고 자재비 더 들여서 겉만 그럴듯 돈 챙기는 업자도 아닌데..
걍..가자~다시 토시 끼고 모자 쓰고 입이 댓발 나온 채 현장에 합류했다..
속상한 특유의 자존심때문에 툴툴 거리며 데모도를 하다가 남편손가락이 통나무에 찧는 변을 당했다..
엄벙덤벙~조금 일이 느린 남편을 위해 내가 0.0001초만 들고 있었어도 피할 상황이었다..
내가 만약 그런 변을 당했으면 조선팔도의 험악한 육두문자가 먼저 나왔을텐데..
"일은 즐겁게 해야 돼요.."
울지도 못할만큼 고통속의 상황을 견디는 남편이 던진 말때문에 가슴속에서 뜨거운게 치받쳐 올랐다..
얼마쯤 후 통증이 가셨는지..
아니면 호랭이 같은 마눌의 기운이 눅진해진 탓인지..
남편은 아무렇지 않은 듯 엔진톱을 다루기 시작했다..
하야..오늘 2단 거의 완성..
우리 부부가 퉁퉁거리다가 마음 포개 일하고 있는 사이..
가물다고 마늘밭에 줄창 물을 주던 어머니 아버지가 어느틈에 등장하셨다..
"꽃이라도 심어~~"
저 터전은 어찌될 지 미지수인 공간인데 부모님이 돌을 고르고 계셨다..
꽃밭을 만들기 보다는 어쩌면 우리 부부 마음 포개어 일하는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는 망루는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 부부의 마음이 합하여 살기를 원하는 그런 터전을 또 일궈 주시는 부모님..
돌을 골랐다고 하지만 내 보기엔 여전히 돌밭이다..
그 돌으로 보이는 그 곳에서 나는 무얼 심을까 머리를 궁싯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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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저녁에 동강보존운동본부 운영위가 있다고 작업을 평소보다 조금 일찍 마쳤다..
적당한 핑계로 한번쯤은 빠져도 될 법한데..
우동국물에 식은 밥을 말아 먹고 제 맡은 일이라면 악착같아서 허겁지겁 집을 나선 남편..
토치에도 그슬려지지 않은 잔가시가 많은 나...
뒤늦게 이래저래 마음이 아프다..
첫댓글 완성되는 그날이 기다려집니다
와아~~ 정말 대단한 작업입니다.. 가장 손 많이 가야하는 날 SOS 치세요. 달려 갈랍니다. 힘은 못쓰지만...
샛강, 자네가 아무리 발버둥쳐봐라 돌부처인 소현씨를 당하나. 자네나 나나 닭새끼 성질모양으로 푸다닥 하다 마는거지 뭐.
전통 귀틀집, 명물이 되것소, 근데 낙엽송은 고무장갑을 꼭.....보이지도 안는것은 곰배면도기로 긁는게최고......
속 깊은 사연도 그 둥그런 말에 담겨져 있는 듯 합니다.
헤아릴 수 있다고 말해드리면 오바한다고 하실듯...
그치만 이해되는듯 합니다.
귀틀집 지으시는것 같군요. 멋진 부부신니다 행복집 지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