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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포 깍지길: 어촌체험장
감포항
경주에 바다가 있나? 하는 질문을 받는다. 감포가 경주인가? 라는 물음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경주는 신라의 천년도읍지로 월성과 불국사, 첨성대와 같은 사적들이 내륙에 가득한 역사문화도시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경주는 울산과 연접해 양남의 주상절리군에서 시작해 양북의 문무대왕릉, 감포 전촌마을, 감포항으로 이어지는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해안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해안을 따라 곡선으로 이어지는 그림 같은 해변도로 38㎞가 넥타이처럼 풀어져 있다. 때 이른 여름이 시작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해수욕철이면 의례 양남에서 양북, 감포로 이어지는 해변을 찾는 인파가 해안도로를 가득 메운다.
감포에서 양북을 지나 양남으로 이어지는 길을 순서대로 소개한다. 경주시는 감포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테마별로 8개 구간으로 나누어 감포 깍지길을 개발했다.
깍지는 손가락을 서로 엇갈리게 맞추어 잡은 상태로 타인과 깍지를 끼려면 마음을 먼저 열어야 한다. 사람과 자연이 깍지를 끼고 최고의 선에 도달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 감포 깍지길이라고 주인석 작가는 말한다. 감포 깍지길은 어촌체험장과 오류 고아라해변, 송대말등대, 감포항, 전촌솔밭, 촛대바위 등등의 절경을 자랑하며 파도 넘실대는 바다와 연접해 체험하고 싶어하는 피서객들을 부른다. 8개 코스로 구분된 깍지길을 3회로 묶어 소개한다. 가장 먼저 신화와 전설이 널린 길, 저절로 힐링되는 감포 깍지길 어촌체험장부터 가본다.
고운모래해변
◆감포댐 텔레파시구간
길은 삶의 여정이다. 살아가면서 수만갈래의 길을 만나고, 선택하고, 걷게 된다. 스스로 선택한 길을 걸어 자신의 삶을 이루어 간다. 어떤 길을 걸을지, 어떤 인생을 만들어갈지 모두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감포댐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른 언덕길이다. 바다를 등에 두고 해가 지는 방향으로 올라야 한다. 마냥 힘에 겨운 길만은 아니다. 고개를 숙이고 오르다보면 어느새 아취를 이룬 벚나무들이 사계절 시원한 공기청정제 역할을 한다. 봄이면 하얗게 꽃피워 희망을 노래하고, 여름이면 푸르게 바다를 산으로 옮겨 놓는다. 가을에는 유난히 반짝이는 단풍으로 마음을 설레게 하는 길이다.
포항과 경계를 이루는 감포를 알리는 표지석에서 등산을 시작해 10분 정도면 바다가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곳에 정자가 껑충한 키를 자랑하며 땀을 식혀주는 쉼터를 제공한다. 감포를 상징하며 감포댐을 내려다보는 ‘감포정’이다.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바다를 돌아보면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바닷바람이 머리까지 시원하게 씻어준다. 일본해역까지 펼쳐진 푸른 바다는 무엇이든 가능하리라는 긍정의 힘을 주면서 꿈을 꾸게 한다. 다시 정상을 바라보면 세 개의 팔을 우렁우렁 돌리는 풍차가 정자의 지붕과 시선을 맞춰 묘한 풍경을 조성한다. 무엇이든 꿈꾸는 세상을 펼쳐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정자에서 푯말을 따라 댐이 보이는 계곡으로 120m 오솔길을 따라가 본다. 댐에 길이 막힌 물길이 굽이굽이 용의 허리를 그리며 산 속으로 꼬리를 감추고 있다. 거기, 금빛 바위가 햇빛을 받아 번쩍거린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엉덩이 끝이 짜릿하게 전율이 오기도 하지만 아들을 낳게하는 기도바위다. 붉은 색을 띠고 있어 ‘적바우’로 불린다. 신라시대 천명공주가 기도해 태종무열왕 김춘추를 낳게 된 바위라는 전설이 전해온다. 이곳에서 기도를 하면서 하늘로 이어지는 빛기둥을 보면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는 전설이다. 간절함을 모아 빛기둥을 보고 싶어진다. 하늘로 이어진 듯한 물줄기를 따라 시선을 물길이 시작된 계곡으로 옮겨가면 풍차가 느릿느릿 3시, 8시, 12시를 제각각 가리키며 시간을 돌리는 풍경 속에 빠져 세월을 잊게 된다. 풍차 날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나의 전파를 실어 보내면 무엇이든 텔레파시로 메아리쳐 돌아올 것 같다.
감포정은 누구나 둘러 앉아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정보를 나누고 추억을 공유하는 쉼터로 산 속의 힐링센터 기능을 한다.
오류캠핑장
◆연동어촌체험장
한 여름 불볕더위가 세상을 태울 때, 바다로 가는 발길이 부쩍 늘어난다. 감포 오류해수욕장 어촌체험장으로 올 때는 간을 떼어 보관해두고 오는 것이 좋다. 감포항구로 시나브로 드나드는 배들이 기적을 울리며 파도를 일으키는 위로 짚라인이 질주할 때면 청룡열차가 주는 공포감보다 훨씬 더 써늘한 쾌감을 주면서 간이 철렁 내려앉게 하기 때문이다.
연동어촌체험마을은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마을기업이다. 4층 높이에서 외줄에 몸을 매달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짚와이어와 카약, 스노쿨링 등의 바다놀이기구 체험에 이어 바다낚시, 해녀들과 바다수영하기, 싱싱한 해산물 체취하기 등의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연동어촌체험마을은 매년 여름휴가철을 맞아 성게축제를 열어 피서객들이 바다체험을 통해 신나는 여름 휴가를 보내면서 멋진 추억을 간직하게 한다. 축제는 성게요리 시식회, 해녀 수영대회, 바다줄다리기, 깜짝 수산물 경매, 수산물 맨손잡기와 같은 체험프로그램 위주로 전개된다. 특히 사라져 가는 해녀들의 일상을 눈으로 보고, 함께 수영도 하면서 수산물도 채취하는 등 직접 체험을 통해 참가자들의 마음을 넉넉하게 한다. 축제기간에 맞춰 연동어촌체험마을을 방문하는 것도 큰 즐거움을 얻는 지혜가 된다.
연동어촌마을에 들어서면 우선 마음이 편안해 진다. 마을을 중심으로 작은 항구가 앞마당처럼 동그랗게 형성돼 있고, 최근 세운 용의 꼬리 모양으로 힘차게 치솟는 치미 형태의 등대가 입구를 지키고 있다. 목선과 원동기를 장착한 작은 배들은 저마다 나부끼는 깃발을 달고 오종종 모여 있다. 새벽이든 한낮이든 어부의 마음이 동하기만 하면 동동동 발동기 소리를 내면서 바다로 나간다. 누구나 신청만 하면 어부가 될 수 있다. 감포 특유의 단맛이 우러나는 참전복과 가자미를 잡아 싱싱한 해산물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오류고아라해변
고아라해변은 모래알이 곱다. 그래서 고아라해변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인지도 모른다. 고아라해수욕장 모래밭 한 가운데 서면 세상에서 혼자 고립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앞을 바라보면 막막한 수평선으로 이어지는 바다가 하염없이 펼쳐져 있고, 좌우를 돌아보면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뜨거운 모래밭에 올데갈데없는 발이나 푹 묻어보면 뜨거운 기운이 전류처럼 등을 타고 전신으로 흐른다. 전신에 퍼져있던 피로증후군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태어날 때의 차림으로 모래를 껴안고 누워보면 전신으로 따뜻하게 번지는 사랑을 느낌할 수도 있다.
고아라해변 입구에는 거대한 풍차가 문지기처럼 서있다. 이국적 풍경이 조급했던 마음을 턱 내려놓게 한다. 또 28동의 캐라반은 도심지 아파트와 같이 나를 완전히 매몰시켜준다. 윗옷 훌렁 벗어던지고 해수욕복으로 갈아입고 나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다도 좋다. 누구도 나를 알아볼 사람이 없다. 편안하게 즐기면 된다. 고함을 질러도 좋다. 파도가 씻어 가버린다. 캐라반을 덮고 있는 송림은 넓은 백사장과 함께 누구에게나 익명성을 보장한다. 포장하고 가식적이었던 체면 같은 것은 모두 버리고 편안하게 힐링 할 수 있는 곳이 고아라해변이다.
한낮의 35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도 해가 기울고 밤이 오면 선선한 바람이 한기가 들 정도다. 어둠이 내리면 썬그라스를 벗어도 좋다. 반바지에 얇은 티셔츠 하나만 걸치고 슬리퍼를 엄지와 검지발가락에 대충 끼우고 모래가 숭숭 발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바닷길을 산책하노라면 검정색 바다에서 하얀 파도가 깔깔거리며 달려와 풀썩 넘어진다. 방문객들의 자유를 찬양하는 합창 같다. 혼자서도 좋고, 가족이든 연인이든 함께라면 마음이 저절로 열려 자유로운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곳이다. 힐링천국이다.
치미등대
◆감포깍지길 개발한 김진룡 전 감포읍장
김진룡 전 감포읍장은 2011년 감포읍장으로 발령받아 지역을 돌아보면서 감포사랑에 푹 빠져버렸다. 해변을 따라 조성된 절경, 일제강점기 그 질곡의 세월이 아직도 진하게 묻어 있는 흔적, 돌미역과 물가자미 등의 싱싱한 해산물, 구수하게 인정이 살아 있는 사람들 이야기 등을 공유하고 싶어 ‘감포 깍지길’이라는 책으로 엮어냈다.
감포는 어촌이면서 민원이 많은 지역으로 소문이 나있어 공무원들이 일하기에 쉽지 않다며 힘들어 하는 지역의 하나다. 민원 해결과 추진해야 할 정책적인 사업들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랄 터인데 어떻게 깍지길까지 조성했는지 라는 질문에 “감포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청정 수산물들을 전국에 알려 주민들의 소득을 높여야겠다는 생각과 특별하게 아름다운 지역을 홍보하고 싶어 작가의 힘을 빌어 스토리텔링해 책으로 엮었다”고 김 읍장은 당시 심정을 말했다.
김 읍장의 감포사랑은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감포 어느 길목이든 접어들기만 하면 구수한 이야기로 끝없이 술술 풀어 놓는다.
감포정
감포는 서, 남, 북 삼면이 최고 200m 이내의 낮은 구릉지대 및 평야고 지리적으로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우수해변으로 선정된 오류 고아라해변과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사진 찍기 좋은 녹색명소로 선정된 송대말등대, 1920년 개항해 전형적인 어촌의 풍경을 고스란히 안고있는 감포항구는 동해안의 비경을 조망할 수 있는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다. 읍장으로 취임한 그해 10월부터 감포스토리벨트 조성사업으로 ‘감포 깍지길’이라는 테마단지를 개발했다.
읍장은 감포의 해안과 바다를 육지로 끌어올려 전 지역을 연결하는 8개의 탐방코스로 개척해 스토리텔링과 조형물을 만들고 특산물을 찾아서 마을기업을 육성하는 등 감포 주민 전체가 참여하는 사업으로 진행했다. 이러한 읍장의 마음이 감포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지금도 김 읍장을 만나면 덥석 손을 잡고 반가운 눈길을 보낸다.
김진룡 읍장은 “길은 인생이다. 가만히 기다리면 지나가는 것들, 지그시 누르고 있으면 고여드는 것들, 고함을 지르고 나면 변화하는 것들, 이러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시간과 공간과 사색과 여유가 있는 감포 깍지길을 사랑하는 사람과 깍지를 끼고 걸어보시기 바란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권한다.
책을 내면서 “감포여행의 길잡이 역할은 물론이고 감포의 발자취이자 역사이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남긴 읍장의 마음이 책갈피마다 잔잔하게 파도친다.
첫댓글 감포는 꽤 많이 가 본 것으로 기억되는데..내가 몰랐던 신 정보가 가득합니다.수박 겉핥기로 별 생각없이 술과 회나 먹으로 놀러 다닌 것 같아요. 짚라인이 있다는 안내도 새롭네요.
"타인과 깍지를 끼려면 마음을 먼저 열어야 한다.
사람과 자연이 깍지를 끼고 최고의 선에 도달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 감포 깍지길이다." 표현이 걸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