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님에 의한 총무님을 위한 총무님만의 읽을거리...웨믹의 독후감 시작합니다ㅜㅜ
귀네스 펠트로의 매끈한 등허리와 에단 호크의 흔들리는 눈빛이 강렬하기는 했지만 그 영화로 '위대한 유산'을 처음 접한 내게는 찰스 디킨스라는 작가가 보이지 않았다. 각색은 전혀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일부러 그 책 표지를 피해 다른 출판사의 책을 샀다. 오리지널 핍과 에스텔라를 만나기 위해...
TV 없이 지낸 지 서너달이 되었다. 저녁엔 뭔가 허전하고 섭섭하고, 소파는 TV를 보기 위한 자리가 맞는 것 같다. 요즘은 거실 소파에 아무도 앉지 않는다. 위대한 유산은 이런 환경에서 내게 일일드라마가 되어주었다. 책을 다 읽어갈 즈음, 아껴보던 연속극이 막을 내려 섭섭한 것처럼, 뒷표지를 덮는 그 순간이 두려워(?) 계속 마지막 장을 미뤄두면서 몇날을 보내기도 했다.
핍과 에스텔라, 재거스와 웨믹, 매그위치와 미스해비셤, 조와 비디, 그리고 펌블추크씨와 누나, 허버트와 가족들 등등... 수많은 등장 인물들이 내게는 몇 달 동안 살아 움직이는 친구 같았다. 매그위치의 회상, 핍의 1인칭 서술, 허버트를 통해 알려지는 해비셤의 과거 등도 모두 굵직한 이야기들이지만 그 외의 인물들도 뜯어보면 책 한 권 쯤은 나올법한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다. 대장간에서 울룩불룩한 팔뚝으로 땀에 젖은 이마를 닦으며 열심히 망치질을 하는 조도 가만히 대화를 나눠보면 굴곡이 있는 멋진 삶을 살았을 것이고, 비디 또한 고향에서 교사가 되기 위해 절제하고 자신을 갈고 닦았으리라. 핍에 대한 요동치는 마음을 접고 가랑비에 옷 젖듯 조의 매력에 흠뻑 빠졌을 것이다. 웨믹은 또 어떠한가? 그는 어쩌면 가장 이중적이고 실리에 밝은 사람이지만 가장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물일지도 모른다. 아마 몇몇 인물들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다른 인물들의 보이지 않는 삶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 것 같다.
매그위치의 위대한 유산 핍은 부유하고 권태로운 신사의 삶을 동경했고 문턱까지 갔지만, 결국 자신의 선택으로 다른 길을 걷는다. 진짜 부자는 부티가 나지 않고, 진짜 유식한 사람은 아는 티를 내지 않는다. 알고 있지만 입을 다물고, 누릴 수 있지만 참는 것. 다른 사람들과 섞여 사는 사회 속에서 진정한 신사와 숙녀는 그렇게 길러지는 것 같다. 가진게 많지만 항상 허기지고, 나보다 더 가진 자를 부러워하거나 시기하는 사회에서 절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핍은 진짜 신사이고, 조와 허버트도 신사이며 비디는 숙녀인 것이다. 우리가 허버트의 엄마를 경멸하는 이유는 욕망하고 동경하는 그녀에게서 절제와 겸손을 볼 수 없어서일 것이다.
그 세계를 알지만, 그 달콤함과 안락함을 알지만 거기에 함몰되지 않고 한 발 비켜서서 걸어갈 수 있는 것. 그 의연함과 절제가 나를 매력적인 유산으로 만들지 않을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핍의 당당하고 굳건한 옆모습이 매력적인 것처럼...
예전에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을 얼핏 본 적이 있다. 애벌레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노랑애벌레는 다른 애벌레들을 밟고 끝까지 올라갔었는지, 갓길로 빠져서 친구를 사귀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모든 삶은 그래서 공평한 건지도 모른다. 한 번 사는 삶이고 다른 사람의 삶을 결코 내가 살 수 없으니 말이다.
첫댓글 음 가슴뭉클한 독후감이군요..
다니엘님은 핍을 매그위치의 < 위대한 유산>으로 이해했네요.
난 핍을 매그위치의 <위대한 기대>로 이해하고 읽었는데, 장차 남겨질 것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고 봅니다~
매일을 연속극보는 맘으로 재밌게 읽었다하니 어떤 맘인지 알 듯도 싶고 또 부럽기도 하네요.
요즘 읽을 책들에 치여서 미처 책의 재미를 만끽하지 못한 듯 싶어 말입니다..
제가 카이저 소제님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다니요. 이만한 찬사는 찾아보기 힘들겁니다. 왠지 점점 웨믹스러운 말투가 되어가고 있군요. 허허~~ 제가 매그위치라면 탈출을 감행하던 그 때도 법정에서도 감옥에서 죽어갈때도 별로 한스럽지 않았을거예요. 평생 처음으로 내 삶을 이해해주고 나를 염려해주는 멋진 신사 핍이 곁을 지키고 있으니까요.
@다니엘 매그위치가 감옥에서 죽어갈때, 딸이 살아있고 핍이 자기 딸을 사랑한다는 말에 안도하며 죽었으니..편안한 죽음이었을 듯.
자식을 키우며 애면글면 속 썩을 일 많다보니 그 장면에서 눈물나더만요.
잉잉잉
@카이저 소제 저도 매그위치 죽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감동이었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알집 웨믹이라 불러주십시용~~^^ 근덕선생님께서 꼭 지같은 캐릭터를 고른다고 일침을 주셨을 때 이것이 칭찬인가 욕인가 한참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토파님의 삶의 태도 또한 전혀 가치중립적으로 들리지 않는건 웨믹의 편협한 정신세계 덕분이겠지요??? (농담입니다 ㅋㅋ)
디킨스가 아베체 샘들에게 삶을 숙고해볼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을 선물한 책인 것 같군요.
웨믹님 글 잘 읽었습니다.
다양한 성격과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나와서 그런게 아닐까요? 그 중 하나는 좀 더 저랑 가까운 사람도 있을테니까요. 종합님께서 제일 좋아하신 인물은 누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