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약 240킬로미터,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로부터 약 60킬로미터 떨어진 후쿠시마 시내. 고속버스로 6시간가량 달려 온 취재진을 반긴 건 컨테이너 박스 몇 채이다. 원전 사고 이후 피난민들의 가설주택인데, 한 겨울을 어떻게 견디나 싶을 정도다. 찬바람이 틈새로 치고 들어올 것 같은 그곳에 깨끗이 빨아 널어놓은 옷들이 춤을 춘다.
후쿠시마현은 일본 도호쿠 지방 남부에 있는 현으로, 현청 소재지는 후쿠시마시이다. 3.11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사람들에겐 ‘방사능 공포’로 각인된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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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설주택 [사진총괄 : 도영, 정재은] |
방사능 수치 측정한다 해도... 사람이 사는 곳
상대적으로 높은 방사능 수치 때문인가. 들어서자마자 입안이 미끈해지고, 뱃속이 울렁거린다. 방사능 0 베크렐 야채 까페 ‘하모르’에서 만난 후쿠시마시민 사이토 아케미(44세) 씨도 그런 증상을 경험했다고 한다.
‘방사능 공포’란 단어가 잊힐 만큼 얼굴을 스치는 차갑고 맑은 공기는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사람들은 정류장서 버스를 기다리고, 일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쇼핑몰에서 물건을 산다. 눈에 보이는 않는 공포는 원전 폐로 목소리와 핵발전을 반대하는 다양한 행동으로 확인되고 있다.
후쿠시마역에 도착하자 도쿄 신주쿠, 미야기현의 센다이 시내보다 일반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방사능 개인 설량계를 보니 0.840 마이크로시버트(μSv/h)를 가리킨다. 도쿄 신주쿠 도심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취재 결과 도쿄 도심보다 평균적으로 높은 방사능 수치를 나타냈지만 바람, 빗물 등 환경에 따라 이동하는 방사능 물질을 일관되게 적용하긴 어렵다. 핫스팟이 이미 현실에 존재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 문무과학성에서 제공하는 대기중 방사능 평균 수치 역시 신뢰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또 문무과학성에서 각 종 방사능 수치를 시간대별로 발표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데이터를 보기 어렵게 해 놨다는 불만이 올라온다.
때문에 어떤 이는 ‘비영리 개인에 의한 방사능 정보 서비스’ 홈페이지(www.atmc.jp)를 운영하기도 한다. 홈페이지 운영자는 “개인이 지진 봉사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하고 있다”며 “각 페이지의 정보는 정부 기관 및 지방 발표 공식적인 자료에 근거해 작성하고 있다”고 알렸다.
후쿠시마역 주변은 3.11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후쿠시마역 동쪽과 서쪽을 연결하는 지하도 벽면에 수많은 재해-원전 관련 포스터가 붙어있다.
정부 환경성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제염에 관한 도움을 주기 위해 이를 지도하는 전문가들을 파견한 센터를 만들었다고 홍보했다. 일본 정부는 사고 이후 방사능 물질 제거 대규모 제염(오염제거)에 나선 상황이다. 또, 자위대가 동일본 대지진 재해 복구 활동을 선전하고, 정부기관과 후쿠시마 의과대 등이 추진하는 ‘아이들 관광과 환경에 관한 건강 조사’, 정부가 위탁사업으로 진행하는 복구지원단 모집 광고가 눈에 띤다. 피난소 건설, 가설주택 운영 등 일자리만들기 사업이다.
각종 홍보 사이로 3.11 원전 사고 이후 탈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공존한다. 각종 단체들은 후쿠시마, 도쿄, 고리야마 등 3.11 사고 1년을 맞아 탈핵(반핵)을 주장하는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또 ‘후쿠시마 사고 1년, 무엇이 바뀌었나’, ‘핵발전에 대해’ 등 다양한 주제로 소규모 모임(카페 등)들이 토론과 강연을 제안한다.
그리고 거리고 나가면, 곳곳에서 감세를 주장하는 선전전, 정부 지원이 아닌 시민 모금을 통한 후쿠시마 아이들을 위한 병원 건설 활동, 방사능 0 베크렐 카페 운영 등 궁극적으로 원자력발전을 멈추어야 한다는 행동들이 이어진다.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대량 폐기물”
후쿠시마역에서 200미터 가량 떨어진 곳 건물 1층에 제염과 폐기물 처리에 관한 센터가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환경성에서 사고 이후 준비하는 센터로, 같은 건물 7층에 환경성 사무실이 있다. 환경성 관계자는 "후쿠시마 시내에 이곳 한 센터만 문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유출 이후 제염과 폐기물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환경성 호소노 장관의 ‘재해 폐기물의 광역 처리 추진에 관한 영상 메시지’로도 그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환경성 홈페이지에서 장관은 “이번 동일본 대지진은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을 정도의 대량의 폐기물이 나왔다. 이 폐기물을 여력이 있는 곳으로 받아주어 제대로 처리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광역 처리는 충분히 안전성을 확보하고 추진할 것이다. 여부,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환경단체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정부는 후쿠시마지역으로부터의 오염된 토사들을 일본 전 지역으로 분배해서 처리할 계획이다. 환경성이 추산하기에, 이와테현, 미야기현 및 후쿠시마현 등 해안 지대에서 대재난으로 생겨난 건축폐기물은 약 2천3백8십만 톤에 달한다. 이미 지난 11월 이와테현에서 도쿄로 대략 천 톤의 폐기물 첫 운송이 시행되었다.
이와테현 지방정부는 이 폐기물에 133베크렐(bq/kg)의 방사능물질을 함유된 것을 추정했다. 작년 3월 이전이라면 불법인데, 정부는 7월에 건축폐기물안전수준을 100베크렐에서 8,000 베크렐로, 10월에 다시 10,000베크렐로 상향조정했다. 도쿄는 총 50만 톤의 폐기물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방사능으로 오염된 엄청난 양의 물질들을 위한 임시보관소를 찾고 있다. 마땅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에, 방사능 오염된 폐기물은 일부분 소각되었다. 소각되었다 해도 매연을 통해 생긴 방사능은 또 확산된다. 결국 원전 사고 이후 발생된 핵폐기물 처리는 속수무책으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또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접 피해 지역 중 약 92제곱킬로미터(㎢) 지역에 대한 방사능 오염 제거 작업을 포기했다. 방사선량이 50밀리시버트(mSv)가 넘어 현재의 오염 제거 기술로는 방사선량을 20밀리시버트 이하로 낮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환경성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주변 피폭 지역에 대한 방사능 오염 제거 계획으로 지상 1미터 높이에서 측정한 방사선량 기준에 따라 피난지시 해제 준비구역(20mSv이하), 거주 제한 구역(20mSv초과 50mSv이하), 귀택 곤란 구역(50mSv초과)로 나눈 바 있다. 50밀리시버트 이하 지역은 2014년 3월까지 주거 가능 기준치로 낮출 예정이라고 한다.
죽음의 땅을 생명을 땅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 환경성이 후쿠시마에 설치한 센터에서 보급하는 자료만 봐도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것은 왜 일까.
이 자료에 의하면 설사 저농도 방사능 지역이라도 할지라도,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사람들이 방호복을 입지 않고, 일반 마스크를 쓴 채 작업하는 사진이 수시로 눈에 띤다. 어느 하수구 등이 핫스팟(고방사능 지역) 일지도 모르는 데 말이다. 임시방편으로 방사능 물질 농도를 낮추기 위해 굴삭기로 땅을 파 지상과 지하의 땅을 뒤집어 묻어버리는 것을 권고하고 있기도 하다. 방사능 물질 유출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라도 부어버려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천, 아니 수만 제곱킬로미터의 땅을 콘크리트로 부어버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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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로부터 35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이와키시 해안의 작은 마을 요쓰쿠라 마치의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비. 이와키시는 지진-원전 사고로 347명이 사망하거나 행불됐다. |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로부터 35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이와키시 해안의 작은 마을 요쓰쿠라 마치의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비. 이와키시는 지진-원전 사고로 347명이 사망하거나 행불됐다.
지진과 원전 사고로부터 살아남은 자들이 다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발버둥치는 사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로부터 35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이와키시 해안의 작은 마을 요쓰쿠라 마치의 희생자들은 말없이 누워 있다.
* 통역 : 야스다(일본노동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