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은 가능성의 도시다. 아니 베트남의 가능성이라고 해야하나? 평균 나이가 27세란다. 젊다. 그 젊음의 열기를 변화와 개혁의 방향으로 이끌고
간다면 충분하다고 본다. 한국을 따라잡겠다는 의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추구하는 원대한 목표가 이루어지는 날을 기대해 본다.
호이엔에서 이틀밤을 자고 호에 로얄호텔로 숙소를 옮기고 그날 저녁 밤의 열기를 구경하기 위해서 나왔다. 다낭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것은 수많은 오토바이 행렬이었다. 모든 교통의 수단이 오토바이였다. 2008년 하노이에서 수많은 자전거 행렬을 발견했던 것처럼 지금은 오토바이가
대신하고 있다.
시내는 오토바이 부대와 쇼핑객, 관광객들로 들끓었다. 정신이 없었다. 한도 끝도 없이 소용돌이 치는 오토바이
행렬이 밤의 열기를 후끈하게 달아 올렸다. 호텔 근처의 밤시장과 백화점을 돌면서 혼이 나갈 정도였다. 백화점 지하주차장과 노상 주차장은 모두가
오토바이로 ㅍ채워졌다. 우리나라가 자가용 시장이라면 이들은 오토바이가 필수품이다.
3박5일(1.20~24)의 일정이 순식간이다. 장소와 날짜를 확정하고 설렘 가득한 시간을 맞이했다. 여행을 위한 안내가 오면 차분히 읽고,
다낭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는 과정에서 이미 여행은 시작된 것이다.
출국하는 아침은 온통 천지가 하얀 눈으로 덮인
폭설의 현장이었다. 그토록 기다렸던 하얀 세상을 뒤로하고 떠난 것이다. 최순실과 박대통령이 엮인 국정농단 보도로 연일 도배되는 분위기를 뒤로하고
훌쩍 떠난 것이다.
같은 방향을 향해가는 '감사모' 회원들을 보면 든든하다. 그들의 삶이 그렇다. 교사의 길을 걷는 참스승들이다.
교육을 걱정하고 미래를 생각하며 진정한 행복의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참으로 맑고 깨끗한 영혼들의 소유자다. 그냥
함께 있어도 정화되는 물빛이다. 묵묵히 교단을 지키고, 가정을 아름답게 가꾸고, 자신에게 엄격하며, 낭만을 즐기는 로맨티스트들이다.
함께 만나고, 함께 여행하며, 생각을 공유하고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고민한다. 그렇게 이 번 여행도 저물어 가고 있었다. 마지막 밤엔
안교장이 약간 몸이 안 좋아 밤의 열기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아쉬움이 있기도 했다. 호텔로 돌아와 다시 긴 대화의 늪으로 빠져들다 호텔측으로부터
밤의 고요를 깨뜨린다며 옆방에서 연락이 왔다는 주의를 받기도 했다.
동남아 여행에서 늘 빼놓지 않는 맛사지는 어떤가. 모든
여행일정을 마치고 피로를 풀어주는 이 대열에 동참한다. 혼신을 다해 정성을 기울이는 맛사지사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안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봉사팁을 주면 '고맙습니다'라고 서툰 한국말을 하는 그들의 순진함에서 마음이 짠하다. 열심히 벌어서 경제적 풍요한 행복한 삶을 기원해 본다.
우리와 함께 했던 또 다른 두팀, 짦은 인연이지만 함께 하면서 행복했다. 한 팀은 70이 넘은 여고 동창들, 한 팀은 부모를
모시고 온 여의사가족 팀, 그들에게도 행운이 있기를 빈다.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낭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21:00분쯤이다. 출국절차에 들어갔다. 복잡한일이 발생했다. 서울 면세점에서 간단한 화장품을
산후 썬크림을 사용하기 위해서 뜯은것이 문제다. 면세품은 포장한 그대로 가져가야 함을 잊은 것이다. 가방에서 꺼내진 몇가지 화장품을 압수당했다.
설명을 하고 다시 기내용 가방을 수하물로 부치는 번거러움을 겪었다. 우리는 여러번의 여행을 통해서 간단한 기내용 가방만으로 여행하기 때문에
수하물 찾는 번거로움을 피했다. 수하물로 붙이면 편리한 점도 있지만 그 반대쪽도 많다.
다낭공항은 작고 비좁다. 쇼핑센타에 전시된
물건들도 눈에 가는 것들이 별로 없다. 자리를 잡고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나온 여행의 후일담을 나누기도 하고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도 한다. 갑자기 궁금한지 서울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서울의 기온이 뚝 떨어져 있다는 추위보도 이야기거리로 등장한다.
그렇다. 며칠을 떠나 여행을 하다보면 처음에는 새로운 세계, 낯선 호텔에 신비감 같은 것이 자리하지만 늘 낯설기만 하고 정을 줄 수가 없다.
안락하고 편리하게 꾸며진 호텔의 잠자리도 그저 수많은 사람들이 거쳐갔던 곳의 하나였다는 발견들이 찾아들면서 나의 집에 대한 향수가 밀려오기
마련이다. 그 따뜻한 보금자리, 그 나의 자리가 물밀듯이 밀려 오는 법이다. 그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다는 고마움이 절실해진다는 것이다. 여행은
그래서 사람을 다시 나게하는 것이다.
삶에서 변화는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변화를 잘 만들어 내는 사람이
멋지다. 그 변화의 으뜸이 여행이다.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은 스트레스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우울증과 탈선이 바로 변화를 적절하게
만들지 못해서 나오는 병들이다. 그런면에서 여행은 우리들의 삶에서 변화를 만들고 다시 그원동력으로 자신과 부부, 이웃들과의 관계를 활력으로
만드는 보약이나 마찬가지다.
불쑥불쑥, 어느땐 치밀한 계획을 세워 떠나는 것을 권한다. 떠남 자체가 인생을 황홀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터득했기때문이다. 우리는
그렇게 시간이 되면 떠난다. 산으로 바다로, 도시로 시골로, 국내로 해외로, 홀로 함께.. '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보내라'는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23"30분발 대한항공 비행기는 어둠속에서 시속 900여Km의 속력으로 달려가고 있다. 한 밤중의
기내는 스튜디어스들의 분주한 서비스의 발걸음과 영화를 보는 사람 음악을 듣는 사람, 잠을 청한 사람들의 다양함이 혼재되며 비좁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영화 한편에 마음이 가지만 시간 때우기용이다. 집중도 안된다. 잠을 청하지만 잘 안된다. 뒤척이며 어느새 생각은 한국으로 향한다.
갑자기 스튜디어스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조식 준비다. 새벽 4시가 조금 지나서다. 6시쯤 인천공항 착륙이니 그 전에 조식을
제공한다. 이런땐 난감함이다. 꼭 조식을 제공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일이다. 서비스도 지나치면 부담이라더니 이럴때 맞는 얘기 같다.
제공되는 식사를 마치고 도착때까지의 시간에 조급해지는 풍경들을 엿볼 수 있다. 짧은 여행이지만 다시 조국을 찾는다는 기쁨과 안전하게 아무 탈없이
다녀온 것에 대한 감사함일게다.
인천공항은 겨울이다. 갑작스럽게 온도차를 느낀다. 수하물을 찾고, 맞겨둔 두터운 외투를 찾아
갈아입고, 서산행 7:00분발에 몸을 싣기까지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여행, 우리를 더욱 행복하고 성숙하게 만들었다. 우정은
더욱 단단해졌다.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준 선물이다. 얼마간 그 행복의 여운으로 활기찬 삶을 엮어가리라. 그러다 다시 지루함과 힘든 사안이 발생할
땐 훌쩍 떠나자. 떠남과 돌아옴의 번복을 통하여 늘 행복을 내안에 만들자. 그런 익숙함의 반복이 영원한 죽음 앞에서도 의연할 수 있다는 나의
생각은 논리의 비약만은 아니리라.
주인을 기다리다 지쳐 이미 싸늘해진 집 안에 보일러를 틀고 온기를 불러일으키니 금새 따뜻해졌다.
사람이 머물지 않는 빈집 그 얼마나 쓸쓸함인가? 시인 기형도는 이렇게 묘사했다.
빈 집/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