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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점심_100회등산(7), 영빈관 점심 2013.09.22.
1. 북한산 백운대 아랫마을의 영빈관 음식점 야외이다.
2. 반찬이 정갈하다. 아직 고기, 뽕밥등 본메뉴가 나오기 전이다.
3. 차양의 색깔에 따라 그늘도 색상이 다양하다.
4. 4시간 반에 걸친 등산을 하고 하산하여, 목욕을 한 후라 모습들이 깔끔하지요.
5. 이하 멘트는 본 사진과는 관련이 없더라도, 황지우 시집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거다>, 문학과지성, 에서 뽑아 본 구절이다.
6. 마당의 잔광, 세상 마지막인 듯 환하다. / 울밖으로 홍시들이 내려와 있어도/ 그걸 따갈 어린 손목들이 없는 마을/ <가을 마을>에서
7.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한 말은/ 아무리 하기 힘든 작은 소리라 할지라도/ 화산암 속에서든 얼음 속에서든/ 하얀 김처럼 남아 있으리라./ <재앙스런 사랑>
8. 잠깐만요! 이 시집 헌책을 구해 보고 있는데, 어느 남자 청년이 여자에게 선물로 준 모양이다. 남자의 쪽지가 붙어 있다. 그중에 한 마디는 이렇다. " ~이것 하나만은 기억하면 좋겠어. 넌 가끔 네가 필요로 할 때만 나를 필요로하지만 난, 늘 네가 필요해." 이말은 북한산이 우리를 보고 하는 말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새책같다. 넘겨보지도 않은 모양이다. 몇 편이나 읽어봤을까? 그리고 소중한 쪽지붙여진 채로 굴러다니고 있으니, 시집이 마음에 안들었던지, 남자가 맘에 안들었던지? 슬프다. 사랑이여!
9. ~/ 가로수 그림자가 그물 친 담벼락, 그 푸른 투망 밑으로/ 당신이 지나갔던 것은 우연도 운명도 아닌,/ 단지 시간일 뿐이지만 디지털 시계 옆에서/ 음악이 다른 시간을 뽑아내는 것처럼, / 당신이 지나간 뒤 물살을 만드는 어떤 그물에 걸려/ 나는 한참 동안 당신을 따라가다 왔다./~ / <당신은 홍대 앞을 지나갔다>에서, 여기도 슬픈 사랑이 있었네.
10. 그대는, 이삿짐 트럭 뒤에 떨궈진 생을 두려워하지는 않는지, 신화와 뽕짝 사이 사랑은 영원한 동어 반복일지라도/ 트럭짐 거울에 스치는 세계를 볼 일이다. / <몹쓸 憧憬>에서.
여기도 쓸픈 사랑 있었네. 이사짐에 실리지 못한 물건같은 신세도 있을 것이다. 쓰레기 아니라 쓸만해도 더 필요한 것에 비하면 차순위로 밀려나 버려지는 것들이 많다. 나는 차순위로 밀려 버려진 것일까 생각도 되겠네.
11.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올리고 있는 그에게, /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 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 <거룩한 식사>에서.
우리 할머니는 현명했다. 삶은 정구지 무침 같은 특별한 반찬은 반드시 동생과 나에게 각각의 접시에 담아 줬다. 그런고로 한번도 한그릇에 담긴 음식을 눈 흘끼며 나눠먹은 기억은 없다. 그런고로 싸운 적도 없었다. 오늘 이집도 그 원리를 터득이나 한 듯, 사소한 반찬도 개인개인 접시에 담아 주네.
12. 흰옷입은 기사님은 말상대가 없고, 맥주 한잔도 못하신다. 식사도 근무중이다. 오늘 부산까지 밤늦게 까지라도 우리를 데려다 줘야 한다. 미안해요.
13. 내 중세 정원을 채찍으로 내리치는 번개 ; / 하늘과 땅을 용접하는 보라 섬광에 / 낙원이 잠깐 윤곽만 나타났다 없어진다 / / 얼마 후 당도한 천둥 소리, 조바심이었을까? / 하늘 마룻장에서 누군가 발 구르는 소리/ <섬광>에서.
번개 번쩍하는 것이 하늘과 땅을 용접한다 하였고, 천둥소리는 윗층집 하늘의 마루 퉁탕거리는 소리라니 표현이 재미있지요. 땅의 우리가 하늘 윗층집 소음문제로 시비걸러 가야겠네. 얼마전 낫들고 윗층사람에게 시비걸었다는 살벌한 아파트 풍경이 떠오른다. 그러나 현재 여기는 지장 낙원에 도달한게 틀림없다. 한잔 쭉~
14. 웃음 한가운데 밧줄이 늘어져 있다. 저걸 치워야겠네. 밀양송전탑 방해꾼 통진당놈들 구덩이 파고 걸어놓은 밧줄같아 술맛 떨어지기전에.
15. 나는 웃으리라, 서울서 벗들 오면 / 상처받은 사람이 세상을 단장한다 / 말하고, 그들이 돌아갈 땐 / 한번 더 뒤돌아보게 하여 / 저 바짝 藥오른 꽃들, / 눈에 넣어주리라. <나의 연못, 나의 요양원>에서.
밭에 고추가 길고 빳빳하면 약올랐다하고 된장에 찍어 먹을 생각부터 난다. 무슨 고추든지 약이 올라야 쓸모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약오른 꽃이란 표현은 처음 본다. 한여름 장미꽃이라도 흐드러진 모습일 것이다. 여기는 쓸모있는 약오른 웃음이 한창이네.
16. 내 거지 근성 때문인지도 몰라 / 나는 너의 그 말 한마디에 굶주려 있었단 말야 ; / "너, 요즘 뭐 먹고 사냐? 고 물어주는 거 / 성자는 거지들에게 그렇게 말하지 ; / 너도 살아야 헐 것 아니냐 / 어떻게든 살어 있어라. <聖 찰리 채플린>에서.
오랫만에 만난 친구에게 '뭐먹고 사냐?' 하는 앵겔계수적으로는 묻지말라. 너 요즘 어떻게 지내냐? 하는 편이 낫다.
17. 고향에서 밥을 구하는 자는 폐인이다. /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고향> 에서.
이분은 좀 과격하네. 그러나 그건 그 시인의 말이고 대처에서 지친 몸이, 포근한 고향에 다시 가서 안겨도 좋다. 나이 많아 고향으로 귀농할 수도 있는 것. 아예 고향지키고 떠나지 않은 이는 오히려 위대하게 느껴진다, 옛시인의 향학시에 남아입지출향관 학약불성 사불환~이라 하긴 했다. 향학시이니까. '사나이 뜻을 세워 고향을 나서면 성공 못하고선 죽어도 고향 돌아오지 않으리.' 배수진을 치고 고향을 나서라는 것.
18. 긴 외다리로 서 있는 물새가 졸리운 옆눈으로 / 맹하게 바라보네. 저물면서 더 빛나는 바다를/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전문.
이분의 시는 대체로 길고 산만해서 시인지 수필인지 분간이 안가기도 하는데, 이렇게 짧은 시도 있고, 이 말은 마음에 든다. 저무는 바다가 더 빛난다고 하니 다들 힘내서 잘 살아 봐요.
19. 나는 고향에 돌아왔지만/ 아직 고향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 <노스탤지어> 에서. 나는 즐겁게 먹고 돌아왔지만, 아직도 거기 영빈관에서 즐겨 마시고 있는 중이다.
20. 삶이란 게 본디, 손만 댔다 하면 중고품이지만/ 그 닳아빠진 품목들을 베끼고 있는 거울 저쪽에서~/ <거울에 비친 괘종시계>에서. 중고품일수록 좋은 것은 자신과, 아내와 친구들이다.
21. 어렸을 적 낮잠 자다 일어나 아침인 줄 알고 학교까지 갔다가 돌아올 때와 똑같은, 별나도 노란빛을 발하는 하오 5시의 여름 햇살이 아파트 단지 측면 벽을 조명할 때 단지 전체가 피안 같다./ <아주 가꾸운 피안> 에서.
나도 그런 경험있어서 그것을 시로 썼는데. 아 나말고도 그런 경험있나 보네. 나는 벌떡일어나 세수하고 책챙기고 옷입고 밥달라고 조르는 사이에 알아챘는데, 이분은 학교까지갓다고 하니 나보다 심했네. 이상은 황지우 시집<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에서 추려서 부연해 봤다.
22. 내가 낮잠자고 일어나 학교가려한 경험과 관련된 전문을 소개한다.
십일월의 사색 / 이재익
가을이 고운 단풍을 아직 붙들고
겨울이 차가운 무서리를 당겨,
11월은 낙엽으로 절충한다.
어릴 때 오후 낮잠 자고 저녁때 일어나
학교갈 준비를 한 적이 있다
아침이 당겼는지, 저녁이 속였는지
아마도 꿈이 날 놀렸으리.
퇴직후 한동안 꿈 속에서
내가 학생들을 붙들고 있었다.
전후좌우 타임머신 고마운 꿈
간절히 보고싶은 사람도 설핏 보내 준다.
꿈을 쫓아 온 긴 세월
결국 낙엽 앞에서 세월과 인생이 타협한다.
새싹과 결실, 조락(凋落)을 한 장에 다 담고
처연히 돌아가도 슬프지 않은
낙엽은 아름다운 꿈의 결실.
23. 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무 ; " 정신은 쉬 소모되고 세월은 빨리도 지나가 버린다. 하늘과 땅 사이에 가장 애석한 일은 오직 이 두가지 뿐이리라."
24. 조선중기 정치가 학자 포저 조익(1579~1655) 는 26세때 스스로 지은 잠언 ; " 이미 지난 몇년 세월은 눈 한 번 깜빡인 것과 비슷하다. 서른 살 마흔 살 나이도 또한 금방 닥치리라. 지금 이후의 세월은 촌각도 아끼리라, 다시 즐기며 보낸다면, 헛되이 살 것은 뻔하다. 스스로 새롭도록 힘쓰면서, 옛 습관 통렬히 고치리라. 갈고 닦고 굳세게 하여, 남이 한 번 하면 나는 백 번 하리라."
포저는 매사에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엔 좌의정까지 올랐다. 26세 청년이 그토록 밝은 식견이 들었다니 훌륭한 사람은 정신이 남다른가 보다. (샘터 2013.09.에서 간추림)
25. 자연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귀열고 들으려는 자세를 가진다.
26. 우하 검은 옷 여인은 서울에 사는 나의 여동생이다. 오빠보러 잠시 왔지요.
27. 양정량 친구는 술을 자제하는 것 같다.
28. 우리가 앉아 쉬는 이 순간에도 물과 구름은 흘러가고, 과일과 열매는 익어간다. 그들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일를 하고 있다. 잘 쉬는 일, 잘 쉬어야 내일 또 활기찬 일상의 생활을 할 것이다.
29. 쑥부쟁이 구절초, 벌개미취가 모두 들국화, 기쁨과 슬픔, 안타까움도 모두 시. <들국화 언덕에서>, 이재익
30. 아! 어이하리오, 억새 흩날릴 때 들국화 또한 사위어 갈 것을. <들국화 언덕에서>, 이재익
31. 마음 속에 피는 꽃 그 향기만 기억하리.<들국화 언덕에서>, 이재익
32. 有에는 두 가지가 있다. 착유와 묘유. 착유는 집착으로 존재하는 것이고 묘유는 항상 가능성, 가변적이라 무엇이든 될 수가 있는 것이다.
33. 서울 허태영 회장님 말씀을 잘 하시고 멋집니다.
34. 김기식 고문님, 인사말씀.
35. 일본에서 10위 안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부자가 '부자 되는 비결'을 가르쳐 줬다. "나는 억세게 재수가 좋은 사람이다, 하루에 천번씩 100일만 하면 진짜로 재수가 좋아진다." 고 하였다. 진언의 효과가 난다. "나는 행복하다. 행복하다." 자꾸 말하세요. 정말 그렇게 됩니다.
36. 이번 등산의 마무리는 여기서 했습니다. 이 점심을 마치고 귀가 버스를 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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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처음 먹어본 뽕밥 정말 맛 있던걸요.감사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