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화 (모티프로 줄거리 만들기) 나에게 맞는 소재는 (1회)
제자는 나이 많은 스승이 완샷하는 모습을 보고 잘라 마실 수는 없었다. 눈 딱감고 완샷을 했다. 점심 무렵이라서 소맥이 시원하다. 단숨에 마셔 버리고 씩 웃으며 스승을 바라봤다. 스승이 기다렸다는 얼굴로 빈 잔을 앗아 간다.
“이를테면 말일세. 요즘 젊은 사람들이 자네처럼 직장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잖아. 그럼 직장 문제라는 키워드에서 어떤 것을 쓸지 모티프를 찾으라는 걸세. 단순히 취직 못해서 고민하고 있다. 이런 거는 소설이 아니지. 공부도 지지리도 못하는 놈이 아버지 빽으로 공공기관 연구소에 취직을 했다. 그럼 아버지 빽이 모티프가 되는 걸세. 그 모티프로 소재를 찾는 거야.”
생선구이와 밥이 왔다. 이미 소주 두 병과 맥주 한 병을 비워버린 스승은 젓가락으로 생선살을 조금 떼어 먹었다. 제자도 술배가 불러서 된장국만 한 수저 떠먹고 소주와 맥주를 주문했다.
“그러니까 스승님의 말씀은 아버지 빽으로 넘어간 놈이 승승장구하고, 저처럼 정석대로 산 놈은 편의점에서 알바나 하고 있는 세상의 현실에 대해서 쓰라. 이 말씀이십니까?”
“그냥 쓰면 소설이 아니지. 논픽션이지.”
“그냥 써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제 대학 동기놈들 중에 그런 놈 흔해 빠졌다구요. 학교 다닐 때는 강남 나이트클럽으로 홍대앞 클럽에서 죽돌이 하던 놈이 졸업하자마자 국책연구소 연구원으로 취직을 하더라구요. 오죽했으면 지도교수님도 요즘 말세라면서 더 이상 강의하고 싶은 의욕이 없다고 하셨겠습니까?”
제자가 생각만 해도 화가 치민다는 얼굴로 자기 잔을 채웠다. 소주를 많이 타서 노란색이 거의 없는 소맥을 단숨에 비워버렸다.
“그건 자네의 박탈감이지. 모든 사람들의 박탈감이 아니지. 소설은 사람 사는 이야기이기 전에 예술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돼. 예술이란 것이 뭔가? 이론 적은 것은 다 떼어 버리고 핵심은 ‘아름다움에 대한 공감’이라고 생각하면 돼.”
“아름다움에 대한 공감? 말은 멋진 말인데 이해가 안 됩니다. 아름다우면 모든 사람들의 눈에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아닙니까? 결국 아름다우면 무조건 공감대가 형상이 되는 것 아닙니까?”
“자네, 저 카운터 앞에 있는 화분의 꽃을 봤나?”
스승이 소맥잔을 든 손으로 카운터 쪽을 가리켰다.
“저기, 꽃이 있었네요. 저기 무슨 꽃이죠? 국환가?”
“나는 이 식당 문턱을 넘어 들어 올 때 저 국화를 봤지. 하지만 자네는 지금 내가 손짓을 하니까 봤잖은가. 꽃은 아름답지. 그러나 꽃을 봐야 아름다운지 미운지 알 것 아닌가? 정신이 삼천포에 가 있는 사람한테 꽃이 눈에 보이겠나?”
“이해가 잘 안됩니다.”
제자는 거의 정신이 없을 정도로 소맥을 들이켰더니 취기가 빠르게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밥그릇의 뚜껑은 열어보지도 않았다. 고등어며 삼치구이도 건드려 보지 않았다. 수저로 된장국물을 떠먹거나, 검은콩을 한 개씩 집어 먹거나, 채나물을 두어 가닥씩 안주로 먹었다.
“예술가가 만든 창작품은 어느 한 사람 눈에만 아름답게 보여서는 안 되고, 모든 사람들의 눈에 아름답게 보여야 한다는 거지. 그러려면 인간의 본성(本性)에 호소를 하는 수밖에 없지. 인간의 본성 자체는 아름다우니까…”
테이블 두 개 건너편 의자에 직원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대낮부터 밥그릇은 뚜껑도 안 열고 맥주컵으로 소맥을 마시는 두 남자를 흘끔거렸다. 스승과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맥없이 웃었다. 스승은 소리 없이 웃으며 천천히 잔을 비웠다.
“머리가 빠개질 것 같습니다. 소재도 없는데 예술 운운하시니까.”
“그렇겠지. 천릿길도 한 걸음 부터라는 말이 있지. 우선 빽 좋은 아버지라는 모티프를 찾았으면, 그 모티프를 다섯 줄 정도로 늘려보게.”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당장이라도 써질 것 같습니다.”
제자는 다섯줄 이라는 말에, 설마 다섯줄이야 못 쓰겠나 하는 생각에 자신 있게 말하며 잔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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