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뉴스피플
2011년 3월(통권 94호)
화재의 인물
아동문학가 이성자 씨
조기호 기자(P128-129)
43세에 문학 立志한 늦깎이
샘솟는 에너지로 동시, 동화집 14권 내
그동안 아동문학에 있어서 각종 상을 수상하는 횟수나 출판에 있어서 많은 비중을 차지한 곳이 서울, 부산 등지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비중이 광주로 이동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아동문학가 이성자씨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성자 작가는 오래전부터 문학을 해온 것은 아니다. 문학보다는 미술을 해오던 작가는 문학에 입문한 동기가 매우 특이하다. 초등학교 교사시절 한때 몸이 너무 아파 사경을 헤매기까지 한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글을 쓰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원래 글쓰기를 좋아하기도 하였지만 그렇게 까지 자신이 문학에 큰 열망이 있는 줄은 스스로도 몰랐다는 이야기다. 그런 상황에서 광주YMCA에서 아동문학가인 전원범 광주교대 교수를 만나게 되었고 그렇게 이성자 작가의 문학여정은 시작된다.
본래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결혼을 하게 되었고, 자녀를 낳아 기르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는 뒤늦게 마흔셋에야 문학에 뜻을 두게 되고, 다시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를 나오는 등 그의 인생은 늦게나마 커다란 변화를 보이게 되었다. 사람은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아프던 몸도 나아지나보다. 글을 쓰면서 건강도 되찾은 이성자 박사는 글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2년 만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초인적인 창작 활동을 해오면서 동시집 3권, 동화집 11권을 출판하였고, 그동안 석사, 박사학위 과정을 거쳐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후배를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작가로서의 출발이 20대 전후에 이뤄졌더라면 창작에너지가 그만큼 빨리 소진됐을 텐데 불혹의 나이가 되어서야 늦깎이로 문단에 데뷔했던 요인이 그가 이처럼 두 장르에 걸쳐 쉼 없는 창작의욕을 발현할 수 있는 큰 힘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을까
나이 마흔이면 모두 문학의 가능성을 접을 나이지만 그는 그 나이에 문학의 길로 들어서 현재의 자리에 왔기 때문에 그를 주위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만의 `문학의 힘'에 놀라곤 한다.
제자라기보다는 도반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하는 이작가의 제자 사랑은 유별나다.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지도자의 길을 걸으면서 작가들을 배출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30여명이 넘는 제자들이 신춘문예 및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문학상을 휩쓸고 있다. 제자들과 더불어 며칠씩 합숙훈련을 한다는 그녀의 문예창작교실은 아동문학작가 요람으로 불리워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우리 할머니가/ 산 속 마을/ 작은 무덤 집으로 이사간다// 산에 사는 짐승들/ 풀꽃들은 참 좋을 거다/ 할머니랑 함께 살 수 있어서/ 날마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들을 수 있어서// 재미난 이야기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할머니의 자장가 들으며/ 토실토실 살찌고// 정말로 좋을 거다/ 오늘부터/ 우리 할머니의/ 손자, 손녀가 될 수 있어서.
- (참 좋을 거다) 전문
「참 좋을 거다」는 저승이라는 또 다른 세계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할머니의 긍정성이 그려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죽음을 슬프고 단절된 생의 마감으로 해석하는 것에 뛰어넘어 새로운 삶의 영위, 다른 공간의 이동으로 인간 존재의 영속성을 표현하고 있다.
물이/ 산을 안고 돈다// 산은/ 나무를 안고/ 나무는/ 새들을 안고/ 아빠 엄마는/나를 안고 간다//
나는/ 풀꽃을 안고/ 풀꽃은 /개미를 안고/ 우리는/ 모두가 서로서로/ 안고 산다
- ( 우리는 서로 안고 산다) 전문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 작은 것들에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자연과 인간은 따로 떨어져 다투는 존재가 아니라 상생과 교류, 협력의 관계임을 말하면서 피를 나눈 사람들만이 가족이 아니라 보육원에서 맺어진 관계, 사회에서 맺어진 관계 등 새롭게 맺어진 관계도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는 이 작가는 서로 배치될 때 밀어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수박 넝쿨이 / 뙤약볕과 싸우며 키워 낸 / 달콤한 속살
우리에게 / 송두리째 다 내놓았어
수박 씨앗이 / 콕콕 웃으며 / 쳐다보고 있는 거야
한 조각씩 나눠 먹으며 / 오순도순 살라는 거지
수박처럼 둥그런 마음 / 나누며 살라는 부탁이겠지.
- <송두리째 다 내놓았어> 전문
‘송두리째 다 내놓았어‘는 국정교과서 6학년 1학기 국어 읽기에 수록되기도 했다.
세네카는 행복이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라’고 했다. 사람은 능력에 따라 자기 일을 찾아서 할 때 빛나는 것이요, 가장 행복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이성자 작가야말로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해가면서 하나씩 보람의 탑을 쌓아가고 있고 그래서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라 하겠다. / 조호기 기자
첫댓글 대단한 교수님, 멋집니다. 문학에 대한 그 열정, 꼭 본받고 싶습니다. 송두리째 다 요!
문학공부를 시작하면서 저의 롤모델이 되신 교수님! 남다른 제자사랑을 하고 계신 그 품안에 함께 낄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저두요^^
송두리째 다 내놓지 않는다면 얻을 수 없는 행복이겠지요. 귀애니 여인 도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