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어르신을 케어하는 70세 요양보호사
양운재가 복지센터 소속 요양보호사 이상필 여사
100세 어르신을 관리하는 70세 요양보호사 이상필 여사(가운데)와 양운재가복지센터 정창영 센터장(왼쪽)
지난 4월, 양운재가 복지센터(센터장 정창영) 소속의 요양보호사인 이상필 여사를 센터에서 만났다. 몇 달 전 정 센터장과 이야기를 하다 70세 요양보호사 할머니가 100세 할머니를 돌봐드리고 있다고 하길래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상필 여사는 5년 전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이후 이 여사가 지금 모시는 어르신이 두 번째 분이라고 한다. 첫 번째 어르신은 당시 101세로 이 여사가 매주 주 5일간 어르신 댁을 방문해 돌봐드렸는데, 얼마 후 건강이 나빠지셔서 요양병원에 입소하시더니 결국 돌아가셔서 너무 마음이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몇 년 일을 쉬다가 작년 말부터 또 다른 어르신을 넉 달째 돌봐드리고 있는데, 우연히도 이 분 역시 올해로 101세 할머니시라고 한다. 어르신께서는 80대 아들 부부와 함께 사시는데, 며느리가 손자들 등·하교 등을 도우는 등 집안일을 하고 아들은 어머니댁에서 어머니 수발을 들다 보니 자신들만의 시간이 없어 요양보호를 신청했다고 한다.
지금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어르신 댁을 찾아가 오후 1시~4시까지 청소와 식사를 돌봐드린다.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집에서 어르신을 목욕시켜드린다. 방문목욕이라는 제도가 있지만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니 대중목욕탕에 가는 것보다 집에서 목욕시켜드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사실 보호자가 방문목욕을 요청하면 별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 여사는 그런 것에 구애됨이 없이 자신의 친정어머니라 생각하고 정성껏 목욕을 시켜드리니 그 집 주인 내외가 너무 고마워한다고 했다.
이상필 여사는 고령의 어르신들이 그냥 집에 앉아 계시기보다는 조그만 운동이라도 하며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자식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에 안 찬다고 나무라기보다는 칭찬하고 격려해 주는 긍정적인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또한 우리 사회가 급격히 고령화됨에 따라 국가에서 각종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좋긴 한데, 노인 연령을 점진적으로라도 70세까지 올려 젊은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상필 여사는 작년에 며느리를 봤다고 한다. 요즘은 며느리가 스마트폰으로 커피 쿠폰을 보내주기도 한다면서 늘그막에 효도를 받는다고 자랑을 했다. 7월이면 자신도 할머니가 되지만 요양보호사 활동을 하면서 자신보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돌봐드리니 생활이 활기차고 보람도 있다고 했다.
2026년, 우리나라는 인구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가 된다. 치매, 뇌졸중 등 노인성 질환으로 돌봄, 지원이 필요한 노인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보다 20년 앞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노부부가 서로를 돌보거나 60·70대 자식이 부모를 돌보는, 즉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일이 흔하다. 이상필 여사가 요양보호사로서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지만, 아마 앞으로는 이런 ‘노노케어(老老Care)’가 흔한 일이 될 것이다.
옛날 같으면 마을 어르신 대접을 받았을 70세 이상필 여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사회의 고령화를 많이 느끼고 이해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보다 더 고령의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을 하며 활기차게 생활하는 이상필 여사를 보면서 노인복지의 새로운 대안을 볼 수 있었다. “이상필 여사님, 응원합니다!”
/ 신병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