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별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간다? - 아인슈타인의 등가원리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무거운 별에 착륙한 우주비행사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중력의 세기에 따라 시간이 천천히 또는 빠르게 흐르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서 설명될 수 있는데, 여기서는 어떻게 그러한 현상이 벌어질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크게 두 가지인데, 그 하나는 관찰자들 사이의 상대 속도가 변하지 않는 특수상대성이론(special theory of relativity)이고, 다른 하나는 관찰자들 사이의 상대 속도가 임의로 변할 수 있는 일반적인 경우를 다루는 일반상대성이론(general theory of relativity)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은 1905년에, 이를 일반화한 일반상대성이론은 그 보다 약 10년 후에 완성되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빛의 속력은 모든 관찰자에게 똑같다’는 전제를 바탕에 두고 있는데, 우리가 이 전제를 적용하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경우, 시간이 천천히 흐르게 된다.
(참조: "빠르게 움직이면 시간이 천천히 간다?" http://cafe.daum.net/bwanm/qYdH/16 )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등가원리(equivalence principle)가 그 바탕이 되는 전제인데, 등가원리는 역학적인 작용에 의한 가속 운동과 중력에 의한 가속 운동은 서로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요체이다.
예컨대, 우주선이 로켓에 의하여 가속되는 경우와 동일한 중력가속도를 가진 중력의 영향 아래에 멈춰 있는 경우를 가정하자. 등가원리에 따르면, 이 두 경우에 우주선 안의 사람들이 관찰하는 현상은 두 경우가 완전히 서로 같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 참조)

이 등가원리에 의해서 우리는 중력장 안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중력이 없는 우주공간을 여행하는 중력가속도와 같은 크기로 가속하는 우주선 안에서의 현상으로 바꿔서 이해할 수 있다.
이제 다음의 상황을 가정해 보자.
위의 첫 번째 그림에서 중력가속도가 g 인 행성에 착륙해 있는 우주선의 위에 있는 사람이 무거운 공을 떨어뜨리고 아래에 있는 사람이 그 공을 받는다.
세 번째 그림에서 다시 위에 있는 사람이 시간이 △τ 만큼 지나 두 번째 공을 떨어뜨렸다. 공기의 저항이 없다고 할 때, 아래에서 공을 받은 사람의 시간 간격은 어떻게 나타날까?
시간 간격이 위와 같을까(△τ)? 더 커질까? 또는 더 줄어들까?
이에 대한 답을 바로 알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등가원리를 적용하면, 보다 쉽게 알 수 있다.
이제 동일한 우주선이 중력이 없는 우주공간에서 가속도 g 로 움직이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등가원리에 의해서 이 우주선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중력가속도가 g 인 행성에 착륙해 있는 우주선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동일하다.
즉, 행성에 정지해 있는 첫 번째 그림에서 위에 있는 사람이 공을 떨어뜨리는 것은 두 번째 그림에서 가속하는 우주선의 위에 있는 사람이 공을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세 번째 그림에서 정지해 있는 사람이 시간이 △τ 만큼 지나 두 번째 공을 떨어뜨리는 것은 네 번째 그림에서 가속하는 우주선의 위에 있는 사람이 시간이 △τ 만큼 지나 두 번째 공을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위의 질문을 중력이 없는 우주공간에서 가속도 g 로 움직이는 우주선에서의 상황으로 바꾸어 생각하면 된다.
이 경우, 우주선이 일정한 가속도로 계속 진행하므로 시간이 갈수록 속도는 더 커지게 된다. 따라서 위에서 공을 떨어뜨릴 때의 속도보다 아래에서 공을 받을 때의 속도가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공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우주공간에 공을 가만히 놓는 것에 해당한다.
이때 공은 떨어뜨릴 때의 우주선이 갖는 속도로 관성운동을 할 것이다.
그러나 우주선이 위로 가속 운동을 하며 나아가므로 아래에 있는 사람이 와서 공을 붙잡게 되는 것이다. )
즉, 두 번째 그림이나 네 번째 그림에서 모두 공을 위에서 떨어뜨릴 때보다 아래에서 받을 때는 시간이 흘러 가속 운동에 의하여 속도가 위에서 떨어질 때보다 더 커진다.
따라서 이전에 얻은 특수상대성이론에서 속도가 커질 때에 시간이 느려지는 결과를 적용하면, 위에서 공을 떨어뜨리는 사람의 시간보다 아래에서 공을 받는 사람의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르게 된다. (아래 그림 참조)
즉, 가속하는 우주선의 아래에 있는 사람의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르게 된다.
특수상대성이론의 경우에서처럼, 여기서도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른다는 것은 동일한 사건의 시간간격(△τ)이 더 적어짐을 뜻한다.

이 결과를 등가원리를 적용하여 행성에 멈춰 있는 우주선의 경우로 바꾸어 생각하면, 착륙한 우주선의 아래에 있는 즉, 중력의 위치에너지가 낮은 곳(중력이 센 곳)에 있는 사람의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르게 된다.
따라서 아주 중력이 센 별에서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나오는 것과 같이 시간이 천천히 흐르게 된다.
아주 극단적으로 중력이 센, 빛마저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의 사건지평선에서는 (블랙홀 외부에 있는 사람이 볼 때는) 시간이 아주 멈춰 서게 된다.
지구 표면에서의 고도 차이로는 그와 같은 중력에 따른 시간의 차이를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차이가 적다. 그러나 인공위성의 고도로만 올라가도 중력의 위치에너지가 지구 표면보다 많이 높아져서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른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인공위성의 경우는 이러한 중력 효과뿐만 아니라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한 빨리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이 길어지는 효과도 있으므로,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정확한 시간 변화를 알 수 있다.
실제 GPS(위성 위치확인 시스템: Global Positioning System)에 사용되는 위성의 경우, 그 고도가 2만km 정도로 높아서 중력의 세기가 상당히 약해져서 시간이 빨리 흐르게 되는 효과가 인공위성의 빠른 속도에 의해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한 시간이 느려지는 효과보다 더 커져서 시간이 더 빨리 흐르게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대성이론에 따른 인공위성에서의 시간 변화를 고려하여야만 GPS에 의해서 정확한 위치 정보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