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두 의학박사의 요양병원 이야기 (13)
낙상과 고관절골절
요양병원에는 많은 골절환자가 입원해 있다. 감나무에 올라가 감을 따다가 떨어져 팔목골절과 척추골절상을 입은 할머니, 집에서 누워자다 침대에서 떨어졌는데 고관절골절이 된 할아버지,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대퇴골골절상을 입은 할머니, 신발장 앞에서 신을 신다 넘어져 발목골절을 입은 중년부인 등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골절로 수술을 받고 힘들게 재활하는 사람도 있고 침상에서 오랫동안 치료받는 사람도 있다.
중년 이후 신발을 신을 때 신발장 앞에 의자를 갖다 두고 의자에 앉아서 신을 신으라고 조언하는 분도 있다. 화장실에서 넘어져 사고 나는 경우는 아주 흔하다. 화장실 바닥이 미끄러운 데다 변을 보고나서 일어서면 갑자기 어지러워 휘청거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골절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골절이 바로 고관절(대퇴골)골절이다. 우리 몸에서 제일 크고 긴 뼈인 대퇴골(허벅지뼈)이 골반과 무릎을 이어준다. 젊은 사람은 넘어지면 대개 팔로 바닥을 짚기 때문에 손목골절이 많은데 비해 노령자는 넘어지면 대퇴골이 잘 부러진다. 이 경우 출혈도 심하고 날카로운 뼛조각에 의해 주위 혈관 등 조직 손상도 심하며 수술후 수개월을 누워서 안정해야 하기 때문에 심폐기능, 소화기능, 심지어 뇌기능까지 급격히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고관절수술을 받고 입원 후 몇 달 지나면 아들, 딸까지 못 알아보는 경우가 있어 보호자들을 아주 당황하게 만든다.
김 할머니는 6년 전 집에서 화장실에 가다 넘어져 고관절골절을 당하셨다. 당시 95세의 초고령인데도 위험성을 무릅쓰고 골절부위를 수술하여 철심을 여러개 박았다. 그 후로 요양병원에 와 지금까지 가료 중인데 이곳에서 백세 생일도 맞이하였다. 수술 이후 침상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환자 곁에 머릿결이 허연 남자 노인이 정성스럽게 간호를 하길래 남편인가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70대의 아들이었다. 골다공증이 심해 뼈가 푸석푸석하여 아무리 수술을 잘 해놓아도 잘 붙지 않았다. 수년간 열심히 노모를 간병한 효자 아들에게 실망감을 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없었다.
“고령으로 골다공증도 심하고 와상 상태가 지속되어 다리 근육이 아주 약해져 있습니다. 걸으려고 하다가 넘어지면 또다시 골절이 생깁니다. 그때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수술도 못하고 골절의 여러 합병증으로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70대의 아들은 깊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걷는 것은 포기하겠습니다. 침상에서 죽을 때까지 아프지 않게 살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노령자에게 고관절골절은 치명적인 부상으로 삶의 질을 급격하게 떨어뜨린다. 우선 걸을 수가 없으니 대소변을 기저귀에 받아내야 한다. 침상에서 누워있으니 골근육이 극도로 약해져 살짝 주저앉았는데도 또 다른 골절이 생길 수 있다.
골절로 일주일만 누워 있으면 건강한 사람도 근력이 10%나 떨어진다. 3주가량 지나면 관절이 굳어버려 굽히기조차 힘들어지고, 심폐 활동이 10% 이상 저하된다. 소화 기능도 떨어지고 식욕부진, 변비가 나타나고 평행감각과 정신활동도 둔화된다.
- 정웅일 교수 저서 <장수혁명>에서 발췌
한번 골절을 당하면 두 번 골절을 당할 확률이 보통 사람보다 4배가 증가하고, 두 번 골절을 당하면 세 번 골절을 당할 확률이 보통 사람보다 9배가 증가한다. 그만큼 한번 골절로 인해 신체가 급격하게 약해진다.
골절을 예방하려면 젊어서부터 운동을 계속하라고 권하고 있다. 매일 한 시간 이상 부지런히 걷는 것이 골절을 예방하는 지름길이고, 건강하게 장수하는 비결이다. 암에 걸리거나 큰 사고를 당하지 않는 한 백 살까지 사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추세이다. 단 침상에 누워 20년을 더 사느냐? 아니면 건강하게 걸으면서 20년을 더 사느냐 그 차이만이 있을 따름이다. 백세시대는 재앙일 수도 있고, 축복일 수도 있다. 자신이 하기 나름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30~45%가 매년 낙상을 경험하는데 낙상으로 인해 입원한 노인의 절반 정도가 입원 1년 내 사망한다는 보고가 있다. 노인들은 시력, 청력의 약화와 운동기능의 저하로 낙상에 취약한 면이 있고 뇌졸중이나 파킨슨병, 치매, 부정맥, 심근경색과 같은 여러 가지 질병과 쇠약이 원인이 되기도 하고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약물이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건강수명은 다리근육의 양과 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50세 이상이거나, 은퇴를 하였거나, 약을 세 가지 이상 복용하거나, 다리근육이 약하신 분, 상체가 하체에 비해 크신 분, 건강한 노년을 보내고 싶은 분,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매일 한 시간씩 햇빛 속에서 걷자.
살아가는 동안 제일 젊은 날인 오늘을 기쁘게 맞이하며,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범사에 감사하며 오늘 하루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