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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부터키워서 천이숲만들기 경험글(2011~2023)
■ 나무 심기 행사 개인/단체별 참여 방법
(사)노을공원시민모임은 월드컵공원 내 노을공원, 하늘공원 사면에 숲을 만드는 면세사업자 등록 비영리사단법인 형태의 시민단체로서 운영비의 5%정도는 130여 명의 정기후원회원 회비로, 95% 정도는 숲 만들기 참여기업의 후원으로 운영한다.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공원에서 숲을 만들다 보니 시에서 예산 후원이 따르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공원 내 사무실도 제공되지 않아 서울시에서 외주를 맡긴 주차장 운영 회사에 월 사용료를 내고 주차장 한켠에 컨테이너를 놓고 현장 사무실로 쓰고 있다. 단체 설립 초기 수 년을 제외하고 나무심기 참여 홍보는 하지 않는다. 아직은 작은 단체인 덕에 알음알음 찾아주는 이들과 소박한 활동을 꾸려가고 있다. 사회공헌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 담당자들이 열심히 정보를 찾아주는 덕이다. 이제는 ESG가 회사 경영의 주요 방향이 되어가면서 그런 경향은 더 커져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고마운 일인 동시에 더 나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 기업참여: 찾아오는 기업들은 일정, 인원, 후윈 여부, 후원 규모 등 조건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인다. 후원계획이 없거나 부담스러워 하는 기업에게도 후원 없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소개하며 그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서울시나 다른 시민단체의 소개로 찾아오기도 한다. 홈페이지 대신 운영하는 단체 카페에는 일상 활동은 물론 통장 수입, 지출 내역, 활동가 급여까지 모두 공개하는데 이런 점을 좋게 보고 찾아오는 기업도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을 잘 포장하여 만든 홍보 자료는 없지만 하는 일을 매일매일 빠짐없이 카페에 게시한다. 기업에서 제안서를 찾으면 제안서 대신 단체 시작부터 이제까지의 활동 현황과 활동 계획을 수록한 자료집을 보내고 현장답사를 권한다. 우리의 활동은 쓰레기산이라는 특별한 장소에서 하는 쉽지 않은 활동이기 때문에 답사를 통하여 결정하는 것이 좋다. 특히 한 장소를 정해 나무를 심으며 숲의 기반을 만드는 활동은 지속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전답사는 중요하다. 답사를 와서 자신들이 하게 될 활동을 직접 보면 할 사람도 그만 둘 사람도 그 결정이 분명해진다. 답사는 등산화, 작업복 차림으로 2시간쯤 걸리는 현장 설명이라고 안내한다. 이제까지 경우를 보면 답사 참여자는 우리의 숲 만들기 과거, 현재, 미래의 현장을 둘러보고 나면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건 우리의 활동이 훌륭하기 때문이 아니라 난지도 쓰레기산이라는 장소의 특성이 작용한 덕이라고 생각한다. 기업들이 우리를 알게 된 경위는 계열사의 소개, 참여기업 보도자료, 다른 환경단체의 소개, 인터넷 검색 등이다. 연락 방법은 전화, 문자, 이메일 등이다. 사무실 전화는 없다. 대신 담당 활동가 휴대전화 번호는 카페나 리플렛 등에 공개되어 있다. 참여 절차는 간단하다. 전화, 문자, 이메일, 답사 등을 통하여 일정과 규모, 활동을 정하고 참여하면 된다. 몇 차례의 전화 통화나 이메일을 통하여 사전 준비가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고 답사까지 마친 후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참여 성사까지 수 년이 걸린 경우도 있었다. 어디서나 잘 자라는 나무도 있고 장소를 가리는 나무도 있고 파종과 육묘가 간단한 나무도 있고 까다로운 나무도 있듯이 어떤 형태이건 참여 기업의 절차를 존중하며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요즘에는 참여 문의가 오면 일정, 참여인원 등 기본사항 몇 가지를 입력하는 링크를 보낸다.
[2024년 씨앗부터 키워서 천이숲만들기 참여계획 파악]
안녕하세요~ 2023년 많은 기업들의 참여로 200여 회 1만5천여 그루의 나무심기 행사와 6,500여 개의 집씨통 키우기를 진행하였습니다. 2024년도 좀더 든든한 준비를 위하여 귀사의 참여계획을 여쭙니다. 변경ㆍ취소 무방하고 대략의 예상 계획이면 됩니다.
상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 적었습니다.
https://forms.gle/gpe4UeJQLsUwFEjC7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노을공원시민모임 올림
2) 개인참여: 단체 초기에는 모집 공고를 내서 나무심기 참여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을 실제로 본 적이 없는 탓에 공원에 나무심기라는 생각으로 오는 경우가 많았고 그 경우 경사가 가파른 사면에서 나무심기는 예상하지 못 했던 힘든 활동이 되고 활동의 질이나 지속성도 보장되기 어려웠다. 그렇게 되니 사람의 안전도 나무의 생존율도 문제가 됐다. 쓰레기산 비탈이라는 장소의 특성과 일반적이지 않고 힘이 든다는 활동의 특성을 모두 고려해서 참여자를 모집해야 했다. 초기 몇 년을 제외하고 지금은 개인 참여도 기업 참여처럼 문은 활짝 열되 홍보는 하지 않는다. 관심을 가진 개인들의 문의가 오면 이곳이 어떤 곳이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설명하고 일단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한 번 다녀가도록 한다. 가능하면 오래된 개인 봉사자들이 오는 날에 맞춰 오도록 하여 평화수업도 들려주고 함께 활동도 하며 이후의 참여를 스스로 정할 수 있게 한다. 개인 참여 역시 일정, 후원 여부, 인원 수 등 제한은 없다. 이곳에서의 활동에 정말 공감하고 해보고 싶어 한다면 나무값 후원이 필요한 나무심기 활동도 후원 없이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환경이나 자연에 관심 있는 이들이 검색해서 문의하기도 하고 기업, 단체 주도로 참여했던 사람이 자신의 가족, 친구, 지인들과 함께 다시 오기도 하고 꾸준히 오는 개인 봉사자나 봉사동아리 구성원들이 친구와 지인에게 소개하며 개인 참여자의 원은 커지고 있다. 직접 활동에 참여해보고 이곳에서 하는 활동을 좋아하게 된 이들이 자발적으로 홍보원이 되어준다.
기업 참여든 개인 참여든 굳이 참여 조건을 들라고 한다면 장소와 활동의 특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참여자의 규모나 조건보다 참여자의 활동에 대한 이해와 자발성을 더 우선에 두는 이유는 아무래도 이 땅이 쓰레기가 드러난 척박한 사면이라는 점과 그로 인해 활동 역시 조금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클 것이다. 처음 오는 사람이 한 명이든 수백 명이든 이 땅에 대한 소개와 왜 이런 활동을 하는지 의미를 전하는 평화수업을 하게 된 이유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2023년 연초 다양한 자원봉사 개인, 모임을 ‘1천명의나무심는개미들’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었다. ‘개미’는 ‘개미숲’에서 나왔다. 100개숲이 1002숲으로, 1002숲이 47개 권역으로, 권역과 권역을 연결하다보니 개미집처럼 하나로 연결되다. 2024년 1월 1천개미 신청자가 867명이 되었다. 2023년에는 매주 3~4회의 개인참여 숲 만들기 행사를 진행하였고, 2024년에는 아예 월요일만 빼고 매일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1천개미 신청 링크다. https://cafe.daum.net/nanjinoeul/pqvW/1980 1천개미 가입 신청하면 문자로 개미번호와 월별 일정에 따른 개미활동 신청링크를 보내준다. 일자별 신청자 현황 파악과 정해진 일정 외 자유 일정 선택, 양방향 소통은 노고시모 카페의 ‘개미력_歷’을 이용한다. https://cafe.daum.net/nanjinoeul/qyme/92
■ 나무 심기 행사의 진행(오리엔테이션부터 사후 정리까지)
1) 준비
식물에 관해서도 시민참여활동에 관해서도 유사한 경험을 해본 적 없이 쓰레기매립지였던 난지도에서 시민참여형 숲 만들기를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니 쉽게 갈 일을 어렵게 돌아가기도 했지만 그 덕에 모든 순간이 우리를 성장시키는 소중한 경험으로 쌓이기도 했다. 모든 시작은 무경험에서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모른다고 물러서지 말고 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 10여 년 넘게 시민 참여 숲만들기 활동을 진행하다 보니 어떤 일이고 준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식재 행사가 이루어질 장소, 참여 인원, 시기, 참여자의 참여 의도 등을 고려해서 적절한 준비를 한다. 이곳에서는 쓰레기가 드러난 경사지에 나무를 심고 돌본다. 식재 장소가 결정되고 일정이 잡히면 행사 전날까지는 경사지로 안전하게 내려가 활동할 수 있도록 진입로를 정리하고 드러난 철근, 억센 풀 등을 정리해서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한다. 물이 없는 경사지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무를 심으며 나무에 물을 줄 수 있도록 식재지 곳곳에 물통을 갖다 놓고 물을 받아둔다. 삽, 물뿌리개, 낫 등과 같이 참여자들이 쓸 작업도구를 점검하고 준비한다. 심을 나무를 준비하고 비탈로 내려갈 때 의지할 밧줄을 설치한다. 현장 준비를 마치면 봉사자들이 모일 장소에 필요한 물품 준비와 활동 취지 및 방법 등을 안내하는 OT 준비도 행사 시작 한 시간 전까지는 모두 마친다. 봉사자들이 참여하는 나무심기는 준비가 70%, OT를 포함한 행사 진행이 10%, 사후 정리가 20%로 활동의 비중을 배정하는 편이다. 실제 진행에 너무 적은 비중을 두었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진행은 시험과 같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공부를 오랫동안 하는 것이지 시험은 순간이다. 나무심기도 비슷하다.
2) 오리엔테이션
참여인원이 10여 명 전후라면 식재 현장에서 직접 활동가가 실제로 심어 보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참여인원이 많을 때는 우선 OT 장소에서 괘도로 설명을 한다. 모두 볼 수 있는 크기의 천에 나무 심는 방법을 그리고 두 개의 장대를 이용해 괘도를 만들어두면 둘둘 말아 설명 장소가 어디든 옮겨가며 이용할 수 있다. 형편이 된다면 OT장소에 나무를 심어 보일 수 있는 흙 동산을 만들어두면 좋다. 괘도 설명 후에 OT 장소에서도 직접 나무를 심어 보이면 나무 심기 방법을 더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활동가 한 명은 실제로 나무를 심어 보이고 다른 활동가가 그 과정을 확성기로 설명하면 효과적이다. 참여자들이 심을 나무는 OT 장소에 수종과 크기 별로 견본 나무를 한 그루씩 준비해둔다. 나무 심기 방법을 설명할 때 심을 나무의 이름과 특성 등을 함께 알려주고 나무를 아기 안듯 안고 가는 모습도 직접 보여준다.
3) 현장 진행
나무심는 방법을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던 나무를 심어본 경험이 없는 참여자들이 나무를 제대로 심기는 어렵다. 그래서 현장에 도착하면 활동가들은 스스로 심지는 말고 전체를 조망하면서 서툰 참여자들을 도와준다. 유념할 것은 대신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 스스로 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대상과 상황에 따라 너무 관망하지도 지나치게 관여하지도 않는 적절한 배려의 감각을 익혀가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나무를 심고 돌보는 방법은 나무를 심는 실제 현장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심는 나무의 특성과 현장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그에 맞게 조금씩 응용할 수 있는 감각을 찬찬히 키워간다. 그리고 현장 진행자는 시종일관 안전관리를 최우선 해야 한다.
4) 사후 정리
사전 준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후 정리다. 봉사활동 참여자들 스스로 사후 정리는 한계가 있다. 작업도구를 제 자리에 모아주는 것만도 고마운 일이다. 그들이 부족하거나 의지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현장 상황에 대한 지식과 활동 방향에 대한 이해가 활동가보다 적기 때문이다. 도움을 잘 받기 위해서도 담당 활동가는 그 일을 하는 이유와 그 일을 잘하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사후 정리 때 담당 활동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참여자들이 심은 나무를 한 그루 한 그루 세심하게 살펴보고 잘못된 식재를 바로잡을 수 있는 때가 바로 행사가 끝난 다음에 이루어지는 사후 정리 때이기 때문이다. 이때를 놓치면 심은 나무를 한 그루씩 살피고 돌보는 일은 다른 일에 밀려 영영 못하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 나무심기 행사가 끝난 다음의 사후 정리는 쓰레기산에 심은 나무를 살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우선 봉사자들에게 부탁하여 각자 사용한 도구를 제 자리에 반납하도록 한다. 봉사자들이 잘 반납할 수 있도록 미리 장소를 정해두고 OT 때 반납 방법을 미리 알려주면 좋다. 사람이 적으면 한 곳으로 되지만 사람이 많은 행사라면 반납 장소를 여러 곳에 둔다. 꼭 필요한 일이 없으면 사후 정리가 끝나도 활동가는 그날을 거기서 마치는 것이 좋다. 심고 간 나무를 한 그루 한 그루 모두 살펴보고 다시 심어야 한다. 다시 심어야 하는 나무가 반 이상 나온다. 그렇다고 불평하면 안 된다. 그들이 거기에 안 왔으면 그곳에 나무는 심겨지지 않는다는 고마움으로 물 주기도 한 번 더 한다. 한두 시간 행사에서 자원봉사자들은 두세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 어떤이는 한 그로도 제대로 못 심는다. 평생 처음 삽을 잡아보는 사람에게는 있을 법한 일이다. 반면 할동가는 종일 백, 이백, 삼백 그루도 심을 수 있다. 가능한 활동가는 100여 그루의 묘목을 더 가져가서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이 좋다.
■ 나무 심기 행사 준비물과 주의 사항
옷차림은 계절에 관계 없이 가능한 긴소매 상의와 긴 바지, 등산화가 좋다. 여름에는 모자, 땀을 닦을 가벼운 수건을 준비하면 좋다. 다회용 물통에 자신이 마실 물과 간단한 간식 그리고 알레르기가 있거나 특수 체질의 경우 자신에게 맞는 약을 준비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어깨에 메는 가방에 넣어 가져오는 것이 좋다. 한 쪽 어깨에 걸치는 가방이나 손에 소지품을 들면 물건을 챙기느라 제대로 활동하기 어렵다. 우리의 경우 장갑은 빨아서 재사용하기 때문에 장갑은 사오지 않도록 부탁한다. 물 역시 일회용 페트병 음료는 가져오지 않도록 부탁한다. 개인 물병을 준비하기 어려운 경우 우리가 큰 물통과 스테인레스 컵을 준비한다. 체질에 맞춰 복용하는 약은 개인이 준비 하지만 기본적인 구급약품은 우리도 준비한다. 활동에 따라 별도의 도구나 안전장비를 갖추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특별한 경우 필요한 준비물은 모두 활동가가 미리 준비한다. 도구 사용법이나 활동 방법 및 주의사항은 현장에서 안내하지만 오기 전에 장갑, 일회용 페트병 음료, 물티슈, 각종 일회용품도 가져오지 않도록 안내한다. 도시락이나 간식을 준비하는 경우도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부탁한다. 이렇게 부탁드리면 발생한 쓰레기는 되가져갈 테니 걱정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쓰레기를 누가 치우는지는 본질이 아니다. 쓰레기 자체를 생산하지 말자는 취지다. 우리가 환경 극단주의자는 아니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 어렵지 않게 지킬 수 있는 일은 지키고자 한다. 안전과 효율적인 작업을 위하여 신발을 잘 챙겨야 한다. 튼튼한 등산화나 작업화가 좋은데 발목을 보호할 수 있는 제품이면 더 좋다. 나무 심는 장소가 건축폐기물이 많은 쓰레기산이고 가파른 경사지이기 때문이다. 공원에 올 때도 자가용차가 아니고 대중교통으로 오면 더 좋겠지만 최소한 공원 안에서는 걷기 원칙이다. 노을공원, 하늘공원에서 영리 업체가 운영하는 맹꽁이전기차는 아이, 어른 모두 타기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는 걷기를 권한다. 걸리는 시간으로 보면 5분과 15분 차이고 노을공원이 높다 해도 95m 원만한 언덕길이다. 사람들은 전기차인데 어떠냐고 말한다. 하지만 전기를 어떻게 만드는가? 굳이 환경, 에너지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모처럼 온 공원을 걷는 것이 좋지 않은가. 쓰레기산 특성도 살펴보고, 꼭대기 10만 평 잔디밭을 걷는 상쾌함도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리는 부탁은 나무를 많이 심으려 하기 보다 한 그루의 나무를 제대로 심어달라는 부탁이다. 그래야 나무를 살린다.
■ 안전관리
숲 만드는 장소는 건축물 쓰레기가 드러나 있는 경사면이다. 어쩌면 다른 나무심기보다 위험도가 높고 그만큼 더 안전에 신경을 쓰면서 나무를 심고 돌봐야 하는 곳이다. 따라서 진행하는 활동가는 시종일관 안전 관리를 최우선으로 봉사자들의 활동 전체에서 눈을 떼서는 안 된다. 이제까지 있었던 안전사고는 어지럼증, 염좌, 자상, 가시에 긁히거나 벌 쏘임, 진드기 피해가 있었지만 심각한 경우는 없었다. 다행히 뱀에 물리는 사고는 아직 없었지만 뱀과 마주치는 경우는 종종 있다. 나무를 심고 돌보는 활동도 중요하지만 그 활동을 하는 사람이 안전해야 한다. 이곳에서 안전을 위해 OT때 몇 번이고 강조하며 부탁드리는 것은 천천히 움직이기, 절대 무리하지 않기, 나 자신뿐 아니라 남도 자신만큼 배려하기 등이다. 긴급상황 발생 시 자격 없는 사람의 개입을 제한하는 것이 좋다. 한국의 119구급대는 전문성, 신속성, 무료 서비스 등 상위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급차 이용뿐 아니라 응급처치법과 병원정보 등도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그러니 활동가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섣불리 직접 처치하기보다 119 전문인력을 활용하는 법을 익혀두는 것이 좋다. 우리처럼 현장이 넓은 곳에서 활동하는 경우 어떤 현장에도 구급차가 정확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길 안내 방법을 익혀두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또한 통신 상황이 고르지 않은 우리 같은 조건에서는 비록 가끔 쓰는 것이라 하더라도 번거롭다 생각하지 말고 휴대전화와 무전기 둘 다 지니고 송수신 상태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참여자뿐 아니라 활동가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도 좋다.
■ 부상ㆍ사고ㆍ질병 사례
활동가의 경우 부상은 당하는 사람이 계속 당하는 경향이 컸다. 체질이나 작업 태도 등도 부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따라서 안전장비 준비는 물론 자신에게 맞는 활동 분야를 조정함으로써 부상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사고를 당하는 사람에 따라 반응도 매우 다르다. 누구는 툭툭 털고 일어서는 반면 누구는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다. 다쳤을 때는 일을 염려하지 말고 충분히 쉬면서 최선의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사고 발생은 예방이 최선이며 만일의 경우가 발생하면 피해자 편의 우선의 견지에서 치료에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관련 공단의 보상에만 의존하지 말고 사설 보험에 들어서 가능한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개인과 단체 양측을 위하여 노무사 상담을 받으며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까지 우리가 경험한 사례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1) 풀관리 중 낫으로 손가락 자상: 다행히 심각한 부상은 없었으나 항상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인대, 신경, 뼈까지 다치면 심각하기 때문이다. 가죽장갑을 착용하고 낫이 자신과 동료를 다치게 하지 않도록 낫을 쓰는 방향과 힘을 조절하고 충분히 거리를 유지하고 낫을 쓰는 동안에는 낫에 주의 집중하는 것이 좋다. 낫은 휘두르지 않는다. 낫은 휘둘러 풀을 베는 것이 아니라 풀을 잡고 풀을 끊어주는 느낌으로 쓴다. 그렇게 하면 낫의 날이 움직이는 반경이 좁고 안정적이다. 힘을 주어 휘두르거나 잡아당기면 날이 자신이나 남을 다치게 할 수 있다. 낫에 자신이 다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내 낫이 움직이는 반경 안에 다른 사람이 있게 해서는 안 된다. 낫을 각자 가지고 비탈을 이동하지 않도록 한다. 낫을 운반할 때는 모아서 비닐 부대에 넣어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이 작업 지점까지 가지고 내려가서 나누어주고, 작업 종료 후에도 모아서 이동한다. 낫을 비닐 부대에 넣을 때는 날이 얽히지 않도록 한 방향으로 넣는다. 낫은 날을 잘 갈아서 쓴다. 작업 효과도 효과지만 낫은 날이 예리한 때보다 무딜 때 다칠 위험이 크다. 날이 무디면 과도한 힘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날은 숫돌에 갈기도 하지만 활동가가 아니면 힘들다. 전동 그라인더로 갈 수 있지만 능숙하지 않으면 낫이 튈 염려가 있어서 쓰지 않도록 한다. 현장에서 수시로 갈기에는 스펀지에 부착한 사포 제품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쉬는 시간에 재미 삼아 낫을 갈아쓰면 좋다. 사포로 낫을 갈 때는 밀고 당기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숫돌과는 달리 한 방향으로만 밀어내는 방식으로 간다. 낫은 녹이 슬면 날이 상하기 때문에 장기간 보관할 때는 금속 부분에 오일을 칠하여 비닐 부대에 넣어서 습하지 않은 곳에 보관한다.
2) 염좌: 이제까지 경우를 보면 풀 관리 때 풀에 덮힌 굴곡면을 헛디뎌 발목이나 팔목을 삐는 경우가 있었다. 다행히 심한 염좌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지만 활동하는 곳이 경사지이기 때문에 늘 주의를 기울이며 천천히 이동한다. 2023년 가을, 마포구장원봉사센터에서 모집하여 나무심으러 온 대학생 중 여핛행 한 명이 식재 장소에 도착하여 나무 심을 자리를 잡다가 패인 곳은 잘못 디뎌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일어나면서 발목 통증을 호소해서 구급차로 부르고 힘들게 위로 옮겨 병원에 갔는데 X레이 결과 별 이상이 없었으나 당사자의 요구로 CT촬영을 했는데 그 뒤로는 연락이 안된다. 다친 사람을 최대한 배려하는 뜻에서 구급차에 동승하여 병원비를 던체에서 결제하고 귀가까지 도와주었다. 자원봉사자 부상은 1365에서 보험처리 해주기 때문에 병원비를 보상받을 수 있는데 당사자 연락이 안 되어 포기했다. 모쪼록 별도 치료가 필요 없는 정도로 경미했기를 빈다.
3) 벌쏘임: 말벌, 땅벌 등 종류에 따라, 벌에 대한 체질에 따라 벌에 쏘인 후 반응에 차이가 큰 편이다. 알레르기가 심한 사람은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한 번은 인부를 고용하여 경사지 풀 정리 중 남성 어르신 한 분이 말벌에 쏘여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쓰러져서 호흡곤란 상태에 빠진 적이 있다. 동료들이 힘겹게 공원 상부로 옮긴 후 119구급차로 병원에 후송하여 안정을 찾기까지 숨가쁘고 아찔한 시간이었다. 그 이후로 인부 고용 풀 정리는 하지 않는다. 체질에 따라서 벌쏘임의 반응은 차이가 크고 사고를 당하기 전에는 개인의 체질을 본인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기때문에 예상되는 위험은 발생율이 낮아도 피하는 것이 좋다. 풀 정리 전 장대를 가지고 작업 장소 풀섶을 두드리면서 벌집을 사전 탐색하라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곳은 단순 풀섶이 아니고 단풍잎돼지풀, 가시박, 환삼덩굴 등으로 정글을 이루고 있다. 장대를 휘젓는 일 자체가 만만치 않은 현장이다. 한두 마리 날아다니는 벌은 사람을 쏘지 않는다. 벌은 자기 집을 침범당했을 때만 사람을 쏜다고 한다. 낫이나 예취기로 풀을 베다가 웅~ 소리가 나고 많은 벌들이 부산스럽게 오가면 신속히 도망친다. 벌이 무한정 따라오지는 않는다. 수 미터 반경 안에서 집을 지키기 때문이다. 몸에 붙은 벌은 최대한 빠르고 강하게 손, 팔 동작으로 퇴치한다. 말벌집은 어른 머리통 만한 크기로 나무에 매달려 있거나 죽은 나무그루터기에 붙어 있어서 일이 생기기 전에 눈에 띄는 경우가 많지만 땅 속에 집이 있어서 발로 밟으면서 문제가 생기고 수많은 개체가 공격해 오는 땅벌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쉽다. 게다가 옷 속으로 들어가기 십상이어서 대책이 없다. 벌 쏘임은 체질도 큰 몫을 한다. 사람에 따라 쉬이 넘기는 사람도 있고 병원에서 주사 치료 후 며칠 쉬게 되는 사람도 있는 것을 보면 자신의 체질을 잘 알아두는 것이 좋다.
4) 뱀: 이제까지 10여 년 이상의 활동 기간 중 다행스럽게도 뱀에 물린 사례는 없지만 이곳에서 뱀은 종종 마주하게 되는 동물 중 하나다. 뱀은 특유의 무조건적인 거부감과 사방에 부착된 뱀주의 표식 때문에 위험군으로 치부된다. 잘 알지 못하고 두려움만 강조된 동물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독이 없는 구렁이나 누룩뱀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유혈목이, 살모사, 쇠살모사, 까치살모사 등 독사 종류는 물리면 매우 위험하여 병원으로 직행해야 한다. 까치살모사는 신경독이라 빨리 퍼져서 더 위험하다고 하지만 까치살모사 서식지는 대부분 1000미터 정도의 고산 지대여서 병원에 기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까치살모사에게 물리면 일곱 발자국 떼기도 전에 쓰러져 죽는다고 해서 칠점사라고 불리우기도 하며 노을공원에는 아직 없다. 뱀은 대개 인기척에 스스로 사라지지만 살모사는 동작이 완만하여 잘 마주치게 되고 건드리면 고개를 치켜들며 대항하기도 한다. 나무심기 행사 전에 미리 풀을 정리하고 행사장 바닥을 정리하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뱀을 만나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하절기 풀 정리 때는 뱀과 마주치는 일을 예상할 수 있다. 특히 활동가들은 봄, 가을에 사람이 안 다니는 공원 비탈을 오를 때 손을 비닥에 짚을 수 있는데 양지바르고 돌이 있어서 뱀들이 쉬기 적당한 곳은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개구리와 같은 파충류가 많은 곳에 뱀이 있는 것이어서 뱀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5) 가시박 가시가 눈에 들어감: 협력 단체 지원 활동으로 시니어 자원봉사자 분들과 함께 외부에 나가서 가시박을 정리하다가 생긴 일이다. 갈고리 달린 장대로 키 큰 버드나무를 뒤덮은 가시박을 걷어내다 사고가 발생했다. 위를 올려다보면서 가시박을 끌어 내리다가 바람에 날리는 가시박 가시가 시니어 자원봉사자 한 분의 눈에 들어간 것이다. 봄에서 여름까지의 가시박 정리는 가시 위험은 없다. 하지만 가시박 열매가 여무는 시기가 되면 가시박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가시박 열매가 터지면 수많은 가시 바늘이 퍼지고 옷이나 피부에 닿으면 떨어지지 않고 파고들어서 매우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시박 가시가 눈에 들어간 것이다. 커다란 버드나무가 질식하여 죽을 만큼 가시박으로 뒤덮힌 것을 구하겠다고 자원하여 봉사활동에 나섰는데 바람을 마주보고 가시박을 올려다보며 장대를 쓰다가 변을 당하였다. 주말이라 구급차에서 병원을 물색하다가 결국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수 시간을 대기하다가 겨우 진료를 받고 다시 타지역 전문 병원으로 전원해야 했다. 가시를 빼는 것보다 언제 의사 선생님을 만나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채 마냥 기다리던 시간이 무척 힘들었다. 기다리는 동안 심한 통증과 두려움을 대 여섯 시간 이상 견디어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병원을 옮기고 전문의와 만나자 눈에서 가시를 빼는 일은 그리 큰 일이 아니었고 큰 탈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6) 진드기: 숲 관리 활동으로 풀 정리를 하거나 나무 아래를 다니다 보면 목이나 팔이 긁히면서 먼지부터 이런 저런 크고 작은 것들이 땀에 들러붙어 몸이 굼실거리고 가렵고 따갑게 된다. 이때 진드기를 주의해야 한다. 작고 납작하며 칙칙한 색깔의 벌레 같기도 하고 곤충 같기도 한 것이 여러 개의 다리를 꿈실대며 부지런히 피부 위를 기어다니는 것이 눈에 띠면 진드기인지 확인해본다. 진드기는 동물이 다니는 통로 위쪽 나무에 매달려 있다가 지나가는 동물의 체온을 감지하고 재빨리 몸을 떨구어 동물의 피부에 붙어서 피를 빤다고 한다. 풀섶을 지나온 후에 몸이 가렵고 따끔하면 잘 살펴야 한다. 작업이 끝나고 샤위를 하면 좋지만 그러지 못한 환경이라면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이제까지 활동가한테 두 번의 진드기 피해가 있었다. 한 번은 풀 정리 후 퇴근길에 마트에 들렀는데 목이 가려워서 동료에게 보였더니만 동료가 질겁을 하였다. 진드기가 머리쪽 반을 목 피부에 들이민 채로 다리들을 버둥대고 있었다. 그 작은 것이 어찌나 단단히 박혀 있던지 맨손으로는 미끄러워 도저히 뽑아내지 못하고 목장갑을 끼고 빼냈다. 진드기를 무사히 빼내더라도 감염을 예상하고 병원에 다녀오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역시 풀 관리를 하고 씼지 못한 채 귀가하였는데 옆구리를 파고 들어간 진드기를 발견하였다. 그때는 제법 많이 박혀 있어서 빼내지 못하고 진드기 뒤쪽 끝부분만 조금 잘린 채 그냥 둘 수밖에 없었다. 진드기는 죽은 상태라서 더 이상 파고 들어갈 염려는 없었지만 몸에 박혀 있는 상태여서 병원에 가서 진드기를 빼내고 주사를 맞고 감염 여부를 검사했다. 다행히 두 번 모두 큰 탈 없이 끝났지만 항상 주의해야 한다.
7) 교통사고: 자전거로 공원에 오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운전자의 부주의나 교통신호 위반으로 교통사고가 난 적이 세 차례 있었다. 뺑소니를 당하거나 크게 위험한 적은 없었다 하더라도 교통사고는 언제나 엉뚱하게 발생하고 치료기간이 길며 후유증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급해도 횡단보도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건너도록 하고 신호도 봐야 하지만 차를 살피고 차를 먼저 보내도록 한다. 교통사고는 나만 주의해서 피할 수 없기때문에 최대한 위험요소를 피한다. 교통사고가 나면 차주의 연락처를 받고 보험사에 연락하고 경찰이나 119에라도 신고해야 한다. 그리고 일 걱정은 하지 말고 바로 병원으로 가 치료를 받고 이후에도 치료에 우선해야 한다.
8) 어지럼증: 더운 여름에 발생하기 쉬운 증상이다. 봉사활동 집결지까지는 잘 왔으나 활동 현장으로 이동하여 활동하다 보면 햇볕이나 체력 소모 때문에 공원 도착까지는 없었던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다. 어지러우면 경사지에 넘어져 구를 위험이 있기 때문에 부축하거나 업어서 평탄한 곳 그늘로 옮겨 상온의 물이나 이온 음료를 섭취하며 쉬게 하고 상태가 심하면 구급차를 부른다.
9) 과도한 활동으로 인한 질병: 우리가 하는 일은 장소 특성도 그렇고 하는 일도 현장 활동이다 보니 몸을 쓰고 체력이 요구되는 일이 많다. 일을 잘 하고 싶은 마음은 고맙지만 자칫 지속적으로 과도한 힘을 쓰고 피로가 쌓이면 근육통에 시달리거나 심한 경우에는 인대를 다쳐서 수술까지 받게 된다. 장기적으로 보아 당사자 개인은 물론 단체도 어려움을 겪는다. 질병이 발생하면 일 염려는 끊고 치료에 전념하여 자칫하면 평생 지속될 수도 있는 휴유증이 남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10) 기계 부상: 기계 사용 중 발생한 부상은 당사자의 고통이 심하고 단체의 안전관리 책임이 따를 수도 있어서 극히 조심해야 한다. 위험한 일이 따르는 활동은 전문가에게 의뢰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 묘목선택과 구입 방법
우리가 심을 나무를 선택할 때 적용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기준은 이 땅이 건강한 숲이 되도록 하는데 정말 필요한 나무인가, 쓰레기가 드러나고 흙과 물이 부족한 이곳에서 잘 살 수 있는 나무인가이다. 그것이 충족된 후에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여 선택하고 구입한다.
- 자연의 숲을 모델로 하여 동서남북, 토질, 높낮이, 용도,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하여 선택한다.
- 관리에 어려움이 없다면 작은 나무를 심는 것이 땅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면서 튼튼히 자랄 수 있어서 좋지만, 관리가 어렵다면 어른 키 정도 대략 R2 크기의 나무를 심는 것이 유리하다.
- 묘목상들은 자체 육묘장도 가지고 있지만 유통망을 통한 공급 역할을 병행하기 때문에 묘목을 건강한 상태로 받기 위하여 신경써야 한다. 그동안 거래해 온 정 때문에 허약한 나무를 그냥 받으면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 관공서에서 전문업체에 맡겨서 식재하는 경우에는 나무에 대한 하자보수 계약을 하지만 시민단체가 묘목상에서 나무를 구입해 심는 경우 공급 받은 나무에 대한 하자보수 약속이 없으므로 처음부터 까다롭게 묘목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 묘목상들이 공급하는 수종이 제한적이라서 정말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나무를 구하기 위해서는 제법 품을 들여야 한다. 편한 맛에 한 곳의 묘목상에 의지하지 말고 두세 곳 확보하여 최대한 다양하고 건강한 묘목을 구입한다.
■ 구입 묘목 보관 방법
외부에서 나무를 구입하는 경우 가능한 묘목이 식재 당일 도착하게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부득이 하루 이틀 일찍 받아야 한다면 다음과 같이 보관하는 것이 나무를 비교적 온전하게 보관하는 데 도움이 된다.
• 나무를 받자마자 그늘진 곳에 두고 그늘막으로 나무 전체를 덮어둔다. 다만 비닐이나 천막처럼 통풍이 안 되는 소재로 덮지 않는다.
• 여러 날 보관해야 할 경우는 가식해두는 것이 좋다. 다발로 묶여있는 작은 묘목을 가식할 경우에는 우선 다발을 풀고 비스듬히 눕혀서 흙에 묻고 물을 충분히 준다. 분뜨기 나무는 며칠 정도라면 포개어 쌓아두고 그늘막으로 덮는 정도로 괜찮다. 장기간 보관할 경우에는 묻기 편한 방법으로 분이 덮힐 정도만 묻고 물은 주지 않는다. 물을 주면 운반 중 분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 봉사활동 때 식재 지점까지 나무 옮기는 방법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활동가가 나무를 나무 심을 곳에 미리 가져다 두었다. 언덕길을 올라와야 하는 봉사자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식재지 초입에서 나무를 나누어 주는 방식으로 나무를 심으면 어찌된 일인지 나무를 버려두고 가는 경우도 많고 대충 심은 나무도 많았다. 나무도 생명이라는 것이 잘 전해지지 않는 듯 싶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보았다. 자신이 심을 나무를 식재 지점까지 자신이 직접 옮기는 것이다. 그것도 짐꾸러미처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아기 안듯 소중히 품에 안고 옮기도록 한다. 놀랍게도 식재지에 쌓아두었다가 나누어주는 방식에서 자신이 심을 나무를 아기처럼 안고 가는 방식으로 바꾼 후에는 제 몫의 나무를 버리고 가는 일이 없어졌고 나무도 휠씬 잘 심어주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나무를 안고 가는 동안 나무와 정이 든 덕인 것 같았다. 물론 안고 가게 하는 나무는 작은 묘목이다. 들고 가기 어려운 크기의 나무는 여전히 현장에서 나누어드린다. 각자 제 몫의 나무를 안고 식재지까지 옮기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봉사자들이 각자 안고 갈 나무를 한 사람 분씩 비닐 부대에 넣어 출발 장소에 둔다. 부대에 담아두는 이유는 안고 가기 편하게 하기 위함도 있지만 햇볕과 바람으로부터 나무 뿌리가 마르는 것을 막기 위함이기도 하다. 나무를 넣을 부대는 우리의 경우 사용하고 버리는 비료 부대를 재사용한다.
- 출발 장소에서 나무 심기 설명을 끝낸 후 나무를 직접 안고 가도록 준비해둔 나무 부대를 나누어드린다. 다만 알아서 각자 집어 가도록 하지 않고 활동가가 하나하나 집어주면서 아기처럼 안고 가라고 말해주면 효과적이다.
- 식재지 현장 초입까지 안고 온 자기 나무는 바닥에 내려놓지 않고 나무 부대를 안고 식재 현장으로 내려간다
- 넓직한 장소라면 자기가 나무 심을 자리 옆에 자기가 안고 온 나무 부대를 두고 구덩이를 판다. 구덩이를 다 파기 전까지 부대에서 나무를 꺼내면 햇볕과 바람에 나무 뿌리가 마른다는 점을 꼭 전한다.
- 장소가 협소하고 밀식해야 한다면 여러 명의 나무 부대를 함께 쌓아두고 구덩이를 판 다음 내 것 네 것 가리지 말고 한 부대씩 가져다 심는다. 내가 안고 온 나무가 아니라고 섭섭해하는 경우가 있으니 숲은 내 숲 네 숲이 아닌 모두의 숲이라는 점을 미리 전하고 양해를 구한다. 이때도 구덩이를 다 파기 전까지 나무를 부대에서 꺼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반드시 전한다.
- 분뜨기 R2 크기 정도의 나무라면 제법 무겁기 때문에 활동가가 미리 현장 초입에 쌓아두고 참여자들과는 식재 현장으로 내리는 작업만 함께 한다. 비탈진 곳이기 때문에 큰 나무를 식재지로 내릴 때는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우선 참여자들이 밧줄에 의지하여 현장 초입 상부부터 비탈 아래 현장까지 일렬로 서도록 한다. 그리고 나무를 한 그루씩 릴레이로 내린다. 상단 시작점과 하단 도착점에는 건장한 사람 두세 명이 같이 있는 것이 좋다. 하단의 도착점에는 활동가가 대기하고 있다가 함께 내린 나무를 쌓아둘 장소를 지정해 준다.
- 나무는 크건 작건 아래쪽 뿌리 바로 위 줄기 부분을 잡고 뿌리 부분을 앞으로 향하여 옮긴다. 그렇게 옮겨야 묘목의 가지가 어딘가에 걸리지 않고 동료의 얼굴을 찌르는 일도 안 생긴다.
- 비닐부대에 담긴 나무는 구덩이를 파고 구덩이 바닥을 고르는 일까지 전부 마치기 전에는 꺼내지 않는다. 나무를 미리 꺼내면 묘목의 뿌리가 바람과 햇볕에 말라서 뿌리가 상한다.
- 나무를 심을 장소에 누군가가 나서서 작은 묘목을 미리 사방에 뿌려두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한다.
- 나무 도착 장소와 식재지가 멀어서 릴레이 운반이 어려울 경우에는 소수 인원이 옮겨야 하는데 작은 묘목이라면 어렵지 않지만 분뜨기 경우에는 쉽지 않다. 한두 그루씩 들고 먼 거리를 오르내리기는 더디고 힘들다. 이런 때는 톤백 같은 대형 자루에 그늘막이나 부직포와 같은 푹신한 소재를 충분히 깔고 분뜨기 나무를 십여 그루쯤 담아서 혼자 끌고 내려가면 된다. 경사지라서 미끄러뜨리는 식으로 내릴 수 있으며 조심하면 분이 망가지지 않는다. 다만 안전에 유의한다.
■ 씨앗부터 키워서 숲을 만들 때 쓰는 도구와 보관법
나무를 심고 돌본다는 말에는 다양한 활동이 포함되어 있다. 각 활동에 따라 사용하게 되는 도구도 다양해진다. 도구를 많이 갖추어야만 나무를 잘 심고 잘 돌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도구를 경우에 맞게 잘 쓸 수 있다면 그만큼 도움이 된다. 봉사자들과 나무를 심고 돌보기 위한 기본 도구는 손님 맞을 밥상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올리는 일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정하게 준비하고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잘 관리하는 것이 좋다.
* 식재지에서 쓰는 연장
나무심기에서 쓰는 연장은 삽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나무 심기 준비 과정에서는 활동가들이 예취기, 엔진톱, 앵글커터 등을 쓴다. 예취기는 식재지 전체 풀 정리에 쓰고 엔진톱은 쓰러진 대형 아까시나무, 버드나무 등을 적당한 길이로 토막 내는데 필요하고 앵글커터는 예취기로 풀 정리하기 전 건축 폐기물에 붙은 철근을 잘라내는 데 쓴다. 식재 준비를 위해 철근을 잘라내고 쓰러진 나무를 잘라 정리하는 일이 필요한 이유는 이곳이 쓰레기매립지이기 때문이다. 철근을 그대로 두지 않고 앵글커터로 잘라 정리하는 이유는 예취기의 날에 철근이 걸리는 일을 막고 참여하는 봉사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그렇게 모은 철근은 안전한 곳에 모아두었다가 필요한 물건을 만들 때 활용한다.
이곳은 지반이 약한 쓰레기산이다. 태풍처럼 강한 비바람이 다녀가면 커다란 아까시나무와 버드나무가 많이 쓰러진다. 우리는 쓰러진 나무를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기를 바란다. 쓰레기산에 살던 나무가 쓰러진 후에는 미생물의 삶터가 되고 흙이 되어 숲이라는 큰 순환의 한 부분으로 계속 살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봉사자들과 나무를 심어야 하는 곳을 가로질러 누워있어서 식재 면적 확보에 어려움을 주거나 위험 요소가 되는 경우나 지면에서 떨어져 자연스럽게 거름이 될 수 없는 경우에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 정리해준다. 비바람에 쓰러진 나무는 지면에서 떨어져 누운 경우가 많은데 나무줄기가 공중에 떠 있으면 그대로 건조되어 흙으로 돌아가 거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엔진톱으로 적당히 잘라 흙에 닿도록 눕혀준다. 그것이 우리가 쓰러진 나무를 정리하는 방법이다.
낫은 식재 후 풀을 관리하는 데 쓴다. 곡괭이는 사용하는 데 힘도 들고 많은 사람이 움직이는 장소에서는 위험해서 좀처럼 쓰지 않는다. 이렇게 식재 현장에서 쓰이는 도구는 간단하다. 이 중 예취기, 엔진톱, 앵글커터, 곡괭이는 활동가들이 쓰고 자원봉사들이 쓰는 도구는 삽과 낫이 거의 전부다. 도구 보관은 삽 외에는 창고를 이용한다. 수백 개 정도로 수량이 많고 여러 곳에서 자주 쓰는 삽은 현장에 두는 것이 편하다.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연중 여러 차례 수년간 한 장소에서 나무를 심기 때문이다. 전에는 삽을 열 개씩 끈으로 묶어서 창고까지 나르고는 했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현장 여기저기 보관함을 두게 되었다. 하지만 보관함까지 나르는 것도 부담스러운 정도가 되면서 재활용 비닐부대를 쓰게 되었고 열 개씩 끈으로 묶는 번거로움도 없어졌다. 열 개씩 넣고 비를 안 맞도록 또 하나의 부대로 씌워서 그 자리에 두거나 옮긴다. 다 쓴 상토 또는 비료부대를 활용하면 비닐 쓰레기도 줄고 일석이조다.
* 나무자람터에서 쓰는 연장
씨앗부터 숲이 될 나무를 키우는 나무자람터에서는 좀 더 다양한 종류의 연장이 필요하다. 여기서도 삽이 기본이지만 흙을 섞고 퍼 담기 위해서 막삽 외에 오삽도 쓴다. 삽괭이는 땅을 평평하게 고르고 통로의 풀을 고르거나 삽 대용으로 땅을 파는 데도 쓴다. 묘상 김매기는 주로 손으로 한다. 그래야 주변 식물을 다치지 않고 잡초만 잘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으로 하기 어려운 상태거나 손으로 흙을 만지는 일이 어색한 봉사자들은 호미를 쓰기도 한다. 예취기는 식재지에서는 처음 나무심기 전 풀 정리 때 한 번만 쓰지만 나무자람터에서는 수시로 쓴다. 관리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정원처럼 말끔하게 관리하는 방식이라면 필수 장비라 해도 괜찮다. 쇠스랑은 묘상의 흙을 일구거나 낙엽을 펼 때 가끔 쓴다. 조선낫이나 톱은 커다란 묘목을 캘 때 굵은 뿌리를 자르는데 쓴다. 도라지창은 흔히볼 수 있는 연장은 아닌데 묘상의 묘목을 캘 때 삽으로 힘든 경우 같이 쓰면 편하다. 갈퀴는 묘상 작업에서 낙엽을 펴거나 표면의 흙을 고르는 데 쓴다. 나무자람터에서 쓰는 삽, 삽괭이, 호미, 예취기, 쇠스랑, 낫, 톱, 도라지창, 갈퀴의 보관은 연장 걸이, 보관함, 창고 등을 이용한다. 여유가 있다면 장기간 안 쓸 때 기름칠을 해두면 좋다. 우리는 아직 그렇게까지 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비를 피하고 통풍이 되게 하는 정도는 해야 한다.
* 삽의 종류
- 막삽(둥근삽) :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삽이다. 어디에나 쓸 수 있는 기본삽이다.
- 각삽: 삽날이 사각형이며 바닥면이 평평하다. 무언가를 퍼담거나 섞거나 할 때 편하다. 각삽보다 삽날 폭이 넓으면 오삽 좁으면 내리삽이라고 부른다.
- 철삽: 일반적인 삽은 자루가 나무로 되어 있는데 금속으로 된 삽을 철삽이라 한다. 우리의 경우 현장이 모두 가림막 없이 하늘 아래 드러난 곳이라 비를 맞아도 상하지 않을까 싶어 철삽을 써보았다. 하지만 기대한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무게도 제법 무겁고 쉬이 녹슬고 망가져서 우리에게는 적당하지 않았다. 철삽이라고 단단한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 어린이삽: 장갑이고 삽이고 어린이용 물품을 따로 준비하고 관리하는 것은 추가로 품이 드는 일이다. 배려하는 마음을 지니고 구비 해야 잘 사용하고 잘 관리할 수 있는 것 같다.
* 삽 보관 방법
- 삽걸이: 나무자람터(양묘장)와 같이 연중 작업하는 곳에는 여러 사람이 편히 오갈 수 있는 양지바른 곳에 비가림 지붕이 있는 삽걸이를 설치해두면 좋다. 우리의 경우 사업소에서 버린 목재와 식재장소 건축물폐기물에서 떼어낸 철근을 이용해서 만들었다. 예상 외의 쓸만한 재사용 소재들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쓰레기매립지의 장점이다.
- 삽 보관함: 나무를 심고 관리해야 하는 장소의 길목에 둔다. 삽을 눕혀서 100여 자루 넣을 수 있는 크기라면 삽 외에도 여러가지 물품을 함께 보관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시판하는 대용량 보관함뿐 아니라 바닥이 깨져 더 이상 빗물을 받아둘 수 없는 600리터 크기 플라스틱 물통도 보관함으로 활용한다.
- 비닐부대 재사용: 보관함이 없거나 보관함까지 삽을 나르기 힘든 경우에는 두 장의 비닐부대를 이용하여 식재 현장에 보관한다. 비닐부대는 다 쓴 상토부대나 비료부대를 쓰면 열 자루의 삽을 넣을 수 있다. 삽 열 자루를 부대에 넣은 다음 또 하나의 비닐 부대를 씌워서 한쪽을 높이 하여 비스듬히 두면 빗물이 들어가지 않게 잘 보관할 수 있다. 이때 삽을 넣은 부대 위로 부대를 하나 더 덮어씌워야 빗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렇게 두면 현장에서 겨울을 나도 삽이 상하지 않는다. 비를 맞고 방치된 삽은 자루가 삭아서 쉬이 부러진다. 가을 나무심기가 끝나고 겨울나기 준비 때 현장의 삽을 회수하여 보관함이나 창고에 넣는 것이 좋지만 일손이 부족하거나 보관함 준비가 어려운 장소에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 낫의 종류
낫을 전문적으로 구분하면 다양한 명칭과 모습, 기능이 있다. 지역에 따라 용도에 따라 모습과 이름이 다양하다. 우리 활동에 많이 쓰는 낫은 조선낫과 왜낫 두 가지다.
- 조선낫: 낫 자루가 비교적 길고 날이 두껍고 무거운 편이다. 굵직한 나무가지를 자르는 데는 조선낫이 좋지만 무겁고 둔탁해서 일꾼이 아닌 자원봉사자들이 풀을 정리할 때는 적합하지 않다.
- 왜낫: 날이 얇고 자루가 비교적 짧다. 가볍고 잘 들어서 풀 정리하기에 적합하다. 칡, 환삼덩굴, 가시박과 같은 덩굴식물이던 어른 키보다 더 큰 단풍잎돼지풀이던 자원봉사들과 숲 풀 정리하는 데는 보통 크기의 왜낫보다 날과 자루가 더 좁고 짧은 소형 왜낫이 가볍고 안전해서 좋다. 봉사자들과 풀 정리 작업을 할 때는 작업 가방에도 쏙 들이가는 크기의 소형 왜낫을 추천한다.
- 정글도: 칡을 자르거나 처음 활동하는 곳의 통로를 열기 위해 정글도를 쓰면 편할 때도 있지만 웬만하면 낫 하나로 모두 가능하다.
* 낫 취급 방법
낫은 사용 후 빈 상토 부대 등을 활용해 낫 종류별로 10개씩 넣어 보관함에 보관한다. 풀관리 처럼 봉사자들이 낫을 써야 할 경우, 비닐 부대에 5~10 개 정도의 낫을 넣어 필요한 양을 미리 준비해두고 낫 작업에 쓸 가죽장갑도 함께 준비해둔다. OT 때 활동가가 낫의 안전한 사용법과 유의사항을 시범을 보이며 설명하되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봉사자들이 각자 낫을 가지고 가는 일은 없게 한다. 풀관리 현장까지 낫을 옮기는 일은 봉사자 중 낫을 책임 있게 운반할 사람을 지원받아 맡긴다. 낫을 모두에게 나누어주는 일도 회수하는 일도 작업 지점에서 한다. 봉사자 각자 낫을 든 채로 사면을 오르내리는 일이 없도록 주의한다.
* 물뿌리개
이곳은 물도 부족하지만 물이 있는 곳과도 제법 떨어져 있기 때문에 물뿌리개는 식재 현장 필수품이다. 다양한 소재와 모양의 물뿌리개가 있지만 현재까지 우리가 쓰는 물뿌리개는 모두 플라스틱 제품이다. 가볍고 비용 면에서도 부담이 적다. 하지만 우리처럼 비탈지고 쓰레기가 드러나 거친 현장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며 사용하다 보면 쉽게 망가진다. 물리적 충격 외에 물뿌리개를 쉬이 상하게 하는 것은 햇볕이다. 기왕에 구입하는 플라스틱 제품인 만큼 최대한 오랫동안 잘 사용해야겠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보관한다.
- 물뿌리개를 5개 또는 10개씩 묶어서 보관하면 나무심기 봉사활동 때 필요한 수량을 파악하기도 쉽고 옮기기도 쉽다.
- 야외에 보관할 때는 그늘막으로 덮어서 햇볕을 막아준다. 요즘은 폐현수막 자루로 바꾸고 있다.
- 1m x 1.2m 정도 크기의 폐현수막 자루를 이용하면 끈으로 묶지 않아도 되고 그늘막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리하다.
- 물뿌리개는 어린이 용, 어른 용을 생각해서 소형, 대형 두 가지를 갖추고 있지만 모두 작은 것으로 사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작은 물뿌리개 두 개를 쓰더라도 큰 물뿌리개는 어른에게도 부담스러운 무게이고 보관하기도 작은 것이 더 편하다.
* 예취기
척박한 땅에는 생명력이 강한 풀들이 자란다. 그들이 살아줌으로써 조금씩 다른 생명들도 살아갈 수 있는 땅이 된다. 다만 그 변화의 시간을 가만히 기다리기에는 인간의 시간이 짧은 탓인지 기세등등한 풀들의 모습을 불안해하는 조급함이 생기는 것 같다. 우리가 만드는 숲의 풀 관리는 사업소에 맡기지 않고 우리가 한다. 일의 양이 늘어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풀과 나무와 동물들을 지킬 수 있으니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풀 관리 업무를 우리가 맡는 일은 안심 되는 일이기도 하다. 풀숲에 익숙하지 않은 도시 봉사자들과 나무 심기 준비 작업 중 하나가 풀 정리다. 봉사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또 모순된 듯 보이지만 풀을 위해서도 현장에 익숙한 활동가가 미리 풀을 정리해두면 좋다. 그렇게 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 중 하나가 예취기다. 나무를 한 그루씩 풀에서 꺼내줄 때는 낫과 같은 손 도구가 좋지만 나무 심기 전 넓은 지역의 풀 정리에는 예취기가 효과적이다.
- 우선 가벼운 제품을 선택하여 힘을 덜 들게 하는 것이 좋다.
- 아무리 간단한 작업이라도 안전 장비를 완벽하게 착용한다. 안전 장비는 안면가리개, 무릎보호대, 보호장갑, 앞치마 등이 있다. 앞치마는 동작이 둔해지고 번거로워서 안 쓰는 경향이 있는데 꼭 착용하여 가슴과 하체 전체를 보호하도록 한다.
- 예취기 작업은 사용자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 및 통행인의 안전에도 각별히 신경써야 하는데 충분한 거리를 두고 작업해야 한다. 특히 통행인이 있을 때는 반드시 작업을 멈추도록 한다.
- 예취기 작업은 연료와 수리 도구를 휴대하기 편한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 휴대해야 한다.
- 연료로 쓰이는 휘발유는 인화성이 강하기 때문에 보관과 이동 사용 시 화재 위험에 늘 주의해야 한다. 휘발유는 격납함에 넣어서 격리된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 기계를 보호하고 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휘발유와 오일의 희석 비율을 잘 지키도록 한다. 휘발유 20 : 희석오일 1이다.
- 오일을 희석해 둔 연료를 쓸 때는 통을 흔들어서 사용해야 바닥에 가라앉은 희석 오일이 골고루 섞인다.
- 별다른 이유 없이 시동이 걸리지 않을 때는 기화기의 공기 거름 스펀지에 먼지가 축적되어 공기 유입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 원인인 경우가 흔하다. 이때는 스펀지를 휘발유에 빨아 말려서 쓴다.
- 금속제 예취기 날은 휘어지면 망치로 펴고 날이 닳으면 그라인더로 갈아서 쓴다. 급하다고 자꾸 사서 쓰면 멀쩡한 날이 잔뜩 쌓이게 된다.
• 예취기 보관법: 비를 피할 수 있는 창고에 보관한다. 자루를 벽에 세워서 끈으로 고정시켜두면 장소를 덜 차지한다.
* 톱
- 활동가의 경우 수작업 톱과 엔진톱, 전기톱을 쓴다. 전기톱은 전기가 들어오는 곳에서만 쓸 수 있어서 사용이 제한적이다. 수작업 톱은 작업가방에 들어가는 접이식 작은 톱이 유용하다.
- 자원봉사들에게 톱질을 시켜보면 의외로 사용이 서툴다. 톱은 잡아당길 때 썰리는 톱의 원리를 이해해야 힘 들이지 않고 잘 자를 수 있다. 톱은 서서히 밀고 서서히 당겨야 한다.
- 우리나라 톱은 당길 때 잘리기 때문에 당길 때 몸의 힘을 실어야 한다. 몸의 힘을 싣는다는 것은 팔만 왔다갔다 하지 않고 상체를 팔, 톱과 같이 움직이면서 톱날에 힘을 모아 주라는 뜻이다. 밀 때는 힘을 뺀다. 서양톱은 반대로 밀 때 힘을 실어준다.
- 엔진톱은 숙련자 외에는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 주변에 사람이 있을 때는 충분한 거리를 두고 충분히 조심해야 하는데 엔진톱의 특성을 모르는 사람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 엔진 톱날에 상처를 입으면 칼날 상처와는 달리 심각하다. 사용자는 일 욕심을 내지 말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작업해야 한다.
- 엔진톱날은 예취기 날과는 달리 고가이기 때문에 자주 구입하지 말고 날 부위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연마하여 쓴다.
* 장갑 외
우리의 경우 장갑은 빨아서 재사용하기 때문에 봉사자들에게는 가져오지 않도록 안내한다. 마실 물 역시 개인용 다회용기를 사용하기를 부탁하지만 그렇게 하기 어려우면 우리가 물을 준비할테니 일회용 페트병 제품은 가져오지 않도록 부탁한다. 장갑도 물도 자신들의 비용으로 사오겠다는 곳도 있다. 하지만 비용의 문제를 떠나 자원을 필요 이상 쓰지 않기 위한 일이라는 것에 양해를 구하고 협조를 요청한다. 우리가 대단히 훌륭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숲을 만드는 활동을 하는 때만이라도 숲을 위해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은 안 하고 도움이 되는 일은 해보려 한다. 장갑의 경우 전에는 모아두었다가 한꺼번에 많은 양을 빨았는데, 요즘에는 봉사활동 마지막 코스로 쓸때마다 장갑 빨기를 한다. 세제는 쓰지 않고 가능한 빗물을 모야두었다가 쓴다. 장갑은 코팅이 되지 않은 목장갑을 기본으로 하고 필요에 따라 코팅장갑과 안전장갑 등을 따로 마련해둔다. 코팅 장갑은 장기 보관할 때 딱딱하게 굳어서 버려야 하는 경우가 많고 코팅재가 환경에 좋지 않으므로 되도록 구입하지 않는다. 코팅 장갑의 또 하나의 단점은 좌우를 구분하여 짝을 맞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짝맞추기는 수량이 많을 때는 꽤 성가신 일이다. 낫을 쓰는 등의 활동에는 더워도 안전장갑을 끼도록 한다. 안전장갑은 장갑별로 세탁법과 보관법이 있으니 그에 따른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봉사활동에 적합한 차림을 갖추지 못한 봉사자들을 위해 계절별 작업복, 작업화, 모자, 팔토시, 장화, 양말, 티셔츠, 수건, 공용 물통과 개인별 물통, 물컵, 작업가방 등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모든 것은 씻고 빨아 재사용한다. 봉사자 자신이 잘 갖추고 오는 것이 가장 좋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복장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현장 활동인 탓에 갑자기 내린 비를 맞거나 나무를 심다 물에 젖었을 때 등 그대로 돌려보내기 어려운 상황도 생기기 때문이다. 설령 당사자의 준비 부족이 이유라 하더라도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현장에 온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고 안전하게 봉사활동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준비와 뒷정리 등의 품이 든다. 그 일이 불필요하게 덧붙여진 노동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저 힘들기만 할 것이다. 하지만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살아가는 세상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사서 하는 고생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에 모두에 대한 배려가 될 수 있다.
* 작업가방
활동가에게 작업가방은 필수품이고 근무시간 언제고 가지고 다니게 된다. 가방에는 기본 구급약품, 기본 작업도구, 홍보자료와 명함, 수집 용 주머니, 물병, 간식 등을 챙기도록 한다. 봉사활동 참여자들도 자기 구급약품, 장갑, 수건, 다회용 물병, 간식 등을 챙길 수 있는 양 어깨에 메는 형태의 가방을 가지고 다니면 좋다. 그러나 봉사활동을 자주 오는 분들도 별다른 준비 없이 오는 경우가 많아 우리의 경우 단체에서 어느 정도 준비를 해두는 편이다. 드물지만 신발부터 모자까지 완전하게 활동 복장을 갖추고 물과 간식은 물론 자신이 쓸 장갑까지 매번 빨아서 챙겨오는 분들이 몇몇 분 계신 데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 도구 안전사용 일반수칙
연필 깎는 칼부터 예취기나 엔진톱 같이 큰 도구까지 어떠한 도구이던 도구를 내 몸과 동떨어진 물체로서 일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간주하지 말고, 서로가 도와야 하는 내 몸의 연장선으로 여기고 같이 박동하고 같이 호흡해야 힘이 덜 들고 작업 능률이 오르게 되며 내 몸도 도구도 동료도 안전하게 된다. 종이를 자르는 가위에도 깊은 상처가 나기도 하듯 모든 도구는 위험한 것이 아니고 주의해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잘 이해하고 기억하면 좋다. 잘 쓰면 도움이 되는 것이 도구다. 다칠 가능성이 있는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면 너무 무서워하는 것도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선 사용법을 잘 익히고 안전장구를 잘 착용하며 실제 현장에서는 사용법을 지키며 주의 깊게 찬찬히 사용하고 적절한 간격으로 쉬면서 작업한다. 그래야 주의력을 유지할 수 있다.
■ 나무심는 방법(경사지의 경우)
1) 나무 심을 구덩이 팔 자리 정돈하기: 우선 삽으로 한 두 번 찍어서 발 디딜 자리를 만든 다음 쓰레기, 낙엽, 풀 등을 치우면서 편히 설 수 있을 정도로 구덩이 팔 자리를 평평하게 정돈한다.
2) 구덩이 파기: 흙을 파서 멀리 흩뿌려 버리지 말고 구덩이 바로 아래쪽에 쌓아둔다. 쌓는 만큼 구덩이가 깊어진다. 깊이는 삽의 날 부분 정도까지 파고 넓이는 어른 발이 편히 들어갈 정도로 판다. 그 정도면 작은 묘목부터 R2 분뜨기 나무까지 심을 수 있는 평균 크기이다. 세세하게는 자신이 심을 나무 뿌리의 상태를 보고 구덩이 크기를 조절해주면 된다.
3) 구덩이 바닥 정돈: 요를 깐다는 마음으로 바닥을 부드럽고 평평하게 고르면서 흙 외의 물질을 치운다. 잔뿌리 사이로 고운 흙이 들어가야 뿌리가 활착되어 나무가 살게 되기 때문이다.
4) 구덩이에 나무 넣고 흙을 반쯤 덮고 밟아주기: 구덩이에 넣은 나무의 뿌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흙으로 덮은 다음 나무를 똑바로 세우면서 두 발로 꾹꾹 밟는다. 꾹꾹 밟으라고 하면 나무에게 미안한 듯 의아한 표정을 보이기도 하지만 나무와 사람을 같이 여기는 것은 나무에 이롭지 않다. 나무를 존중한다는 것은 나무의 특성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나무도 소중한 존재이지만 나무와 사람의 속성은 다르다. 다름을 이해하고 다름을 존중해주는 것이 서로를 이롭게 한다고 생각한다. 흙을 꾹꾹 잘 밟아주는 이유는 그렇게 해야 잔뿌리 사이로 고운 흙이 들어가 잘 활착되기 때문이다. 나무를 심는 깊이는 묘목이 본래 땅에 묻혀 있던 부분까지 흙을 덮어주면 된다. 나무 뿌리 위쪽을 줄기 밑둥을 보면 색의 다름으로 양묘장에서 땅에 묻혔던 위치를 헤아릴 수 있다. 곧 겨울을 맞는 가을나무 심기라면 그 깊이 보다 좀더 깊이 심어준다. 구덩이를 깊이 파기보다는 흙을 두텁게 덮어주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5) 첫번 째 물주기와 구덩이 완전히 덮어주기: 흙을 반쯤 덮고 꾹꾹 밟아주었다면 다음 차례는 첫 번째 물주기다. 구덩이를 반쯤만 메운 상태라서 물뿌리개로 한 통 쯤은 넘치지 않고 부을 수 있다. 물이 다 스미기를 기다리지 말고 흙을 마저 덮는다. 경사지, 특히 이곳처럼 흙이 부족한 경사지에서는 구덩이 덮을 흙은 구덩이 주변, 특히 위쪽을 무너뜨려 덮으면 된다. 구덩이 팔 때 나온 흙은 구덩이 아래쪽이나 주변을 돋우는 데 썼기 때문에 새 흙을 찾는 것이다. 건축폐기물 투성이의 쓰레기산에 나무 한 그루 심기가 이래저래 만만치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6) 물집 만들기: 나무심기에서 가장 중요한데도 가장 안 되는 일이 물집 만들기다. 물집은 물이 머무는 곳이다. 구덩이 주변을 움푹하게 만들어 물을 주거나 비가 올 때 물이 고일 수 있게 만들어주면 된다. 다만 이곳은 경사지이기 때문에 높은 쪽을 무너뜨려서 위쪽이 움푹 패이게 만든다. 그렇다고 뿌리가 뻗을 정도의 깊이까지 파내지는 말아야 한다. 어차피 물집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는다. 뿌리가 자리를 잡고 살아남기까지 필요한 기간인 다음 해 정도까지 작은 물웅덩이 역할을 하면 된다. 나무심기 이후에 물을 주거나 비가 올 때 빗물이 고일 수 있게 해주면 된다. 물집을 제대로 만들어주지 않으면 식재 후 호스를 끌고 다니면서 아무리 물을 주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다. 물집의 크기는 물뿌리개로 한 통 정도를 품을 수 있으면 족하다.
7) 두 번째 물주기: 물집을 만들고 또 한 번 물을 주면 확실한 나무심기가 된다. 이렇게 나무 한 그루 심을 때마다 물을 두 번 준다. 물 주기는 비가 자주 오는 시기에도 생략하면 안 된다. 물을 충분히 주어야 잔뿌리 사이로 고운 흙이 밀려 들어가서 뿌리가 잘 활착하여 생존하게 된다. 이렇게 물을 흠뻑 주면 흙이 곤죽이 되어 흐물흐물해지는 것을 걱정하기도 하는데 괜찮다. 물은 곧 땅 속으로 스며들고 든든해진다. 제대로 방법을 지켜 나무를 심었다면 이제 다음은 하늘과 땅에 맡기기로 한다. 형편에 따라서는 물집을 잘 만들어준 다음 한 번의 물주기만 해도 괜찮다.
* 나무 심을 구덩이 파는 간격
쓰레기가 드러난 경사지에 나무를 심다보니 어디에 심으면 되는지 어디쯤 심으면 되는지 하는 질문이 많다.
1) 우선 스스로 보기에 허전해 보이는 곳을 선택한다.
2) 옆 사람의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간격을 두되 되도록 촘촘한 간격으로 판다. R2 크가라면 삽 한 자루 길이 이상, 1m 쯤 키의 묘목이라면 한 걸음 정도면 되겠으나 건축물폐기물 때문에 땅을 팔 수 없다면 형편에 따르면 된다.
3) 바람에 씨앗이 날려 떨어질 때 줄 맞춰 떨어지지 않듯 이곳에 나무가 있었으면 좋겠다 여겨지는 곳, 건축물폐기물이 없어서 파기 편한 곳을 자연스럽게 판다. 빈 곳이 생기는 것도 자연스럽다.
* 나무 심을 구덩이 파는 방법 두 가지 (작은 묘목부터 R2 분뜨기 크기까지 경사지에 심는 경우)
1) 삽날 깊이, 어른 발이 편히 들어갈 정도의 넓이로 보기 좋게 구덩이를 잘 판다. 처음 나무를 심거나 나무 심기가 서툰 봉사자들과 나무를 심을 때 쓰는 방법으로 위에서 7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했다.
2) 삽으로 땅을 갈라서 여는 방식이다. 삽 날 부분을 모두 땅 속으로 꽂은 다음 힘주어 앞뒤로 천천이 흔들면 삽날의 끝이 닿는 바닥이 어느 정도 넓혀진다. 입구는 나무의 뿌리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아도 된다. 구덩이에서 퍼낸 흙은 전혀 없다. 그야말로 땅을 연 셈이다. 다음에 나무를 넣고 경사면 위쪽을 무너뜨려 덮으면서 물집을 만들어준다. 소수의 숙달된 인원이 많은 나무를 심어야할 때 적합한 방식이다. 나무 심기에 대해 잘 모르거나 서툰 사람이 볼 때는 언뜻 정성이 부족해보일 수도 있고 따라 해도 효과를 보기 어려운 방법이어서 처음 나무를 심거나 아직 나무 심기가 서툰 봉사자가 많은 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
* 지주대 세워주기
어쩌다보니 우리는 14년 째 나무를 심으면서 한 번도 지주목을 세워준 적이 없다. 작은 나무를 심다보니 그랬을 수도 있지만, 지주목을 구입해서 설치할 경제적 여유와 일손도 없었다. 고맙게도 이제까지 지주목을 세워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다. 그러다보니 지주목 없이 스스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힘이 나무에게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 덕에 웬만큼 큰 나무라도 지주대 없이 심어도 괜찮다는 것을 배웠다.
■ 봉사활동 진행 활동가의 태도
봉사활동 참여 인원이 많을수록 참여자 각자의 솔선수범이 어려워진다. 규모가 커지면 전체 상황 파악이 쉽지 않고 사람이 많으면 선뜻 바로 앞에 나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순발력 있게 순간적인 대처가 필요할 때 많은 인원은 초기 대응에 어려움이 생기기 쉽다. 참여자들의 도움을 잘 받기 위해서도 진행 활동가의 태도는 중요하다. 무엇보다 준비를 철저히 하고 활기 넘치게 진행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뒤로 물러서지 말고 솔선수범하고 기지를 발휘하여 전화위복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행사를 마치면 참여자들에게 충분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시민단체 활동은 믿음과 기다림이 필요한 씨앗 뿌리기와 같다. 참여자의 도움으로 활동 실적을 축적하는 것보다는 활동의 뜻을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활동에 선의가 담겨 있고 그 선의를 참여자들이 감지할 수 있다면 비단 우리 현장만이 아니라 사회 구석구석에서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선의가 꽃을 피울 것이다. 그래서 시민단체의 활동은 혼자서 신속하게 5미터 앞서가기보다는 5명이 함께 1미터 진행하는 서두름 없는 동행이 필요하다.
■ 나무 씨앗의 보관과 파종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식물들은 대게 가을에 씨앗이 영글어 땅에 떨어져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에 싹을 틔운다. 거의 모든 식물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종자로 번식한다. 떨어진 씨앗이 발아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으면 땅 속이나 땅 위에서 적당한 환경이 될 때까지 기다려 발아한다. 씨앗들은 바람에 날리거나 동물이나 사람의 몸에 묻어서 이동하여 번식하거나, 동물들의 먹이가 되어 씨앗만 뱉어지거나 배설물을 통해 이동하여 번식한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채종, 번식시키려면 보관 방법이 중요하다. 식물들이 자라는 환경에 따라 여러가지 보관 방법이 있는데, 씨앗이 썩거나 상하지 않게 보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씨앗을 채종하여 그늘에서 서서히 말리고 햇볕에 건조 후,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보관 방법이다. 씨앗마다 차이가 있어서 종류에 따라 발아 억제 역할을 하는 외부 껍질을 제거하여 보관하기도 한다. 우리는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방법으로 씨앗들을 외부 실온에 보관한다. 자연에서 씨앗은 외부에서 추운 겨울을 나고 이듬해 잠에서 깨어나 발아한다. 아직까지는 경험 부족으로 발아 성공률이 낮았다. 자연 보관 방법이라도 저마다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씨앗들이다. 이에 따른 조건과 환경을 소홀하게 지나친 것 같다. 새들이나 동물들이 먹이로 먹거나 파헤치기 쉽게 노출된 노지 묘상에 파종한 것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파종 후의 동물 피해 대책도 고려해야 한다. 씨앗부터 키우는 나무자람터를 최대한 자연조건에 맞추려는 노력으로 육묘판 포함 모든 플라스틱 제품을 치우고 노지 묘상 파종을 시도하다 보니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숙제다. 자연 순환의 방법에 가장 가까운 가을 파종도 연구하고 시도해보고자 한다. 이제까지 우리가 시도해 본 방법들을 참고삼아 소개해보고자 한다.
- 단풍나무
인위적으로 발아시키기가 쉽지 않다. 가을에 씨앗을 채종하여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 보관하여 봄에 파종하거나, 씨앗을 모래와 섞어 흙이나 나무상자 등에 넣고 물을 부어 얼렸다 녹였다 반복해서 겨울을 나게 한다. 건조 시켜서 보관하면 발아를 거의 하지 못하는 씨앗이다. 겨울 동안 실내에 둔 집씨통에서는 발아하지 않았지만 바깥에 두고 지속적으로 물을 준 집씨통은 늦은 봄께 발아하였다.
- 쉬나무
발아를 억제하는 씨앗 껍질의 기름기로 인해 발아가 쉽지 않다. 채종 후 적당히 말려서 그물망에 보관한다. 파종 전 흐르는 물에 최소 6시간 이상 담가 두고, 세제를 이용하여 기름기를 최대한 제거한 후에 파종한다.
- 물푸레나무
씨앗껍질을 제거하여 파종하면 발아가 잘 된다. 가을에 씨앗을 모아 말려서 외부 실온에 보관하다가, 이듬해 봄에 껍질을 제거하고 하루 이상 물에 담갔다가 파종하면 발아가 잘 된다.
- 층층나무, 말채나무
씨앗 채취 후 비닐봉지에 담아 습기를 유지하여 그늘에 보관한다. 과육이 어느 정도 흐물흐물해지면 양파망에 담아 발로 밟아주면서 물로 씻어낸다. 깨끗하게 정선되면 모래와 마사토를 섞어서 물 빠짐이 좋은 땅에 묻어서 보관했다가 파종한다.
- 생강나무
생강나무는 번식이 까다롭다. 가을에 씨앗을 모아 껍질에 있는 과육의 기름기 씻어낸다. 모래와 흙을 반반으로 섞어 화분에 넣어 수분이 마르지 않게 보관, 이듬해 봄에 파종한다. 8월 즈음에나 발아한다.
- 개암나무
가을에 씨앗을 모아 적당히 말려서 모래와 섞어서 땅에 묻었다가 봄에 파종한다. 씨앗을 지나치게 말리지 않는 것이 좋다.
- 물오리나무
가을에 씨앗 송이를 채취한 후 씨앗을 떨어 말려서 보관한다. 공기가 잘 통하게 보관해야 한다. 파종 1개월 전에 미리 흙에 묻어 두었다가 파종하면 좋다. 씨앗이 아주 작기 때문에 묘상이 쉽게 건조해지지 않도록 짚이나 작은 낙엽을 덮어주는 것이 좋다.
2024년, 나무자람터에 소형 조립식 비닐하우스를 설치하여 새, 고양이, 고라니 등 동물 피해를 막으면서 나무 씨앗 파종 계획이다. 발아 성공률을 위하여 플라스틱 육묘 화분도 일부 써보고자 한다.
■ 도토리 보관
씨앗부터키워서 천이숲만들기의 기본 나무 씨앗은 도토리다. 사람들이 왜 도토리냐고 물으면 1) 동물의 먹이가 된다 2) 싹을 잘 틔운다 3) 구하기 쉽다 4) 공원에서 잘 자란다 5) 우리나라 자연 숲은 24% 정도가 참나무이고 쓰레기산 노을공원의 아까나무 숲이 자연 숲으로 천이하는데 적합한 나무라는 답을 한다. 도토리를 키우는 일은 단체 초기부터 중심 활동의 하나였다, 공원 안에서 부지런히 도토리를 모아보기도 했고 어린 참나무를 채집하여 화분에 키워도 보았다. 공원 근처 큰 건물 지하 쓰레기 집하장이나 커피전문점에서 버린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을 많이 모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활동 초기 공원 비탈에서 봉사활동 온 학생들을 인솔하여 환삼덩굴 싹을 뽑았던 일 만큼이나 쓸데 없는 일이었지만 그 당시는 심각하게 열성적이었다. 그 수집품들 내용물을 씻어내고 말리는 데도 손이 많이 갔지만 컵에 심어서 키운 수많은 도토리와 어린 참나무들의 생존율은 낮았다. 그래서 새로 시도한 것이 폐현수막으로 화분을 만들어 도토리를 키우는 방법이었다. 중고 공업용 미싱을 구입하여 봉사자들과 직접 폐현수막 화분을 만들었다. 모두 열심히 했고 나름 성과도 있었지만 이것도 지금은 하지 않는 방법 중 하나다. 꼭 폐현수막을 써야하는 이유가 없다면 쉽게 썩지 않는 폐현수막을 다시 쓰레기산에 보태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폐현수막 화분에 심어 자란 도토리가 10년이 지나면서 고개를 올려야 끝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참나무로 자란 것을 몇몇 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매년 9월 중 도토리를 1톤 이상 산다. 택배로 도착한 도토리 상자에는 이미 도토리거위벌레 애벌레가 많다. 애벌레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소독은 필수다. 커다란 통에 도토리를 100여 kg 정도씩 나누어 쏟아붓고 도토리가 물에 잠길 만큼 물을 채운 다음 목초액을 넣어서 이틀 정도 담가 소독한다. 잘 섞이도록 가끔 저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도토리 100kg에 5리터 정도의 목초액을 쓴다. 목초액으로 충분히 소독한 도토리를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넓게 천막을 깔고 얇게 널어서 말린다. 목초액은 참나무 숯가마에서 원액을 사서 쓴다. 목초액은 다음 해까지 두어도 괜찮으니 모자라지 않게 준비한다. 목초액이 원액이고 꽤 많은 양을 써서 이틀 정도 담가 놓아도 살아남는 도토리거위벌레 애벌레가 꽤 많다. 그 정도는 감수한다. 목초액에서 건져 말린 도토리를 망 주머니에 담아서 쌓아두면 많은 애벌레가 나와서 땅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그렇게 땅속에서 겨울을 난 다음에 봄이 오면 성충이 되어 참나무에 오른다. 도토리에 난 구멍은 도토리거위벌레의 흔적이다. 구멍 난 도토리도 배아가 멀쩡하면 싹이 트니 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구멍 난 도토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쉬이 상해서 집씨통에는 쓰지 않는다. 보통 환경의 실온 창고에 쌓아둔 도토리는 다음해 4, 5월까지는 발아율이 괜찮은 편이지만 유월이면 발아율이 떨어져서 7월이 되면 종자로 쓰지 않는 것이 좋다. 20kg 정도의 망 자루를 자루 째 30여 cm 정도 깊이로 땅에 묻어두면 자루 안에서 싹이 나오기 때문에 3월 중후반에서 4월까지 파종하기에 좋지만 시기를 놓치면 뿌리가 많이 자라서 엉키게 된다. 도토리 싹은 튼튼하고 부러져도 다시 나오기 때문에 파종 시기가 좀 늦어도 괜찮기는 하지만 일시에 쓰지 않고 두고두고 쓸 경우는 다른 방법도 병행한다. 도토리를 모래에 섞어서 노천매장하면 도토리의 상태는 최상으로 보존되지만 식목일 즈음까지는 일시에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쉬이 발아하여 장기 보관이 어렵다. 날짜를 정하여 단기간에 파종할 때 적합한 보관 방법이다. 하지만 말려서 창고에 높직하게 쌓아두었다 써도 4월 파종에는 어려움이 없다. 빠른 발아가 필요하면 물에 하루 이틀 담갔다가 쓰면 되고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때가 되면 싹을 틔운다. 문제는 9월 햇도토리가 나오기 전 유월, 칠월, 팔월까지 도토리를 보관하는 방법이다. 이때까지 도토리를 땅 속에 두면 도토리 뿌리와 싹이 한참 자라서 까치집처럼 엉켜서 떼어내기 힘들게 된다. 경험상 가장 좋은 도토리 장기 보관 방법은 말려서 창고에 쌓아둔 도토리가 뿌리를 내기 전 4월에서 5월 사이에 큼직한 종이 부대에 5kg 정도씩 담아서 둘둘 말아 냉장실에 보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여기저기 뿌리를 내미는 도토리가 있어도 속도가 빠르지 않고 적당하게 건강하게 보관된다. 이런 방법으로 보관하면 연중 어느 때고 집씨통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작년에는 아예 김치냉장고를 구입해서 도토리 보관 전용으로 쓰고 있다. 창고에 쌓아두던 도토리는 올해부터 대형 플라스틱 보관함에 넣어서 쥐 피해와 지나친 건조를 막아주고 있다. 이렇게 하여 시민참여로 씨앗부터 키워서 숲을 만드는 활동이 연중 가능하게 된 셈이다.
■ 동물 물그릇 만들기
난지도 95미터 쓰레기산 노을공원 사면에는 물이 머물지 않는다. 쓰레기산 조성 당시에는 풀과 나무가 없었고 빗물이 머물면 흙이 무너져 내릴 수 있기때문에 지하, 지상 인공 배수로를 통하여 상부 평지 10만 평에 내리는 빗물이 남김없이 한강으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빠져나가도록 조성됐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사면에는 아까시나무 주종의 숲이 형성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수 시스템은 그대로고 당연히 물이 부족한 현실도 처음과 마찬가지다. 나무 심는 활동만이라도 펌프 시설로 끌어올린 한강물은 쓰지 않겠다고 시작한 빗물 이용은 자연스럽게 동물물그릇 만들기에도 적용되었다. 노을공원 사면은 건축폐기물로 표면이 다져진 쓰레기산이라서 흙을 다져서 물웅덩이를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가로 세로 깊이 300cm x 150cm x 50 cm 정도로 둥그스럼하게 땅을 파고 푹신한 부직포를 깐 다음 튼튼한 비닐을 깔고 그 위에 또 부직포를 깔아 위아래로 비닐을 보호한 다음에 돌과 흙을 넣고 수초를 심어 물을 채우는 방식으로 작은 습지를 만들어서 동물물그릇으로 썼다. 하지만 빠지는 물을 채우는 일이 쉽지 않았다. 식재지에 쓰는 빗물 급수관을 연결하기는 했지만 충분한 물 공급이 어렵고 한강물을 펌프로 끌어 올려 난지천과 공원 식물 관리에 쓰는 QC밸브 이용도 우리의 활동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라서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러다가 대형 고무통을 써보기로 했다. 플라스틱 제품을 써야 한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시도해보기로 했다. 가로 세로 높이 1200cm x 100cm x 43cm 크기로 500리터가 좀 넘는 크기의 고무통을 쓰레기산 사면 소단에 묻고 커다란 돌로 격벽을 만들어 흙과 잔돌을 섞어 채우면서 깊은 곳에는 억새를, 중간쯤 깊이에는 창포나 부들, 택사를, 표면에는 미나리와 같은 수생식물을 심는다. 수생식물은 수질도 정화하고 모양도 갖추고 동물의 먹이도 되어준다. 빗물 급수관은 QC와도 연결되어 있어서 빗물이 공급되지 않는 시기에는 종종 틀어주지만 동물물그릇 자체가 고무통이서 물이 새지 않기 때문에 물 공급이 잠시 중단되어도 완전히 마르는 일은 없다. 이렇게 300리터에서 500리터 크기의 동물물그릇을 노을공원, 하늘공원 이곳저곳 설치하다 보니 어느새 열다섯 곳이나 되었다. 숲 자리에 이곳저곳 설치하다 보니 제대로 보살피기가 쉽지 않은 정도가 되어 동물물그릇 활동을 소개할 때마다 조금 미안해진다. 시간이 날 때마다 동물물그릇을 돌아보며 보살피려 한다. 어떤 곳은 만들 때와는 달리 우거진 나무 터널 속에서 아늑한 물웅덩이가 된 곳도 있어서 놀랍고도 고맙다. 이른 봄 초식 동물에게 먹이가 귀한 때 동물물그릇의 수초 새싹은 고라니 먹이로 뜯기기 일쑤지만 그래도 여름이 되면 무성해진다. 수초는 공원 상부 습지에서 채취해 수레로 실어다가 고무통에 넣어서 경사면 비탈을 미끄러지게 끌어내려 옮겨 심는다. 동물물그릇으로 쓰는 고무통은 깊이가 낮을수록 작업이 수월하고 동물에게도 좋다. 하지만 용량이 충분히 크면서 얕은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깊이가 깊은 물그릇에 다가온 고라니가 물그릇에 발을 넣었다가 쑥 빠지면서 놀라 두어 걸음 뒷걸음질 쳤다가 다시 조심스레 물 마시는 모습을 무인 카메라 촬영 장면에서 확인한 적이 있다. 동물물그릇을 만들고 처음에는 겨울이 걱정되었다. 물이 얼면 무용지물이 아닌가 싶어 소형 태양광 발전으로 기포기를 돌려보기도 하였으나 허사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라니가 동물물그릇 얼음을 핥아먹고 까치와 까마귀가 얼음을 쪼아먹는 모습을 무인 카메라 영상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동물물그릇의 물은 식물에도 이롭다. 수초식물로 심은 미나리가 물그릇을 벗어나 주변에 수북하게 퍼져 자란 곳도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이로움이 있다. 넘쳐 흐르는 빗물이 아까워서 물 흐름을 따라서 비탈에 도랑을 내어 물굽이를 만들고 곳곳에 조그만 웅덩이를 파서 물이 고이도록 했다. 그 주변에는 습지성 나무인 가래나무 씨앗을 넣은 씨드뱅크를 설치하여 둑을 만들어주었다. 3년 정도 지나니 그 가래 씨앗들이 어른 키 크기의 가래나무로 성장했다. 동물물그릇을 처음 만든 건 사람이지만 자연과 어우러져 각자 자기에게 맞는 모습으로 변해간다. 동물물그릇을 돌아볼 때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움에 흐뭇해진다.
■ 함께 해준 자원봉사자 이야기
2011년 단체가 활동을 시작하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꾸준하게 함께 해주었다. 서울공고, 거린(거창고 졸업 서울지역 대학생 노을공원시민모임 봉사모임), YES(예일여고 과학환경동아리), ES(상암고 과학환경동아리), 이웃사랑(서울대학교 봉사모임), 심봉사(성남고등학교 봉사동아리), 예그리나(구로고등학교 봉사동아리), 지구방위대(중앙고등학교 환경봉사동아리), 청년 봉사모임 어떤버스, 사초롱, 지지단, 아기천사의합창, 시니어들의 봉사모임 나베봉, MBC다정한친구들 등과 같이 단체명을 가진 봉사 모둠도 있고 서울공고, 강서고, 울산의대 등 친구들끼리 또는 가족이 함께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며 도움을 준 이들도 많다. 연령층도 중학생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하다. 어떤 분들은 노을공원시민모임 단체 설립 때인 2011년부터 현재까지 후원회원이자 자원봉사자로서 기여 해주고 있다. 2013년에는 당시 서울공고 3학년이었던 다섯 학생이 학교 가는 날 외에는 노을공원에 와서 아예 살다시피 하면서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내 일처럼 도와주었다. 서울공고 졸업 후 취업, 진학, 입대 등 제 갈 길을 가면서도 이제는 모두 직장인으로서 후원회원이 되어주고 명절 때마다 봉사자들과 나눌 음식을 들고 찾아와주며 든든한 응원자로서 이제껏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단체 초기 또 하나의 봉사활동 중심축은 백수건달(百樹健達=백 개 숲을 지키는 건강한 사람들) 노장파다. 한 명뿐이었던 활동가가 사방팔방으로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던 시절 공모사업 수행, 나무자람터 활동, 나무 심기, 풀 관리 등 모든 활동에 큰 힘이 되어주었다. 봉사활동을 오던 중학생이 고등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대학생이 되고 군대에 가고 제대하고 취업하고 결혼까지 하는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과의 관계가 지속되고 작은 아이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함께 보면서 세상일은 사람과 사람이 씨줄 날줄이 되어 짜여지는 천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무늬와 색깔의 천이 나올지는 사람들과 맺어진 관계의 성격에 좌우된다. 제대로 된 자원봉사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보수 없이 일해주는 자원봉사는 단체 활동에 도움이 되면서도 참여자 자신이 즐거워야 하는데 그 균형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은 것 같다. 봉사활동확인서가 필수였던 때는 수많은 학생들이 일회성으로 공원에 다녀갔다. 학교에서도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 수십 명에서 수백 명씩 공원에 다녀갔다. 이런 행사는 인솔 교사도 참여 학생도 봉사활동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래도 노을공원이 어떤 곳인지 알리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기꺼이 받아들여 진행해왔다. 봉사활동에 전혀 관심이 없는 수백 명의 학생들이 다녀가면 일 도움은 기대하지 않는다 해도 준비와 뒷정리만으로도 진이 빠지고 활동 현장은 엉망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그 학생들 중 한 사람 정도는 함께 살아가는 다른 존재에 대해, 우리를 지켜주는 자연환경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스스로를 다독이며 거절하지 않고 모두 받아들였다. 봉사활동이 필수에서 자율로 바뀌면서 학교나 학생이 과제처럼 하던 봉사활동 문의는 확연히 줄었다. 이제는 정말 노을공원이 좋고 노을공원시민모임의 활동이 좋은 학생들만 남았다. 양적으로 줄었지만 질적으로는 풍요로워진 느낌이다. 이들은 개인 형편상 봉사활동 참여가 어려워져도 후원회원이 되어주던가 간헐적으로 봉사활동을 오던가 응원메시지를 보내주던가 어떤 형태로건 관계를 스스로 이어간다. 언제부터인가 봉사활동 참여자층이 달라졌다. 단체 초기에 가장 많았던 시니어 자원봉사자는 뵙기 힘들어졌고 대학생 또는 직장인들로 이루어진 청년 자원봉사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봉사 앱을 통해 만난다고 하는데 대상처를 여러 곳 선정하여 주말마다 돌아가며 봉사활동을 한다고 한다. 노을공원에도 월 1회 꾸준히 찾아주고 급한 도움이 필요해서 연락하면 별도로 일정을 정해 찾아와 도움을 준다. 우리의 경우, 초기 시니어 봉사자 분들은 참여 일정이 불규칙하고 활동이 자의적인 특징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찾아주는 청년들은 일정이 규칙적이고 단체의 필요를 우선해서 도와주려 해서 도움이 된다. 그 모습을 보며 나 자신도 이미 노년으로서 앞으로 이 청년들처럼 나이를 계급처럼 내세우지 않고 상대의 입장과 필요를 우선 배려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나눌 줄 아는 깔끔한 봉사활동이 가능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떤 형태이건 이래저래 그동안 다녀간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로 노을공원시민모임 씨앗부터키워서 100개숲만들기와 씨앗부터키워서 천이숲만들기가 가능하였다. 초기에는 여기저기서 시작했던 숲 만들기가 이제 한 개의 천이숲으로 연결되었고 수많은 기억들이 무성한 나무잎처럼 넘실댄다. 위도 아래도 중심도 외곽도 없다. 모두가 모여 한 그루의 나무 하나의 숲이라는 것을 다녀간 모두를 통해 배웠다.
■ 토종나무와 생물다양성
먼 산 깊은 산에서 자라는 우리나라 고유종 나무를 심자는 주장은 생태에 관심 있는 사람과 사업소 담당 공무원도 같은 의견이다. 이제까지 이 땅에 심을 나무를 함께 고를 때도 이 나무는 일본 나무라 안 되고 저 나무는 중국 나무라 안 된다는 이유로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누군가가 단독으로 심을 수종을 정하지 않는다. 담당 공무원, 활동가, 단체 임원, 전문가 등 최대한 관련된 이들에게 의견을 묻고 조언을 구하며 수종을 정한다. 그런데 간혹 같은 나무를 두고 원산지에 대한 의견이 달라질 때가 있다. 누구는 외국 나무라 하고 누구는 고유종이라고 한다. 나무의 도래 시기와 일반 정서 등을 고려하여 판단 기준이 다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누군가는 그냥 잘 사는 나무 이것저것 심으면 되지 무얼 그리 따지느냐고 얘기하기도 한다. 때로 어떤 나무는 틀림없는 토종이라고 모두가 이야기하여 들여왔는데 알고 보니 외래종인 경우도 있었다. 토종에 대한 강한 애착이 국수주의나 외세배척 등과 같은 엉뚱한 생각까지 연결되며 근거 없는 걱정이 들 때도 있지만 혼자만의 상상일 뿐 그로 인한 문제가 있었던 적은 없다. 그래도 활동에 참여하는 일반 자원봉사자들에게는 고유종을 심으려는 우리의 노력이 배척이나 배제, 자기중심주의가 자기우월주의로 잘못 전해지지 않도록 잘 설명하려 노력한다. 토종 우리 나무를 심으려 노력한다고 이유 설명 없이 간단히 이야기하면 의외로 반감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우리 나무를 잘 골라 심으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곳에서 잘 살 수 있는 동식물을 지켜가는 것이 지구 전체의 생물다양성을 지켜가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구 전체에서 각자 자기 자리에서 전통적으로 잘 자라는 동식물을 지키면 결국 전체 종다양성은 더 풍요로워지고 그 풍요가 우리를 건강하게 지켜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이 길어지지만 이렇게 부연 설명을 하면서 토종 나무 씨앗을 모아 심는 활동을 한다고 설명하면 듣는 사람들도 토종을 왜 그렇게 강조하는지 쉽게 이해한다. 그와 덧붙여 바라는 것은 기왕 들어온 나무가 설령 외래종이더라도 생태계에 피해를 줄 정도가 아니라면 굳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기업의 참여방식: 후원, 인원, 시기
씨앗부터키워서 100개숲만들기는 애초 기업 직원의 직접 참여로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활동에 참여하는 단체들에게 후원금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당연히 정해진 후원 금액도 없었고 가끔 소액의 후원금이 들어오면 모두 나무 구하는 데 썼다. 경험 부족으로 단체 활동을 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개념이 없었다. 100개숲만들기라는 활동명이 만들어지고 홍보를 하면서 100개 중 몇 개냐 남았는지, 땅은 몇 평이나 주는지, 참가비는 얼마나 드는지, 몇 명이나 숲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는지, 나무는 언제 심고 정해진 요일이나 시간이 있는지 등을 묻는 회사가 심심찮게 생겨났다. 요즘은 홍보하지 않아도 알음알음 찾아오지만 2011년 단체 시작하고 몇 해 동안은 평일 주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일과 중 하나였다. 운이 좋았던 것은 서울환경연합에서 함께 시작한 단체인 덕에 수천 명의 회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낼 수 있었던 점이다. 서울환경연합 행사가 아닌 소식을 보내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무서운 반응도 있었지만 그래도 함께 소식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자동 메일 기능으로 보내면 편리하겠지만 초기에는 그 비용조차 아껴야 했기 때문에 네이버에서 허용하는 일일 허용 사용량이 초과되면 자정을 넘긴 후에 다시 보내는 식으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하던 때였다. 기업들의 참여 형태는 연중 5~6차례씩 13년 째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회사부터 나무심기를 곁들여 회사기념행사를 치르는 일회성 참여, 매년 봄가을 두 차례씩 지속 참여하거나 매년 1회씩 지속 참여하는 회사도 있다. 몇 달 동안 집중적으로 참여하는 회사도 있고 갑자기 즉흥적으로 참여하는 회사도 있다. 기업의 후원 형태도 다양하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참여기업에서 우선 후원할 금액을 정해두고 오는 경우가 있고, 우리와 사전 협의한 후에 정하는 경우가 있다. 1인당 적정 비용을 산정한 후에 참여 인원에 따라 후원금을 조정하는 경우가 있고 몇 명이 참여하던 상관 없이 자신들이 희망하는 식재 그루 수에 맞춰 후원금액을 정하는 곳도 있다. 직접 참여는 하지 않고 기업이 희망하는 식재 그루 수를 우리가 대신 심어주는 조건으로 후원하는 곳도 있고 드물지만 어떤 조건도 없이 단체 활동 어디에든 자유롭게 쓰도록 후원해주는 곳도 있다. 대부분의 후원은 일회성이거나 단발적이지만 가끔 참여 여부나 식재 여부와 무관하게 매달 정해진 금액을 지속적으로 여러 해 후원하며 우리가 하는 활동을 응원해주는 곳도 있다. 후원금이 실제 드는 비용보다 부족한 곳도 있고 후원금을 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후원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은 많으니 오도록 한다. 숲을 만드는 일은 나무만 심어서 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후원금을 내지 않는 곳도 원한다면 나무를 심을 수 있게 우리가 돕는다. 어떠한 조건으로 찾아오든 실제 드는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누구든 환영한 이유는 주머니가 넉넉해 풍성하게 후원하는 곳에서 남은 비용으로 후원금은 낼 수 없지만 나무는 심고 싶다는 곳을 도와주면 되기 때문이다. 돈은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지만 잘 쓰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특히 우리는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쓰레기산의 현실과 사람들의 정성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알리며 자기 삶의 태도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일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후원금의 유무나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고 환영해왔고 후원금이 많든 적든 식재 행사의 내용이나 진행 방법에도 차등을 두지 않는다. 가끔 있는 일이지만 나무를 심어주는데 돈까지 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틀리는 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 기준에서는 나무 심는 노력 봉사를 하는데 나무 심는 후원금까지 내라는 말이 납득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심을 나무를 우리도 구입하거나 여러 해 노동력을 들여 키웠다는 것을 알 수도 없고 설령 그 사정을 알아도 그건 봉사자를 위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괜찮다. 정말 이곳에 와서 활동하고 싶다면 후원금이 얼마든 참여 인원이 몇 명이든 하고 싶은 날짜와 시간이 언제든 참여하고자 하는 대상이 누구든 모두 환영이다. 형편 되는대로 필요한 일을 서로 돕다 보면 모두가 숲을 통해 하나가 되는 것 같다. 시민단체라고 기업으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후원이 어려운 기업이 있으면 그들도 같이 나무를 심을 수 있게 우리가 형편 되는대로 도와주면 된다. 참여 인원에도 제한을 두지 않지만 그래도 1천명이 오고싶다 하면 1백명씩 열 번 오면 어떻겠는지 5백명이 참여하고 싶다고 하면 50명씩 열 번 오면 어떻겠는지 우선 적은 인원으로 나누어 자주 오라고 권한다. 그게 나무에게도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이상의 사람이 한 번에 오면 숲을 위한 봉사활동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행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후원금도 마찬가지다. 예산이 크면 실제 드는 비용에 맞게 줄이도록 권하고 꼭 써야 하는 사회공헌비라면 한 번에 다 후원하지 말고 여러 차례 나누어서 여러 번 더 많은 분들과 와서 더 많은 활동을 체험하도록 권한다. 십 년 넘게 숲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오며 알게 된 것은 숲은 사람이 애쓰지 않고 그냥 두어도 자연이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어쩌면 방해만 하지 않아도, 자연이 나아가는 속도와 방향을 거스르지만 않아도 저절로 지켜지고 이루어질 숲이다. 그런 숲 만들기에 숟가락 하나 얹고 내가 뭔가 대단한 일을 한다고 생색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후원을 위하여 숲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숲을 만들기 위하여 후원이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도 잊지 않으려 한다. 쓰레기매립지에 천이가 가능한 숲을 씨앗부터 만들어보고 싶다면 누구든 환영이다. 당연히 참여시기도 제한이 없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명절날도 좋다. 시간도 오전, 오후 편한 때 오면 된다. 바람이 씨앗을 뿌리는데 때와 장소를 가리던가.
■ 숲 만들기 방식
나무 심기는 한 곳에서 한 번 심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제법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렇게 해도 되는 곳도 있다. 노을공원에서도 사업소 나무심기는 그렇다. 좋게 말하면 계획적으로 잘 심는다고 할 수 있다. 간격을 잘 맞춰 제법 큰 나무를 심고 지주목을 세우고 연중계획을 세워 물을 주고 풀을 베어준다. 초기에는 그 방식이 우리에게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몇 차례 시도해 본 적이 있다. 제법 많은 비용을 들여 조경회사에 맡겨 나무를 심은 적도 있다. 그렇게 해본 결과 그 방법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지켜야 하는 방법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 시도 덕에 기존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가 활동하는 현장 특성과 지향에 맞는 숲 관리 방식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지주목을 대고 가지런히 줄 세워 심은 나무들 사이에 들어가면 숲이라기보다 조금 낯선 타지에 온 듯한 기분이 들어 다정함이 부쩍 더 그리워졌던 것도 우리만의 방식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것 같다. 물과 흙이 부족하고 쓰레기가 드러난 이 땅의 특성 덕에 한 장소를 정해 그곳에서 어느 정도 숲의 기반이 마련될 때까지 여러 해 꾸준히 나무를 심는 방식은 단체 초기부터 시작됐다. 대략 3년간은 연간 몇 차례씩 나무를 심고 이후에도 연간 2회이상 십 년 정도는 숲을 돌보는 방식으로 숲 만들기를 해오고 있다. 단체 초기에는 참여 기업마다 자기 장소를 정해 각자 숲 만들기를 했다. 하지만 나무가 자라고 숲과 숲이 저절로 연결되면서 2019년 부터 개별 숲들을 권역으로 묶고 자기 장소가 아닌 공동장소에서 같이 숲을 만드는 방식으로 숲만들기 방식을 바꿨다. 나무를 심어 숲만들기를 시작할 장소는 한 해 나무 심기가 끝난 다음부터 이듬해 나무 심기를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 동안 정한다. 전체 숲을 돌아보며 한 해 동안 봉사자들과 심고 돌본 나무들의 활착 정도와 분포를 살피고 그곳에 남겨진 동물들의 흔적 등을 살피며 더 심어야 할 곳 더 심어줄 필요가 있는 나무들을 정한다. 그리고는 그게 언제든 나무를 심고싶어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면 그해 초에 정한 공동장소에 심어보기로 한 나무를 심는다. 우리의 숲 만들기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시기가 나무를 심고 돌보는 시기이고 숲을 만들기 좋은 시기다. 언뜻 무계획적으로 보이는 나무심기를 한 해 두 해 이어가다보면 어느새 제 자리에 제 나무가 자라 빈 자리가 채워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며 숲 만들기는 기성 제품도 맞춤 제품도 아닌 조각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들이 언제 어디에 나무를 심고 어떤 간격으로 심는지 등을 물으면 너무 덥거나 추운 때처럼 사람이 움직이기 힘든 때는 피하고, 바람에 씨앗이 뿌려질 때 줄 맞춰 뿌리지 않듯 내가 보기에 허전한 곳에 심으면 된다고 안내한다. 그렇게 전문 지식도 경험도 없이 무계획적으로 나무를 심고 돌봐왔지만 참여하는 봉사자들의 따스한 마음과 자연의 지혜로운 너그러움 덕에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나무가 우거져 들어가기 힘든 곳이 여기저기 생겨나고 숲의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다. 부끄럽지 않게 하늘에 맡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되 최선이라는 말로 내 계획을 붙잡는 일도 하지 말아야겠다.
■ 숲 돌봄
사업소에서 하는 방식이 절대 기준은 아니지만 비교를 위해 예를 들자면 사업소에서 일 년에 네 번 풀 관리를 한다면 우리는 두 번 정도만 해도 많이 한 것이다. 일손 부족으로 풀이 가장 왕성하게 자라는 여름은 손을 대지 못하고 한겨울에야 나무를 내리누르고 있는 마른 덩굴을 걷어줄 때도 있다. 우리가 숲을 만들고 숲을 돌보는 방식은 시기와 일감을 정해두고 계획적으로 하는 방식이라기 보다 여러 상황과 필요에 맞춰 강약을 조절하는 방식에 더 가깝다. 다행히 숲 만드는 방식이 한 장소에서 최소 3년 이상 나무 심기를 지속하는 방식이다 보니 나무를 심으러 갈 때마다 물을 주고 풀을 정리하는 돌봄 역시 같이 할 수 있다. 급수관을 대어놓고 스프링클러를 틀어주는 사업소 방식과 달리 우리는 숲 자리마다 사방에 빗물통과 물뿌리개를 둔다. 누구든 언제든 나무에 물을 줄 수 있게 하고 싶어서 준비해두었으나 아직은 손이 모자라 나무를 심을 때나 열어 쓰는 게 현실이다. 어느 해에는 가뭄에 심은 나무가 거의 모두 죽은 적도 있다. 하지만 풀섶에서 무사히 해를 넘긴 작은 나무들은 이듬해 성큼 자라 있기도 하다. 나무심기가 이루어지는 3년 동안은 나무를 심을 때마다 숲 돌봄이 이루어진다. 이후에는 일 년에 두어 번씩 풀 관리를 하며 5년 차까지 돌본다. 숲 만들기를 시작하고 5년 정도 지난 후에는 일 년에 한 번씩 풀을 정리하며 돌본다. 그렇게 대략 십여 년이 지나면 제법 숲의 모습을 갖추고 큰 어려움 없이 스스로 자란다. 모자란 일손을 핑계 대며 잘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이렇게 만들어지는 숲을 볼 때면 결론처럼 혼자 중얼거리게 된다. 숲 만드는 일에 사람이 한 일은 1% 이하, 99% 이상은 자연이 한다고.
■ 풀 정리
공원은 봄부터 늦가을까지 풀 베는 기계 소리가 요란하다. 잡초 제거, 위해식물 제거, 풀과의 전쟁 과 같은 말을 들으면 과학적으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어딘가 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풀을 없애면 풀 벌레는 어디로 가나? 흙이 마르는 것은 어쩌나? 베어내고 뽑아낸 풀 때문에 흙 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풀의 이로운 역할은 없을까? 우리 역시 풀을 정리한다. 어쩌다 풀이 먼저 살고 있는 곳에 들어가 나무를 심는 일을 하다 보니 풀에게 양해를 구하며 나무 심을 자리의 풀을 정리한다. 그래서 고민 끝에 풀뽑기, 풀베기, 풀제거 같은 말 대신 풀정리 라고 하고, 풀을 정리하는 방법도 뿌리째 뽑거나 약을 쳐서 뿌리까지 소멸시키지 않고 그곳에서 풀과 함께 살아야 하는 어린나무가 완전히 풀에 덮이지만 않도록 햇빛을 볼 수 있도록 풀을 걷어주는 정도에서 그친다. 풀 속에서 나무를 꺼내준다는 느낌이다. 풀도 나무도 누구나 똑같이 소중한 생명이니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며 같이 자라달라는 뜻이다. 그래서 풀 정리는 어린나무가 스스로 풀과 함께 살 수 있을 때까지만 한다. 사람마다 방식에 차이가 있겠지만 가능한 풀과 나무가 함께하는 쪽으로 관리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제각각 자기 역할을 가지고 태어났을 것 같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든 풀이 나무를 죽이지는 않는다. 어린나무가 덩굴식물에 덮혀 질식할 정도가 되면 곤란하지만 단풍잎돼지풀은 때로 기둥 역할을 하며 어린나무를 지켜주고 가시박도 시원한 그늘막이 되어 강한 햇빛에 나무가 상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경우도 있다. 한여름 억센 풀들이 만든 그늘 아래서 어린 참나무가 연하지만 싱싱한 잎을 달고 잘 살아 있는 것을 보면 나무에게도 풀에게도 다 같이 고맙다. 풀이 없었다면 어린 참나무는 가뭄과 뙤약볕에서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다. 낫을 쓰는 일이기도 하고 봉사자가 가장 적은 7~8월에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해서 풀을 정리하는 일은 주로 활동가가 하게 된다. 일손이 너무 부족할 때는 인부를 고용하거나 숲관리 회사에 의뢰하기도 하는데 비탈지고 워낙 험한 조건인 탓에 모두 이곳에 오기를 꺼린다. 이제는 외부 일꾼이나 숲 관리 회사를 부르지 않는다. 어디에 어떤 나무들을 심었는지 잘 알고 있고 풀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풀 속에서 나무를 꺼내주는 방식으로 나무와 풀 모두를 살린다는 단체의 풀 정리 방침을 알고 있는 활동가가 풀을 정리하는 것이 작은 나무를 다치게 하는 일이 없고 힘을 쓸 곳과 적당히 넘길 곳을 가릴 수 있으며 풀도 나무도 지킬 수 있는 방법이지만 활동가 역시 모두가 풀 정리 활동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무더위에 정글 같은 곳에서 각종 곤충들을 마주하며 하는 활동이니 그런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이라면 그 마음도 충분히 헤아려진다. 숲 만들기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며 우리를 찾는 사람들은 나무심는 일을 유난히 좋아하지만 정작 풀을 정리하는 일처럼 보람 있는 일도 드물다. 생명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성한 덩굴식물에 눌린 나무는 풀을 걷어 꺼내주면 나무가지들이 시원하게 공중으로 뻗어 오른다. 그 모습을 보면 가슴이 후련해진다. 그 기쁨은 정말 나무 심기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생명을 구해준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없었다면 풀을 정리하는 일은 그저 먼지와 벌레, 퀘퀘한 쓰레기 냄새, 벌과 뱀에 대한 경계, 쏟아지는 땀, 힘겨운 낫질과 다투는 노역에 불과할 것이다. 일손이 아쉬운 시기 모쪼록 풀 정리가 배척이 아니라 최소한의 조정과 중재이며 나무와 풀 모두를 살릴 수 있는 활동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참여해주면 큰 도움이 되겠다.
■ 덩굴식물 정리
숲을 만들면서 난감한 존재 중 하나가 덩굴식물이다. 나무를 칭칭 감아 질식시키고 쓰러뜨리는 모습을 보면 왜 스스로 곧추서서 자라지 않고 다른 나무가 살아남기 어려울 정도로 감겨 살아가게 됐을까 덩굴식물의 기원이 궁금해질 때도 있다. 물론 내게 불편을 주니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한 것이지만 덩굴식물도 자연이라는 바다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하나의 파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지나치게 배척하지 말고 때로는 피하고 때로는 타고 넘어야겠다. 이곳에서는 가시박, 칡, 환삼덩굴, 메꽃 등이 대표적인 덩굴식물이다. 모두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제때 잘 정리하면 큰 어려움 없이 지나가는데 아차 하는 순간 시기를 놓치기 일쑤다. 가시박은 순한 거인이다. 정리하기에 어려움은 없으나 여름날에는 하루에 한 뻼은 자라다 보니 시기를 놓치면 일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더구나 가을에 열매가 익으면 가시폭탄이 되기 때문에 복장을 잘 갖추고 바람을 등지고 작업해야 한다. 환삼덩굴은 줄기가 단단하고 거센 가시 투성이여서 긁힘에 주의해야 한다. 줄기 밀둥을 잘라주고 나무줄기에 엉킨 부분은 그냥두어도 되지만 잔 가지와 잎을 숨이 조이도록 휘감은 경우는 힘들어도 떼어준다. 메꽃은 보기에는 귀엽지만 덩굴식물 중에서 가장 난감한 존재다. 주로 작은 나무를 칭칭 감는데 실타래처럼 감아올라간다. 그냥 지나치자니 마음이 켕기고 풀어내자니 성가시다. 첡은 나무이면서도 크건 작건 다른 나무 줄기를 감고 올라가서 통째로 덮는다. 큰 나무를 타고 오른 칡은 밑둥만 잘라주는 정도로 정리하고 위쪽은 그대로 둔채 마르게 하면 된다. 우리가 지향하는 숲 관리는 공원이나 경제림에서 관리하는 것과 달라서 가지치기, 간벌 같은 적극적인 개입은 없고 풀 정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것도 정원 가꾸듯 깨끗이 정리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식생이 같이 존재하도록 돕는 최소한의 보살핌을 지향한다.
■ 나무 심는 방식
우리는 한 장소에서 연간 2~5차례 평균 3년쯤 나무를 심는다. 처음부터 3년 계획을 세우고 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과 나무를 심고 돌보는 경험이 쌓이면서 대략 3년이라는 기준이 세워졌다. 나무는 외부에서 구입하기도 하지만 나무자람터에서 키운 나무를 많이 쓴다. 식재지에 작은 묘상을 만들고 도토리를 심어 현장에서 씨앗부터 숲이 될 나무를 키우기도 한다. 나무심기는 나지에 하고 도토리 묘상은 소단이나 숲틈, 동물물그릇 주변에 만든다. 일 년에 2~5 차례씩 한 장소에서 3년 쯤 나무를 심게 되면 그때마다 준비되는 나무의 종류와 크기가 다르게 마련이다. 무질서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덕에 자연스럽게 다양성이 확보되는 셈이 된다. 또한 같은 장소에서 여러 차례 빈 곳을 채우 듯 심다 보니 결과적으로 섞어서 촘촘히 심는 방식이 된다. 심는 사람들의 성향도 가지각색이어서 정원에 귀한 나무 심듯 구덩이를 크게 파고 물도 넘치도록 주고 돌을 모아 테두리까지 만드는 사람이 있는 반면 대충 쓰윽 심고 지나치는 사람도 있다. 나무는 아무렇게나 심어도 잘 살더라. 여러해 전에 어떤 사람이 나무 심으면서 한 말이다. 듣고 넘기면 되는 별 내용도 없는 말인데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아마도 항상 나무 잘 심어달라고 부탁하고 강조히는 입장이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분명한 것 하나는 정성을 들여 심은 나무는 확실히 살지만 대충 심은 나무는 반드시 산다고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연히 대충 심고도 살아남을 수도 있겠지만 생명을 심는 일이니 기왕이면 확실하게 살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나무심기가 시작되면 처음 10분, 20분 동안 활동가는 OT시간에 설명했던 내용을 다시 현장에서 돌아다니면서 소리쳐 전달한다. 나무 심는 방법을 말로 설명하고 실제로 해보여도 처음 심는 사람은 제대로 심기 힘들어한다. 소리치며 반복해서 설명하고 힘들어하는 사람 찾아다니며 일대일로 도와준다. 20~30분 쯤 지나면 그런대로 식재 장소는 안정이 되어가기 마련이다. 50~60분 쯤 되면 나무 한두 그루씩 심은 사람들이 어렵지만 보람 있다는 표정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 다발째 심은 참나무
2014년 가을 대학생 봉사단 39명이 노을공원 북쪽 둘레길 위쪽에 180그루의 상수리나무를 심었다. 갈대가 무성한 곳을 정리하고 물이 안 닿는 곳이어서 먼 곳에서 물뿌리개로 물을 길어다가 힘들게 심었다. 나무 심을 때 강조하는 사항 중 하나가 나무가 아무리 작아도 한 구덩이에 한 그루씩 심어달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학생들이 모두 떠나고 뒤에 남아 돌아보는데 한 구덩이에 참나무 묘목 열 그루가 다발 째 심겨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구덩이 아홉 개를 새로 파기가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해서 그대로 두고 지켜보기로 했다. 매년 지나는 길에 올라가서 살펴보면 웃음이 나왔다. 다른 참나무들은 갈대 덤불에 치어서 고전하고 있는 반면 한 구덩이 열 그루 다발째 심은 참나무는 건재했다. 잘 살아주어서 웃음이 났고 금지 사항을 어긴 것이 오히려 잘한 일이어서 또 웃음이 났다. 물론 그렇다고 너도나도 한 구덩이에 다발 째 나무를 심으면 안 된다. 우리도 몇 해 전부터 아주 작은 나무는 두어 그루씩 모아 심는다. 2022년 7월, 출근길에 열 그루를 한 구덩이 심은 참나무 생각이 또 났다. 갑자기 궁금해진 이유는 집씨통 때문이다. 집씨통 초기에는 집씨통에 도토리 세 알을 넣어 보냈다. 발아율이 좋은 가을에는 그 정도도 괜찮았는데 발아율이 떨어지는 시기에는 세 알의 도토리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그 다음 해부터는 시기에 상관없이 처음부터 열 개 전후의 도토리를 넣어 보낸다. 이렇게 도토리를 많이 넣어 보내다 보니 발아율이 좋은 시기에는 열 개 모두 싹이 나서 열 그루의 어린 나무가 돌아왔다. 돌아온 집씨통의 어린 나무들은 모두 나무자람터 묘상에 이식하여 2~3년을 더 키워야 숲에 심을 수 있다. 처음 세 알의 도토리를 넣어 보낼 때는 많아야 세 그루의 나무가 돌아왔는데 열 개의 도토리를 넣어 보내면서 한 집씨통에 많은 어린 나무가 돌아오다 보니 한 그루씩 나누어서 심으면 사람도 힘들고 묘상도 너무 차지해서 고민이 됐다. 그러던 차에 열 그루의 어린 나무를 한 구덩이 심은 참나무가 궁금해진 것이다. 순환길에서는 분간이 안 되어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올라갔다. 당시 심은 180그루의 참나무는 서너 그루만 남고 모두 갈대숲 속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살아남은 몇 그루의 참나무도 갈대와 꾸지나무에 치어 굽고 왜소했다. 한참 찾아 헤맨 끝에 열 그루 다발째 한구덩이에 심은 참나무를 꾸지나무 숲속에서 만났다. 2014년 식재 당시 이웃에 있던 꾸지나무숲이 이곳까지 한참 확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발째 심은 참나무는 그 속에서 꾸지나무와 어깨를 겨루며 품위 있게 성장해 있었다. 그렇다고 어린 묘목은 다발째 심으라는 뜻은 아니다. 집씨통 어린 참나무도 묘상 심기 때 적당히 나무어 심어야 한다. 다발 째 심은 참나무 이야기는 재미있는 에피소드 정도로 여기자.
■ 물주기
10년 전쯤 숲 만들기를 처음 시작하던 즈음에는 나무를 심고 난 후에도 부지런히 물을 주었다. 노을공원 북동사면 식재지에서 100미터 이상 떨어진 난지천에 내려가 물뿌리개에 물을 떠서 양손에 하나씩 들고 비탈을 오르내렸다. 추석 보름달을 보며 물을 퍼 나른 기억도 있다. 힘은 들었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을공원 남사면 노을계단 쪽 넓은 곳에 한 달 동안 나무를 심고 나서 한 달 동안 호스를 끌고 다니며 물을 주기도 했다. 식재지가 아직 많아지기 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해가 가면서 나무 심는 장소가 많아졌고 모든 곳에 다시 찾아가 물을 주는 일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가뭄이 너무 심하고 피해가 심한 곳에는 필요에 따라 여러 날에 걸쳐 호스를 어깨에 메고 물을 주기도 했지만 모든 식재지 나무들에게 그렇게 하기에는 돌봐야 하는 식재지에 비해 일손이 너무 부족해졌다. 그렇게 식재지가 늘어나면서 물은 가뭄, 폭염과 같은 극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나무 심을 때 한 번 주는 것을 기본으로 하게 되었다. 다행히 큰 탈 없이 운 좋게 잘 지나는 듯 했다. 그런데 2022년 봄 가뭄이 심했다. 여름이 되며 풀을 정리하다 보니 어린 나무가 많이 죽어 있었다. 그동안 너무 무심했구나 싶었다. 빗물 급수관 6km를 노을공원, 하늘공원에 설치하였고 급수관에는 5톤 빗물통 31개가 연결되어 빗물이 가득 차 있다. 식재지에는 5톤 빗물통에서 물을 나누어 받을 수 있는 600리터 물통이 수십 개 놓여 있고 물뿌리개도 함께 있다. 물을 주기 위해 물뿌리개를 들고 수백 미터를 걸어가야 했던 옛날과 달리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물을 줄 수 있는 환경이다. 이제부터는 가뭄이 오면 미루지 말고 나무 심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라도 물을 주고 풀 정리도 같이 해야겠다. 가뭄이 아니어도 자주 찾아가서 사람이 같이 하고 있다고 나무들에게 말해주는 것이 맞다.
■ 흙의 변화
쓰레기산 노을공원은 쓰레기를 쌓을 때 건축폐기물과 같은 단단한 쓰레기와 흙, 일반쓰레기 등을 다져서 성벽처럼 테두리를 쌓아가면서 안쪽에는 온갖 쓰레기를 쏟아부었다고 한다. 우리가 숲을 만드는 장소는 테두리 부분의 표면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얇게 덮은 흙은 사리지고 건축폐기물이 드러나 있다. 온갖 쓰레기와 함께 쌓아올린 토양이라서 토질도 깊이도 장소에 따라 제각각이다. 어떤 곳에 심든 나무는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플라스틱이나 비닐 투성이 또는 썩은 물이 고인 곳이 아니라면 살아남는다. 처음 나무를 심을 때는 그런 곳에 나무를 심어도 되는지 의문스러웠지만 2~3년 사람들이 오가며 계속해서 나무를 심고 풀을 정리하고, 빗물통과 동물물그릇도 만들고, 물이 넘쳐 흘러서 촉촉한 땅에는 도토리 묘상도 만들고 가래나무 씨앗을 넣어서 씨드뱅크도 설치했다. 그렇게 5~6년이 흐르면 나무들이 제법 자라서 숲의 모습이 보였다. 가을이면 비닥에 낙엽이 쌓이고 사람들이 오가고 때로는 잊고 지내다 보면 10년 정도 흘러 나무가 우거져서 들어가기 힘든 정도가 된다. 그리고 땅이 변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만져보면 흙이 부드러워졌다. 흙이 부족한 땅이었는데 신발이 푹 빠진다. 무성하던 단풍잎돼지풀이나 환삼덩굴은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땅을 변화시켰을까. 나무가 떨군 잎사귀와 열매, 새와 곤충의 방문, 나무 뿌리와 미생물의 역할 등 쓰레기산의 흙이 변하고 흙을 변화시키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 고마운나무 이야기
1) 꾸지나무
2012년 가을 노을공원에 처음으로 꾸지나무를 심었다. 전통 한지 만들기 프로그램 진행을 위하여 닥나무가 필요했다. 수소문하여 닥나무를 주문했지만 실제로 공급받은 나무는 꾸지나무였다는 것을 여러 해 심고 키운 후에야 알았다. 물론 초기에는 닥나무도 조금 섞여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공원에는 닥나무가 몇 그루 남아있으나 환경이 안 맞는지 잘 자라지 않는다. 꾸지나무는 일반 묘목상에는 없는 나무로 전주의 한 농장에서 줄곧 구입하였다. 이런 과정으로 심게 된 꾸지나무를 우리는 고마운 나무라고 부른다. 작은 묘목을 쓰레기산 어디에 심어도 스스로 살아남아서 울창하게 자라기 때문이다. 숲 조성 장소에는 꾸지나무를 거의 다 심었다. 속성수여서 10여 년 만에 모든 숲 조성 장소를 울창하게 만들었다. 꾸지나무가 노을공원을 아예 덮어버릴 것 같은 걱정도 들어서 전문가에게 문의해보면 그러지는 않을 것이며 그래도 괜찮다는 의견이 지금까지는 많다. 다행이다. 초기에는 묘목으로 많이 들여왔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부터는 우리가 직접 씨앗을 받아 나무자람터에 파종해서 묘목을 키웠다. 꾸지나무는 봄에 파종하여 그해 가을에 심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다. 여름이면 커다란 열매가 빨갛게 익고 곤충과 새들이 많이 찾아온다. 그렇게 몇 년 정도 더 파종으로 키운 꾸지나무를 심었다. 이제는 새들이 옮기는 씨앗이 사방에서 발아하여 사람이 애써 심지 않아도 노을공원, 하늘공원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나무가 되었다. 아교목이라 다 자라도 10m 정도이고 천근성 이지만 뿌리가 강하게 땅을 잡아주어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쓰레기산 지반이 약한 곳의 안정화에 좋지 않을까 싶다. 물론 비닐 쓰레기 투성이여서 아까시나무 조차 안 자리는 곳에는 아직도 꾸지나무를 심는다. 매년 회원총회 때면 한 해 동안 고마웠던 분들께 감사패를 드리는데 2016년 총회 때는 꾸지나무에게 고마운나무상을 주었다. 2019년에는 비닐쓰레기가 가파른 벼랑을 이루어 아까시나무도 자라지 않는 하늘공원 한켠에 꾸지나무 묘목 수백 그루를 심고 고마운나무숲이라 이름지었다. 2011~2021년 까지 10년 동안 심은 147종 127,581 그루의 나무 중 꾸지나무가 18,108그루로 가장 많았다. 2023년까지 148종 147,914그루 중 상수리나무 21,329그루, 꾸지나무 18,839그루로 상수리나무가 선두가 되었다. 천이숲으로 가는 바람직한 결과이고 참나무류 식재 수는 점점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꾸지나무가 퍼뜨리는 수량이 워낙 많아서 그를 따를 나무는 없을 것이다.
2) 헛개나무
회사에서 나무 심으러 올 때 곤란한 경우 중 하나는 회사 상품이나 특성에 맞춰 특정 나무를 심고 싶다는 요청이다. 가능한 일이라면 그런 바람을 들어주려 하지만 지금까지는 대개 노을공원에 맞지 않거나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들어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헛개나무는 예외였다. 묘목을 구하기가 수월했고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다만 헛개나무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헛개나무 묘목이 들어오자 누군가 뽑아가기도 하고 묘목을 그냥 달라는 사람도 많아 이 정도로 인기가 있는 나무인가 새삼 놀랐던 기억이 있다. 우리에게는 다른 것보다 동서남북 위 아래 어디에 심어도 쑥쑥 잘 자라주어서 기억에 남는 나무다. 꾸지나무에 이어 헛개나무도 쓰레기산에서 나무를 살려야 하는 우리에게는 고마운 나무다.
3) 가래나무
호두나무의 토종 우리 나무인 가래나무 씨앗은 도토리와 함께 씨드뱅크나 노천파종에 많이 쓰이는 나무 씨앗이다. 채종여행에서 수집하기에 적합하고 수집 자체도 재미있다. 가래나무가 꾸지나무나 헛개나무처럼 노을공원에 잘 자리잡으면 어엿한 토종 나무로서 또 하나의 고마운나무가 될 것이다. 대신 가래나무는 물기 많으면서도 물 빠짐이 좋은 땅에서 잘 자라는 나무라서 쓰레기산 노을공원에서는 장소를 가려 심어야 한다. 그래서 우선 빗물 배수로 주변이나 난지천 주변에 노천 파종, 씨드뱅크, 묘목 식재 등의 방법으로 심고 있다. 동물물그릇에서 넘치는 물 흐름을 따라 굽이굽이 작은 수로를 내고 군데군데 작은 웅덩이 낸 물굽이 주변에 설치한 가래 씨드뱅크가 2~3년쯤 지나자 어른 키 만큼 성장했다. 이 정도면 빗물 이용과 더불어 가래나무는 특별히 고마운 존재가 된다. 메마른 쓰레기산에 가래나무가 자리잡는 것은 특별한 일이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인제군 소재 마을영농조합에서 500kg의 가래나무 씨앗을 구입하였는데 2023년까지 쓰고도 좀 남았다. 껍질이 단단해 동물이 먹을 염려도 적고 말려서 보관하면 노지에서 상온 보관해도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 또한 물기 많은 땅을 가려서 심어야 하기 때문에 도토리처럼 일시에 많은 양을 소모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난지천 물가에 심은 가래가 싹을 틔워 수백 그루 잘 자라고 있다. 십여 년 지나면 예전과 다른 경관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2023년 구입한 100여 kg의 가래를 적소에 심을 예정이다.
4) 팽나무
쓰레기산 노을공원, 하늘공원에는 아까시나무 뿐이고 고립된 곳이어서 숲의 천이는 어렵다는 의견이 있지만 정작 아까시나무 숲 속에는 천이의 움직임이 적지 않다. 뽕나무는 산책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고 산복사나무도 흔히 눈에 띈다. 숲 안으로 들어가보면 팽나무, 산수유나무, 고욤나무, 산딸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으며 고욤나무는 군락지도 있다. 아름드리 말채나무가 모여 자라는 곳도 있고 대형 오동나무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그중 없는 곳이 없어 보이는 나무가 팽나무다. 공원 조성 당시 심은 큰 팽나무가 여러 곳에 있고 열매가 작고 많이 열려서 새들이 씨앗을 옮기기에 유리한 것 같다. 수십 년 후가 궁금하다. 아까시나무는 얼마나 건재할까. 꾸지나무가 온 산을 덮지는 않을까. 팽나무가 아까시나무, 꾸지나무를 능가하지는 않을까. 아니면 참나무 숲을 바탕으로 온갖 나무들이 균형을 이루는 숲이 되어 있을까. 아까시나무숲 속에서 천이의 가능성을 보면 쓰레기산 노을공원 숲 만들기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1% 이하, 99% 이상이 자연의 흐름이라는 생각이 거듭 든다. 우리는 성실한 1%가 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일 뿐이다.
■ 빗물 활용
쓰레기산에 숲을 만들자니 땅과 물이 문제였다. 땅이야 어찌할 수 없었지만 물은 어떻게든 구해야 했다. 초기에는 사업소 물차 도움을 많이 받았고 가끔 비용을 주고 외부에서 물차를 부르기도 했다. 몇 년이 지나서 공원에는 사업소 펌프장에서 한강물을 끌어올려서 지하 급수관으로 물을 공급하는 시설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QC(Quick Coupling)으로 부르는 편리한 시설이다. 한강물이 사업소 펌프장을 통하여 난지천과 공원 곳곳으로 공급된다. 그런데 우리는 빗물을 쓰고 싶었다. QC밸브가 닿지 않는 식재지가 많은 이유도 있지만 빗물이 보물이라는 생각으로 빗물을 모으기 시작했다. 물통 뚜껑 열어두기, 경사지 배수로에 철제 빗물 모음틀 설치, 폐현수막 펼침막 등을 시도하여 봤지만 결국은 급수관 설치로 매듭을 지었다. 노을공원원 상부 10만여 평에 쏟아지는 빗물은 두 곳 배수로를 통하여 한강으로 빠져나간다. 하늘공원 상부 6만 평의 빗물은 한 곳의 배수구를 통하여 한강으로 빠져나간다. 우리는 두 공원에 각각 한 곳씩 빗물 집수부를 정하고 총 6km의 급수관을 깔아서 두 공원 식재지 가까이에 31개의 5톤 빗물통을 빗물로 채웠다. 300~500리터 크기 15개의 동물물그릇에도 빗물 급수관을 연결하였다. 88m 높이에서 출발하는 6km의 급수관과 5톤 빗물통을 62m 높이의 사면 중간순환길을 따라서 설치했다. 중간순환길 아래쪽의 숲 만들기는 문제가 없지만 위쪽의 숲까지 빗물을 대는 것이 문제였다. 궁리 끝에 급수관을 위쪽으로 끌고 올라갔다. 다행히 83m 지점까지 빗물이 올라갔다. 중간순환길 위쪽 나무심기와 동물물그릇도 빗물로 해결되었다. 마지막 숙제는 노을공원 상부의 나무자람터 빗물통을 채우는 일이다. 애초 빗물 사용 시도는 1002숲이 아니고 나무자람터에서 시작되었다. 5m x 5m 폐현수막 천을 4.5m 높이 네 개의 아까시나무 통나무 기둥에 얹고 가운데를 빗물통 뚜껑에 대어 빗물을 직접 받는 장치였으나 공원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치워야 했다. 이어진 두 번째 시도는 태양광발전으로 펌프를 돌려서 배수로 빗물을 퍼 담으려는 계획으로 숲 만들기 참여기업 후원으로 예산까지 마련되었으나 공원 관련규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무산되었다. 이렇게 나무자람터 빗물 받기는 일단 포기하고 사면 숲 조성지부터 급수관과 빗물통을 설치하게 된 것이다. 1002숲 물 공급은 어떤 형태로든 해온 일이고 눈에 안 띄는 장소여서 별다른 장애 없이 진행했다. 다만 지하 배수로, 험한 경사지에 급수관, 빗물통을 설치하는 적잖은 노역을 치러야 했다. 무더운 여름날 땀 흘려준 많은 자원봉사자 덕분에 가능하였다. 고도 62m의 중간순환길 급수관을 따라 수 킬로미터 흘러온 빗물이 고도 83m에 설치한 빗물통을 채우는 것이 가장 보람 있었다. 모두 2018년에 있었던 일이다. 이후로도 나무자람터에서는 계속 사업소에서 펌프로 끌어올린 한강물을 사용해야 했고 항상 마음의 짐이었다. 2022년 7월 의외로 간단한 해결책이 떠올랐다. 어느날 집씨통 목공터에 있는 몽골텐트 안을 정리하다가 몽골텐트의 뾰족한 지봉을 거꾸로 설치해보자면 빗물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잖아도 물품 창고 용 몽골텐트를 한 동 더 설치할 계획이 있었고 그 계획은 사업소에서도 크게 반대하지 않아서 시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무자람터에 있는 7톤 물통을 옮기고 6m x 6m 몽골텐트의 뾰족 지붕을 거꾸로 설치하면 된다. 뭍통의 높이가 2.6m이고 규격 텐트 벽 기둥 높이가 2.4m 이니 1m 정도 더 높이 주문 제작하면 된다. 노천에 둔 물품 보관창고 겸용이라서 벽은 없어도 되고 작업장, 휴식처도 될 수도 있다. 나무자람터 가장 높은 곳이니 여기저기 놓여 있는 작은 물통으로 빗물을 나누어 채울 수도 있다. 빗물로 숲을 만들고 숲이 될 나무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2016년부터 나무자람터 여기저기 대형 물통에 써 놓은 '빗물이 보물이다'가 빈말이 아니게 된 셈이다. 게다가 평지인 나무자람터에서 빗물을 받기 위해 고민했던 태양광발전시설조차 필요 없어졌다. 우리가 시도하는 빗물 몽골텐트가 모범적으로 작동해서 다른 곳에서도 움푹지붕 몽골텐트를 활용해 빗물을 활용하게 되면 좋겠다. 자재를 구하여 구조물을 만들지 않고 몽골텐트를 이용하려고 하는 이유는 지붕을 뒤집어서 설치하는 간단한 아이디어로 공원 내외 다른 곳에서도 의도만 있으면 쉬이 설치할 수 있고 몽골텐트 회사에는 빗물몽골텐트 설치 이력을 쌓게 하고싶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못했지만 2023년 봄비가 오기 전까지 해볼 계획이다. 결국 해를 넘기고 2024년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 우리가 쓰레기산에서 나무를 심는 4가지 방법
우리가 쓰레기산에서 숲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심는 방법은 모두 네 가지다. 노천파종, 씨드뱅크, 묘목심기, 집씨통. 모두 일시에 계획한 방식이 아니라 그때그때 필요와 상황에 따라 정착된 방법들이다. 2011년 6월에 시작된 기업 참여 100개숲만들기라는 활동명은 노을공원, 하늘공원 사면에 100군데 쯤 나무를 심으면 뭔가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왔다. 그 후로 묘목을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구하고 싶은 나무를 구하기 힘든 현실을 경험하면서 토종 우리나무 다양성 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나무는 우리가 씨앗부터 키우자는 결심으로 100개숲만들기 앞에 '씨앗부터키워서'를 더했다. 2022년 8월 현재 나무자람터에 100여 종의 토종 우리나무를 키우고 있다. 절반 정도는 씨앗부터 키웠다. 씨앗부터 키우기를 시작할 당시는 버드나무 꺾꽂이를 빼면 도토리가 전부였다. 도토리는 지금도 대세다. 참나무는 자연 숲의 바탕이 되는 수종이기 때문이다. 10여 년 동안 많은 기업들이 지속 참여하여 160여 개의 크고 작은 숲이 만들어졌고 숲과 숲이 연결되어 46개 권역으로 묶였다. 기업의 숲들은 자연스럽게 배타성이 사라지고 내 장소가 아니고 필요한 곳에 나무를 심고 관리하자는 설득이 통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2020년 총회에서 '씨앗부터키워서 1002숲만들기'라는 활동명이 소개되었다. 숲 만들기 10년이 되어가던 당시 엉뚱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나무 심을 뚜렷한 새 장소를 찾기가 힘들어지면서 단체의 활동 방향을 걱정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활동 영역을 개척하거나 단체 활동을 마감하더라도 보람 있는 10년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으련만 그때까지의 숲 만들기 방식에서 눈을 돌려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즈음, 전부터 궁금했던 아까시나무 숲속으로 들어갔다. 노을공원, 하늘공원의 나지가 10만 평이라면 아까시나무 숲은 40만 평에 가깝다. 그곳에 나무를 심을 수 있다면 씨앗부터 키워서 생태숲 만들기 활동을 정착시킬 수 있다. 전에는 숲 사이의 빠른 이동을 위해서만 가끔 들어가 보았던 두 공원의 넓은 아까시나무 숲을 이번에는 상세히 살펴보았다. 바깥에서 보면 아까시나무, 버드나무, 뽕나무 정도가 전부처럼 보이지만 속은 달랐다. 난지도 쓰레기산에 30년 동안 숲을 만들어 준 고마운 아까시나무, 그 사이사이로 팽나무, 꾸지나무, 고욤나무(군락), 가죽나무 등이 골고루 자라고 있고, 그리 넓은 분포는 아니지만 산복사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은행나무, 산딸나무, 산수유, 층층나무, 딱총나무, 모과나무, 국수나무, 청가시덩굴, 개머루, 푼지나무, 노박덩굴, 으름덩굴, 산사나무, 신나무, 중국굴피나무, 키위, 살구나무, 말채나무(대형 나무 군락), 참오동나무, 호장근, 쉬나무, 엄나무, 양버즘나무, 쥐똥나무, 산초나무, 왕버들, 귀룽나무, 토종담쟁이덩굴, 탱자나무, 주엽나무, 하늘타리, 산당화, 좀목형, 돌배나무, 붉나무, 중국단풍, 네군도단풍, 떡갈나무, 졸참나무, 청가시덩굴 등이 자생하고 있었다. 일부 중복되는 나무도 있지만 우리가 식재한 150여 종의 나무와 별도의 다른 나무였다. 이러한 식생조사 결과에 따라 도심 속에 고립된 쓰레기산 노을공원의 아까시나무 숲은 천이가 어렵다는 과거의 견해와는 달리, 천이가 가능하다는 믿음이 생겼고 총회 자료집에 씨앗부터키워서 1002숲만들기 실행 계획을 넣었다. 이 무렵 발생한 코로나19는 기업 참여 숲 만들기 활동을 바탕으로 하는 우리 단체에게 심각한 충격이었다. 연간 5천여 명이 참여하는 150여 회의 나무심기 행사가 완전히 문이 닫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동가들은 더 바빠졌다. 2020년, 2021년 코로나19 기간 2년 동안 활동가들은 등 가방에 도토리를 채워서 노을공원, 하늘공원 사면 구석구석을 오르내리면서 3만여 구덩이의 도토리를 심었다. 대략 2톤 정도의 도토리를 썼고 일부 장소에는 수천 자루의 도토리씨드뱅크를 설치하였다. 가래나무 씨앗도 이 기간 중에 처음으로 식재지 현장에 파종했다. 2020년 추석 무렵에는 기업들의 직접 참여 숲 만들기를 대신할 만한 비대면 숲 만들기 활동인 집씨통(집에서 씨앗키우는 통나무)으로 동물이 행복한 숲 만들기가 시작되어 2022년까지 점차 숲 만들기 활동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 덕에 단체 살림도 유지되었고 참여자들의 호응이 좋아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숲만들기 방식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집씨통은 노을공원 생태숲 만들기를 기존의 서울 및 인적 지역 기업의 직접 참여 방식에서 전국의 개인 참여 방식으로 참여 가능한 지역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노을공원시민모임 12년은 이렇게 1)씨앗부터키워서 100개숲만들기 2)씨앗부터키워서 1002숲만들기 3)집씨통으로 동물이행복한숲만들기라는 활동명의 진화를 경험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경험에 따라서 나무심으러 오는 사람들한테 우리의 나무심기 네 가지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1) 노천 파종: 아까시나무 숲 속에 몇 삽 뜨는 정도의 작은 구덩이를 파고 도토리 위주로 나무 씨앗을 심는다. 잘 심되 결과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바람이 씨를 뿌렸다고 여긴다. 1년 2년 지나서 다녀보면 여기저기 한 뼘 정도 크기의 어린 참나무가 보인다. 5년 후 10년 후를 기대하며 매년 계속한다. 땅이 어는 계절을 빼고는 언제고 할 수 있는 활동이다. 동물이 씨앗을 빼어 먹는 일도 감수한다. 서로 나누는 것이니 괜찮다. 난지천 주변이나 습기가 유지되는 땅에는 가래나무 씨앗을 심는다.
2) 씨드뱅크: 40cm x 60cm 크기의 천연소재 식생마대(황마씨마대)에 흙을 한 삽 넣고 도토리 한 웅큼 넣고, 또 흙 한 삽 넣고 도토리 한 웅큼 넣기를 서너 차례 하면 마대가 가득차서 15kg~20kg이 된다. 마대 주둥이를 단단히 묶어서 나무 심는 대신 빵바닥에 깔아주는 또 다른 나무심기이다. 그 자리에서 싹이 터서 큰 나무로 자라게 한다. 싹이 많이 트면 좋다. 서로 의지하고 경쟁하면서 잘 자란다. 너무 촘촘하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길가에 한두 줄로 쭉 설치해도 되고 땅의 형편에 따라 5~10자루 촘촘히 깔아주어도 된다. 노을공원 가양사면의 따스하고 한강 바람이 심하여 건조한 비탈 한 곳에 수백 자루를 굴려서 아예 표면을 덮은 곳이 있다. 여러차례 나무를 심었지만 살아남지 못한 장소다. 도토리 씨드뱅크에서 싹을 틔운 어린 참나무들이 화본과 풀과 단풍잎돼지풀 그늘에서 잘 자라고 있다. 이곳은 습기 유지를 위하여 풀 정리는 안하는 것이 유리하다. 전에는 나무심기 행사에서 한 사람이 세 그루 정도를 심었는데 잘 심기 힘들다는 판단에서 이제는 나무는 한 그루만 잘 심고 도토리나 가래 씨드뱅크 한 자루 설치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참여자들도 색다른 경험이고 힘도 덜 들어서 좋아한다.
3) 묘목심기: 묘목심기는 나무 심기 하면 떠올리는 바로 그 나무 심기다. 다만 우리의 묘목심기 특색은 나무자람터 묘상에서 각자 한 그루씩 캐서 뿌리가 마르지 않도록 비닐부대에 넣어 아기 안 듯 식재지까지 안고 이동한다는 점과 쓰레기산에 심는다는 점이다. 나무자람터 나무는 씨앗부터 키웠거나 작은 묘목을 들여와서 키웠다. 2021년부터는 집씨통으로 키워 돌아온 어린 참나무도 키우고 있다.
4) 집씨통: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씨앗부터 숲이 될 나무를 키우는 방식이다. 인터넷에서 '집씨통'을 검색하거나 아래 QR코드를 이용하면 자세한 정보와 참여자들의 게시글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네 가지 방식의 나무 심기가 우리의 씨앗부터키워서 천이숲만들기로 가는 방법이다.
■ 집씨통 상세설명
서울의 쓰레기매립지 난지도는 1993년 매립 종료 후 2002년 공원이 되었다. 하지만 백 미터 높이의 쓰레기는 아직도 썩지 못한 채 남아있다. 공원이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여전히 쓰레기산인 이곳은 또 다른 매립지를 찾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노을공원시민모임은 시민의 힘으로 쓰레기산을 숲으로 만들기 위해 2011년부터 쓰레기산 회복에 필요한 씨앗을 키워서 숲을 만드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씨앗부터 키워서 숲을 만드는 이유는 자연회복에 필요한 나무를 구하기 어렵고 쓰레기산은 너무 척박해서 큰 나무가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집씨통’으로 동물이 행복한 숲 만들기도 그 중 하나이다. ‘집씨통’은 집에서 씨앗 키우는 통나무의 줄임말이다. 코로나19라는 환경재난으로 대면활동이 어려워졌지만 그럴수록 더 숲을 지켜가고 싶다는 바람을 모아 고안한 활동이다. 쓰레기산이 건강한 숲이 되는데 필요한 씨앗을 100일 이상 집에서 키운 후 돌려보내주면 숲이 될 나무가 자라는 ‘나무자람터’에서 2~3년 더 건강하게 키운 후 ‘동물이 행복한 숲’에 옮겨 심는다. ‘집씨통’ 활동이 지향하는 중요한 또 한 가지는 포장재쓰레기를 제로에 가깝게 줄이는 일이다. 숲을 만들면서 숲에 아픔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곳은 쓰레기산이기도 하다. 그래서 ‘집씨통’은 가공하지 않은 나무화분을 쓰고 안내문을 넣지 않기 위해 봉투에 QR코드를 인쇄하고, 충전재나 비닐테이프 등을 사용하지 않고 종이봉투에 고무 밴드로만 포장한다. 그리고 종이봉투, 나무화분, 고무밴드 모두 그대로 되돌려 받아 재사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쓰레기 없이 숲을 만들려는 ‘집씨통’의 꿈을 이루려면 참여자 분들과 힘을 모아야 한다. 비록 많은 환경문제를 마주하고 있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으면 건강한 자연환경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방법으로 씨앗을 키워 숲을 만드는 일에 함께 해 주시면 정말 기쁠 것 같다.
* 집씨통 키우는 방법
① 받은 집씨통을 꺼낸 후 받은 종이봉투에 고무 밴드(마끈)와 흙 덮개를 넣어 보관한다.
② 불도장이 있는 집씨통 쪽이 화분이다.
③ 씨앗이 1~2cm미터 깊이로 묻히도록 누른 후 흙으로 덮어 준다. 들어 있는 씨앗은 다른 화분에 나누거나 남겨두지 않고 모두 심는다. 뚜껑에는 심지 않는다.
④ 처음 한 번은 흙이 모두 젖도록 천천히 물을 듬뿍 준다. 집씨통 뚜껑은 화분 아래 두고 물 받침으로 사용한다.(물받침 접시를 따로 마련하는 것이 좋다)
⑤ 물은 흙이 마르지 않도록 주되 화분 아래로 흐르지 않을 정도만 준다.
⑥ 빛이 좋은 곳에 두고 100일 이상 키운다. 25도 이하로 내려가면 더 오래 기다려준다.
⑦ 씨앗을 심은 후 50~60일 지난 후 싹이 보이지 않으면 씨앗을 확인해보고 집씨통 카페에서 상담한 후 다시 씨앗을 받는다. 다만 25도 이하로 내려간 겨울은 봄까지 기다린다.
* 도토리 확인 방법과 씨앗 신청 방법
① 씨앗 심은 후 50~60일이 지난 후 싹이 보이지 않으면 흙을 살살 걷어 뿌리나 싹이 나왔는지 확인해본다. 다만 25도 이하로 내려간 겨울은 봄까지 기다린다.
② 뿌리나 싹이 보이면 흙을 다시 잘 덮고 기다린다.
③ 뿌리도 싹도 보이지 않으면 씨앗을 꺼내 손으로 꾹 눌러 본다.
④ 물컹하면서 푹 꺼지면 상한 것이니 그 상황을 집씨통 카페에 사진과 함께 올려 상담하고 새 씨앗을 신청한다.
* 집씨통 키울 때 주의할 점
①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온도와 수분이 잘 맞아야 한다.
② 나무씨앗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③ 도토리는 뿌리를 먼저 잘 내린 후에 싹을 올리기 때문에 싹이 나올 때까지 최소 50~60일 정도는 물을 주며 기다린다.
④ 다만 25도 이상이 유지되어야 싹을 내기 때문에 기온이 낮아지면 최대한 따스한 곳에 두고 봄이 올 때까지 돌보며 기다리면 된다.
⑤ 명절이나 여행 등으로 집을 비우게 된다면 떠나기 전 물을 듬뿍 주고 빛도 바람도 들지 않는 곳에 놓아두면 수분 증발 속도를 늦출 수 있다(물받침 접시를 대어준다).
⑥ 들어 있는 씨앗의 수는 종류,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집씨통으로 키우는 도토리는 토종참나무 6남매가 섞여 있습니다.
- 토종참나무 6남매 구분해보기 https://cafe.daum.net/zipssitong/BUye/10
-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 https://cafe.daum.net/zipssitong/B0Aj/14
* 집씨통으로 나무를 기르며 겪을 수 있는 어려움
싹이 늦게 나오는 경우, 집씨통이 벌어진 경우, 벌레가 나오는 경우. 모두 노고시모가 도와드릴 수 있는 문제로 노고시모에 상황을 알린다. 직접 소통하는 방법으로는 ‘집씨통 카페’에 글을 올리는 것이 좋다. 무엇이든 사진과 함께 올려 주면 1~2일 안에 답글을 올린다. 집씨통은 대면 활동이 어려운 시기에 숲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는 후원 활동이자 동시에 쓰레기산에 쓰레기를 보태지 않으며 숲을 만드는 활동이다. 틈이 벌어진 집씨통을 재사용하는 이유도 그래서이다. 성장촉진제를 쓰지 않는 이유도, 씨앗을 땅의 회복에 필요한 수종으로 토종 씨앗으로만 쓰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싹을 틔우기 어려운 조건이지만 이러한 근본 취지를 지키면서 참여자가 스스로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 다 키운 집씨통 돌려보내는 방법
가능하다면 직접 가지고 오는 것이 좋다. 처음 받을 때 있었던 봉투, 흙 덮개, 밴드, 화분, 뚜껑 모두 함께 가져온다. 서울시 마포구 하늘공원로 108-1 노을공원 주차장 내부에 있는 항아리 놓인 컨테이너 사무실로 온다.
택배로 보내는 경우라면 ① 배송 중 마르지 않도록 적당히 물을 준다. ② 흙 덮개를 줄기에 맞게 갈라서 끼워 주세요(싹이 잘 났으면 뿌리가 흙을 잡아주기 때문에 흙덮개를 대지 않아도 된다). ③ 뚜껑을 덮고 고무밴드를 이용해 위아래 십자형으로 묶는다. ④ 종이봉투에 넣고 둘둘 말아 고무밴드로 고정한다(비닐테이프, 종이테이프, 비닐 충전재를 사용하지 않는다). ⑤ 택배(선불)로 보낸다.
집씨통 포장법은 포장재 쓰레기를 줄여 숲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이니 꼭 지킨다. 12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날씨가 추울 때는 공원으로 돌려보내지 말고 따뜻한 집안에서 돌보다가 봄에 보낸다. 싹을 틔우지 않았어도 재사용을 위해서 모든 소재를 보내준다(희망자는 도토리 편지로 새 도토리를 받아서 기간 구애 없이 계속 키울 수 있다).
* 집씨통 신청 방법
집씨통은 판매상품이 아닌 비대면으로 참여하는 숲 만들기 후원방식의 하나이다. 후원과 참여를 원하는 분은 다음 링크로 신청한다. https://forms.gle/nC1SrVZBvwqNMmzo9
- 집씨통 참여 문의: 010-9104-5537 / nogosimo1@gmail.com
- 집씨통에 담은 마음과 활동 안내 https://youtu.be/AEUsmXkKr8Y
■ 또 다른 나무심기 씨드뱅크(Seed Bank)
씨드뱅크는 종자은행이라는 뜻으로 널리 쓰이지만 씨앗이 든 흙자루로 쌓은 둑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홍수 때 무너진 둑을 씨드뱅크 방식으로 쌓으면 풀이 자라서 튼튼해진다. 붕괴 염려가 있는 비탈에 씨드뱅크를 설치하면 풀이 자라면서 안정화된다. 우리는 쓰레기산에 좋은 흙을 보태주면서 나무 대신 나무 씨앗을 심는다. 흙자루는 자연 소재인 황마로 만든 식생 마대를 쓴다. 40cm x 60cm 크기이고 안감으로 대어진 종이 속에는 풀씨가 들어있다. 수입품이어서 양잔디 종류가 들어있다. 그래서 우리는 토종 풀씨로 맞춤 주문한다. 가격이 수입품의 세 배 정도 비싸고 대량 구입이 조건이지만 그렇게 하고 있다. 토종 씨앗은 선택의 폭이 좁다. 우리는 현재 자운영과 벌노랑이 씨앗을 넣은 황마씨마대를 주문 제작 방식으로 구입하여 쓰는데 건조한 곳에서는 발아율이 낮다. 풀씨를 같이 넣어 쓰는 이유는 쓰레기산은 흙이 건조하여 나무 씨앗이 싹을 틔우기 힘들고 싹을 틔웠어도 살아남기 힘들어 풀과 같이 자라게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씨앗은 주로 도토리를 쓴다. 습한 땅에는 가래나무 씨앗도 쓰는데 건조한 장소에서는 물을 댈 수 있어야 자란다. 하늘공원 북사면 한 곳의 동물물그릇 물굽이 주변에서 가래 씨드뱅크가 성공했다. 또 다른 나무심기 도토리 씨드뱅크는 흙과 나무 씨앗을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나무를 씨앗부터 키운다는 의미에서 어린이 가족 참여 숲 만들기 활동으로 적합하다. 활동 초기에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대량의 씨드뱅크를 노을공원 남사면 넓은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힘들여 설치했지만 실패했다. 건축폐기물로 덮힌 곳에 설치했는데 흙자루에서 도토리가 싹을 틔우기도 했지만 싹을 틔웠어도 너무 척박해 살아남기 힘들었다. 초기에 도토리를 너댓 개씩만 넣은 것도 이런 척박한 조건에서는 부족한 양이었다. 씨드뱅크는 나무를 심을 수 있을 정도의 지반에 습기를 품을 수 있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 도토리는 두세 웅큼씩 이삼십 개는 넣어야 한다. 발아율이 떨어지는 5~6월에는 서너 웅큼씩 삼사십 개는 넣어야 한다. 냉장고 보관과 같은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 건조 적재 방식으로 보관한 도토리라면 7~8월은 쉬었다가 햇 도토리가 나오는 9월에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땅이 어는 시기와 한여름을 제외하면 언제고 가능한 셈이다. 도토리 씨드뱅크는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곳 외에도 아까시나무 숲 틈이나 나무가 쓰러진 곳 등 숲의 천이가 예상되거나 천이가 필요한 곳에도 유리하다. 관리가 어려운 곳에는 넓게 설치하여 자연에 맡기는 것이 좋다.
■ 나무자람터의 미래
씨앗부터키워서 100개숲만들기, 씨앗부터키워서 천이숲만들기, 집씨통으로 동물이행복한숲만들기, 씨앗부터키워서 개미숲만들기등 씨앗부터 키워서 숲 만들기 활동이 가능한 것은 나무나람터가 있기 때문이다. 나무자람터는 노을공원 파크골프장이 끝나는 곳과 어린이놀이터 사이에 있다. 묘상 부분 1천 평, 묘상 주변 자유로이 활용하는 식재지 1천 평을 더해서 2천여 평에 달한다. 2012년 4월, 10만 평 넓은 공원 한켠의 불모지에서 시작하여 2022년, 묘상에는 100여 종의 토종 우리나무가 자라는 곳으로 변했다. 이곳에서 자라는 식물의 절반 정도는 씨앗부터 키운 것이다. 토종 생태수종 확보와 씨앗부터 키우기 비율을 높이고자 꾸준히 노력 중이다. 수종에 따라 나무 씨앗 채종부터 보관, 파종에서 관리까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을 한 장소에서 인위적으로 재현하자니 지식과 끈기 등 누군가의 헌신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우리는 편하고 효과적인 방법보다는 불편하고 느려도 자연에 가까운 방법을 써보고 싶어 노력 중이다. 약품이나 화학비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플라스틱 제품도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물조차 펌프장 물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무자람터에는 묘상 외에도 빗물통, 연장보관대, 빗물습지, 빗물연못, 흙동산, 생활목공터, 집씨통목공터, 버섯터, 씨앗과 연장 창고, 수세미울타리, 노천교육장, 물품보관함 등이 있고, 입구 빈터에 가로 6m x 세로 6m x 높이4m의 7톤 빗물통에 빗물을 받기 위한 빗물 몽골텐트 설치 계획 중이다. 흙동산은 다종다양한 토종 초본과 덩굴성 목본, 관목을 키우는 작은 쉼터이다. 2m x 3m 크기의 작은 빗물 습지는 고라니가 매일 찾아오는 산책코스다. 나무자람터는 365일 연중 일감이 있다. 혼자 찾아와 뭔가 알아서 도와주는 분들도 계시다. 숲 만들기 봉사활동은 나무자람터에서 시작된다. 식재지 현장 씨드뱅크가 힘든 경우 나무자람터 주변에 설치하고 출발한다. 묘목은 묘상에서 직접 캔다. 교육장에서는 처음 참여하는 자원봉사자 대상으로 난지도의 역사, 우리의 활동을 소개하고 활동의 마음가짐을 전달하는 7분 평화수업을 먼저 들려주고 그날의 활동 설명에 들어간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영상으로 전하고 있지만 그 전에는 연 5천 명 정도가 평화수업에 직접 참여했다. 나무자람터 사용은 우리에게 커다란 특전이다. 겸손한 자세로 시민과 함께 일구어서 노을공원을 생태공원으로 보전하기 위한 요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씨앗은 희망이다. 씨앗이 노을공원에 천이숲을 만들 듯이 모든 이들의 희망이 세상에서 꽃 피었으면 좋겠다.
■ 나무 심는 시기
나무는 수종과 심는 방법을 잘 선택하면 1월부터 12월까지 언제고 심을 수 있다. 무더운 여름이나 장마, 춥고 땅이 언 겨울에 공식적인 식재 행사를 하지 않는 이유는 나무를 심는 사람이 힘들기 때문이다. 나무 심기에 익숙한 봉사자들과는 필요에 따라 계절 가림없이 나무를 심는다. 장마 때 나무를 심으면 나무도 잘 살고 사람도 너무 덥지 않아 좋다. 한겨울에도 괜찮다. 나무는 뿌리의 활동이 멈춘 시기에 심는 것이 좋다. 여름에 불가피 나무를 심어야 한다면 분뜨기 방식으로 심으면 된다. 하지만 꼭 필요한 경우이고 가능한 사람도 나무도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겨울에 나무를 심어도 물 주기는 필수 사항이다. 자연의 숲에서 많은 나무들이 잎을 떨군 채 춥고 삭막한 겨울을 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겨울에 나무를 심으면 나무가 얼어 죽는 것은 아닌지 염려한다. 식물은 사람과 다르다. 특별한 추위로 줄기나 뿌리가 얼어서 파열할 정도가 아닌 보통의 추위는 나무에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무심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4월과 시월이다. 온난화가 많이 진전된 요즘은 3월 중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5월까지도 무리는 없지만 6월에 들어서면 수종과 심는 방법을 가리는 것이 좋다. 이 때는 잎이 늦게 나오는 나무, 분뜨기 방식이 좋다. 7~8월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심지 않는다. 이때는 풀 관리에 집중할 시기이다. 가을나무심기는 9월부터 시작하는데, 단풍과 함께 뿌리의 활동이 줄어들고 사람들이 활동하기에 쾌적한 시월이 나무에게도 사람에게도 나무심기 좋은 때이다. 11월이면 나무의 뿌리는 본격적으로 잠자리를 준비하는 시기라서 나무심기에 좋은 때지만 기업들은 야외 활동을 줄여 가는 시기인 것 같다. 온난화 현상으로 땅이 어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어서 12월 초순까지도 나무를 심을 만하다. 이래저래 사람과 나무 여러 조건을 고려할 때 나무심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4월, 시월이 되겠다. 4월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뿌리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라서, 시월은 뿌리의 활동이 멈춘 시기라서 나무를 옮겨도 스트레스를 덜 받아 생존할 확률이 높고 사람들도 활동하기 쾌적한 때여서 좋다. 행사성으로 식목일 때 식목 행사가 집중되었던 오랜 과거의 기억 때문에 의례 나무심기는 4월 5일로 생각하는 것은 필요 없는 고정관념이다.
■ 물꽂이: 노을공원에서는 왕버들이 귀해서 물꽂이를 자주 한다. 잎이 트기 시작하는 봄부터 여름 동안 왕버들을 볼펜 정도의 길이로 잘라 통에 넣고 물을 5cm 쯤 채운다. 통의 크기는 머그컵 정도가 좋다. 나무가지 수는 너무 빽빽하지 않을 정도로 가득 넣는다. 통은 뿌리가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는 투명한 통이 좋다. 물은 탁해지지 않도록 자주 갈아준다. 한여름에는 이틀에 한 번 정도 갈아준다. 가끔 꺼내서 상한 가지는 가려낸다. 가지를 자를 때 잎은 위쪽 1~2개 정도만 남기는데 가위로 잎을 반쯤 잘라내는 것이 좋다. 잎이 없어도 괜찮다. 물꽂이 통은 직사광선이 안 닿는 곳에 둔다. 실내에서 눈에 잘 뜨이는 곳에 두는 것이 잊지 않고 관리하기에 좋다. 상한 가지는 가려내고 물을 갈아주면서 조급해하지 말고 수 주일 기다리면 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물꽂이는 어디에서나 할 수 있고 가까이에 두고 관리도 쉬울 뿐 아니라 뿌리가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어린이들이 그 과정을 볼 수 있게 함께 키우면 좋다. 뿌리가 서로 엉킬 정도로 충분히 자라면 묘상에 직접 심어도 되지만 작은 화분에 옮겨심어서 가지가 충분히 자랄 때까지 수 주에서 한 두 달 더 키운 후에 묘상에 옮겨 심는 것이 안전하다. 묘상에서 1~2년 더 키워서 1~2m 크기로 자라면 사면 숲에 심는다. 우리는 많은 묘목이 필요하기 때문에 물꽂이 통에 20여 개의 많은 가지를 넣지만 가정에서는 서너개만 넣어서 파뿌리처럼 뿌리를 충분히 자라게 하는 것이 좋다. 물꽂이는 꺾꽃이 앞에 추가된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나무가지는 작년에 나온 가지를 쓴다. 여름에는 올해 나은 녹색의 연한 가지 즉 녹지를 써도 된다. 묘상에 심어서 제대로 자리잡아 겨울을 나게 하려면 물꽂이는 8월 말까지는 마치고 화분에 이식하고 9월 말까지는 묘상 식재를 마치는 것이 좋다. 간단하지만 무엇하나 제대로 하려면 마음을 쏟아야 한다.
■ 노을공원 생태교육센터
쓰레기매립지였던 난지도는 4개 공원으로 구성된 월드컵공원이 되었다. 그 중 여러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노을공원만큼은 온전하게 생태공원으로 보전되기를 희망한다. 아주 본격적으로 노을공원의 모든 편의시설을 하늘공원으로 이전하고 노을공원을 완벽하게 자연으로 돌려주면 좋겠다는 꿈도 있다. 먼 장래까지 그대로 두어도 좋고 굳이 무엇인가를 이곳에서 해야만 한다면 생태교육센터로 이용하면 어떨까 싶다. 그 모델 중 하나는 미국의 CISPUS LEARNING CENTER 이다.
http://www.awsplearningcenters.org/cispus/
ttps://cafe.daum.net/nanjinoeul/qX2y/5
다만 씨스퍼스와는 달리 노을공원에서는 난지도 쓰레기산의 자연과 씨앗부터키워서 천이숲만들기를 중심활동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 기록
현장 활동을 가능한 빠짐없이 세 가지 수단으로 매일 기록해서 통계 작성, 자료집 만드는데, 활동 소개 요청 등에 쓴다.
1) 카페
노을공원시민모임 https://cafe.daum.net/nanjinoeul
집씨통 https://cafe.daum.net/zipssitong
페이스북
(사무실) https://www.facebook.com/nogosimo.100FOREST
(활동가) https://www.facebook.com/nogosimo
■ 도움이 되는 나무 정보 검색 사이트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https://species.nibr.go.kr/index.do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http://www.nature.go.kr/main/Main.do
■ 개미숲
2011년부터 2023년까지 이어진 시민참여 형 ‘씨앗부터 키워서 100개숲 만들기’ 로 노을공원, 하늘공원 사면 무입목지에 총 170개의 숲 조성지가 생겨서 숲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더 이상 사람이 집중적으로 나무를 심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변했고, 숲과 숲이 연결되어 총 46개의 권역으로 연결되고 묶이는 변화가 일어났다. 이처럼 무입목지의 상당 부분에 숲의 기반이 마련되면서 단체는 이후 활동을 고민해야 했고 2019년, 처음 단체를 준비할 때처럼 다시 난지도 전체 지역을 걸어다니며 살펴보았다. 그때 이 땅이 비록 쓰레기산이지만 숲처럼 보이는 곳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진짜 자연천이가 가능한 숲도 꿈꿔볼 수 있겠다는 가능성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아까시나무로 가득 들어차 천이가 어렵다는 지역에서 동물들이 씨앗을 날라 만들어진 다양한 나무들의 군락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기존 5만평 무입목지에서의 숲만들기 활동을 전체 40만평을 대상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활동명도 2020년부터 ‘씨앗부터키워서 1002(천이)숲만들기’로 바꾸었다. 자연천이가 가능하도록 숲을 만들어가겠다는 방향을 명시한 것이다. 그래서 활동 방법 역시 기존 100개숲 만들기 때 하던 묘목심기와 씨드뱅크에 노천파종을 추가하였다. 그런데 구석구석에 도토리 6남매 씨앗과 가래나무 씨앗 노천파종을 하며 다니다 보니 작은 규모로 산재한 숲틈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도 숲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다면 쓰레기산 난지도 전체를 하나의 건강한 숲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역과 권역을 잇는 사잇길을 만들어서 그 길을 따라 숲틈으로 들어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커다란 권역과 권역을 사잇길로 이어 숲을 만들어가는 모양이 마치 개미집처럼 보여서 이 활동명을 ‘씨앗부터 키워서 개미숲 만들기’ 라고 붙여보았다. 별도의 활동이 아닌 건강한 천이숲을 만들기 위해 추가된 방법의 이름이다.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숲 자리가 연결되며 권역으로 묶였지만 아직은 권역별로 단절되어 있는 숲을 어떻게 하면 하나로 연결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사잇길을 만들고 그 길을 따라 산재한 숲틈에서도 그 땅에 적합한 어린 나무를 심고 빗물을 쓸 수 있게 하고 동물물그릇을 곳곳에 만들어주며 숲의 기반을 만들어 가면 그 고민도 해결되는 셈이다. 씨앗부터 키우는 이유도 100개숲, 1002숲, 개미숲처럼 활동명이 변화를 거치는 이유도 모두 쓰레기산을 하나로 연결된 건강한 천이숲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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