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무리는 꼭 글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갈무리를 하는 이유는, 내 삶을-어떤 사건을- 새롭게 바라보고 추동하고 희망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그래서 갈무리는 근본적으로 삶이랑 이어져야 하는데, 글로만 해가다보면 오히려 삶과 괴리가 느껴지고 힘든 마음이 들기도 한다.
글로 갈무리를 할 때, 자꾸 추상화되고 미화되고 과장되는 느낌이 드는데,
그렇게 힘차게-또는 진하게- 글로 갈무리를 하고 삶으로 돌아오면,
삶이 갈무리보다 너무 역동적이라 당황스럽고 어려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꼭 글로 된 갈무리보다 친구와 마음 나눈 이야기, 함께 사건을 겪으며 뼈아프게 가슴시리게 느낀 마음이,
내가 봤던 누군가의 마음씀씀이가 더 기억에 남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도 갈무리다.
내가 현장에서 느낀 그것들이 더 내 삶을 바꾸기도 한다.
요즘 나는 갈무리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나에게 묻게 되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잘 모르겠고 자신이 없다.
내 삶의 배치같은 것들을 피상적으로는 생각하고 질문하고 정리를 하지만,
진짜로 내 삶에 약동이 되고 동지가 되는 갈무리는 없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서, 우선 삶에서 나약해지는 구석들이 있고, 그 구석들을 정직하게 마주하지 못하고 있고,
그리고 치열하고 끈질기게 나아가는 삶이 있는지. 어리광만 부리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이현상은 삶을 살았다.
당원들 중 투쟁의 삶을 살지 않고, 더 안락한 삶을 누리면서 말과 관념으로 사유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현상은 무엇보다 그 삶 속에 들어가서 시퍼렇게 살았다.
이현상 뿐 아니라 남부군의 간부들 대부분은 누구보다 뛰어다니고 살피며 필요한 일들을 찾아 흘러들어갔다.
이번에 함양에 모내기하러 가서도, 무언가를 외면하지 않고 묵묵히 필요한 곳에 몸을 내놓는 이들을 보면서 배우고 싶었다.
이현상이 남한의 유격대들과 혁명을 책임지는 자리가 많이 부담스럽고 무서웠을 수 있고
자신의 판단이나 당의 판단에 대해 의심하게 되고, 자기 뜻대로 주관하고픈 생각이 들었을 수 있는데
계속해서 자신의 배움을 믿고, 다른 이들을 물들이고 이끌면서도
일상에서는 한 명 한 명의 유격대원들을 섬세하게 만나가는 모습은 어리광을 부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삶을 살아낼 수 있는 힘이 나에게도 있으면 좋겠다.
어딘가엔 조그맣게라도 있을테고.. 그 힘을 움틔우고 싶다.
삶을 살아내고 싶은 마음과 갈무리가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힘으로 열심히 삶을 살아내서, 더 갈무리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다시 삶으로 이어지고..
날마다의 수련을 더욱 신명나게 할 수 있는 배치를 고민해보고 있고,
그리고 더 갈무리하고 돌아볼 시간들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지금 삶의 배치를 들여다보고 변화시키는 시도를 구체적 전략과 함께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첫댓글 눈 앞의 현실에 동요하며 깊은 밤 눈 꽉 감고 걷는 듯 한 요즘, 갈무리가 잘 안돼 희망이 잘 길어지지 않는 삶을 돌아봣어.
글이 아닌 뭔가로 갈무리가 될 수 있다는 배움, 동지되는 갈무리를 위해 의젓해지자는 다짐을 간직할게.
다짐에 함께해주어서 고마워요 :)
덕분에 저도 계속 약동해갈 힘을 얻어요.
어떤 갈무리 글보다 더 큰 울림이 있는 글이네. 나도 매번 관념적으로만 갈무리를 하는 게 아닌가, 어떻게든 교훈적인 점을 찾아내고, 그럴듯하게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추상화되고 미화되고 과장된다는 것도 정말 공감이 된다. 내 삶을 정직하고 정성스럽게 살아내고 있을 때 그런 배움들도 하나씩 얹어갈 수 있는 것일 텐데.. 한편으로는 이런 과정 자체가, 책 읽고 나누고 어색할지언정 갈무리도 계속 해보는 것이 하민이가 말한 움을 틔워가는 과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 좌충우돌하며 어려울 때도 있지만 관계 속에서 다시 힘 받으며 조금씩 나아지는 거라고.. 믿고 싶다!
생각하고 살아야하는 걸 하민이를 통해 많이 비춤받는 것 같아. 같은 이현상 선생님을 읽은 자로서 시퍼렇게 사셨다는 게 너무 공감이 간다. 아직 많고 많은 푸른 날들이 있고 그 속에서 피울 힘. 먼저 스스로가 잘 믿어보자!
하민이의 글을 읽고 나를 돌아볼 수 있음에 감사해. 함께 이야기 나누며 가슴 아파한 것도 갈무리라는 말이 참 좋다.
꽃은 여러번 피어나고 진 다음 열매를 맺는데, 하민이도 피어나고 저물어가기를 여러번 반복하는 과정이라 느껴. 너에게 꼭 맞는 열매가 맺힐 거라 믿고있어. 믿음 속에서 너의 믿음도 잘 키워내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앞에 명댓글들이 좋구먼 허허. 이것 참 부담되는구먼.
나도 요즘 갈무리와 배움, 사람들에게 생각하는 나와 내 자신이 너무 다른 거 같아서 미치겠어 으어어. 그래서 정신 놓고 있으니 좀 편한 것 같아. 하지만 허무하네. 그러니 우리 같이 자그마한 실천을 하자! 나는 날마다 수련을 하는 너가 대단하고 멋있다.
이 갈무리가 내 삶에 울림이 되었던 것 같아.
지난번에 읽을 때는 참 좋다는 마음과 함께 내 삶과 연결해서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 읽으면서는 네가 갈무리하고 삶을 바꾸며 걸어왔던, 작지만 치열했던 삶의 전투들을 떠올려보게 돼.
앞으로도 이어질 시간들 속에서, 살아있는 동지로 함께 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