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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방사 거접 시 김혼원 심구보와 읊다 ▫ 저자 : 김지익, 김휘원, 심구보 ▫ 시기 : 1729년 윤7월 18일 ▫ 원문 : 열락재유고 1권 p46-p50 ▫ 내용 : 19首」 |
▫ 고방사에서 친구들과 거접할 때의 기록 ▫ |
高方寺居接時 與金渾源, 沈久甫 聯枕耻句 己酉(1729) 閏七月 十八日夜
고방사 거접 시 김혼원 심구보와 같이 잠을 자면서 지은 부끄러운 글. 기유년(1729) 윤7월 18일밤
*거접 : 조선시대 서당에서의 집단적인 학습 활동, 또는 연중행사로 하던 글짓기 경쟁
雨洒金塘水亂鳴(우쇄금당수난명)
비 뿌리는 연못에 물소리 요란하고
-謙叔(김지익) p46
雨洒金塘水亂鳴 우쇄금당수난명 / 비 뿌리는 금당에 물소리 울어대고
梵宮淸磬報寒更 범궁청경보한경 / 범궁의 청아한 종소리 한 밤중을 알리네.
吾儕積苦寧無效 오제적고녕무효 / 우리 벗들 쌓은 노력 어찌 효과 없겠는가.
畢竟男兒大志成 필경남아대지성 / 마침내 남아의 큰 뜻을 이루리.
*겸숙 : 김지익의 字 *한경 한 밤중 *오제 : 우리 친구들 *필경 : 끝장에 이르러, 마지막에 *한경 : 차가운 밤
山雨霏霏澗亂鳴(산우비비간난명)
산속에 보슬비 내리고 개울 물소리 요란한데.
-渾源(김혼원) p46-47
山雨霏霏澗亂鳴 산우비비간난명 / 산속에 가랑비 내려 개울 물소리 요란한데
細論今古到三更 세론금고도삼경 / 상세히 고금을 논하다보니 어느 듯 삼경이네.
胷中大志誰能識 흉중대지수능식 / 가슴 속 큰 뜻을 누가 능히 알겠는가.
擊磬聲來夢未成 격경성래몽미성 / 경쇠소리 들려와 꿈 이루지 못하네.
*비비 : (비·눈이) 흩날리거나 (연기·구름 따위가) 매우 성한 모양. 계속 오는 모양 *격경 : 공자(孔子)가 위(衛)나라에서 도를 행하려는 뜻을 지니고 경쇠를 치고 있을 적에, 마침 삼태기를 메고 그 집 앞을 지나가던 은자(隱者)가 그 소리를 들어 보고는 “마음을 둔 것이 있구나, 경쇠를 두들김이여.〔有心哉 擊磬乎〕”라고 평한 대목이 《논어》 〈헌문(憲問)〉에 나온다.
雨歇空山水亂鳴(우헐공산수난명)
비 그친 산중에는 물소리 요란하고
-久甫(심구보) p47
雨歇空山水亂鳴 우헐공산수난명 / 비 그친 빈산에 물소리 요란하고
月來天上夜三更 월래천상야삼경 / 달이 뜬 하늘은 밤 깊은 삼경이네.
男兒抱負誠非偶 남아포부성비우 / 남아의 포부는 참으로 우연 아니니
大志今秋竟有成 대지금추경유성 / 큰 뜻을 이번 가을엔 반드시 이루리라.
寺前枯檜(사전고회)
절 앞의 늙은 전나무
-김지익, 김혼원, 심구보 p47
直榦凌霄百尺高 직간능소백척고 / 곧은 줄기 하늘 찌르며 백 척의 높이 되어
淸溪之上碧山隅 <謙> 청계지상벽산우 / 맑은 계곡 위에서 푸른 산과 짝 이루네.
勁姿昔日經霜茂 경자석일경상무 / 굳센 자태 지난 날 된서리 견뎌내고
老甲今朝遇旱枯 <渾> 노갑금조우한고 / 늙은 껍질 오늘 아침 가뭄 만나 말랐네.
月出頓踈前影乱 월출돈소전영란 / 달이 떠니 듬성듬성 앞 그림자 어지럽고
風來却滅舊香赖 <謙> 풍래각멸응향뢰 / 바람 불다 멈추니 옛 향기에 의지하네.
龍堂自此無顔色 용당자차무안색 / 우물가에 이제부터 아는 얼굴 없으니
重發英華幾歲乎 <久> 중발영화기세호 / 영화가 다시피는건 어느 세월이리오.
*고회 : 늙은 전나무 *능소 : 하늘을 찌르다 *돈소 : 듬루다 *영화 : 뛰어난 재능
子規(자규)
두견새
-김지익, 김혼원 p47
蜀帝千年未返魂 <久> 촉제천년미반혼 / 두견새 천년동안 혼이 돌아오지 못하고
空山啼血月黃昏 <渾> 공산제혈월황혼 / 공산에서 피 울음 토하니 달빛도 기우네.
江南亦有飛來處 <謙> 강남역유비래처 / 강남에는 그래도 날아갈 곳 있으니
莫向西天憶故園 <謙> 막향서천억고원 / 서천 향하지 말고 옛 전원 기억하거라.
*촉제 : 옛날에 촉(蜀)나라 임금 두우(杜宇)가 그의 신하인 별령(鱉靈)의 아내를 간음하고서 왕위를 내놓고 도망갔다가 죽어 두견새로 변했는데, 항상 한밤중에 피를 토하면서 불여귀거(不如歸去)라는 소리처럼 운다고 하며, 두견새가 토한 피가 묻어 진달래꽃이 붉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 촉금(蜀禽)은 두견새를 말하며, 꽃은 진달래꽃을 말한다.
旣事(즉사)
즉석에서 읊다
-심구보, 김혼원, 김지익 p47-48
山月堂窓白<久> 산월당영창 / 산월이 창을 밝히고
溪流遇石喧<渾> 계류우석훤 / 돌 틈사이 시냇물 요란하게 흘러가네.
二三同筆硯 이삼동화연 / 두세 명이 붓과 먹을 함께 갈며
樽前細論文<謙> 준전세논문 / 술잔을 앞에두고 학문을 논하네.
同苦(동고)
괴로움을 같이하다
-김지익 外 p48
僧飯山蔬樂有餘<謙> 승반산소락소유 / 스님은 밥상 산나물로 여유를 즐기는데
奚當朝暮歎無魚 해당조모탄무어 / 아침저녁 고기 없다고 어찌하여 탓 하리오.
苦盡甘來知不遠<渾> 고진감래지불원 / 고진감래 멀지 않음 알고 있기에
天生吾輩信非虛<謙> 천생오배신비허 / 하늘이 우리들 내렸으니 믿음 버리지 않네.
火爐(화로)
화로
-謙婌(김지익) p48
窓外獰風雪丈深 창외녕풍설장심 / 창밖 모진 바람에 눈이 깊이 쌓이는데
寒兒爨婢每相尋 한아찬비매상심 / 가련한 찬비들 매번 서로 살피네.
口中呑炭終無語 구중탄탄종무어 / 입 속에 숯을 삼켜 끝내 말이 없으니
千載如看豫讓心 천제여간예양심 / 천년 뒤에 예양의 마음을 보는 것 같네.
*녕비 : 모진 바람 *찬비 : 부엌일 하는 하녀 *예양 : 예양(豫讓)은 전국 시대 진(晉)나라 사람으로 처음에는 범씨(范氏)와 중항씨(中行氏)를 섬기다가 나중에 지백(智伯)을 섬겼는데 지백이 조양자(趙襄子)에게 죽자 원수를 갚으려고 스스로 숯을 삼켜 벙어리가 되기까지 하였다. 조양자가 유독 지백을 위해 복수하려는 이유를 묻자, 지백이 자기를 국사(國士)로 대했기 때문에 자신도 국사의 입장에서 보답하려는 것이라고 대답한 고사가 있다.《史記 卷86 刺客列傳》
火爐(화로)
화로
-渾源(김혼원) p48
何事半僧托契深 하사반승탁계심 / 무슨 일로 반 스님과 절친한 벗이 되어
河濱遺質更看尋 하빈유질갱간심 / 하빈에 남긴 질그릇 다시 깊이 살펴보네.
供香欲問非窳理 공향욕문비유리 / 향 올리며 일그러지지 않는 않은 이치 물으니
吞炭無語露赤心 탄탄무어로적심 / 숯 삼킨채 말없이 붉은 마음 드러내네.
*탁계 : 절친한 벗이 되다. *하빈 : 舜이 천자(天子)가 되기 전에 뇌택(雷澤)에서 물고기를 잡았었는데 뇌택의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거처(居處)를 양보하였고, 하빈(河濱)에서 질그릇을 구웠는데 하빈의 질그릇 중에는 거칠고 나쁜 것이 없었으며, 역산(歷山)에서 농사를 지었는데 역산 지방의 사람들이 모두 밭이랑을 양보하는 등 모두가 그 덕에 감화되었으며, 어리석었던 아버지와 간사했던 어머니까지도 효성으로 감화시켰다고 한다. 이에 요(堯) 임금이 두 딸을 시집보내고 아홉 아들을 보내 견묘(畎畝)에서 따르게 하여 안팎의 일 처리 능력을 살펴 28년의 섭정(攝政)을 하게 한 다음 선양(禪讓)하였다. 《史記 卷1 五帝本紀》《孟子 萬章上》
燈火(등화)
등불
-謙婌(김지익) p48
焚膏聊繼寸陰消 분고료계촌음소 / 등불 밝혀 가르침 잇다 짧은 시간 사라지고
絳帳高懸坐待朝 강장고현좌대조 / 붉은 휘장 높이 걸고 아침을 기다리며 앉아있네.
斫桂初心明若火 작계초심명약화 / 과거급제 초심을 불처럼 밝히며
共磨霜刃自今宵 공마상인자금소 / 서릿발처럼 칼날 갈다 어느 듯 밤중이네.
*분고 : 등잔불을 밝힘 *강장 : 붉은빛의 휘장 *고현 : 높이 걸다 *좌대 : 기다리다 *작계 : 계수나무를 베어냄. 당(唐)나라 이래로 과거에 급제하는 것을 ‘월궁에서 계수나무를 꺾었다’라고 표현하였다.
燈火(등화)
등불
-渾源(김혼원) p49
惜照初心尙未消 석조초심상미소 / 해질 녁 초심이 애석하게 여전히 남아
借光勤苦待淸朝 차광근고대청조 / 달빛 빌려 노력하며 맑은 아침(조정) 기다리네.
成霜一釼何時試 성상일일하시시 / 서릿발 같은 칼날은 어느 때 시험하리.
夢賚遅遅丙枕宵 몽뢰지지혈침소 / 재상 얻기 지체하다 침소들 밤이 되었네.
*차조 : 전국 시대 제(齊)나라 여자의 이름이다. 밤에 길쌈을 할 적에 집안이 가난해서 계속 등불을 밝힐 수가 없자, 이웃집 여자인 이오(李吾)에게 찾아가서 “한 사람에게 더 비춰 준다고 해서 등불이 더 어두워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설득하고는 그 불빛을 빌려 길쌈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列女傳 齊女徐吾》 *차광 : 차광(借光)’은 원래는 ‘月借光於日’에서 유래하였다. 빛을 빌린다는 것은 어리석은 자가 현인이 발하는 덕성(德性)의 빛을 빌려 깨달아간다는 뜻이다. *근고 : 애써 노력함 *청조 : 맑은 조정 *몽뢰 : 몽복(夢卜)과 같은 말로 임금이 훌륭한 재상을 얻는 것을 말한다. *지지 : 꾸물거리는 모양 *병침 : 옛날에 임금이 침소에 드는 시각. 밤 11시
軍持(군지)
물병
-謙婌(김지익) p49
溪流口吸腹中盈 계류구흡복중영 / 계곡 물 들이켜 뱃속을 채우며
朝暮龍堂慰泉生 조모용당위천생 / 아침저녁 용당에서 샘물을 위로하네.
淸磬一聲催滌器 청경일성최척기 / 청아한 경쇠 소리 그릇 씻기 재촉하여
環隨左右注均平 환수좌우주균평 / 좌우를 따라서 고르게 채우네.
*군지 : 조선시대 군졸이 차던 물병 *용당 : 우물터(?). 샘물 *취생 : 악취. 냄새가 나다
軍持(군지)
물병
-渾源(김혼원) p49
出舍淸水腹藏盈 출사청수복장영 / 절을 나와 맑은 물로 뱃속을 채우고
入向僧前耳吐生 입향승전이토생 / 들어와 스님 앞에 귀에서 토해 내네.
分酌甚均同左右 분작심균동좌우 / 좌우가 고르게 나누어 따르니
如者千載漠陳平 여자천재막진평 / 천 년 전 사막에서 진평이 이와 같았네.
*진평 : 한(漢)나라의 고조가 흉노의 포위로 고통을 받은 일인데, 진평(陳平)의 융통성 있는 계책으로 겨우 위기를 면한 고사이다. 《漢書 卷40 陳平傳》
聴磵(청간)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謙(김지익) p49
能令人不寐 능령인부매 / 잠 못 들게 하기에는
最是玉溪水 최시옥계수 / 옥계수 최고인데
窓外琴誰彈 창외금수탄 / 창밖에서 거문고 누가 타고 있는지
冷冷夜未己 랭랭야미기 / 쌀쌀한 밤 되어도 그칠 줄 모르네.
*냉냉 : 냉냉하다의 어근 *미기 : 이루지 못하다
聴磵(청간)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渾(김혼원) p49
檻前攻玉聲 함전공옥성 / 난간 앞에 구슬 소리 밀려오니
知是淸溪水 지시청계수 / 청계수 틀림없다네.
始泉遠達海 시천원달해 / 샘물에서 시작하여 멀리 바다 도달하듯
晝夜何時己 주야하시기 / 주야로 하다보면 어느 땐가 이루리.
*시사 : 제향, 시향사
聴磵(청간)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久(심구보) p49
窓間人不宿 창간인불숙 / 잠 못 이루는 창가에서
閑聽檻前水 한청함전수 / 난간 앞 물소리 한가로이 듣노라니
亦有朝宗意 역유조종의 / 역시 조종의 뜻이 있어
淙淙夜未己 종종야미사 / 졸졸졸 밤새도록 그치지 않네.
*종종 : 물 흐르는 소리
蟋蟀(실솔)
귀뚜라미
-謙(김지익) p49
秋氣爾知否 추기이지부 / 가을기운 아는지 모르는지.
鳴聲亦有羣 명성역유군 / 울음소리 역시도 무리를 이루었네.
夜來入窓戶 야래입창호 / 밤 되어 창틈으로 들리는 소리
騷客最先聞 소객최선문 / 시인 문사 가장 먼저 듣고 있다네.
*실솔 : 귀뚜라미 *창호 : 창과 문을 통칭하는 말 *소객 : 시인과 문사
高僧禮佛(고승예불)
고승이 예불을 올리다
-謙(김지익) p50
高僧拜佛処 고승배불처 / 큰 스님 절하는 곳에서
鐘聲落暮雲 종성락모운 / 종소리 노을 속으로 울려 퍼지네.
幽人靜無事 유인정무사 / 유인은 고요히 말이 없는데
禪誦自爲羣 선송자위군 / 게송소리 저절로 무리 이루네.
*유인 : 어지러운 속세를 피하여 깊숙한 곳에 숨어사는 사람 *선송 : 게송을 암송함. 선송(禪誦)은 좌선(坐禪)하고 불경을 외우는 것을 말한다. 당나라 왕유(王維, 699~759)의 시에 “산중에 불법 닦는 승려가 많으니, 선송하며 절로 무리를 이루었네.〔山中多法侶, 禪誦自爲群.〕”라고 한 구절이 있다. 《王右丞集 卷13 山中寄諸弟妹》
古佛禮佛
고승이 예불을 올리다
-渾(김혼원) p50
明燭誦經處 명촉송경처 / 촛불 밝혀 게송하는 곳에서
磬聲出白雲 경성출백운 / 경쇠소리 백운 속으로 울려 퍼지네.
合掌靜裏坐 합장정이좌 / 합장하고 고요히 앉아서
何事獨無羣 하사독무군 / 무슨 일로 홀로이 무리 짓지 않는가.
*경성 : 경쇠소리 *정리 : 조용한 가운데 *하사 : 무슨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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