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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3월, 스리랑카로 떠났다
말레이시아를 경유한 비행기가 쿠알라룸프르 공항에서 7시간이나 대기한후에야
콜롬보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밤10시가 넘었다
처음 가는곳인데다 밤까지 늦었으니 숙소까지 찾아가는 것도 문제여서
공항 픽업택시를 35달러에 미리 예약해 놓았다
게이트를 나서자 누군가 내이름이 써진 피켓을 들고있는게 보인다
이 낯선나라에서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있다는것이 우선 반갑다
픽업기사 양반, 리무진처럼 크고 좋은차를 가져왔는데 캐리어도 없이 배낭하나만 짊어진
나를보고 당신 혼자냐고 물어보는 것이 달랑 나혼자인 것에 약간 실망한 눈치다
캐리어도 들어주고 팁도 받아야하는데..
재밋는건 내가 예약한 호스텔이 아니라 같은이름의 비싼 5성급 호텔에 데려다준것,
한참이나 걸려서 다시 찾아갔지만 코로나이후 3년만에 여행객들을 맞이하는
현지인들의 부푼 기대감같은 것들이 엿보인다
ETA 라고 사전비자를 온라인으로 내야하고, 처음가보는 스리랑카는 어디쯤 있는 나라일까
인도밑에 눈물방울처럼 생긴 작은 섬나라인데 수년전 미얀마여행중에
같은 불교국가라고 스리랑카 얘길 자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때 맘속으로 버킷리스트에 올려놓았던 참인데 이번에 우연히도 갈 기회가 되었다
지금 다녀와서 생각해봐도 전세계 불교국가중 내가 본 봐로는 미얀마가 제일인것 같고
그다음이 스리랑카인것 같아서 두나라만의 알수 없는 평행이론이 있어 보인다
첫날, 실론티의 본고장에서 마시는 첫 홍차의 맛은 떫고도 강렬했다
호스텔에서 주는 웰컴티가 짙은 선홍빛으로 우러나 있다
룸에도 커피보다는 티가 더 많이 비치되어있어 여기선 주로 차를 마셔야 할 것 같은 느낌
나도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는데 여기와서보니 정말 차의 본고장이다
동양의 진주라는 별칭처럼 끝없이 펼쳐진 차밭들이 아름답고 매력적인 나라
차를 마시고 나서는 콜롬보 시내로 나왔다 한복판에 멋진 호수가 있어 산책하기 좋다
그냥 무작정 걷다보면 저멀리 우뚝 서있는 콜롬보 타워가 유독 눈에 뜨인다
웬지 저기는 한번 올라가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타워를 목표로 무조건 걷는다
방향만 잡고 걷다가 골목에 길이 막히면 우회해서 돌아 나오고..
콜롬보시내에 스카이라인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 멀리서도 잘 보인다
운동삼아 걷기를 좋아하다보니 생긴 컨셉인데 이렇게 시내를 걷다보면 현지인들의
소소하고 재밋는 일상도 엿볼 수 있다
불교국가답게 시내 곳곳에 부처님을 모신 법당들이 많은데 지나가던 버스에서
어떤 젊은이 하나가 뛰어 내리더니 법당 대문에 있는 사자입에 동전을 투척하고
다시 잽싸게 올라타는 것이다
달리는 버스에서 튀어나와 동전을 넣고 다시 버스에 올라탄다?
아무리 천천히 달리는 버스라고해도 결코 쉽지 않은일일텐데 여유있게 하는걸 보면 자주있는 일인듯하다
자세히 보니 그 사자입이 시주통이었던 모양이고 그만큼 불심이 충만한 나라라는걸 보여주는 것 같다
거기다 버스들이 문을 열어놓고 개문발차를 하고있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스리랑카만의 낯선문화이기도 하지만 여기와보니 버스들마다 전부 문을 열어 놓고 달린다
호숫가를 한바퀴 돌아서 타워에 도착해 삼만원 정도하는 입장료를 내고 전망대에 올랐다
스카이 라인이 소박한 도시 콜롬보 시내가 사방으로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렇게 멋진 전망대에 외국 관광객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현지인 들 뿐이다
그래선지 호기심 많은 젊은친구들이 어디서 왔냐고 묻고 한국에서 왔다고하니 사진도 같이 찍자고 한다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고 굉장히 호의적이다
많지않은 그중에 이십대 초반의 스님 두분이 계셨는데 진홍색 장삼을 걸치고 계서서 단연 눈에 띄였다
생각지 않게 스님이 먼저 말을 걸어 오셨다 나에대해서 무척이나 관심이 많으시다
어떻게 혼자서 이렇게 먼곳까지 오게 됐냐는 말씀인데 두 스님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가까이 보자니 어째 많이 닮았다고 느끼는 순간 두분이 친형제라고 말씀을 하신다
내가 리얼리? 하고 놀라기도 전에 한분은 미얀마에 계시고 동생같아 보이는 스님은
여기 스리랑카에 계신다는 것이다
나도 지구촌 여기저기를 떠돌아 다니고 있지만 이 형제스님에게는 무슨 운명적인 삶이 있었을까
속세를 등지고 출가하는것이 아무나 할 수없는 신의 영역이 아닌가
영어가 짧기도하지만 차마 많은 것을 물어보지 못했다
고향은 어디며, 지금 형제분이 얼마만에 만나서 같이 계시는것인지..
세속인들처럼 일일이 궁금한것들을 묻지 못하고 가슴에 담았다
스리랑카나 미얀마나 불교를 심봉하는 나라여서 스님이면 나쁘진 않을 터이지만
그럼에도 두형제분이 이런 경우는 흔치는 않을 것이다
내가 우리식으로 바라본 편견일지는 모르지만 스님의 표정이 그렇게 밝아 보이지 않아서 더 그랬다
지금 내전이 한창인 미얀마의 국내사정도 그렇고 해서 그 짧은 순간에도 여러가지 번뇌가
내 뇌리를 스쳐가며 많은 생각들을 하게한다
두형제 스님이 나란히 걸으며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만 있었다
나무 관세음보살..
이름처럼 달콤한 캔디를 가다
캔디가는 기차를타러 콜롬보역에 나왔더니 수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이리저리 몇번을 물어보고 나서야 17번 창구에서 캔디로 가는 표를 판다는 걸 알게됐다
창구앞에 한참을 줄서있다 갔더니 좀 괜찮아보이는 1,2등칸은 이미 다 팔렸다는 것이다
그럼 아무거나 주세요하고 1500루피면 우리돈 6천원이 안되는 표를 들고
3등칸에 자발적으로 올라 탔는데 랜덤좌석이라 재빠른 현지인들이 이미 다 차지하고 없다
입석손님들로 가득한 통로 바닥에 에어컨이 없어 땀을 뻘뻘흘리며 쭈그려 앉아있는데
검표하는 차장이 지나가다가 내표를 보자더니 따라오라는 것이다
혹시 외국인 우대? 잔뜩 기대감으로 갔더니 C칸이 원래 내자리였던 모양,
차표지에 잉크가 말랐는지 희미하게 인쇄돼있어 잘 알아보지 못했다
어쨌든 여긴 에어컨이 나오고 입석손님도 없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천국이 따로없네
캔디는 이름처럼 멋지고 이색적인 도시다
산으로 둘러쌓인 가운데 호수를 옛 왕조시대에 인공적으로 만들었다는데
산자락 곳곳에 멋진 집들이 자리하고 있어 녹색호수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어우러져 운치가있다
나도 언덕 중턱쯤에 있는 어느 호텔에 들었는데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뷰가 일품이었다
아침에 창문을열고 보면 원숭이 떼들이 지붕이며 나무로 옮겨다니는 소란스러운 모습도 보인다
아침의 첫시작은 무조건 호숫가를 따라 사진 찍으며 산책하는 일이다
이 아침의 상쾌한 공기, 멋진 풍경들을 놓칠수없기 때문이다
호숫가에는 불치사라는 유명한 절이있어 절에 안치된 부처님 치아를 접견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나는 사실 멋모르고 사람들을 따라서 이층에 올라갔다가 한참을 꽉 끼인채로 오도가도 못하고 갇혀있다
서둘러 내려왔으니 대단한 곳이다
다음날 오후에는 담블라에 가기위해 로컬버스를 탔더니 울긋불긋 화려하게 치장을 한 버스가
알수없는 종교음악까지 쉬지않고 틀어댄다
그래도 캔디에서 담블라로 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라서 다른 대안이 없다
여기 담블라에 온이유는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최고의 베스트코스인 시기리야에 가기위해서다
홈스테이를 찾아 묵었는데 숙소의 마당이자 정원에도 야자나무와 수풀이 무성해 높은
나뭇가지 사이로 원숭이 들이 왔다갔다한다
숙소 주인장이 자기 친구라며 툭툭이 기사를 소개해주었다
여기 담블라에 오면 시기리야,파우랑가드에 고대도시 유적까지 볼거리가 세군데 정도 있는데
세군데를 35불에 다 돌아보기로 예약하고 출발했다
툭툭이를 타고 가는길엔 처음보는 스리랑카의 농촌풍경들도 엿 볼수있다
특히 밀밭 가까운 나무마다 작은 오두막들이 높게 설치되어 있었는데 알고보니
농사를 망치는 코끼리 감시탑이라는 것이다
가까이서 보는 시기리야는 사진으로 보던것보다 훨씬 더 웅장해보였다
엄청나게 커다란 바위덩어리에 압도된다
반역을 피해 바위위에 성을쌓고 숨어 지낸곳이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수없다
밑에서 부터 가파른 계단을 올라 정상까지 둘러보는데 2시간정도는 소요되는 것같다
워낙 스리랑카에서 유명한 관광지다보니 우리말도 들린다
스리랑카에 와서 삼일만에 처음 만나는 한국사람들이다
어느 사찰에서 온 듯 스님한분이 신도들과 같이 오신 모양이다
정상에선 뷰가 좋은데다 햇볕마저 너무 강렬해 다들 인생샷 하나쯤은 건졌을 것 같다
툭툭이 기사랑 약속된 시간에 맞춰 주차장에 내려왔는데 모여있던 툭툭이 기사중
한명이 나를 반갑게 마중하며 안내하길래 엉겹결에 타고 앉았는데 바로 출발하기 시작한다
근데 툭툭이 색갈과 기사 옷이랑 좀 다른것 같은데 하는순간 누군가 소리치며 뛰어온다
아차 이제보니 내가 아침에 타고온 툭툭이 기사가 아닌가
다행이 시야에서 사라지기전에 불러 세웠으니 망정이지 서로 낭패를 볼뻔했다
솔직히 스리랑카사람들 얼굴은 다들 비슷하게 보여서 잠깐 본걸로는 잘 구분이 안된다
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려서 내가 더위를 먹었을까
사실은 올라가기전에 기사 핸폰과 툭툭이 번호판 사진도 찍어두었음에도 엉겹결에 벌어진일이다
그럼에도 천연덕스럽게 나를 태우고 떠나려던 기사는 뭔가?
다시 툭툭이를 타고 조금만가면 아쉬랑가드가 나온다
여긴 정상까지 둘러보는데 한시간정도 소요되는 것 같다
다들 여기서 저 멀리보이는 시기리야를 배경으로 멋진사진을 찍느라 한창이다
다시 고대유적지가 있는 플로나와로 출발하면 정글속을 지나가는 길이라
표지판에 코끼리 주의하라는 표지판이 가끔보인다 여우와 사슴도 보이고
새끼를 데리고가는 코끼리를 만났지만 채 사진 찍을새도 없이 지나쳤다
여기서 원숭이는 동네 강아지보듯 자주 볼수있다
유적지는 범위가 넓어 툭툭이 기사의 안내가 필요하다
그냥 혼자 돌아다니기에는 무더운날씨에 지치기 안성맞춤이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는 비할바 못되지만 멕시코 정글속의 마야 유적지랑 비슷한 모양새가 있다
돌로 쌓은 건축물이나 섬세한 조각들이 지금 만든다해도 어려워 보이는데
그 옛날에는 뭔일들이 있었던건지..
담블라의 대표적인 명소 세군데를 하루 당일에 끝내려니 조금 힘들기도 하지만
툭툭이를 타고 정글속을 달리는 기분은 시원하기도 하지만 구경하기에도 안성맞춤이라 정말 괜찮았다
하옇튼 아침9시에 출발해서 저녁 7시경에 돌아왔으니 오늘은 하루종일 툭툭이와 함께한 날이다
칸달루시야록이라고 주변을 검색하다 우연히 멋진 사진 한장을 보게 됐다
산을 좋아하는 내가 그냥 지나칠수 없을만큼 매력적인 곳이라 꼭 가보고 싶은데
거길 가려면 대중교통은 따로 없고 툭툭이를타고 산자락을 넘어 가야하는 모양이다
캔디에서 출발해 해발 1500m이상은 돼보이는 산길로 구비구비 달린다
한 50km 정도 되는길을 가다보니 여기야말로 드라이브 맛풍경이다
시야가 닿는 곳마다 짙푸른 나무들사이로 끝없이 이어지는 홍차밭들로 장관이다
두시간정도 달려 어느 산밑에 도착했다
툭툭이 기사는 여기에 남아있고 늘상 산행하듯 혼자서 저멀리 보이는 정상 쪽으로 걸었다
산위로 가는길은 다행이도 표지판이 있어 혼자 찾아 가는데도 어렵진 않다
문제는 아무도 없이 나혼자라서 사진찍어 줄 사람이 없다는 것
바위앞에 타이머를 놓고 수차례 왔다갔다 한 끝에 어렵사리 인증샷을 찍긴했다
다시 캔디로 돌아오자마자 터미널에서 오후3시반 버스를 타고 누와라엘리야로 출발했다
로컬버스로 산길을 세시간정도 달리며 버스가 계속 오르막길을 올라가길래
과연 얼마큼이나 올라가는지 궁금해졌다
핸드폰의 고도계를 열어보니 2020m를 가리키고 있다
그렇게 산 고개를 넘어서자마자 바로 시내가 나타나고 여기가 누와라엘리야다
그때가 오후 6시경이어서 서둘러 버스터미널 옆에 가까운 게스트하우스로 숙소를 정했다
해발 이천미터 가까운 동네인데도 온통 산자락마다 녹색의 향연이다
여긴 해발이 높다보니 우리식으로 보면 고랭지채소들도 많이 재배하는지
도로옆에 채소들을 잔뜩 쌓아놓고 팔고있다 여기와 보니 사람들 옷차림부터가 달라졌다
온도가 낮아진 탓에 털모자와 외투를 입고다니는 것이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
세상 끝 풍경속으로
호툰 플레인스 국립공원안에 "World,s End" 라고 세상끝 풍경이 있다니 너무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어쨋든 가봐야 할것같은 생각에 알아보니 대중교통은 따로 없고 툭툭이를 섭외해서 가야한다는 것이다
호텔매니저한테 물어보니 생각보다 좀 비싼 듯 해서 터미널에 나가 직접 알아봤다
툭툭이를 타고 왕복하는 비용이 보통 7000루피정도인데 6000에 깍아서 가기로 예약했다
그냥 툭툭이들이 모여 있는데서 물어만 봤을뿐인데 한분이 끝까지 따라 붙는다
아침6시경에 출발해서 툭툭이로 산길을 올라 7시반에 도착했다
오늘아침 일출은 이미 사작되어 주변이 환해졌다 일출까지 보려면 새벽5시에는 나와야 할듯
첫번째 게이트에서 비용을 지불하는 데 25불에 차량10불에다 기사차지까지 해서 40불을 내라는것이다
아무래도 혼자와서 추가부담이 많다
하필 어제가 일요일이어서 루피를 미처 바꾸지못했다 가진돈을 다 털어내보았지만
요금 만이천루피에서 이천루피 정도가 부족한데 절대 안 깎아준다
실랑이를 하고있으니 툭툭이 기사가 자기가 이천루피를 빌려준다고 한다
시내가서 ATM에서 뽑아주는 조건으로 툭툭이 기사한테 이천루피 빌리긴했지만
사실 비상금 100달러가 몇장있지만 여기서 환전하면 손해보기 싫어서 그러자고 했다
조금더 들어가니 두번째 게이트가 나오고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탐방이 시작된다
직원들이 가방검사를해서 비닐을 제거하고 친환경 종이팩에 물건을 담아가게 한다
입구에서 조금만 걸으면 삼거리가 나오고 한바퀴를 돌아 나오는데 서너시간 걸린다
해발 이천미터 가까운 평원에 아침 이슬을 머금은 풀잎들이 저마다의 색감으로 마치 딴세상 풍경처럼 보인다
지금껏 어디서도 본적없는 분위기를 연출해 호툰 플레인스라는 이름값을 톡톡이 하고있다
전혀 오염이 안됐을것 같은 토양들이 무지개 색갈처럼 울긋불긋하게 보인다
정작 내가 제일 궁금하게 생각했던 세상끝 풍경은 절벽 끝에 있었다
산을 많이 다닌 내가 감동까지 할 정도는 아니라지만 수백미터 낭떠러지 너머 저쪽 풍경은
분명 또다른 세상이었다
"World's End"를 마음속에 담고 한바퀴를 돌아 나올 때는 한낮이었고 햇살이 스쳐간 풀잎들은 풀이 죽어있다
이른 아침에 보이던 그 싱그러움은 이미 사라졌고 들어갈때와 나올 때의 풍경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사진의 미학은 빛과 시간이라는 게 절실한 순간이다
여기에 아침 일찍와야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오염되지않은 멋진 풍경속에서 서너시간 동안이나 함께하며 걸을 수 있다는건 더없이 행복한 일이다
나자신이 스스로에게 투자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이다
여기까지 오기가 좀 어렵고 비싸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엘라에서 하프탈레까지
누와라울레에서 엘라가는 기차를 탔다 여기가 그 유명한 산악열차 구간이다
산기슭을 천천히 달리는 완행열차에서 사람들이 통로에 매달려간다
창밖에 끝없이 펼쳐지는 울창한 산림이나 차밭을 바라보자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
엘라까지 두시간정도 걸리는 구간을 천천히 달리는 기차에서 즐기며 간다
스리랑카에 오면 필수코스가 되었는지 대부분이 서양 관광객들이다
엘라는 배낭여행자들의 성지답게 호텔이나 레스토랑들이 많다
호텔에서 아침일찍 산책나섰다가 나인알처스 다리까지 걷게됐다
사진으로만 보던 나인 아치를 직접보니 감회가 새롭다
아침 이른시간인데도 벌써 사람들이 모여 기차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마침 기차 한대가 지나가고 영화에서 본것처럼 사람들이 모여서 달리는 기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엘라에는 멀지않은곳에 아담스피크가 있다
산자락을 한참 걸어 올라가면 최고로 전망좋은 피크가 나온다
뷰가 좋아 사진찍기 좋은 곳인데 예전에 아담스라는분이 매일 올라와서 차를 마셨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오후에는 버스를 타고 하프테라로 갔다
누와라울레에서 기차로 올때 지나쳐왔지만 여기에도 꼭 들러야 할 곳이있다
기차역을 중심으로 버스터미널도 시장도 다같이 모여 있는 조그만 산동네지만 정말 운치가 있다
게스트하우스에 숙소를 예약하고 찾아 가보니 산이 워낙 높아서 발아래 저멀리에 흰구름이 깔려있다
발코니에 앉아 웰컴티를 마시고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는 곳이다
산동네라 일찍 문닫기 시작하는 시장터에 구경하러 나갔다가 고구마 5개, 당근 3개, 토마토 7개를
몽땅 300루피에 사서 숙소로왔다 우리돈 천원정도를 가지고 한보따리 샀으니 웬지 득템한 기분이다
후한 시장 인심에다 도시물가보다도 여기가 산지라서 그런지 훨씬 저렴하다
조리할 필요없이 깎아서 생으로 먹을수 있는 것들이라 간식으로 딱이다
립톤씨트 가는 길
4000루피에 예약한 툭툭이를 타고 아침 6시에 립톤시트로 가는 길은 뷰가 좋다
산자락을 타고 가는 주변에 보이는곳은 온통 차밭이다
해발 이천미터 가까이 차밭 사이로 올라가니 정상에 찻집이 하나있다
여기가 그 유명한 립톤경이 앉아서 차를 마셨다는 의자가 있는 립톤시트다
어디를 둘러봐도 짙푸른 녹색의 차밭이다 100루피에 진하게 끓여주는 홍차한잔을 마시며 산아래를
굽어보는 맛이 일품이다 차맛도 차맛이지만 뷰가 너무 좋아서 정말 내려가고 싶지않아진다
이제 겨우 아침 7시반인데 이른아침에 이렇게 경치좋고 공기좋은곳에 올라와서 마시는 차맛을
어디에다 비교할 수 있을까 이건 여기서만이 누릴수 있는 특권이다
내려갈때는 툭툭이를 먼저 보내고 아주 천천히 걸어 내려온다
멋진 풍경이 보이면 사진도 찍어가며 차밭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운동삼아서라도 한시간 정도 걸으면 초등학교를 지나 마을아래까지 내려 갈 수 있다
마을에는 차를 만드는 공장이 있고 여기에 툭툭이가 기다리고있다
공장에선 차만드는 공정을 견학도 할수있고 최상급의 좋은 차를 직접 구입할 수도 있다
다시 툭툭이를 타고 내려갈 때는 그사이 안개가 피어올라 산아래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역시 이른아침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꾸려 우데아라국립공원 가는 버스를탔다
이젠 산악지역인 하프탈레에서 내려가 해안쪽의 사파리로 유명한 국립공원으로 간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타고 두시간정도를 내려가 중간에 한번 갈아타고도 한시간을 더 가야한다
우데아라국립공원앞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세시가 넘었다
서둘러 툭툭이를 잡아타고 국립공원 입구로 갔는데 하필 천둥번개와 함께 비가 쏟아진다
빗속을 두시간 넘게 사파리차량을 타고 공원을 돌아 다녀봤지만 비가 온 탓인지 별로 볼거리가 없다
코끼리 사파리로 유명한 국립공원이래서 잔뜩 기대를 하고 왔는데 너무 서두른데다
아무래도 날을 잘 못잡은 것 같다 아쉽긴 하지만 처음으로 6인승 사파리차량을 혼자 전세내
타고 다니며 국립공원 구경 실컷 한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갈레포트로
스리랑카를 오른쪽으로 반바퀴 돌아서 마지막 일정인 갈레포트로 가는 길이다
우데아라 국립공원에서 갈레포트까지 가는 버스가 아침7시에 딱 한번있다고한다
상당히 먼거리이기 때문에 어떻게 갈 것인지가 문제였는데 한대있다는 버스를 놓치지 않기위해
새벽부터 서둘렀다 하필 출근시간대여서 수많은 버스들이 눈앞으로 지나간다
버스가 올 때마다 물어물어 확인하고 서있는데도 내가 타야할 버스가 그냥 지나갈까봐 긴장이 된다
다행이 버스가 제때 와주었다 두어시간을 달려 가니 차창밖으로 바다가보인다
여기서 부터는 해안을 끼고 달리는 모양이다
그동안 열흘가까이 산악지방으로만 돌아다니다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 신선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딱딱한 완행버스에 무려 4시간 넘게 타고 있으려니 엉덩이가 아플지경이다
갈레포트에 도착하니 버스터미널 옆에 기차역도 있고 콜롬보를 가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갈레 포트는 요새안의 오래된 시가지를 둘러보는 재미가있다
골목길사이로 아기자기한 공방들이나 옛스런 카페들이 자라잡고 있다
바닷가를 낀 요새의 성곽을 따라 산책하는 것도 좋다
다음날 아침일찍 콜롬보가는 기차표를 사러 갔지만 일이등칸은 벌써 매진돼버리고 3등칸 밖에 없다
기차에는 이미 사람들로 꽉차있고 통로에 서서 세시간을 넘게 버티려니 너무 힘들다
꽉찬 사람들사이를 수시로 비집고 다니는 장사치들로 더 복잡해지는 기찻길이 바닷가 해안길을
달리고있어 풍광이 좋은들 뭘하나 감상할 여유가 없어 아쉽기만하다
이게 언제적 완행열차인지 몇십년전 오래전의 우리들 모습이다
다시 열흘만에 돌아온 콜롬보는 그사이에 무척 더워졌다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할일은 한식당을 찾아가는일이다
툭툭이를 불러서 어렵게 도착했는데 예약이 다차서 안된다는 것이다
얼마만에 보는 한국식당인데 그렇다고 그냥 갈수는 없었다
잠간이면 되니 아무데서나 한그릇 좀 먹고 갑시다 하며 사정을 하다보니 나도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얻어먹듯 한그릇 먹고는 왔지만 왠지 찝찝했다
그뒤 다른 한식당 한군데를 더 가보고선 좀 놀래긴했다 현지인 로컬음식값에 거의 두배정도나 되는 것이다
무슨 서비스료까지 붙어가지고서 된장찌게 한그릇에 만오천원 정도라니 한국음식이 고급스럽게 대접받고
있다는게 대단해서다
열이틀 동안의 스리랑카 여행을 마무리했다
모든게 완행인 나라여서 기차도 버스도 툭툭이도 실컷 타보며 모처럼 옛향수를 느끼게해준다
좀 옛스럽긴해도 있는그대로에 만족하며 행복하게들 사는것 같다
고산지대에도 싱그러운 차밭들이 끝없이 이어져 어딜가든 짙푸른 열대우림들이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나라
열이틀간의 스리랑카에선 어떤 것들이 추억에 담겼을까
첫댓글 여행도 용기가 필요한데
엄청 용기있는 분이네요
스리랑카 여행 자세한 경험담과 사진으로 구경 잘했네요
대단하십니다~~
아무쪼록 다음코스
중앙아시와와 북유럽 까지 기나긴 여정
잘 다녀오세요~
아침부터 즐거운 여행기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여행 작가를 하셔도 될 만큼의 멋진 글 솜씨~~~
앞으로도 자주 글 부탁 드립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글 솜씨도 거의 작가수준이세요~~
에테르 오라버니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