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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시골 오두막집
나는 조에게 독립을 위해 다른 곳에서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격려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두 다리로 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나는 말했다.
"아빠에게 말씀드려 봐. 아빠가 틀림없이 좋은 추천장을 써 주실 거야."
조는 별 어려움 없이 다른 직장을 구했다. 아일랜드 운송회사인 CIE에서 일하게 되었다. 새 직장으로 옮긴 다음부터는 예전처럼 퇴근 후에 나를 데리러 오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대부분 나는 혼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갔다. 어느 날 저녁, 평소와 다름없이 집 뒷문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뭔가 일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식탁에 아버지가 읽는 일간지 《아이리쉬 프레스》가 놓여 있었다. 그 신문을 펼쳐 보라는 천사들의 말에 잠시 망설여졌지만 나는 의자를 끌어당겨 식탁에 앉아 신문을 넘기기 시작했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나 자신이 느린 동작으로 움직이는 기분이 들었다. 천사들이 신문에서 뭔가 좋지 않은 내용을 비춰 줄까 봐 두려웠다.
나의 천사들이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 로나. 그냥 신문을 넘겨 봐. 그러면 언제 멈춰야 할지 우리가 알려줄 테니까."
나는 한 번에 한 장씩 천천히 신문을 넘겼다. 나의 천사 호수스의 손길이 어깨에 느껴졌다. 그가 내 귀에 속삭였다.
"지금이야. 거기 있는 부동산 매매 광고를 읽어 봐."
나는 그 면을 살펴보았다. 팔려고 내놓은 집들이 수백 채였다. 하지만 어느 것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든 광고기사들이 거꾸로 되어 있거나 반대로 뒤집혀 있었다. 신문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어 보니 한 무리의 천사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있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나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안녕."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엘리야 천사가 인사를 했다. 그가 신문으로 손을 뻗어 손가락 끝으로 부동산 광고 면을 건드렸다. 그러자 모든 기사가 한순간에 제자리를 잡았다. 그가 말했다.
"이제 읽어봐, 로나."
나는 광고 기사들 속에서 '메이누스의 오두막집을 팝니다'라는 문장을 발견했다.
엘리야가 말했다.
"로나, 큰 밭이 딸린 작은 오두막이야. 너와 조를 위한 완벽한 집이야, 자세히 읽어 봐!"
그것은 석 줄로 된 짧은 광고였다.
'매매. 가격은 경매로 정할 것임.'
그리고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엘리야가 다시 말했다.
"로나, 이제 그 광고에 동그라미를 치고 그 면을 오려서 가져가."
나는 엘리야의 말대로 했으며, 오려낸 신문지를 접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엘리야가 말했다.
"준비가 되었을 때 너의 아버지에게 광고를 보여 드려. 그럼 많은 도움을 주실 거야."
나는 너무 행복해 눈물이 글썽거렸다. 엘리야 천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팔을 뻗어 손가락 끝으로 내 눈물을 건드리며 말했다.
"행복의 눈물이구나."
그런 다음 천사들은 사라졌다.
이튿날 나는 운하를 따라 거닐면서 조에게 메이누스의 오두막집 광고를 보여 주며 말했다.
"오늘 저녁에 아빠가 낚시를 마치고 집으로 오시면 말씀드려볼게."
나는 신문을 접어 핸드백에 집어넣었다. 그날 저녁 늦게 조가 가고 난 뒤 아버지가 낚시를 끝내고 돌아오셨다. 아버지는 낚시도구들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크고 신선한 핑크색 민물 송어 두 마리를 한 마리씩 낚시 가방에서 꺼내 자랑스럽게 주방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어머니는 무척 기뻐했다. 낚시 도구들을 모두 정리하고 나서 아버지는 늘 앉는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아버지에게 내가 말했다.
"아빠, 신문에 메이누스의 오두막 광고가 났는데 한번 봐주세요. 값은 경매로 결정할 거라는데, 그건 어떤 식으로 하는 거예요?"
아버지는 무척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마도 내가 집을 알아보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버지의 표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머뭇거림 없이 말했다.
"신문을 이리 줘 봐라."
나는 핸드백에서 신문을 꺼내 아버지 앞의 작은 탁자 위에 펼쳐 놓았다. 아버지는 그 광고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검은 펜으로 동그라미 친 곳이에요. 여기 오른쪽 아래에 있어요, 아빠."
아버지는 다시금 놀란 표정을 짓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서있고 아버지는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먼저 꼼꼼히 그 광고를 읽었다. 그리고 마침내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는 말했다.
"잘했다. 조도 이 오두막 광고에 대해 알고 있니?"
"네, 알아요. 오늘 조를 만났을 때 신문을 보여줬어요. 우리 둘 다 좋아서 흥분하긴 했지만 경매를 어떻게 하는지는 아무것도 몰라요."
"중요한 일부터 먼저 하면 된다. 우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할 거야."
"조도 저도 은행에 저축한 돈이 있어요. 그 은행으로 가면 될까요?"
"그렇지. 그리고 주택 담보 대출은 은행보다 이자가 싼 시의회 같은 곳을 알아봐도 된다. 경매에 대해선 나한테 맡겨라. 내가 전화를 걸어서 알아보마."
"고마워요, 아빠."
아버지가 우리를 도와준다는 사실이 정말 기뻤다. 우리가 그 집을 사게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나는 무척 신이 났다.
이튿날 마침 휴무였던 나는 공중전화 있는 곳으로 걸어 내려가 시의회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서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담보 대출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다. 나는 우리가 아직 결혼하지 않았지만 곧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화를 받은 여직원은 신청 서류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나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가 경매에 대해 알아보았더니 이틀 후에 열린다는 소식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가서 그 집을 직접 살펴봐야 했다. 아버지는 그날 저녁이 어떻겠느냐고 했다.
나는 조의 직장으로 전화를 걸어 퇴근 후에 곧바로 레익슬립의 우리 집으로 와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나는 너무 흥분이 되었다. 뛰다시피 집으로 가서 어머니에게 아버지와의 통화 내용을 전
했다. 어머니는 말했다.
"기대를 너무 크게 갖지 않는 게 좋아. 대출도 쉬운 일이 아니고, 너나 조나 가진 돈이 많지 않으니까."
그날 저녁 조와 아버지가 오 분 간격을 두고 집에 도착했다. 아버지는 팔려고 내놓은 그 집에 전기가 끊어져 있어서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가서 봐야 한다며 저녁 먹을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 아버지의 차에 올라탔다. 어머니도 동행했다. 우리는 곧바로 오두막집을 향해 출발했다. 집에서 차로 십오 분 거리였다.
오두막집 바로 옆 길가에 차를 세웠지만 울타리가 너무 높아 집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문은 잠겨 있었으며, 경매인이 일러 준 대로 아버지는 옆집으로 가서 열쇠를 받아 왔다. 아버지가 문을 연 뒤 열쇠를 조에게 건넸다. 받은 무척 컸는데 온통 식물과 풀들이 키를 덮을 정도로 웃자라 있었다. 우리는 길을 따라 오두막집으로 걸어 들어갔다. 조가 현관문에 열쇠를 꽂아 자물쇠를 풀었다. 문을 열자 몹시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곰팡내가 진동하고 습한 것이 한참 동안 아무도 살지 않은 게 분명했다. 집은 작았지만 조와 나는 상관하지 않았다. 우리가 그 집을 살 수 있기만을 바랄뿐이었다.
집을 한 바퀴 돌아보면서 조와 나는 아버지에게 경매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그 집을 손에 넣는 데 성공한다면, 경매인이 우리에게 공탁금을 요구하지 않겠는가? 수표 발행권이 없는 우리가 공탁금을 마련하려면 은행 계좌에서 미리 현금을 찾아다 놓아야 하지 않을까? 아버지는 경매가 우리 뜻대로 진행되기만 한다면 당일에 아버지가 공탁금을 내줄 테니 나중에 갚아도 된다고 했다. 나는 그 오두막집의 작은 방에 혼자 들렀다 오곤 했다. 내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침묵 속에서 천사들에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부모님과 조와 함께 방들을 둘러보고 있을 때 천사들이 계속해서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장난을 쳤다. 어머니는 왜 그렇게 줄곧 머리를 만지작거리느냐고 내게 물었다. 머리에 거미줄이 묻은 게 아니냐고도 물었다. 그 질문에 나는 속으로 미소 지었다.
우리는 짧은 시간 동안 오두막집 내부를 둘러보고 나왔다. 그런 다음 조가 대문을 잠그고 열쇠를 옆집 우편함에 넣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어머니가 말했다.
"집 꼴이 말이 아니야."
아버지는 어머니를 한 번 쳐다보더니 우리에게 아직도 그 집에 관심이 있느냐고 물었다. 우리 둘 다 동시에 "네!" 하고 대답했다.
그 주 수요일 아침 아홉 시, 나는 부모님과 함께 집을 나섰다. 도중에 조를 태워 가기로 했다. 아버지는 조의 집 바깥에 차를 세우고 나에게 말했다.
"네가 가서 초인종을 누르렴."
조가 문을 열고 차 있는 곳으로 와서 우리 부모님에게 자신의 어머니와 잠깐 인사를 나누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부모님은 사양했다. 그렇지만 나는 조의 어머니를 만나러 안으로 들어갔다. 조의 어머니는 우리에게 진심으로 행운을 빌어 주며 말했다.
"다음번엔 너의 어머니를 만나고 싶구나. 언젠가 일요일에 시간이 되면 너의 부모님을 초대하고 싶다고 전해 줘."
조의 어머니는 우리 부모님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녀는 우리가 차를 몰고 떠날 때까지 문간에서 손을 흔들었다.
나는 차 안에서 조의 손을 꼭 잡았다. 우리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너무 초조했고, 나는 줄곧 기도를 드렸다.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사이에 아버지가 차를 주차시키고 있었다.
경매는 오래된 호텔에서 열렸다. 너무 일찍 도착한 우리는 호텔라운지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쉬었다. 라운지에 앉아 있는 사람들 속에서 한 그룹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주유소의 단골 고객들로, 건축업을 하는 머피 가문 사람들이었다. 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갔다. 나는 아버지가 그들과 악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아버지에게 마실 것을 권했으며, 활발한 대화중에 웃음꽃이 피었다. 아버지가 나를 돌아보더니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표정에서 모든 일이 잘되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조에게 시간을 물었다. 열 시 사십오 분이었고, 경매는 열한 시에 시작이었다. 마침 아버지가 우리 테이블로 돌아왔다. 우리 모두는 진행 상황을 알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중 어느 것을 먼저 듣고 싶은지 물었다.
내가 말했다.
"좋은 소식이요, 아빠!"
아버지가 말했다.
"몇 년 전 석유 파동이 있었을 때 내가 머피 가에 특별히 휘발유와 디젤이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써주었지. 이제 그들 차례야. 대화는 괜찮았고, 너희 둘이 이 오두막집을 사는 데 마음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오두막집뿐만 아니라 땅까지 경매에 나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경매에 참가한 머피 가의 주된 관심은 그 땅에 있었다. 물론 그들은 땅 입구에 있는 오두막집까지 원하고 있었다. 사무실과 트럭 주차 공간으로 쓸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눈 뒤 그들은 오두막집을 포기하고 우리한테 그 집이 낙찰될 수 있도록 모든 도움을 아끼지 않겠노라고 말했다.
라운지에 있던 사람들이 홀을 가로질러 경매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실내는 그다지 밝지 않았다. 의자들이 줄지어 놓여 있고 방 앞쪽에 탁자와 의자 하나가 있었다. 경매에는 스무 명가량이 참석했다. 우리는 오른쪽 중간쯤에 앉고 머피 가는 왼쪽에 자리를 잡았다. 오두막집 차례가 오기 전에 다른 몇 건의 토지 경매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길 위쪽에 있는 땅으로 머피 가에 낙찰되었다.
마침내,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지난 뒤, 오두막집 차례가 되었다. 경매 순서로는 맨 마지막이었다. 입찰이 시작되었고 한 여성이 손을 들어 가격을 불렀다. 아버지가 손을 들고 가격을 약간 높여 불렀다. 그런 다음 머피 가에서 가격을 부르고, 다시 아버지가 불렀다. 그런 식으로 한동안 진행되다가 맨 처음 가격을 불렀던 여성이 응찰을 포기했다. 아버지가 한 번 더 가격을 높여 부르고 머피 가에서 다시 도전했다가 멈추었다. 아버지가 이천오백 파운드를 부르자 더 이상 응찰이 없었다. 경매인이 "낙찰!" 하고 선언한 뒤에야 비로소 나는 숨을 쉴 수 있었다.
경매인이 아버지를 앞으로 불렀고, 아버지가 조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너희들이 집을 살 장본인들이니까 너희도 함께 가는 게 좋겠다."
경매인이 아버지의 이름을 묻자 아버지는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자신은 단지 입찰에 응하기만 했을 뿐 실제로 살 사람은 조와 나라고 설명했다. 경매인은 우리의 이름을 받아 적은 뒤 공탁금에 대해 물었다. 경매인의 물음이 끝나기 무섭게 아버지는 자신이 공탁금을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수표책을 꺼내던 순간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 당시 낙찰가의 십 퍼센트에 해당하는 공탁금 이백오십 파운드는 나에게는 엄청나게 큰돈이었다. 우리를 위해 선뜻 수표를 적는 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깊은 사랑과 감사를 느꼈다. 아버지가 우리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는 것에 나는 너무도 기뻐 아버지를 꼭 껴안고 싶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우리를 조의 집까지 태워다 주었다. 마침 조의 어머니가 정원 울타리 옆에 서서 이웃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조의 어머니는 이번에도 우리 부모님에게 차를 대접하고 싶다고 청했지만 부모님은 다시 사양했다. 조와 나를 차에서 내려 준 뒤 부모님은 손을 흔들며 떠나갔다. 우리는 곧바로 조의 어머니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다.
조의 어머니가 말했다.
"우선 안으로 들이가자. 차를 마시면서 나머지 이야기도 들려주렴. 자세히 듣고 싶구나, 방금 사과 파이도 구웠단다."
우리는 주방으로 들어갔고 조의 어머니가 찻주전자를 불 위에 올렸다. 식탁에는 이미 찻잔과 우유, 설탕, 사과 파이가 놓여 있었다. 차가 준비되자마자 우리 세 사람은 식탁 둘레에 모여 앉았다. 조의 어머니는 모든 걸 자세히 알고 싶어 했기 때문에 대화가 꽤 오래 이어졌다. 조의 집은 가족과 친지들이 자주 드나들어서 언제나 분주했다. 마침 조의 집에 들른 사람들 모두가 오두막집 소식을 듣고 싶어 했다. 어떤 친척은 말했다.
"메이누스라, 너무 멀지 않나? 너희 둘이 그런 촌구석에 살게 된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걸."
나는 웃으며 말했다.
"엄청나게 먼 데로 가는 줄 아시는데, 그래봤자 사십 킬로미터 거리밖에 안 돼요.'
조의 어머니가 물었다.
"내가 함께 가서 집 청소 하는 걸 돕고 싶은데 언제가 좋겠니?"
조가 나를 쳐다보았고 내가 대답했다.
"다음 주 주말이 저는 휴무예요."
조도 그 주 토요일이 휴무라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 주 토요일 아침에 오두막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러고 나서 조가 나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우리 둘 다 그날 일어난 모든 일들 덕분에 매우 들떠 있었다.
오두막집을 사고 나서 며칠 뒤 조와 나는 레익슬립에서 메이누스까지 걸어가서 집 청소를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는 여전히 들떠있었다. 오두막집에 도착해 보니 대문이 열려 있었다. 하지만 현관 열쇠를 찾는 데 한참 애를 먹었다. 마침내 조는 집 건물에서 멀리 떨어진 돌 밑에서 열쇠를 발견했다.
우리의 새 이웃이 우리가 온 소리를 들은 모양이었다. 한 부인이 대문에 와서 소리쳤다.
"거기, 안녕하세요. 나는 옆집에 사는 사람이에요."
나는 대문으로 향하면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로나라고 해요. 우린 여섯 달 뒤에 결혼해서 이 집에 들어와 살 거예요."
그녀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잘됐네요. 이웃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 나는 엘리자베스예요."
나는 엘리자베스를 마당 안으로 초대했고, 우리는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란 뜰을 지나 집 벽을 따라 오른쪽으로 돌아서 현관으로 향했다. 조가 그곳에 서 있었다. 엘리자베스에게 조를 나의 약
혼자라고 소개했다. 엘리자베스는 조와도 무척 반갑게 인사했다.
그녀가 말했다.
"당신들은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군요!"
나는 엘리자베스에게 집 안으로 함께 들어가자고 했다. 조가 열쇠로 현관을 열었고,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집이 너무 지저분해서 놀랐죠? 아주 오랫동안 비어 있었거든요. 코스텔로 할머니가 살다가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죠."
"그렇게 나쁘진 않아요, 엘리자베스."
방들을 둘러보며 내가 말했다. 조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우리가 당장에 멋진 집으로 바꿔 놓을 거예요. 문지르고 닦고 도배도 새로 하고 바닥에는 리놀륨 장판을 깔고 낡은 가구들은 내다 버릴 겁니다."
조가 실내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어쩌면 가구 몇 개는 건질 수 있겠네요. 주방 식탁은 상태가 괜찮아 보이고, 안락의자와 서랍장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진실을 말하자면 우리에게는 가구가 전혀 없었으며 그렇다고 새로 살 형편도 아니었다. 우리는 뭐든지 재활용해서 쓸 생각이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중고 가구를 얻을 계획이었다.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깨끗이 닦으면 거의 새것처럼 보일 거예요. 아 참, 우리 남편이 힘든 일은 거들 수 있을 거예요."
조와 내가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는 남편을 부르러 문밖으로 달려 나갔다.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엘리자베스는 약간 토실토실하고 귀여운 부인이었다. 그것이 내가 그녀를 묘사할 수 있는 전부였다. 미소가 아름다웠고, 그녀 주위의 에너지에서 나는 많은 사랑과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선하고 고결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금세 한 남자를 데리고 돌아왔다. 창백한 혈색에 주름살이 깊고 키 크고 빼빼 마른 사람이었다. 매우 개성 있는 얼굴이었다. 그가 말했다.
"안녕하시오! 처음 뵙겠소."
"남편 존이에요."
엘리자베스가 우리 세 사람을 서로에게 소개하면서 조와 내가 곧 결혼할 사이이며 결혼 후에 이사 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존이 말했다.
"조, 이 집은 손볼 데가 한두 곳이 아니라오. 땀깨나 흘려야 할 거요!"
조가 말했다.
"맞는 말씀입니다. 뒤쪽의 헛간을 같이 좀 봐주시겠어요?"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고 엘리자베스와 나는 거실에 남았다. 벽난로가 있는 작은 공간이었다. 우리는 침실로 가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방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났다. 내가 말했다.
"세상에, 저 커튼 좀 보세요. 도저히 쓸 수가 없게 지저분한데 새 커튼을 살 형편도 안 되니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들어봐요, 로나. 걱정할 필요 없어요. 내가 이번 주에 저 커튼들을 뜯어다가 빨아 볼게요. 마침 요즘은 내가 한가하거든요."
나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말도 안 돼요, 엘리자베스, 저 커튼들을 다 빨다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닐 텐데요."
"걱정 말아요. 내가 깨끗이 세탁해서 다림질까지 한 다음 다시 제자리에 달아 놓을게요. 내가 커튼을 빠는 동안 창문은 존이 닦을 거예요."
우리의 오두막집에는 침실 하나, 작은 문간방, 작은 주방, 침실로 쓸 수 있는 또 다른 방 하나가 있었지만 욕실과 화장실이 없었다.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주방은 좀 작긴 해도 젊은 부부가 살림을 시작하기엔 적당할 거예요. 하지만 저쪽 작은 방은 욕실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욕실이 필요할 거예요. 아마도 곧 아기가 태어나지 않겠어요?"
"그럼요. 우린 곧 아기를 가질 거예요."
나는 확신을 갖고 말했다. 어쨌든 천사 엘리야가 나한테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바깥 화장실을 써야 할 거예요. 거긴 또 상태가 어떤지 궁금하네요."
그래서 우리는 집 뒤쪽으로 화장실을 살펴보러 갔다. 화장실 주위는 완전히 야생지대나 다름없었다. 울타리로 심은 관목들이 너무 웃자라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허리께까지 오는 각종 꽃들과 잡초, 쐐기풀, 날카로운 가시나무들도 사방에 있었다. 우리는 엘리자베스가 가리키는 화장실의 위치를 찾아 나무와 풀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조와 존은 보이지 않았지만 화장실은 찾아냈다. 문이 달린 기다란 헛간 안에 재래식 변소가 있었다. 변기는 있지도 않았지만 화장실은 그럭저럭 쓸 만했고 아주 나쁜 상태도 아니었다. 나는 엘리자베스에게 헛간에 잇달아 붙은 오두막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것도 또 다른 헛간이에요. 우리 집 헛간도 두 채가 나란히 붙어 있죠."
그때 조와 존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가 말했다.
"그 헛간은 들여다보지 마."
물론 그렇게 말하니까 궁금증이 더했다.
"잠깐 들여다보기만 할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살짝 안을 들여다보았다. 두말할 필요 없이 온갖 잡동사니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내가 물었다.
"다른 헛간들은 상태가 어때요?"
존이 대답했다.
"다른 데도 들여다보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저쪽에 큰 헛간이 하나 있고, 거길 지나면 빙 둘러쳐진 담에 문 하나가 매달린 작은 돼지우리가 있어요. 거기서 닭을 기르는 것도 괜찮은 생각일 거예요. 사방이 쓰레기 더미지만 내가 거들게요. 다음번에는 필요 없는 것들을 끌어모아 태워 버립시다."
내가 말했다.
"너무나 감사해요, 존. 말할 수 없이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존이 돌아서며 말했다.
"자, 우린 이제 가는 게 좋을 것 같소, 엘리자베스, 두 사람이서 오붓하게 있게 합시다."
걸어가다 말고 엘리자베스가 돌아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우리 집에 와서 차 한잔 하지 않을래요? 우린 대환영입니다."
내가 조에게 의사를 묻자 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십 분쯤 뒤에 가겠습니다. 잠깐 더 둘러보고 몇 가지 정리하고 가도록 할게요."
두 사람은 떠났다. 나는 정말 행복했고 조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말했다.
"이 집이 이제 우리의 집이라는 게 놀랍지 않아? 할 일이 산더미 같지만, 우리가 해낼 수 있으리란 걸 난 알아."
우리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고, 조가 높이 손을 뻗어 벽지를 조금씩 뜯이내기 시작했다. 벽지 뜯는 일이 얼마나 힘들지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다. 바닥의 장판도 모두 찢어졌기 때문에 조와 함께 낡은 장판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장판 한 겹을 벗겨내면 또 다른 장판이 그 아래 있었다. 맨 아래의 장판 밑에는 신문지들이 두껍게 깔려 있었다. 수백 장의 신문지가 풀로 도배되어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조가 제안했다.
"뭔가 연장을 가져다가 이것들을 뜯어낼 수 있는지 보자."
우리는 밖으로 나가서 막대기를 주워 왔다. 장판들과 신문지 층 밑에는 짚과 흙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모든 것들 아래에,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마룻바닥이 있었다. 꽤 멀쩡한 마루였다. 나중에 엘리자베스한테 듣기로는 단열 효과를 위해 바닥을 덧댄 것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엘리자베스와 존과 함께 즐겁게 차를 마셨다. 엘리자베스는 그곳에 살던 코스텔로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들려주었다. 큰 모자에 큰 코트를 입고, 언제나 큰 핸드백을 들고 다녔다고 했다. 그녀는 혼자 살았는데 찾아오는 사람도 하나 없었다고 한다.
존은 조를 데리고 다니며 자신의 집과 정원을 구경시켜 주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두 사람 주위에서 천사들이 장난 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행복해 보여요. 웃고 있잖아요."
나는 대답했다.
"네, 너무너무 행복해요."
그들의 집에 함께 있는 것이 나는 너무 좋았고, 바로 옆집에 행복한 가정을 이웃으로 갖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도 좋았으며, 엘리자베스와 존 주위의 빛을 보는 것이 좋았다. 그들에게는 사랑스런 어린 아들이 하나 있었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열 살쯤 되어 보였다.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언제든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면 우릴 불러요."
조와 나는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그 집을 나섰다. 우리는 손을 잡고 거리를 걸어 내려갔다.
그 다음 토요일, 조가 자신의 어머니를 오두막집으로 모시고 왔다. 나는 먼저 도착해 기다렸다. 조의 어머니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나를 꼭 껴안았다. 그러고는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세상에! 바깥에서만 봐도 너희들이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는걸."
조의 어머니는 조에게 차 트렁크를 열게 했다. 청소하는 데 필요한 모든 도구를 가지고 온 것이다. 우리는 청소도구를 전부 오두막 안으로 옮겼다. 조의 어머니가 집 안으로 들어와 보더니 말했다.
"훌륭한 가정을 꾸리기에 충분히 좋은 장소구나."
그날로부터 이틀 동안 우리는 대대적인 청소를 했다. 그 시간들을 함께 보내면서 나는 조의 어머니를 진정으로 아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는 무척 즐겁게 일했다. 그 이틀은 아름다웠으며, 우리는 실로 많은 일을 해냈다. 조의 어머니는 정말 훌륭한 분이었다. 그리하여 우리의 결혼 날짜가 다가올 무렵, 오두막집은 대충 신혼살림을 차릴 만한 공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