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시를 쓰는 건 사랑하는 일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일, 그대를 사랑하는 일, 기쁨을 기록하는 일, 슬픔을 다독이는 일, 아픔을 쓰다듬는 일, 노래로 새기는 일, 가끔은 그 노래를 흥얼거리는 일, 주저앉았을 때 혓바닥으로 내 손등을 핥는 강아지고 되는 일, 고양이처럼 옆에 가만있어 주는 일'
김미희 시인의 <놀면서 시 쓰는 날> 프롤로그 중에서
나는 왜 나이 쉰에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을까?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서울로 이사간 친구가 있었다. 그 뒤로 그 친구 소식도 모 르고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힘든 시절 단짝으로 지내던 날들이 있어 가끔씩 문득 생각났다. 만날 길이 없으니 그냥 생각만 할 뿐이었다. 어느 날 그 마음을 담아 나도 모르게 부치지 못할 편지를 썼다. 쓰고 보니 어쩐지 시 같기도 했다. 읽다 보니 친구가 더욱 그리웠다. 지인들에게 들려주니 자신들의 여고 시절도 덩달아 떠올라 좋았다고 한다.
그 날 이후 시 쓰고 싶은 마음이 일렁이는데 어떻게 써야 할까 난감했다. 시 공부를 좀 해보고 싶어 시 창작서를 이것저것 사보기도 했다. 오규원의 <현대시작법>, 공광규의 <이야기가 있는 시 창작수업>은 촘촘하고 자세하게 시작법을 알려주고 있으나 분량이 만만치 않고 내용도 대학 전공자들에게 권할 만한 수준이었다. 이대흠의 <시톡>은 주제별로 전체 3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많은 습작시를 예로 들어 시작법의 오류에 대해 주로 설명하고 있다. 모두 시 창작서로 손색이 없고 훌륭하지만 부끄럽게도 아직 끝까지 읽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같은 초보 일반인들이 시쓰기에 도전하는 데 <놀면서 시 쓰는 날>은 더없이 부담없는 시 창작 안내서이다. 시쓰기에 관심있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다. 이 책을 읽다 보면시 쓰는 일이 고상한 일이 아님을 우리 안에 이미 시가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 시 놓고 시 먹기
- 시를 잘 쓰기 위해서 읽기가 먼저라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래야 마음이 시심으로 움직이고, 마음이 움직이면 생각이 움직이고, 생각이 움직이면 관찰하며 시의 씨앗을 찾고, 찾으면서 쓰고, 고치면서 완성합니다. (44쪽)
# 시의 씨앗들
- 시 쓰는 이들에게 준비물은 호기심 가득한 마음입니다. /감동과 감탄을 자동 장착한 어린이가 여러분 안에 들기를, 비난과 부장이 끼어들지 않기를, 호기심 촉이 무뎌지지 않기를, 놀고 싶은 마음이 파도처럼 출렁이기를, 반짝이는 눈으로 세상을 관찰하려는 마음먹기를 멈추지 않기를 바랍니다. (54쪽)
# 될성부른 폰카 사진
- 사진은 마중물입니다./ 필요한 건 직관이죠. /사진은 직관의 힘을 창작물로 끌어오는 데 좋은 역할을 하니 보다가 떠오른 시상을 상상력과 나만의 비유법을 발휘해서 써보세요. (57쪽)
- 어떤 단어든 사전을 먼저 찾아봐야 해요(58쪽)
- 늘어지면 시의 맛은 떨어진다는 것,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함축과 간결은 시의 생명입니다.(69쪽)
- 제목이 멋있으면 시는 반을 쓴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혼신을 다해 색다르게 붙여 보세요.(72쪽)/ 마지막은호기심과 궁금증을 부르는 제목 정하기입니다. (85쪽)
# 자존심 강한 눈과 귀
- 사랑하면 보이는 많은 것들은 하나의 감각만 켜서는 담지 못합니다. 눈, 코, 입, 귀, 온몸의 감각을 불러와도 모자랄 지경입니다(92쪽)
- 누군가를 따뜻하게 해 줄 시는 남다르게 보고자 하는 자존심을 가진 사람의 눈에 삽니다. (93쪽)
# 시는 자란다
언어와 상식의 양이 풍부해져야 남과 다른 시를 쓸 수 있습니다(99쪽)
Q. 시를 잘 쓰는 방법이 없을까요?
A. ''꾸준히'가 최고의 덕목입니다.(163쪽)
이 책에는 시를 쓰는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사진을 보고 시쓰기, 수학이나 과학과 시를 연결하기, 그림과 삶을 연결해서 시 쓰기, 날마다 무엇을 그린 후 그의 입장에서 시 써보기 등 어렵지 않게 시쓰기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시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우리 스스로에게 하게 한다.
첫댓글 그간 선생님께서 시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컸는지 보입니다.
'놀면서 시 쓰는 날'을 다시 쓰는 기분입니다.
남이 쓴 책인듯 읽었습니다ㅎㅎ
요약한 부분 참 좋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