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민들레 한글학교 사업 사례발표 – 신림동팀 박은희 사회복지사님
글을 모르는 사람이 은행이나 우체국에 가서 각종 문서들을 어떻게 작성할까요?
저는 당연히 말로 하여 주변인에게 대필을 부탁하는 방법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은 그런 상황에서 손에 붕대를 감던가 안보인다고 말을 하신다고 합니다.
어르신이 은행이나 우체국에서 각종 문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손에 붕대를 감고 계시거나 글씨가 잘 안보인다고 말씀하신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글을 모르셔서 그렇게 말하시고 계시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글을 읽고 쓸 줄 안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모르시는 어르신들은 이러한 우리들에게 비문해가 장애로 보일까봐 비문해를 감추려고 하십니다.
이렇게 글을 모르면 우체국이나 은행 등의 곳에서 업무에 제한이 있고,
심지어는 버스를 타더라도 ‘이 버스가 나를 안전하게 도착지에 데려다 줄까?’라는 불안함을
내릴 때까지 갖고 있으신다고 합니다.
사례로 김○○ 아저씨의 고향 방문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영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시겠어요?”
김○○ 아저씨에게 고향에 도착한 후 고향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렸을 때에는 흔쾌히 알겠다고 하셨습니다.
고향에 도착 후 복지사님이 종이 한 장을 드리며 “이걸 위주로 설명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하시자
그곳에서 나올 때까지 김○○ 아저씨는 그곳에서 벗어날 때까지 입을 꾹 닫으셨습니다.
사실 김○○ 아저씨는 비문해자였던 것입니다.
김○○ 아저씨가 그곳에 있는 시간 내내 마음 졸이며 불안했을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노인사회활동에 참여하시는 어르신께서 신청서를 작성하셔야 했는데,
복지사님을 따로 뵙고싶어 하셨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던 복지사님은 “눈이 안좋다는 걸 들키느니 일을 포기하겠어요.”라고 하시는
어르신의 말씀으로 어르신께서 비문해자이신 걸 알았습니다.
“눈이 안 좋다는 것을 들키느니 일을 포기하겠어요.”라는 어르신의 말씀은
즉 ‘글을 모른다는 것을 들키느니 일을 포기하겠어요.’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복지사님이 말씀하시길, 어르신분들은 글을 모른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고 자존심 상해하시는데,
특히 남자 어르신분들이 더 심하다고 하셨습니다.
한글을 배우려고 신청하고 강습을 듣는 수강생 중 99%가 여성이라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복지사님이 보여주신 “민들레 온라인 시화전 영상”에서 나오는 어르신분들도 모두 여성분이셨습니다.
저는 민들레 한글학교의 전국대회수상작 중
○○○할머니가 쓰신 시 ‘겨울을 보내야 봄이 오나봐요.’가 인상깊었습니다.
글을 모를 때를 겨울로 글을 배운 지금을 봄으로 표현하신 어르신의 표현이 너무 따뜻하고 순수해서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민들레 온라인 시화전을 준비할 때에 어르신들은 온라인이라는 개념을 잘 모르시고
불특정다수가 어르신들의 작품을 보는 것이 큰 부담과 두려움을 느끼셨다고 합니다.
사돈이나 가족들 등 사람들에게 글을 몰랐다는 사실을 알리기 부끄러워하신 것입니다.
대안으로 어르신들의 성함을 ○○○ 시인으로 하기로 했고,
어르신들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문서작성 등의 업무가 가능한 정도를 넘어서 독서를 목표로 독서 교실을 진행하였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이것이야 말로 소극적 복지를 넘어선 적극적 복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높은 학습을 위해 배움노트를 만들어 공부하셨습니다.
배움노트를 살펴보니 자음, 모음, 받침 심지어는 간단한 영어단어까지 공부하셨습니다.
1학년, 2학년, 3학년, 중등까지 단계별로 묶여있는 배움노트를 보니 굉장히 체계적이었습니다.
독서교실에서 공부하신 어르신들이 학급문고에서 한책읽기를 하셨고,
그 결과 어르신들은 30분 전에 오셔서 책을 읽으셨고 한글학교가 시끌시끌해졌습니다.
처음에는 받침이 없는 글로만 구성된 책을 읽으면서 공부하셨습니다.
어르신들이 처음에는 글 읽는 것에만 집중해서 읽으시다가
나중에는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닌 정말 책을 읽게 되면서 내용도 알게 되시며 재밌게 독서를 하셨다고 하셨습니다.
도서관에는 굉장히 많은 종류의 책들이 있어 자신이 보고 싶은 책을 볼 수 있습니다.
어르신분들도 독서를 하러 도서관에 가셨습니다.
하지만 글을 모르는 어르신분들께는 도서관의 문턱이 굉장히 높았습니다.
도서관 문 앞에서 “정말 내가 들어가도 되는거에요?”라고 말씀하시며 머뭇거리자
파랑새도서관 사서 선생님들께서
“어르신들이 열심히 살아주셔서 이런 공간이 있는거에요. 어르신들의 공간이에요.”
라고 하며 어르신들을 모셨습니다.
그리고 민들레 한글학교 어르신들을 위해 큰 글자 코너까지 만들어 주셨습니다.
사서 선생님들의 행동에 어르신들은 책을 빌리기도 하며 도서관 이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파랑새 도서관 사서 선생님들께서 어르신들이 오실 것을 알고 큰 글자 코너를 만들고 어르신들을 맞이하게 된 것은
이미 복지사 선생님께서 보이지 않게 도서관에 복지를 쌓으신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보이지 않고 사회 속에 흐르게 하는 사회사업인 것인 듯 했습니다.
민들레 한글학교 사례를 들으며 복지요결의 흔적이 보였던 것 같습니다.
민들레 한글학교를 통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글을 배우는 것을 넘어 독서를 목표로 한 독서 교실,
이것이야 말로 소극적 복지를 넘어선 적극적 복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파랑새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과 어르신들의 관계 또한 사회사업을 보이지 않고 사회 속에 흐르게했기 때문입니다.
민들레 한글학교 사례를 듣고 배움에 대한 감사함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회다움이야말로 현대사회의 이상이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첫댓글 주영 선생님!! 선생님께서 정리해주신 자료를 보니 꼭 사례발표 들었던 당시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어르신들이 열심히 살아주셔서 이런 공간이 있는거에요. 어르신들의 공간이에요.”
이 대목이 다시금 마음에 와닿네요! 정리 잘 해주셔서, 공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