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장·신장·태반, 3곳 ‘세포 지도’ 공개
세계 지도 보듯… 인체 세포도 한눈에 보세요
해외여행이 어려웠던 어린 시절엔 세계 각국, 각대륙의 지도를 묶은 아틀라스를 자주 펼쳐봤다. 아틀라스를 보면 알프스 산맥이 내가 사는 곳에서 얼마쯤 떨어졌고, 얼마만큼 높은지 가늠이라도 할 수 있었다. 인간이 맨눈으로 들여다볼 수 없는 인체 장기의 세포를 아틀라스처럼 보여주는 ‘인체 세포 지도’가 나왔다.
인간 바이오분자 아틀라스 프로그램(HuBMAP) 연구진은 지난 20일 학술지 ‘네이처’에 장, 신장, 태반 등 인체 장기 3곳의 세포 지도를 공개했다. 세포 지도는 인체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와 이들의 변화를 나타낸다. 세계 40여 기관, 과학자 400여 명으로 구성된 HuBMAP은 인체 전체 세포의 배열 지도를 제작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2018년부터 8년간 2억1500만달러(약 2700억원)를 투입해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HuBMAP은 조직과 기관 내 리보핵산(RNA), 단백질, 대사산물 등을 포함한 세포 분자 구성 요소의 공간 지도를 만드는 도구를 개발했다.
마이클 스나이더 미국 스탠퍼드대 유전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장의 세포지도를 그려냈다. 9명에게서 채취한 장 샘플을 8개의 구역으로 나눠 구성 세포를 분석한 결과 장의 구역에 따라 세포 구성에 차이가 나타났다. 신장의 세포지도를 만든 산자이 자인 미국 워싱턴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건강한 신장과 질환으로 손상된 신장에서 채취한 40만개 이상의 세포와 핵을 분석해 신장이 손상됐을 때 어떤 세포에 결함이 생기고 어떻게 복구되는지 확인했다. 마이클 앤절로 미국 스탠퍼드대 병리학과 교수 연구진은 66명의 임산부에게 태반 샘플을 얻어 50만개의 세포와 588개의 혈관을 분석해 지도를 만들었다.
리처드 콘로이 NIH 프로그램 리더는 “이번 연구 성과는 프로젝트가 발표한 첫 성과다”라며 “앞으로 4년 내로 더 많은 조직의 세포 지도를 만들고 새로운 발견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chosun.com) 변희원 기자 입력 2023.07.27.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