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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후담이 해석한
괘효사의 문헌별
관련성 고찰
* 智登지등 辛鐘遠신종원 敎授교수님 提供제공.
신후담이 해석한 괘효사의 문헌별 관련성 고찰 |
- 그의 『周易象辭新編』과 『주역』 관련 독서록을 통하여 - |
김병애 고려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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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머리말: 『주역상사신편』 그 서명에 담긴 의미
Ⅱ. 「괘사해」의 괘주 관련 문헌
Ⅲ. 「효사해」의 효변 관련 문헌
Ⅳ.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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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요약
본 논문은 하빈 신후담이 그의 저서 『周易象辭新編』에서 卦爻辭를 보다 합리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적용한 괘주와 효변이 그가 독서한 문헌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탐색한 것이다. 괘주에 있어서 경방은 世應의 원리로 主爻를 판단하였는데 신후담은 그 방법은 괘주가 고정되므로 마땅하지 않다고 하였다. 왕필은 上卦의 가운데 효나 下卦의 가운데 효를 주효로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효나 이효를 가리켜 ‘下卦의 中爻’라고 했으니 ‘중효’의 개념이 잘못되었다고 비평하였다. 효변에 있어서 신후담은, 주희가 상수와 의리의 균형을 위해 상수를 중심으로 한 敎易의 임무를 자임하고 ‘춘추관점’에서 그 실증을 찾아 주역이 점서라는 주장을 확고히 하였음에 주목하였다. 호일계는 주희의 취지를 경건히 계승하여 다양한 易法을 설명하였는데 특히 호일계의 「筮法」은 신후담이 춘추관점을 숙지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내지덕은 「효변표」를 정리했을 정도로 효변을 적극적으로 설명하였다. 신후담이 自得한 이상의 學易 과정은 ‘괘주와 효변의 계승’을 위한 우리 역학사의 중대한 교두보가 되었음에 틀림없다.
주제어 신후담, 주역상사신편, 괘주, 효변, 경방, 왕필, 주희, 호일계, 내지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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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일자: 2024년 8월 20일 심사일자 2024년 9월 23일 게재확정일자: 2024년 10월 15일
https://doi.org/10.25024/jsg.2024..52.190
Ⅰ. 머리말: 『주역상사신편』 그 서명에 담긴 의미
河濱 愼後聃은 星湖 李瀷의 고족제자로 1702년(숙종 28)에 태어나 1761년(영조 37)에 생을 마쳤다. 耳順의 문턱에서 타계한 신후담의 학문적 성과는 독특하며 광범위하다. 『하빈선생연보』1)를 보면 겨우 6세인 어린 나이에 지은 글부터 시작하여 10대에도다양한 내용의 작품들이 즐비하다. 청년기의 신후담은 자유로운 독서와 습작으로 放外의 학문에 몰두하였는데 부친 愼龜重(1682~1744)은 그간의 독서 습관을 벗어나 유학의 경서에 전념할 것을 당부하였다. 그 간곡하고 엄정한 훈계는 신후담이 경서를 숙독하고 연구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는 경서를 연마하는 한편으로 『성리대전』에 잠심하여 『황극경세서』와 『율려신서』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 시기 신후담은 이미 읽고 있던 『주역』에 더 집중하였고 그 결실이 『周易象辭新編』이다. 본 논문의 연구의의를 분명하게 하고자 ‘周易象辭新編’이라는 서명에 담긴 의미를 간단히 살펴보겠다. 『周易象辭新編』에 저자의 별도 서문은 없으나, 「周易上經」이 시작되는 서두에 저서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글이 있다. 여기에서 신후담은 ‘周’·‘易’·‘象’·‘辭’에 대한 원론과 견해를 친절하게 서술하였고, 왜 ‘新編’이라 했는지도 미루어 알 수 있게 설명하였다.
‘周’는 王朝 이름이고, ‘易’은 책 이름이다. …… ‘易’이라는 글자는 ‘日’ 부수 아래에 ‘月’이 있는데, 日·月이라는 것은 陰陽의 정기가 晝夜로 왕래하여 天地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니 卦爻의 剛柔가 서로 바뀌어 본래 이런 ‘象’과 부합되는 것이 있는 것이다.
‘辭’는 文王과 周公이 붙인 것이기 때문에 ‘周’자를 붙였다. 『周易』에 앞서 夏나라 『易』인 『連山』과 商나라 『易』인 『歸藏』이 있었기 때문에 굳이 周자를 말하여 구별한 것이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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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논문은 2024년 6월 1일 성호학회와 하빈학연구소 공동학술회의에서 발표한 원고를 수정·보완한 것이다. 논평자 및 토론자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1) 『하빈선생연보』(아들 愼信이 지음)는 『하빈선생전집』 제9책에 있으며, 본 논문 하단에 이에 의거한 하빈의 저술을 정리하여 부록으로 수록하였다.
2) 『하빈선생전집』 제5책, 4쪽, “周, 代名也; 『易』, 書名也. …… 易之爲字, 從日下月, 日月者, 陰陽之精, 往來晝夜, 以成天地之造化者, 則卦爻之剛柔相易, 固有契於是象也. 其辭則文王周公所繫, 故繫之周. 周易之先, 有夏易『連山』, 商易『歸藏』, 故必言周以別之也.”
괘효의 강유가 서로 바뀐다는 관점이 바로 신후담이 효변을 중요시한 단서이며, 본 논문에서 주목한 주제이기도 하다. 물상과 괘덕을 알아야 卦辭와 爻辭의 ‘辭’가 온전하게 해석되리라는 신념의 반영이 ‘象辭’이니, 象辭는 곧 괘사와 효사이다. 이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周易』은 上經과 下經으로 구분하니, 孔子가 지은 傳10篇을 합하여 모두 12篇이다. 費直과 王弼이 「彖傳」·「象傳」·「文言傳」을 經文에 연결하고 「繫辭傳」 이하는 別行하였는데, 程子도 이를 따랐다. 다만 費直과 王弼은 乾卦에만 「彖傳」과 「象傳」을 卦辭와 爻辭 아래에 기록하였는데, 그렇게 엮는 순서가 진실로 바르다. 坤卦 이하에서는 卦辭아래에 곧바로 「彖傳」과 「大象傳」을 기록하고 또 爻辭는 爻마다 「象傳」을 붙여서 經과 傳이 서로 섞였으므로 지금 고쳐서 바로잡아 한결같이 乾卦의 例대로 하였다.3)
“지금 고쳐서 바로잡아 한결같이 乾卦의 例대로 하였다.”에서 ‘고쳐서 바로잡아’는 ‘새로이 편집했다[新編]’는 의미이다. 즉 당시 유행하던 대전본의 체제를 따르지 않고 ‘古周易’과 같은 체제로 고쳐서 편집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순서를 바꾸는 의미가 아니다. 程朱易으로 획일화된 주역 해석으로는 역경을 온전히 해석할 수 없다는 한계를 통감하고 천착한 노력으로 自得한 경지이다. 개정한 골격으로 신후담이 『주역』을 가장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찾아낸 해석틀이 ‘卦主’와 ‘爻變’이다.4) 굳이 ‘틀’이라고한 이유는 괘주를 64괘에, 효변을 384효에 모두 적용하였음을 강조하는 의미에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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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빈선생전집』 제5책, 4쪽, “分爲上下經, 幷孔子所作之傳十篇, 凡十二篇. 費直王弼, 以「彖」「象」「文言傳」連經文, 而「繫辭」以下則別行, 程子因之. 但費王於乾卦, 則錄「彖」「象傳」於卦辭爻辭之下, 其序固正. 坤卦以下, 則卦辭下卽錄「彖傳」「大象傳」, 爻辭又逐爻而附象傳, 經與傳相雜, 今改正一依乾卦之例.”
4) 『주역』과 관련한 신후담의 主著는 『周易象辭新編』이며, 이에 대한 학계의 연구 동향은 『주역』의 해석 요소로서의 ‘효변’이 가장 관심을 받아 왔다. 그 성과로 다음의 논문을 참고할 수 있다(발행년 역순). 이창일, 「星湖 李瀷 역학 해석의 비판적 계승: 愼後聃의 상수역학적 해석을 중심으로」, 『민족문화』 65, 한국고전번역원, 2023; 김인철, 「성호 이익의 괘변론」, 『태동고전연구』 48, 한림대학교 태동고전연구소, 2022: 이창일, 「신후담 易해석의 통합적 방법론」, 『유학연구』 53, 충남대학교 유학연구소, 2020; 김병애, 「하빈 신후담의 주역해석」, 『유교사상문화연구』73,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 2018; 김병애, 『하빈 신후담 주역상사신편: 상경 역주』, 고려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17; 이창일, 「愼後聃周易 해석의 특징」, 『한국철학논집』 52, 한국철학사연구회, 2017; 서근식, 「성호학파
에서 다산 정약용 易學의 성립과정(Ⅱ): 하빈 신후담의 주역상사신편에 나타난 주역 해석 방법」, 『한국철학논집』48, 한국철학사연구회, 2016; 황병기, 「성호학파의 주역 상수학설 연구: 이익, 신후담, 정약용의 역상설을 중심으로」, 『다산학』 26, 다산학술문화재단, 2015; 최영진·이선경, 「河濱 慎後聃의 『周易』해석 일고찰」, 『정신문화연구』 37-2, 한국학중앙연구원, 2014.
다. 『주역상사신편』 가운데 「卦辭解」와 「爻辭解」를5) 보면 신후담은, 卦辭에서는 우선 각 卦의 主爻를 찾아 그를 위주로 해서 나머지 爻들의 양상을 살펴 易辭6)를 이해했고,7) 爻辭에서는 爻變을 써서 兩卦一組에 따른 象을 유추하여 易辭를 해석했다. 이와 같은 노력은 타당한 역학적 원리를 대입하여 그 이치에 맞는 해석을 제시함으로써 애매하고 현묘한 『주역』의 세계를 좀 더 구체화하고자 하는 바람에서였을 것이다. 『주역상사신편』을 통하여 살펴본 결과, 신후담의 易辭 해석방식은 상수로 접근하여 의리로 보충하는 해석체계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의리역의 주축인 程頤가 도덕과 윤리를 위해 爻位의 기준과 應比의 상수적 요소를 활용하고, 朱熹가 객관적인 점사로 연결하여 『주역』의 본질을 파악한 것과 차이가 있다. 당시의 역학풍토는 程朱에 경도되어 있었으나 신후담은 程頤와 朱熹의 주역해석에서 진일보하여 자신의 독창적인 해석체계를 이루었다고 하겠다.8)
본 논문에서는 『하빈선생전집』에 수록된 遺稿를 통하여 신후담이 易辭를 보다 실증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쏟은 노력이 어떠한 문헌과 영향관계가 있는지 탐색하였다. 즉, 신후담이 주도적으로 활용한 『주역』의 해석틀인 괘주와 효변이 그가 독서한 문헌들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으며 신후담이 어떻게 비평하고 수용했는지의 관계를 밝히는 데 연구 목적이 있다. 따라서 괘주와 효변에 대한 원리설명과 『주역상사신편』에서의 구체적 활용은 지면관계상 논술하지 않으나, 그 주제는 필자가 기 논문에서 연구한 부분이기도 하므로9) 필요에 따라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신후담이 『주역상사신편』에 착수한 나이는 27세(1728년)이며, 『주역상사신편』 중 『역경』 부분을 탈고한 때는 그로부터 3년째 되는 해인 30세(1731년)이고, 「십익」을 합하여 1차 탈고 한 해는 33세(1734년)이다. 이후 검토와 보완을 거쳐10) 57세(1758년)에 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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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신후담은 『주역상사신편』의 「卦辭解」와 「爻辭解」를 1731년에 완성하였다(부록 참조).
6) 易辭: 일반적으로 辭 대신 詞를 쓰기도 한다. 이는 『주역』의 문장이나 『주역』의 괘효사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는데, 본 논문에서는 괘사와 효사를 염두에 두고 易辭로 표기하였음을 밝힌다.
7) 그 「卦辭解」와 …… 易辭를 이해했고: 『주역상사신편』의 『역경』 부분이 「괘사해」와 「효사해」이다. 그중 괘주론은 대체로 「괘사해」에 설명되어 있으나 더러 「卦名解」에 있기도 한다. 「괘명해」는 괘마다 卦辭에 앞서 卦象과 卦義 및 卦德으로 卦名을 해석한 부분으로 편의상 역주자가 이름을 붙여 구분한 항목이다.
8) 김병애, 2018, 앞의 논문, 66-67쪽.
9) 괘주에 대해서는 김병애, 「절중의례에 보이는 신후담 역학요소의 개념분석과 성호문인의 주역절중논변」, 『동양철학연구회』 99, 동양철학연구회, 2019, 효변에 대해서는 김병애, 2018, 앞의 논문이 있다.
10) 검토와 보완을 거쳐: 1차 탈고 후 최종 탈고 기간까지는 하빈 生의 절반에 해당되는 시기이다. 이 기간의 활발한 독서와 저술활동은 직간접으로 『주역상사신편』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각주 1에 언급한 바와 같이 주역 관련 저술과 그 外 저술을 구분하여 표로 만들어서 본 논문 하단에 부록으로 제시하였다. 이후 본 논문의 본문에
“『하빈연보』에 의하면……”혹은 “『하빈연보』를 보면……” 따위의 문형이 나오면 부록의 표를 참조하기 바람.
탈고하였다. 본 논문에서 다룰 문헌은 괘주와 관련하여 『京氏易傳』·『周易略例』이고, 효변과 관련하여 『易學啓蒙』·『周易啓蒙翼傳』·『周易集註』이다. 신후담이 이들을 읽고 비평한 독서록은 차례로 「京房易傳」·「王弼易略例」와 「易學啓蒙補註」·「讀胡雙湖啓蒙翼傳識疑」·「來氏易說簒要」이다.
Ⅱ. 「괘사해」의 괘주 관련 문헌
1. 경방11)의 『京氏易傳』과 신후담의 「京房易傳」
본 항에서는 신후담이 독서한 京房(B.C.77~37)의 『京氏易傳』과 그 독서록인 「京房易傳」을 괘주의 측면에서 살펴보겠다.
『경씨역전』은 前漢 元帝 때 박사를 지낸 京房의 역학이론을 그의 후학들이 엮은 책이다. 上·中·下 총 3권으로 되어 있는데 「上卷」은 8괘 중에서도 4陽卦에 해당하는 乾·震·坎·艮卦를 「中卷」은 4陰卦에 해당하는 坤·巽·離·兌卦를 배열하였으며, 「下卷」에는12절기의 起始月과 六親·世應·飛伏·12)納甲13) 등 경방역의 주요 이론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다.14)
『경씨역전』은 64괘의 배열이 독특하다. 먼저 八卦를 八宮에 배치하였는데 각 궁마다 하나의 純卦를 두고 世應·遊魂·歸魂의 순으로 7개의 괘를 순열하였다. 이에 관해 〈표 1〉을 참조할 수 있다. 이는 주백곤의 표를 이기선이 재정리한 것이다.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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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京房(B.C.77~37): 前漢의 역학자. 元帝 때 박사가 되었으며, 여러 차례 상소하여 災異로써 時政得失을 상주하였다. 石顯 등의 專權을 탄핵하다가 축출되어 갑자기 처형되었으므로 그의 저술이 제자들의 손에 의해 엮어진 것이
『京氏易傳』이다. 孟喜의 문인이며 焦延壽에게 주역을 배웠다.
12) 飛伏: 京房의 주요 역학이론 중 하나이다. 卦가 나타난 것을 ‘飛’라 하고, 나타나지 않은 것을 ‘伏’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臨卦䷒의 하괘가 兌☱인데, 임괘의 초구가 변하면 坎☵이니, 兌☱에 坎☵이 ‘잠복[伏]해 있다’고 말한다.
13) 納甲: 天干을 八卦에 나누어 배분하는 방법이다. 즉 乾卦에는 甲·壬, 坤卦에는 乙·癸, 震卦에는 庚, 巽卦에는 辛, 坎卦에는 戊, 離卦에는 己, 艮卦에는 丙, 兌卦에는 丁을 해당시킨다. 간지와 卦爻, 五行, 五方을 서로 연결 지을 때 이를 활용하며, 『京氏易傳』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14) 이기선, 『京房易의 구성체계와 응용에 관한 연구』, 원광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6, 56쪽.
15) 주백곤 저, 김학권 외 역, 『역학철학사』 1, 소명출판, 2012. 286쪽; 이기선, 위의 논문, 84쪽 「八宮卦次圖」.
표 1 「八宮卦次圖」
이 가운데 본 논문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世應이다. 世應은 「단전」과 「상전」에 보이는 應位의 발전으로 볼 수 있다. 한 괘 안의 여섯 효에서 초효를 元士(1世), 이효를 大夫(2世), 삼효를 三公(3世), 사효를 諸侯(4世), 오효를 天子(5世), 상효를 宗廟로 여긴다. 매효는 초효부터 차례로 변화하는데 오효까지 변화한 효는 순서대로라면 가서 상효까지 변해야 하나, 오효는 천자의 자리이니 변할 수 없다. 그래서 5世에서 오히려 후퇴하여 사효를 변화시키는데 이를 遊魂이라 한다. 遊魂卦 다음은 초효·이효·삼효가 속해 있는 하괘 전부를 변화시키는데, 純卦에서 출발했을 때의 본성을 찾는다고 하여 歸魂이라 한다. 遊魂과 歸魂은 「繫辭傳上」 1장의 “정기는 만물이 되고, 유혼은 변화가 된다. 이런 까닭으로 귀신의 정황을 알 수 있다.”16)라는 구절에 근거한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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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周易』, 「繫辭傳上」 1장, “精氣爲物, 遊魂爲變, 是故知鬼神之情狀.”
17) 여섯 효는 각기 귀천 등급의 자리를 갖는데, 이는 「계사전상」 3장의 “귀천을 늘어놓은 것은 효의 자리에 있다.[列貴賤者存乎位]”를 발전시킨 관점으로서 한 괘의 길흉은 괘 안의 한 효의 형상을 위주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모든 괘는 모두 하나의 효를 위주로 한다는 것이 경방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三世卦는 삼효의 삼공을 위주로 하고, 四世卦는 사효의 제후를 위주로 하고, 五世卦는 오효의 천자를 위주로 한다. 그리고 팔순괘는 모두 상효의 종묘를 위주로 한다.18) 여기에서 ‘위주로 한다는 것’이 ‘괘주’의 의미이다. 윤태현의 연구에 의하면, “경방은 괘주설로 괘상을 명확히 설명하여 의리역학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괘주설은 한 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한 효를 괘주로 잡아 괘의 해석을 용이하게 하는 이론이다. 의리역에서는 본래 象數의 방법을 지양하지만 괘주설과 효위설은 빼 놓을 수 없는 핵심이론이다.”19)라고 하였다. 다음은 이에 대한 신후담의 독서록인 「경방역전」의 도입부분이다.
『경씨역전』 3편은 飛伏으로 종주를 삼고 世應으로 판단하며 五行을 운행하고 四時를 바르게 하여 干支를 참작하고 星辰을 헤아리고 氣候를 통하여 그 작용을 착종해서 가는 곳마다 변화하니 술수가 정밀하다고 이를만하다. 그러나 『주역』의 彖辭와 象辭의 大義에 견주어보면 이치에 어긋나 서로 맞지 않는다. 예컨대 乾卦䷀와 坤卦䷁는 마땅히 이효와 오효를 主爻로 삼아야 하는데 『경씨역전』에서는 삼효와 상효를 취하였으니 ‘世應’이 이것이다.20)
윗글에서 신후담은 경방의 술수학이 정밀하다고 총평하였다. 그러나 世應을 활용하여 卦主를 판단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고 하였다(밑줄). 世應에 따라 고정적으로 주효가 결정되는 것을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신후담은 乾卦에서 “九五는 이미 中에 있으면서 九二와 應하고 또 九四·上九와 서로 比가 되어 같은 덕으로 서로 함께하여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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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이기선, 앞의 논문, 81쪽.
18) 주백곤 저, 김학권 외 역, 앞의 책, 290쪽. 여기에서 더 부연하자면 “응위에 따르면, 초효의 원사가 주효가 되면 사효의 제후와 서로 응하고, 이효의 대부가 주효가 되면 오효의 천자와 서로 응하고, 삼효의 삼공이 주효가 되면 상효의 종묘와 서로 응한다. 이와 반대로, 오효의 천자가 주효가 되면 이효의 대부와 서로 응하고, 등등이다. 이것이 바로 世應說이다.”라고 하였다.
19) 윤태현, 「경방역의 역학사적 고찰」, 『주역철학과 문화』 창간호, 한국역경문화학회, 2003, 17쪽.
20) 신후담, 『河濱先生全集』 제3책 480~481쪽, 「京房易傳」, “京氏易傳三篇, 其說以飛伏爲宗, 以世應爲斷, 運五行, 正四時, 參諸干支, 揆之星辰, 通以氣候, 錯綜其用, 惟變所適, 其於術可謂精矣. 而律之以易經彖象之大義, 則牴牾不相入. 如乾坤當以二五爲主, 而此乃取三上, 世應是也.”
건함을 이룰 수 있으므로 건괘는 구오를 괘주로 보았다.”21)라고 하였고, 坤卦에서는 “六五는 中이며 順하고 존귀한 자리에 거하여 한 괘의 주체가 되는 자이니 ‘善하고 큰’ 뜻이 있다. 아래로 六二의 中正한 應을 얻어 순히 하여 서로 함께하고, 또 六三·六四 두 효가 그 사귐에 거하여 순함을 본받아 위아래가 서로 통함을 이루었기 때문에 元亨이라 칭하였으니 乾卦와 같다.”22)라고 하여 주효를 판단함에 있어서 괘주가 되는 여러 요건과 자격을 고려하였다. 이 기준은 ‘世應’과 다르다. 신후담의 독서록을 조금 더 보겠다.
그러나 64괘의 순서를 배열한 것은 비록 『易經』과 다르지만 역의 변화를 다할 수 있어 서로 경위가 되는 데는 방해되지 않는다. 乾卦䷀를 序首로 삼은 것은 『역경』과 같으나 乾卦의 초효가 변하면 姤卦䷫가 되고, 姤卦의 이효가 변하면 遯卦䷠가 되며, 遯卦의 삼효가 변하면 否卦䷋가 되고, 否卦의 사효가 변하면 觀卦䷓가 되며, 觀卦의 오효가 변하면 剝卦䷖가 되고, 剝卦의 사효가 변하면 晉卦䷢가 되니. 晉卦는 乾卦의 游魂이다. 晉卦䷢의 하체가 변하여 乾☰으로 회복되면 大有卦䷍가 되니 대유괘는 乾卦의 歸魂이다.23)
위 인용문에서 설명한 변화과정을 그림으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八宮乾卦의 變化圖이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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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신후담, 『河濱先生全集』 제5책, 『주역상사신편』, 「乾」, “元亨, 主五爻而言; 利貞, 主初三兩爻而言. 卦之諸陽, 惟五與初三, 得其位, 故特以此爲主也. 然二與四上, 錯居初三五之間, 交爲比應. 故五之元亨, 實兼二四上而言; 初三之利貞, 亦兼二四上而言. …… 五之剛健中正, 以居尊位, 爲一卦之所共宗者, 其義爲善大也.”
22) 신후담, 『河濱先生全集』 제5책, 『주역상사신편』, 「坤」, “五之中順居尊, 以爲一卦之主者, 爲有善大之義. 下得二爻中正之應, 順以相與, 又有三四兩爻居其交, 而效其順, 以致上下之相通, 故稱元亨, 與乾同也.”
23) 신후담, 『河濱先生全集』 제3책, 481쪽, 「京房易傳」, “獨其列六十四卦之序者, 雖與易經不同, 亦有以盡易之變, 而不害其相爲經緯. 其以乾卦爲首者, 與經同, 而乾之初爻變則爲姤, 姤之二爻變則爲遯, 遯之三爻變則爲否, 否之四爻變則爲觀, 觀之五爻變則爲剝, 剝之四爻變則爲晋, 晋者乾之游魂也. 晋之下體變復於乾則爲大有, 大有者乾之歸魂也.”
24) 이기선, 앞의 논문, 82쪽.
世應은 후대의 ‘應論’과 흡사하지만 응론과 달리 世應은 主客을 구분하여 더 상세하게 두효의 관계를 설명하는 방식으로서 그 1차전 원리는 變에 있다. 신후담은 세응으로 주효를 판단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고 했으나, 위 인용문(밑줄)에서 “64괘의 순서를 배열한 것은 비록 『역경』과 다르지만 역의 변화를 다할 수 있어 서로 경위가 되는데 방해되지 않는다.”라고 견해를 말한 것은 꽤 의미 있다. 愚見으로 말하자면, 신후담은 ‘세응의 변’에서 당연히 효변을 비교해 보았을 것이고 이로 인해 64괘의 순서가 배열되는 것이 비록 『역경』과는 다르지만 역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신후담의 이 「경방역전」이 아직 『주역상사신편』 전체를 탈고하기 전에 지어진 것이라고 해도, 「괘사해」와 「효사해」는 이미 한 해 전에 탈고했으므로 신후담은 괘주와 효변에 대해서 知不知의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異見을 만났을 경우 아주 민감한 반응과 관심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세응으로 괘주를 판단함에 대해서는 매우 否定하여 괘주에 대한 자신의 기준을 강조했고, 경방이 64괘의 순서를 정함에 대해서는 꽤 솔깃한 심정으로 易說로 받아들이기에 전혀 무리 없다는 감상의 독서록을 썼다는 생각이 든다.
2. 왕필25)의 『周易略例』와 신후담의 「王弼易略例」
왕필의 『주역약례』는 『주역』의 괘효사를 해석할 때 필요한 규례에 대하여 간략하고 명료하게 그 내용을 설명해 놓은 저술이다. 신후담은 이 독서록의 제목을 「왕필역약례」라고 붙이고 첫머리에 소개하기를 “왕필의 『주역약례』는 뜻이 요긴하면서도 말이 광범위하고 문장도 화려하여 볼 만하다.[王弼周易略例一卷, 旨要而辭宏, 文章亦煒燁可觀.]”26)라고 하였다. 이어 왕필이 나눠놓은 항목 순서에 따라 주요 글을 선택하여 원전을 그대로 발췌한 뒤에 해당 항목마다 비평을 달았다. 여기에서는 신후담의 괘사 해석에 일괄적으로 보이는 ‘ 25) 王弼(226~249): 자는 저서에 『卦主’의 선행학습이 왕필의 저서를 독서한 것과 무관하지 않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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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王弼(226~249): 자는 저서에 『卦主’의 선행학습이 왕필의 저서를 독서한 것과 무관하지 않으輔嗣이다. 周易注』·『노자주』·『魏晉시대를 대표하는 玄學者로, 周易略例』 등이 있다. 한대의 何晏·夏侯玄과 함께 현학의 풍조를 연 인물이다. 象數學에서 벗어나 의리학의 관점으로 주역의 이치를 풀이하는 경지를 개척하였으며, 도가의 사상을 기반으로 유교 경전을 풀이했다는 평이 있다.
26) 신후담, 『하빈선생전집』 제3책, 483쪽.
리라는 정황을 가지고 그 제1항목인 「明彖」을 살펴보겠다. 「명단」은 ‘단사를 밝힌다’는 의미이며, 卦의 主된 爻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것을 卦主라 하며 괘주란 한 괘의 여섯 효 중에서 중심이 되는 효를 말하지만, 한 괘에서 반드시 하나의 효만 취하는 것은 아니다. 괘주에 괘 전체의 성질과 의의가 반영되므로 괘주는 괘 전체의 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明彖」에서 신후담이 발췌한 글은 다음과 같다.
彖이란 무엇인가? 하나의 괘체를 통틀어 논하여 ①그 괘가 연유한 주된 의미를 밝힌 것이다. 그러므로 여섯 효가 교착함에 그중 한 효를 들어 밝힐 수 있고, 陽剛과 陰柔가 서로 乘承함에 主爻를 세워 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괘의 이름을 들면 主된 뜻이 담겨있고, 단사를 관찰하면 생각이 반을 넘는 것이다. 적음은 많음이 귀하게 여기는 바이고, 적은 수는 많은 수가 종주로 삼는 바이다. 卦의 구성이 다섯 陽과 한 陰이면 한 陰이 主가 되고, 다섯 陰과 한 陽이면 한 陽이 主가 된다. 음효가 비록 천하나 괘의 主가 되는 까닭은 지극히 적은 자리에 처했기 때문이다. 혹 爻를 놔두고 상괘와 하괘를 든 것은 卦體가 爻로 말미암지 않았기 때문이다.27)
왕필의 원전과 비교해 보면 본래 ①의 문장 뒤에 “많은 수는 많은 수를 다스리지 못하니 많은 수를 다스리는 것은 지극히 적은 수이다.[夫衆, 不能治衆, 治衆者, 至寡者也.]”로 이어지는데 이는 괘주를 설명하는 것으로서 卦로 말하면 ‘많은 수[衆]’는 괘의 여섯 효를 가리키고 ‘지극히 적은 수[至寡]’는 하나의 主爻를 가리킨다. 일반으로 말하면 ‘衆’은 만사만물을, ‘至寡’는 이를 다스리는 군주 혹은 만사만물의 근원인道를 가리킨다.28) 신후담이 왕필의 원전을 선별하여 발췌한 뒤에 붙인 비평은 다음과 같다.
이 글은 괘사의 뜻에 대하여 논설한 것이 일리가 있다. 그러나 「계사전」의 “물상을 섞어 늘어놓고 덕을 헤아려 정해서 시비를 분별하는 것은 中爻가 아니면 갖출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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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신후담, 『河濱先生前集』 제3책, 483~484쪽, “夫彖者, 何也? 統論一卦之體, ①明其所由之主者也. 故六爻相錯, 可擧一以明也, 剛柔相乘, 可立主以定也. 故擧卦之名, 義有主矣, 觀其彖辭, 則思過半矣. 夫少者, 多之所貴也. 寡者, 衆之所宗也. 一卦, 五陽而一陰, 則一陰爲之主, 五陰而一陽, 則一陽爲之主. 陰爻雖賤, 而爲一卦之主者, 處其至少之地也. 或有遺爻而擧二體者, 卦體不由乎爻也.”
28) 卦로 말하면 …… 道를 가리킨다: 신상후, 「王弼의 『周易略例』 譯註」, 『中國語文論譯叢刊』 50, 중국어문논역학회, 2022, 7쪽.
다.[雜物撰德, 辨是與非, 非其中爻, 不備.]”의 글을 인용하여 中爻가 종주[괘주]가 됨을 증명하였다. 「계사전」에서 말한 中爻란 ‘二·三·四·五효’를 통합하여 가리키는 것이니 괘주를 적용하여 종주로 삼을 수 있는 효가 아니다. 이에 대하여 분명히 알 수가 없다.29)
이 비평문의 글쓰기는 위 문장 직전의 단순필사를 바꾸어 인용과 비평을 섞어 서술하였다. 즉 왕필의 원전에 이르기를 “물상을 섞어 늘어놓고 덕을 헤아려 정해서 시비를 분별하는 것은 中爻가 아니면 갖출 수 없다. 그러므로 통솔함으로부터 찾으면 사물이 비록 많으나 하나를 잡아 제어할 수 있음을 알고, 근본으로부터 관찰하면 뜻이 비록 넓으나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들 수 있음을 아는 것이다.[雜物撰德, 辯是與非, 則非其中爻, 莫之備矣. 故自統而尋之, 物雖衆, 則知可以執一御也; 由本以觀之, 義雖博, 則知可以一名擧也.]”라고 한 것에 대하여 비평을 병행하였다. 이 부분은, 왕필이 괘주의 존재를 확고히 하고자 계사전을 인용한 문장인 듯하다. 그러나 애초 「계사전하」 9장에 언급된 ‘中爻’란 ‘한 괘 안에서 중심이 되는 효’라는 개체가 아니라, ‘二·三·四·五爻’를 통합하여 가리키는 말이니 종주가 될 수 있는 개체가 아니라고 지적하였다. 신후담의 말은 中爻가 한 괘를 구성하는 네 효를 가리키는 것이니, ‘단사를 밝힌다’는 「明彖」에서 괘주를 논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 것이다. 주희도 『본의』에서 중효는 괘의 가운데 네 효를 이른 것이라고 하였다.30) 中爻에 대하여 왕필의 상세한 설명이 없어 신후담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의심스런 점이 있다. 孔穎達은 『주역정의』에서 여기의 중효는 上卦의 가운데 한 爻[오효]와 下卦의 가운데 한 爻[이효]로 본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공영달은 “괘의 주효가 반드시 이효와 오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효와 오효가 주효가 될 때가 많다.”고 하면서 그 예로 乾卦의 구오와 坤卦의 육이를 들었다.31) 한편 大畜卦䷙의 구오 효사를 설명한 『程傳』에서 “대축괘의 구오가 하괘인 소성괘 乾☰의 中爻[九二]에 應한다.”32)고 한 것을 보면, 왕필의 『주역』을 계승한 程頤도 중효를 소성괘에 적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계사전」에 언급되었다 하더라도 中爻의 개념을 소성괘로 생각해 볼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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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신후담, 『하빈선생전집』 제3책, 484쪽, “此於卦辭之義, 論說有理. 但其引繫辭雜物撰德, 辨是與非, 非其中爻不備之文, 以證中爻之爲宗, 則繫辭所谓中爻統指二三四五, 非可適主以爲宗, 此其不可曉者也.”
30) 주희는 「계사하전」 9장의 “若夫雜物撰德, 辨是與非, 則非其中爻不備.”에 대한 『본의』의 설명에 “此謂卦中四爻”라고 하여 中爻가 “가운데 네 효”임을 분명히 밝혔다.
31) 孔穎達은 여기의 …… 육이를 들었다: 신상후, 앞의 논문, 8쪽.
32) 『주역전의대전』 大畜九五『程傳』, “下應乾之中爻, 乃大畜之君, 應乾而行也.”
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니, 신후담은 이 점을 간과하고 왕필이 말한 中爻의 개념을 의문시한 듯하다.
신후담의 「왕필역약례」는 「경방역전」과 같은 시기에 쓴 독서록이다. 즉, 『주역상사
신편』의 「괘사해」와 「효사해」를 탈고한 이듬해에 기록한 것이다. 따라서 신후담에게
괘주와 효변은 이미 그의 『주역』해석의 큰 틀이었으므로 신후담은 왕필의 저서에서
괘주를 설명한 부분을 주목했을 법하다. 탈고 후에도 부단히 자신의 이론과 방법을 검
증해 보려는 학자의 근실한 풍모를 엿볼 수 있다.
Ⅲ. 「효사해」의 효변 관련 문헌
신후담의 『주역』해석에 있어서 가장 큰 특징은 爻變의 운용에 있다. 신후담은 爻變을 통해 本卦와 之卦의 物象을 활용하고, 互體를 적용하며, 爻位에 따른 應比, 혹은 中正의 관계 등으로 易辭를 풀었다. 爻變은 爻의 陰陽이 바뀌는 것이다. 신후담은 384효 전체에 모두 ‘爻變’을 써서 효사를 해석하였다. 『주역상사신편』에서 효변을 표현한 일정한 틀이 ‘是爲A之B也’이다. 예를 들면 “是爲乾之大有也”는 乾卦䷀의 九五가 변하여 大有卦䷍가 된다는 말이니, 『周易』 乾卦 九五의 효사는 本卦인 乾卦䷀에 속하는 九五와 之卦인 大有卦䷍에 속하는 六五를 참조하여 해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때 대유괘의 六五가 속하는 삼획괘인 離☲를 적용함으로써 건괘 구오효사를 해석할 수 있다. 즉 건괘 구오의 爻辭之語인 ‘飛龍’의 飛를 지괘의 삼획괘인 離☲에서 찾는다는 말이다. 離☲의 성질은 불 타 오름이고 날개의 象이 있기 때문에 ‘나는’ 것이 된다.33) 그러면 본괘와 지괘로 구성된 兩卦一組의 틀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이 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시초점을 알아야 한다. 신후담은 이 원리가 大衍章에 보인다고 밝혔으며 그 실례로 『춘추좌씨전』에서 “乾卦 初九의 爻辭를 인용하면서 ‘乾之姤’라고 지칭하였음”을 예로 들었다.34) 『좌전』에 보이는 이런 형식의 점법을 ‘春秋官占’이라 한다.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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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김병애, 2018, 앞의 논문, 63쪽.
34) 신후담, 『河濱先生全集』 제5책, 8~9쪽, “九陽數之老者也. 易有四象, 九爲老陽, 七爲少陽, 六爲老陰, 八爲少陰. 因蓍策三變之數而得之, 詳見繫辭大衍章. 畫卦之法, 以九七畫陽爻, 六八畫陰爻, 陰陽之道, 老變而少不變, 則稱九者, 陽之變
관점이란 나라에 중요한 일을 앞두고 국가주도로 점을 쳐서 길흉을 파악하여 일을 계획하는 관례로서 『춘추좌씨전』과 『국어』에 그 사례가 보이므로 ‘춘추관점’이라 하였다. 이는 춘추시대에 『주역』을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기도하다. 이때 점친 결과에 해당하는 효명은 九나 六을 사용하지 않았다.35) 이것은 揲蓍과정에서 생겨나는 효의 변동을 그대로 이름한 것으로 ‘효변’의 연원이 된다. 효변은 신후담 주역의 대표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효변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뒷받침하듯 그 연원이 『춘추좌씨전』에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36) 다만 이에 대한 신후담의 직접적인 언사를 찾지 못했는데 본 논문에서 그 언사를 찾아 밝혔다.37) 그러나 신후담의 다양한 讀書嗜好로 볼 때 신후담이 춘추관점을 알게 된 경유가 단순히 『좌전』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경로를 추정할 수 있다. 왜냐하면 본 논문에서 전술한 바와 같이 신후담이 『주역상사신편』의 집필을 시작한 해가 그의 나이 27세 때인데 신후담은 이보다 훨씬 앞서 19세엔 「易學啓蒙補註」를 지었으며 착수하기 1년 전엔 「讀胡雙湖易學啓蒙翼傳識疑」를 지었음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38) 효변을 고찰함에 있어서 본 항에서는 이 두 편의 저술과 『주역상사신편』 1차 완성 후에 지은 「來氏易說纂要」를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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者也. 陽變爲陰, 則乾之初九, 爲以重天乾變爲天風姤者也. 故春秋傳引此爻之辭, 而曰乾之姤, 餘爻之言九者放此.” 9는 陽數 중에 늙은[老] 것이다. 『周易』에는 四象이 있는데 9는 老陽이고, 7은 少陽이며, 6은 老陰이고, 8은 少陰이다. 시초의 책을 헤아려 三變한 數에서 얻으니 자세한 것은 「繫辭傳」 大衍章에 보인다. 괘를 긋는 방법은 9·7이 陽爻가 되고 6·8이 陰爻가 되는데, 陰陽의 도는 老는 변하고 少는 변하지 않으니, 9라고 칭한 것은 陽이 〈陰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陽이 변하여 陰이 되니 乾卦의 初九는 重天乾이 변하여 天風姤가 되는 爻이다. 그러므로 『춘추좌씨전』에 乾卦 初九의 爻辭를 인용하면서 ‘乾之姤’라고 지칭하였으니 다른 효에서 9를 말한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35) 임재규, 「周易의 易詞형성과 筮法의 상관관계」, 『종교연구』 78-2, 한국종교학회, 2018, 62-63쪽. “출토문헌에 의하면, 현재 통용되는 爻題[爻名]는 대략 전국시대에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출토문헌인 상해박물관 소장의 전국초죽서를 보면 현재 통용되는 爻題가 나타난다. 爻題가 언제부터 나타났는지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전국시대에는 현재 통용되는 爻題가 존재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춘추시대에는 현재 통용되는 爻題가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춘추좌전』의 占筮例를 통해 알 수 있다. 즉 『춘추좌전』의 점서례를 보면 오늘날 통용되는 爻題는 보이지 않고, ‘某卦之某卦’ 형태가 등장한다. 『춘추좌전』의 모든 점서례에 오늘날 통용되는 爻題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춘추시대에 오늘날 통용되는 爻題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36) 임재규, 「정약용과 래지덕의 효변설 비교」, 『철학탐구』 38, 중앙대학교 중앙철학연구소, 2015, 10쪽.
37) 본 논문 III장 3절 내지덕의 『周易集註』와 신후담의 「來氏易說纂要」에 그 내용이 보인다.
38) 방인, 「하빈 신후담의 역학사상」, 『實是學舍 河濱 愼後聃 共同硏究 中間發表會』, 2024년 2월 24일, 18쪽, “하빈이 『주역상사신편』을 착수하기 이전에 『춘추좌씨전』의 독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 신후담이 『춘추좌씨전』을 읽었다고 하더라도 효변설의 개발이 『춘추좌씨전』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후대의 학자들이 『춘추좌씨전』의 효변설에 대해 논한 저술들이 있기 때문에, 『춘추좌씨전』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더라도 효변설에 대한 이해를 갖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1. 주희의 『易學啓蒙』과 신후담의 「易學啓蒙補註」
朱熹가 『역학계몽』을 편찬한 취지는 易의 道는 의리와 상수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한 가지 이론에만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강조되지만, 표면상으로는 程頤의 『역전』이 오로지 이치를 밝히는 것만을 위주로 했기 때문에 주희는 소옹의 상수학을 채용하여 그 편벽됨을 보완한 것이 『역학계몽』이다. 그는 『역학계몽』 서문에서 “근세의 학자들은 대부분 『주역』을 즐겨 담론하지만 그 가운데 문장의 의미에 전념하는 사람은 이미 지리멸렬하고 산만하여 뿌리를 붙일 곳이 없고, 상수에 관련된 사람은 또 모두 견강부회하여 성인이 심사숙고해서 만든 것으로 여기기도 하였다. 나는 이와 같은 것을 문제점으로 생각했다. 그 때문에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함께 예전에 들었던 것을 모아 4편의 책을 만들었다[爲書四篇]. 이는 초학자들에게 보여서 근세 학자들의 주장에 현혹되지 않게 하고자 함이다.”39)라고 하였다. 爲書四篇이란 『역학계몽』이 「本圖書」·「原卦劃」·「明蓍策」·「考變占」의 4개 文篇으로 구성되었음을 말한다. 신후담이 『역학계몽』을 읽고 지은 독서록이 「易學啓蒙補註」인데, 이는 「本圖書」와 「原卦劃」에서만이 논의되는 부분에 원전의 해당 원문을 쓰고 이에 대해 ‘愚按’의 형식을 빌려 보주문을 기록하였다. 「明蓍策」과 「考變占」에서는 “「明蓍策」第三”, “「考變占」第四”라고 나란히 쓰고 1자 낮추어 “이 두 편은 모두 本注대로 이해한다.”라고만 부기하고 다른 기록은 없다.40) 그런데 신후담이 주목한 부분은 ‘愚按’의 보주를 달았던 「本圖書」·「原卦劃」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考變占」이다. 「역학계몽보주」의 본문에 앞서 신후담은 다음과 같이 ‘일러둠’을 달았다.
『역학계몽』이라는 책에 대하여 여러 학자가 보완한 주해가 이미 상세하니 지금은 다만 그 중 미비한 것만을 보충하여 보주로 삼는다.41)
이 말은 「本圖書」·「原卦劃」에 대해서는 보주를 달지만, 「明蓍策」·「考變占」에 대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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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성리대전』 2책, 「易學啟蒙序」, 977쪽, “近世學者, 類喜談易, 其專於文義者, 旣支離散漫, 而無所根者, 其渉於象數者, 又皆牽合傳㑹, 而或以爲出於聖人心思智慮之所爲也. 若是者, 予竊病焉, 因與同志, 頗輯舊聞, 爲書四篇, 以示初學, 使毋疑於其說云.”
40) 신후담, 『하빈선생전집』 제3책, 174쪽.
41) 신후담, 『하빈선생전집』 제3책, 155쪽.
원전 그대로 수용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역학계몽』의 마지막 단원인 「考變占」은 글자 그대로 ‘변효로 점치는 것을 고찰함’의 뜻이다. 「考變占」의 연구대상이 춘추관점이다. 「考變占」이 필요한 이유는 「明蓍策」에 있다. 「明蓍策」은 ‘시초점을 밝힌다’는 의미인데 시초점이란 「大衍章」을 근거로 한 점치는 방법이다. 주희는 「대연장」에서 제시한 점법에 대하여 시초를 가지고 4營18變을 거쳐 얻어지는 수에 따라 해당되는 괘 혹은 효를 찾아 점을 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42) 그러나 古代의 이러한 점법이 과연 실제로 활용된 방법인지를 확신할 수 없어 다시 그 사례를 찾은 것이 『춘추좌씨전』과 『국어』에 나타나 있는 점들이었다. 그 점의 사례를 한 효가 변하는 1효변에서부터 여섯 효가 모두 변하는 6효변까지 찾아 서술한 것이 「考變占」이다. 『하빈연보』에 의하면 신후담이 15세에 처음 『주역』을 읽었다고 하니, 괘효사를 대하고 대체로 애매하고 분명하지 못한 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는 중에 『역학계몽』을 보았을 터이고, 이를 통해 효변도 접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2. 호일계43)의 『周易啓蒙翼傳』과 신후담의 「讀胡雙湖啓蒙翼傳識疑」
「讀胡雙湖啓蒙翼傳識疑」는 元나라 胡一桂(1247~?)의 저서 『周易啓蒙翼傳』44)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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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大衍章을 근거로 ……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大衍章’은 「繫辭傳上」 9장을 가리키는데 蓍卦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언급한 글이다. 이에 의하면 ‘三變’의 과정을 거쳐야 하나의 ‘爻’가 생성된다. 즉 18변(3변×6효)을 해야 온전한 六畫卦를 얻는 것인데, 1변을 위하여 4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4營18變’이라고 한다. 4營이란 네 번 經營함을 말한다. 卦를 뽑을 때 시책 50개에서 하나를 제외하고(태극 상징) 49개를 좌우 양손으로 갈라 각기 좌우에다 놓는 것이 第1營(兩儀 상징)이다. 그다음 왼손으로 왼쪽에 있는 시책을 집은 다음 오른손으로 오른쪽에 있는 시책 한 개를 집어 왼손의 새끼손가락 사이에 거는 것[掛]이 第2營(三才 상징)이다. 그다음 오른손으로 왼손에 있는 시책을 네 개씩 세는 것이 第三營의 半(四時 상징)이다. 세고 난 나머지를 무명지와 장지 사이에 끼는 것[扐]이 第四營의 半(윤달 상징)이다. 그다음 오른쪽에 있는 시초를 오른손으로 쥐고 왼손으로 네 개씩 세는 것이 第三營의 半이다. 세고 난 나머지를 장지와 검지 사이에 끼는 것이 第四營의 半(두 번 끼워 윤달 상징)이다. 이상 四營의 동작을 세 번 되풀이 하면 1변의 수를 얻고 3변을 해야 비로소 1爻가 정해지므로 ‘4營18變’이라고 한 것이다.
43) 胡一桂(1247~?): 자는 庭芳이고, 婺源人이다. 어려서부터 부친 胡方平에게 주희의 역학을 배워 『周易本義附錄贊疏』, 『周易啓蒙翼傳』 등을 저술하였다. 주희의 설을 충실히 따르고 異說을 배척하였다.
44) 이종묵 외, 『조선에 전해진 중국문헌』,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21, 758쪽, “이 책의 원서명은 『周易本義啓蒙翼傳』이며 『易學啓蒙翼傳』 혹은 『啓蒙翼傳』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退溪集』에서부터 이 책에 대한 언급이 보이는데, 특히 1570년에 쓴 「新刊啓蒙傳跋」에 따르면 禹性傳이 柳成龍에게서 이 책을 빌려 李滉에게 보내주었고, 이를 필사하여 易東書院에 두었는데 星州牧使 金克一이 監司 李陽元의 도움을 받아 조선에서 간행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英祖實錄』에도 이 책을 書筵의 교재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보이므로 조선에 널리 유통되었음을 알 수 있다. 『星湖僿說』에서는 書名을 들지 않고 胡一桂의 『周易』 해석을 소개했는데 이 책을 인용한 것이다. 규장각
등에 조선과 중국에서 간행한 목판본이 소장되어 있다.”
신후담의 독서록이다. 『周易啓蒙翼傳』은 호일계가 주희의 『역학계몽』을 읽고 비교적 자세히 그 설명과 비평을 기록한 저술이다. 호일계의 부친은 胡方平(1223~1278)45)이며 『역학계몽통석』을 지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호방평의 책 역시 주희의 『역학계몽』에 대해 여러 학자의 저술을 집록하여 주희의 이론을 계승한 것이다. 주자 학맥에 있어 매우 주요한 인물이다. 그들의 학술적 업적은 나중에 대전본을 총집할 때 『성리대전』의 『역학계몽』 편집에서 대체로 호방평의 주석이 채택되고 있다는 것으로 그 가치를 알 수 있으며, 아들 호일계도 부친의 학문을 이어받아 역학에 정통하였다. 호일계의 경우 『주역전의대전』에 그의 저술이 인용되고 있는데 특히 계사전의 주석에서는 다른 諸家들 보다 그 비중이 큰 편이다.
이제 본 논문의 주제와 관련하여 신후담이 「讀胡雙湖啓蒙翼傳識疑」에서 지의한 卦爻變動說, 彖爻取象說, 筮法을 살펴보겠다. 우선 卦爻變動說이다.
괘효변동설이다. 변동의 조목에 3가지가 있음을 논하였다. 예를 들면 서법에서 노양(重 ▭)이 변하여 소음(拆 ╺ ╸)이 되고, 노음(交 ╳)이 변하여 소양(單 ⎯)이 되니 이것이 ① 變易의 역이다. 선천도의 양은 왼쪽이고 음은 오른쪽이니 서로 부딪혀 바뀌어 이루니 이것이 ② 交易의 역이다. 문왕의 괘사 중에 ‘泰 小往大來’나 ‘否 大往小來’, 孔子의 彖傳 중에 ‘隨 剛來下柔’나 ‘蠱 剛上柔下’ 같은 따위, 이것은 한 괘 안의 여섯 효가 오르내려 일정함이 없으니 강유가 서로 바뀌는 ③ 相易의 易이다.46)
이상에서 ① 變易의 역이란 효변이다. ② 交易의 역에서 교역이란 복희 선천원도의 운행이 팔괘의 생성순과 달라 乾·兌·離·震을 已生之卦로, 巽·坎·艮·坤을 未生之卦로47) 설명하는 과정에서 부여한 방식이다. ③ 相易의 역이란 일반적으로는 卦變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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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胡方平(1223~1278): 호는 玉齋이며 江西省 婺源 사람이다. 그의 학문은 董夢程에서 나왔고, 동몽정의 학문은 黃榦(1370~1418)에서 나왔는데, 황간은 주희의 사위이다. 호방평과 그의 아들 호일계는 모두 주희의 학설을 고수
했다. 그의 저서에 『易學啟蒙通釋』이 있다. 『역학계몽통석』은 곧 주희 『역학계몽』의 취지를 드러내 밝힌 것이다.
46) 신후담, 『하빈선생전집』 제3책, 「讀胡雙湖啓蒙翼傳識疑」, 261쪽, “卦爻變動說. 其論變動之目有三. 如筮法之老陽重▭變爲少陰拆╺ ╸, 老陰╳ 乂變爲少陽單⎯, 此變易之易也. 如先天圖之陽左陰右, 互相愽[薄]易而成, 此交易之易也. 如文王卦辭中‘泰 小往大來’, ‘否 大往小來’, 孔子彖傳中‘隨 剛來下柔’, ‘蠱剛上柔下’之類, 此一卦中六爻上下無常, 剛柔相易之易也.”
47) 已生之卦는 선천팔괘도에서 左方을 의미하는 말로 생성순서인 乾 → 兌 → 離 → 震이 운행방향으로는 震 → 離 → 兌 → 乾이므로 이 네 괘를 이생지괘라고 한다. 巽·坎·艮·坤은 생성순서와 운행방향이 똑같이 巽 → 坎 → 艮 → 坤이므로 未生之卦라고 한다.
괘효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괘효는 변동한다. 천지운행상에서도 已生과 未生이라는 다른 차원의 운행을 겪는 것처럼 易辭에는 이런 변동이 다 반영되어 있어야 하고 실제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 괘효변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단효취상설이다.
단효취상설이다. 婺源 吳澹齋가 말한 “주역의 象은 變體·似體·互體·伏體·反體를 취하였다.”를 인용하였는데 그 말이 자못 이치가 있으니 후일 다시 더 상세히 살피겠다. 담재의 설48)은 다음과 같다. 變體로 설명하자면, 예컨대 小畜卦䷈의 상구에 坎이 없는데 비의 상을 취한 이유는 상구가 변하면 소성괘가 坎☵이 되기 때문이다. 似體로 설명하자면, 예컨대 頤卦䷚가 離☲와 비슷하여 거북을 칭하였고,49) 大壯卦䷡가 兌☱50)와 비슷하여 羊을 칭한 따위이다. 互體로 설명하자면, 예컨대 震卦䷲九四에서 遂泥[마침내 빠져있다]를 칭한 이유는 이효부터 오효까지가 호체로 상괘가 坎☵이기 때문이다. 伏體로 설명하자면, 예컨대 同人卦䷌의 彖辭에 大川이라고 칭한 이유는 下體의 離☲가 伏坎이기 때문이다. 反體로 설명하자면, 예컨대 鼎卦䷱初六에서 妾을 칭한 이유는 下體의 巽☴이 ‘거꾸로 된 괘[反]’로 보면 兌☱라는 뜻의 反이고, 초효이면서 음효이니 첩이기 때문이다.51)
단사와 효사에 있어서 취상의 방법은 다양하다. 이 가운데 變體가 효변에 해당한다. 신후담이 주역을 해석함에 있어서 대표적인 틀은 효변이지만 호체를 비롯한 다른 방법들도 취상의 도구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신후담은 지나치지 않았음을 이 글에서 알 수 있다. 이상의 卦爻變動說의 三易과 단효취상설의 五體의 實例는 춘추관점에 있다.
호일계의 『周易啓蒙翼傳』 하편에 있는 「筮法」은 다름 아닌 ‘좌씨서법’이며 여기에 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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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여기서 호일계가 언급한 ‘澹齋’는 미상이다. 다만, 『周易啓蒙翼傳』의 本注에 의하면, “이 설은 내가 무원 주판관인 담재 오선생에게서 알게 된 것이다.[此説愚得之婺源州判 澹齋吳先生]”라고 되어 있으니 호일계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관계인 듯하다.
49) 「설괘전」에 “離 …… 爲龜”라고 하였다.
50) 「설괘전」에 “兌 …… 爲羊”이라고 하였다.
51) 신후담, 『하빈선생전집』 제3책, 「讀胡雙湖啓蒙翼傳識疑」, 262쪽, “彖爻取象說. 引㜈[婺]1源吳澹齋說以爲易象有取變體似體互體伏體反體, 其說頗有理, 俟更詳之. 澹齋說曰變體如小畜上九無坎而取雨象者, 以上九變則爲坎也. 似體如頤似離而稱龜, 大壯似兌而稱羊之類也. 互體如震九四稱遂泥, 以自三至四[五]2互坎也. 伏體如同人彖辭稱大川, 以下體離伏坎也. 反體如鼎初六稱妾, 以下體巽反兌之反, 初陰爻妾也.” 1.㜈[婺]: 저본에 ‘㜈’으로 되어있으나, 『周易啓蒙翼傳』에 의거하여 ‘婺’로 교감하였다. 2.四[五]: 저본에 ‘四’로 되어있으나, 문맥을 살펴 ‘五’로 교감하였다.
여 신후담은 아래와 같이 「지의」를 달았다.
서법은 『좌전』의 觀之否나 明夷之謙 따위를 이른다. 두 점은 반드시 之卦를 겸하여야 하니 본괘의 효사만을 논하는 것은 잘못이다. 지금 「계사전상」 9장과 「설괘전」 1장52)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복희씨가 괘를 그은 것은 시책을 써서 얻은 듯하다. 만약 시책을 사용했다면 九와 六의 변화가 그 자리에서 이미 드러났을 것이니 본괘와 지괘의 상을 참고하여 완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後聖[周公]이 효를 의뢰할 때에 본괘·지괘 양쪽괘의 상을 아울러 취하여 효사를 만든 것이 아니라고 어찌 장담하겠는가. 그러므로 『주역』에 있는 여러 효들은 모두 구와 육으로 이름 하였으니 그 뜻을 알 수 있다.53)
윗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주역점은 반드시 之卦를 겸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밖에 또 한 가지는 설시하여 점사를 얻게 되었을 때 그 점사는 확률상 대부분 변효의 작용이 있게 되므로 그 과정이 점친 결과에 반영되어 해당 괘효가 命名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殷末周初, 주공이 효사를 달 때에 이런 과정을 담아 易辭를 지었다는 견해는 매우 독창적이다. 다만 인용문 후반의 “『주역』에 있는 여러 효는 모두 구와 육으로 이름 하였으니[皆以九六名之]”라는 말은 『춘추좌씨전』의 서법에 따른 괘효에 九·六의 표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공의 효사가 애초에 구와 육으로 명명되었다는 주장인데 이의 진위는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로는 단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54) 그러나 이는 적어도 易辭 해석에 있어서 효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뒷받침 한다. 참고로 호일계의 원전에서 발췌하여 「集左氏傳」의 사례를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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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계사전상」 9장은 일명 ‘大衍章’이라고 한다. 蓍卦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언급한 글이다(각주 41 참조). 「설괘전」 1장은 聖人의 作易에 대한 서술로서 生蓍, 立卦, 生爻가 언급되어 있다.
53) 신후담, 『하빈선생전집』 제3책, 「讀胡雙湖啓蒙翼傳識疑」, 283쪽, “此謂左傳觀之否明夷之謙. 二占必謙之卦, 以論本卦爻辭爲非云. 今詳上繫第九章說卦首章之文, 則伏羲畫卦, 似以蓍策而得之. 若用蓍策, 則九六之變, 當下已著, 而本卦之卦之象, 不得不參泰玩矣. 然則後聖資爻之時, 安知不竝取本之兩卦之象而爲之辭乎? 故易中諸爻, 皆以九六名之, 其意可見也.”
54) 괘효사 형성의 제반 문제는 그 진위를 단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에 관해서는 임재규, 2018, 앞의 논문 참조.
표 2 胡一桂, 筮法: 「集左氏傳」 사례55)
〈표 2〉는 揲蓍 후 괘체가 정해지는 사례를 알 수 있는 표이다.
표에 4가지 기호(╺ ╸, 一, ▭, ╳)가 보인다. 少陰(拆╺ ╸)과 少陽(單一)은
음양이 변하지 않는 효이고, 老陽(重▭)과 老陰(交╳)은 음양이 변하는 효이다.
차례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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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明夷之謙: 육효 그림을 보면 이는 초효가 노양(重▭)이므로 明夷卦䷣의 초효가 변하여 謙卦䷎가 되는 그림이다. 이때 명이괘를 本卦라 하고 겸괘를 之卦라 하며 ‘明夷之謙’이라고 한다.
② 復之頤: 육효 그림을 보면 상효가 老陰(交╳)이므로 復卦䷗의 상효가 변하여 頤卦䷚가 되는 그림이다. 따라서 복괘가 본괘이고 이괘가 지괘이므로 復之頤라고 한다.
③ 艮之隨: 육효 그림을 보면 이효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 효가 모두 변했다. 그래서 艮卦䷳가 隨卦䷐가 되었으니 간괘가 본괘이고 수괘가 지괘이므로 艮之隨라고 한다.
④ 不變은 여섯 효가 모두 변하지 않은 경우이다.
55) 이미지 출처 : 文淵閣四庫全書電子版, 胡一桂, 『周易啓蒙翼傳』.
본 논문의 논제상 「서법」편이 더 의미 있게 여겨지는 이유는 『周易啓蒙翼傳』 下篇에 「集左氏傳」이 있어서이다. 이는 『역학계몽』에 「고변점」이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集左氏傳」이라는 편명 아래 “주는 모두 두예의 본주이다.[注皆杜預本注]”라는 원주가 달렸듯이, 호일계는 『좌전』에 수록된 점서 관련 부분을 모두 발췌하고 두예 주까지 부기하면서 사례마다 제목을 넣고 본괘와 지괘의 그림을 넣었다(표 2 참조). 호일계의 원전에 의하면, 본문을 마친 부분에 “약관 때 모았던 『좌씨서법』이 兵火로 훼손되었는데 지금 다시 모아 『계몽익전』에 수록했다.[愚弱冠時集左氏筮法一編, 後以兵毁, 今再纂于此.]”는 저자의 후기가 있다. 그만큼 공을 들인 이유는 좌씨서법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앞에 서술한 易學論들이 실증되기 때문일 것이다. 신후담이 『주역상사신편』에 착수하기 직전 해인 26세에 호일계의 저서를 읽고 『讀胡雙湖啓蒙翼傳識疑』를 지었으니 이미 신후담은 춘추관점의 효변 사례에 익숙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3. 내지덕56)의 『周易集註』와 신후담의 「來氏易說纂要」
내지덕은 64괘 384효의 전체에 해당하는 효변표를 錯綜57)을 갖추어 따로 만들어 놓았을 정도로 효변에 대한 인식이 명료한 학자이다. 우선 내지덕의 『周易集註』에 보이는 효변표의 표본을 뽑아 간략하나마 그 효변 원리를 살펴보겠다.
〈표 3〉은 乾卦의 여섯 효가 각각 변할 경우 매 효에 해당하는 효변표로서 4개의 단으로 되어 있다. 우측에서 두 번째 줄을 가지고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제1단의 ‘初爻變巽’은 소성괘로 보아야 한다. 즉 ‘乾☰의 초효가 변하여 巽☴이 됨’이다. 제2단의 ‘成姤’는 대성괘로 보아야 한다. 즉, ‘姤卦䷫를 이룸’이다. 제1단과 제2단의 소주는 착괘와 종괘를 제시한 것으로 제1단은 乾☰의 초효가 변하여 巽☴이 되었으니 巽☴의 착괘는 세 획 전부 음양이 바뀐 괘인 震☳이고, 종괘는 거꾸로 된 괘인 兌☱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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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來知德(1526~1604): 명나라의 철학자로, 字는 矣鮮, 號는 瞿塘이다. 30년간 易의 象을 구하는 데 잠심하여 만든 「錯綜圖」가 유명하다. 저서에 『周易集註』가 있는데 『역경집주』라고도 한다.
57) 김동진, 「來知德의 괘변설 비판과 괘생성론」, 『철학연구』 55, 고려대학교 철학연구소, 2017, 31-32쪽, “錯이란 乾䷀·坤䷁과 같이 음양이 반대인 두 괘의 관계를 말하며, 綜이란 屯䷂·蒙䷃과 같이 하나의 괘상을 위아래로 뒤집어서 이루어진 〈거꾸로 된〉 두 괘의 관계를 말한다. 괘효사를 해석할 때 해당 괘의 착 또는 종의 관계에 있는 괘로부터 괘효사의 상징을 도출하는 것이 내지덕 역학의 주요 특징으로, 내지덕은 문왕이 착종의 원리에 기반하여 주역의 괘사를 짓고 64괘를 배열하였다고 보았다.”
표 3 來知德, 『周易集註』 「효변표」 일부(乾卦)
※文淵閣四庫全書電子版, 來知德, 『周易集註』.
제2단은 乾卦䷀가 변하여 姤卦䷫가 되었으니 姤卦䷫의 착괘는 여섯 획 전부 음양이 바뀐 復卦䷗이고, 종괘는 거꾸로 된 夬卦䷪라는 말이다. 제3단의 ‘中爻’(2·3·4·5효)는 ‘호체로 하괘가 乾☰이고, 상괘도 乾☰’이라는 말이다. 제4단의 ‘地位’는 대성괘의 아래 두 효는 ‘地’에 해당하므로 ‘地位’라고 하였다. 나머지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읽는다. 효변의 방법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표이다.
내지덕이 그의 『주역집주』에서 위와 같은 효변을 적용하여 약술한 「變」은 아래와 같다.
‘變’은 양효가 음효로 변하고 음효가 양효로 변하는 것이다. 예컨대 漸卦䷴의 구삼에서 삼효는 지아비를 상징하고 互體인 坎☵은 가운데가 가득 차 있으니 임신한 부녀자[婦孕]를 상징하는데, 삼효가 변하면 양이 없어져 坤☷이 되어 지아비의 象이 없어지므로 ‘지아비가 정벌에 나서지만[夫征] 돌아오지 못하는’ 상이 있다. 이미 坤이 된 뒤에는 아울러 ‘가운데가 가득 차 있는 坎’의 상도 볼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임신한 부녀자가 아이를 낳아 기르지 못하는’ 상이 있다. 또 귀매괘䷵의 구사에는 互體인 달을 상징하는 坎☵과 해를 상징하는 離☲가 있어 期日의 상이 있는데, 사효가 변하면 純坤☷이 되어 달과 해의 상을 볼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효사에서 ‘기일을 어기다.’라고 하였으니, 이 어찌 현묘하지 않은가!58)
내지덕이 설명하는 ‘變’은 곧 효변을 이른다. 위 인용문에 의하면 내지덕은 주공의 효사를 온전하게 해석하기 위하여 호체는 물론, 효변을 적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지덕의 『周易集註』에 대한 신후담의 독서록이 「來氏易說纂要」이다. 신후담은 독서록에서 위의 설명에 대해 아래와 같이 비평하였다.
나는 『주역상사신편』에서 『좌전』의 筮例에 의거하여 주자의 뜻을 조술하고 變象을 취하여 효사를 해석하였다. 지금 내지덕의 설을 살펴보니 서로 부합하는 것이 있다. 다만 대체로 천착하고 근거 없으니 여기 「變」조의 점괘와 귀매괘를 논한 데서 그 개략을 알 수 있다. 점괘䷴ 구삼 효사의 夫征과 婦孕은 구삼의 양이 가서 육사의 음과 야합함을 이르는 것이다. 어찌 구삼 한 爻 안에 남편과 아내의 상이 병존하는 이치가 있는가. 또 어찌 변효를 가리켜 征不復, 孕不育이라고 하는가. 귀매괘䷵ 구사의 愆期는 구사와 초구가 應位의 관계에 있으나 같은 양강이므로 서로 구하는 뜻이 절실하지 않아서 嫁歸의 기일을 어길 뿐이다. 어찌 호체인 坎月離日을 期라고 여기는 상을 취하여 坤으로 변하여 坎離를 보지 못한 것을 愆期로 여길 수 있는가.59)
이 독서록에서 신후담은 내지덕의 효변설과 호체설을 아울러 비평하였다. 즉 점괘䷴의 구삼에서는 내지덕이 효변으로 효사를 풀었으나 신후담은 이때에는 효변을 적용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고 구삼이 육사와 親比하는 상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효변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여러 역학요소들을 적재적소에 잘 들어 써야 함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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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來知德, 『周易集註』, 文淵閣四庫全書電子版, “變者, 陽變陰·陰變陽也. 如漸卦九三以三爲夫, 以坎中漫爲婦孕, 及三爻一變, 則陽死成坤, 離絶夫位, 故有夫征不復之象. 旣成坤, 則幷坎中滿通不見矣, 故有婦孕不育之象. 又如歸妹九四, 中爻坎月離日, 期之象也. 四一變則純坤, 而日月不見矣, 故愆期. 豈不玄妙?”
59) 신후담, 『하빈선생전집』 제3책, 「來氏易說纂要」, 402쪽, “愚於新編中, 據春秋之例, 述朱子之意, 泰[參]*取變象以釋爻辭. 今按來氏之說, 有相符者. 但其爲說類多穿鑿無據, 如此條之論漸歸妹, 可見其槪. 漸九三之夫征婦孕, 謂三陽之往合四陰, 豈有以三之一爻竝爲夫婦之象之理? 而又豈指其變爲征不復孕不育也哉? 歸妹九四之愆期, 謂四與初應, 而相求之意不切, 以愆其嫁歸之期耳. 豈取其互體之坎月离日爲期之象, 而以其變坤而不見坎离爲愆期耶?” *泰[參]: 저본에 ‘泰’로 되어 있으나 문맥을 살펴 ‘參’으로 교감하였다.
자기경계인 듯하다. 귀매괘䷵의 구사에서는 내지덕이 호체로 효사를 풀었으나 신후담은 구사와 응위인 초구는 같은 양강이므로 만나려는 것이 절실하지 않아 기일을 어길 뿐이니 이는 응위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易學啓蒙補註」와 「讀胡雙湖啓蒙翼傳識疑」는 아직 『주역상사신편』의 저술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은 것이고, 여기의 「來氏易說纂要」는 『주역상사신편』 1차 완성 후 14년이 지난 해(47세)의 저술이니 어쩌면 신후담이 내지덕의 저서를 독서한 시간은 『주역상사신편』에 통적용한 효변을 검증해 보는 시간이었을 수도 있다.
신후담은 이때로부터 10년 후에 『주역상사신편』의 최종본을 탈고한다. 신후담 연구에 있어서 「來氏易說纂要」가 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가 있다. 위 인용문의 서두를 보면, 신후담이 내지덕의 「變」조에 대한 독서록을 쓰면서 “나는 『주역상사신편』에서 『춘추좌씨전』의 筮例에 의거하여 주자의 뜻을 조술하고 變象을 취해서 효사를 해석하였다. 지금 내지덕의 설을 살펴보니 서로 부합하는 것이 있다.[述朱子之意, 參取變象, 以釋爻辭. 今按來氏之說, 愚於新編中, 據春秋之例, 有相符者.]”라고 한 점이다. 신후담의 이 독백으로 말미암아 『주역상사신편』 「효사해」의 주요 해석틀인 효변이 춘추관점에서 유래되었음이 공고해졌다. 뿐만 아니라 좌씨서법에 의거하여 효변이라는 틀로 효사를 해석하여 보다 명확하게 『역경』에 다가간 것을 자부하는 감회도 읽힌다. 내지덕의 주역을 탐독한 뒤 10년간의 신후담 행적에서 눈에 띄는 것은 춘추 관련 저술이다. 「春秋經傳摠按」과 「春秋雜識」를 완성하였는데 이 중 「識」는 春秋經傳摠按」은 전하지 않고 「春秋雜春秋大義의 내용을 담고 있으니 본 논문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신후담이 평생 『춘추』를 가까이하였음을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이로써 엿볼 수 있는 명확한 사실은 신후담이 적용한 효변론이 주희를 조술한 것이라고 스스로 밝힌 점이다. 그리고 “이제 내지덕의 저술을 보니 서로 부합하는 것이 있다.”고 하였으니, 이는 신후담이 『주역상사신편』을 이미 탈고(1차)하고 벌써 10여 년이 지나서야 내지덕의 저술에서 본인이 해석한 것과 같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선긋기(내지덕을 참고하지 않았다는 선)와 내지덕의 지나친 효변의 변용에 ‘천착하고 근거 없다[穿鑿無據]’고 못 박은 것을 보면, 신후담 또한 효변으로 지나치게 취상을 확대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감출 수 없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Ⅳ. 맺음말
본 논문은 하빈 신후담이 易辭를 보다 합리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적용한 괘주의 틀과 효변의 틀이 그가 독서한 문헌과 어떠한 영향 관계가 있는지 탐색하였다. 신후담이 독서한 책으로 『京氏易傳』·『周易略例』·『易學啓蒙』·『周易啓蒙翼傳』·『周易集註』를 선별하였으며, 이에 따른 독서록은 「京房易傳」·「王弼易略例」·「易學啓蒙補註」·「讀胡雙湖啓蒙翼傳識疑」·「來氏易說纂要」이다.
독서한 책을 기준으로 앞의 두 문헌은 경방과 왕필의 저서로서 괘주와 관련이 있고, 뒤의 세 문헌은 주희·호일계·내지덕의 저서로서 효변과 관련이 있다. 신후담은, 경방이 『경씨역전』에서 ‘世應’으로 괘주를 판단하는 방법은 괘주가 고정되므로 마땅하지 않다고 하였으나, 경방이 64괘의 순서를 정함에 대해서는 꽤 긍정적인 호감을 피력하였다. 왕필은 「明彖」에서 단사를 설명하며 “적음은 많음이 귀하게 여기는 바이고 적은 수는 많은 수가 宗主로 삼는 바이다.”라고 하여 ‘적은 수’가 괘 안에 주된 역할을 하는 구심점이 됨을 밝혔다. 이것이 괘주의 존재인데 주로 상체의 가운데 효나 하체의 가운데 효가 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수긍했으나 왕필이 이런 효를 中爻라고 지칭한 점에 대해서는 「계사전」을 근거로 의문을 제기하였다.
주희 역학의 의의는 상수와 의리의 균형을 위해 상수를 중심으로 한 敎易의 임무를 자임하고 춘추관점에서 그 실증을 찾아 『주역』이 점서라는 주장을 확고히 한 데 있다. 15세에 주역을 처음 접한 신후담은 몇 년 후 『역학계몽』을 탐독하고 『주역』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을 것이다. 호일계는 주희의 취지를 경건히 계승하여 易法을 다양하게 설명하였다. 신후담은 그 독서록에서 卦爻變動說, 彖爻取象說, 筮法 등 효변과 관련된 비평을 꼼꼼히 서술하였다. 특히 좌씨서법을 숙지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호일계를 숙독한 뒤에는 『주역』을 일이관지하는 해석틀을 염두에 두고 『주역상사신편』의 대장정에 임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본다.
내지덕의 저서에 대한 독서록인 「來氏易說纂要」는 『주역상사신편』 1차 완성 후 14년이 지난 뒤에 지은 것이다. 신후담은 이때로부터 10년 후에 『주역상사신편』의 최종본을 탈고하였다. 특히 「來氏易說纂要」에는 신후담이 “나는 『주역상사신편』에서 『춘추좌씨전』의 筮例에 의거하여 주자의 뜻을 조술하고 變象을 취해서 효사를 해석하였다.”라고 한 독백이 있다. 신후담의 이 말로 말미암아 『주역상사신편』 「효사해」의 해석틀인 효변이 춘추관점에서 유래되었음이 공고해졌다.
신후담이 自得한 이상의 學易과정은 애매하고 현묘한 『역경』의 세계가 좀 더 실증적으로 해석되는 데 기여했으며, 그가 끈기 있게 적용한 괘주와 효변은 ‘괘주와 효변의 계승’을 위한 우리 역학사의 중대한 교두보가 되었다.
부록_ 하빈 신후담 『주역』 관련 저술
※본 논문 ‘Ⅰ항’에 해당하며, 『하빈선생연보』를 정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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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章潢(1527~1608): 字 本清, 江西 南昌人. 明代의 易學家이다. 저서에 『圖書編』과 『周易象義』 등이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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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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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사이트 및 전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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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 Study on the Relevance of Books on the ‘Statements of Gua and Yao’ as Interpreted by Sin Hudam: An Analysis of Sin Hudam’s Juyeok sangsa sinpyeon and His Engagement with Texts Related to the Zhouyi
Kim, Byung-ae
This article delves into the concepts of ‘Guaju (卦主)’ and ‘Yaobian (爻變)’ as applied by Sin Hudam (愼後聃) to offer a more rational interpretation of the Guaci (卦辭, hexagram dictum) and Yaoci (爻辭, line dictum) in his book Juyeok sangsa sinpyeon (周易象辭新編). The ideas of ‘Guaju’ and ‘Yaobian’ in Sin Hudam’s approach are influenced by his study of texts related to the Zhouyi (周易).
In his work, Jing Fang (京房) interpreted Juyao (主爻) using the principle of Shiying (世應), but Sin Hudam argued that this was not appropriate since Guaju (卦主) remains fixed in his own methodology.
In contrast to Wang Bi (王弼), who often regarded the Yao (爻) among the upper and lower Gua (卦) as the Zhongyao (中爻), Sin Hudam criticized Wang Bi’s understanding of Zhongyao as flawed.
Sin Hudam observed that Zhu Xi (朱熹) assumed the task of teaching Zhouyi centered on Xiangshu (象數) to balance Xiangshu and Yili (義理). He also argued that the Zhouyi is fundamentally a fortune-telling book, substantiating this view with examples from Chunqiuguanzhan (春秋官占).
Hu Yigui (胡一桂), in his writings, faithfully followed Zhu Xi’s approach and
elaborated on various interpretative frameworks of the Zhouyi. Hu’s work,
especially his method of fortune-telling using Shicao (蓍草), provided Sin Hudam with insights into Chunqiuguanzhan.
Lai Zhide (來知德) contributed significantly to the understanding of Yaobian,
organizing the Yaobianbiao (爻變表) and emphasizing the importance of
Bianxiang (變象) in interpreting the Xiaochenggua (小成卦). Bianxiang involves
applying the imagery (Xiang) derived from Yaobian to the statements in the
Zhouyi. In his work Laishiyishuozuanyao (來氏易說纂要), Sin Hudam explained
how he used Chunqiuguanzhan as a basis for interpreting Yaoci.
Sin Hudam’s engagement with these works played a pivotal role in the study of the Zhouyi, serving as a crucial link in the continuation and evolution of the concepts of Guaju and Yaobian.
keywords
Sin Hudam, Juyeok sangsa sinpyeon, Guaju, Yaobian, Jing Fang, Wang Bi, Zhu Xi, Hu Yigui, Lai Zhide
*****(2024.11.19.)
* 智登지등 辛鐘遠신종원 敎授교수님 提供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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