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 백일 안된 막내까지 재우면 식탁에서 맞이하는 하루의 끝 아이들 어지른 자리 정리하고 밀린 드라마 보며 빨래 개키다 어, 비 오네. 김치전 구워드려요? 마주 앉아 차가운 맥주캔 기울여 호로록 넘치는 거품을 마시며 집 안팎 밍숭맹숭한 이야기 나누는 밤 아빠도 그런적 있어? 얼만큼 아파? 얼만큼 아픈지 나 좀 꼬집어봐? 진짜 이만큼 밖에 안 아파? 헌 이가 뒤 새 이가 돋아나 치과 갈 첫째의 물기 어린 걱정 오래오래 듣는 벌써 이만큼 자랐구나 토닥이는 장한 저녁 풀매야지 다짐만 하다 장마 오고 우거진 풀밭에서 숨바꼭질해 찾은 텃밭 채소들 보채고 뒤채는 셋째 달래며 저녁밥 준비하는 서두른 오후 선잠 든 아기 눕힌후 아이들이 남긴 아침 먹고 몸만 빠져나간 내복 놀다만 장난감 보다만 책도 잠시 숨고르는 쏜살같은 오전 깨워서 먹이고 씻기고 입혀서 재잘거리며 한눈 파는 아이들을 꿰어 노란버스 태워보낸 오종종한 아침 안되는 건 안되는 대로 되어야할 일은 늘 그랬 듯 풀어야할 건 제때 노력하고 매조질 건 뒤돌아보지 않으며 다정하기 이를데 없는 엄정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