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봉산 개나리(응봉역–응봉산(개나리)-서울숲-살곶이다리-군자교-군자역, 2024년 3월 22일, 10km)
왕십리역에서 문산 가는 경의중앙선, 한 정거장이면 응봉역이다. 응봉역은 처음이다. 처음 오는 역이라니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친구도 응봉역은 처음이라고 했다. 응봉산(응봉역)은 한강을 바라보고 있다. 위치상 서울의 중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마음만 두고 있었던 듯싶다.
개나리가 필 때면 응봉산은 온통 노란색으로 덧칠하고 있다. 그 색감에 빠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봄철 강변북로, 동부간선도로를 지날 때면 응봉산 개나리는 어서 오라고 손짓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꼭 갈 테니, 기다리라 말하곤 했었다. 그렇게 벼르던 곳이다. 그리 벼르던 응봉산을 찾았으니,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 없다.
응봉역에서 응봉산은 지척이다. 성동구 응봉산 축제 기간은 3월 21일부터 24일까지다. 그러나 일기는 쉽사리 인간의 예상을 맞춰 줄 요량이 아니었다. 개나리가 살짝 피기는 했지만 환하게 피려면 며칠 더 시일이 필요해 보였다. 축제 지원인력이 많았다.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응봉산 정상의 팔각정 아래 주민 체육시설 공간에 먹거리 장터가 운영되고 있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오전 시간이지만 김치전, 김밥 등에 막걸리로 흥겨운 분위기를 돋웠다. ‘함께 오나 봄’, ‘당신은 나에게 언제나 봄’ 등 글귀가 봄날에 맞춘 듯 살갑다. 막걸리 한 잔에 아린 마음, 기쁨을 채운다. 인생의 애환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행복이다.
이정표의 안내에 따라 서울숲으로 걸었다. 각자 언젠가 왔었던 서울숲의 기억을 더듬는다. 서울숲, 뚝섬은 그때와 다르게 상전벽해다. 좋은 것이라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화려하고 높은 빌딩은 이제 이곳이 서울에서도 상당히 비싼 곳이라 선언하고 있다.
응봉산에서 서울숲은 너무 짧았다. 짧으면 달래면 된다. 중랑천 살곶이다리로 향했다. 중랑천을 바라보며 막걸리 한잔을 기울였다. 이모저모 속 깊은 이야기로 인생의 한 조각을 중랑천 흐르는 물에 실려 보냈다. 오리는 아프고 짠한 이야기를 알아듣고 고개를 주억거리는 것만 같았다.
군자교를 타고 군자역에 있는 청와옥을 찾았다. 순댓국 식당이다. 언제 와도 늘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는 풍경이었다. 기다리는 게 싫어 그냥 지나치곤 했었다. 점심시간이 지났기에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다행히 짧게 기다렸다.
순댓국 두 개에 소주 한 병이다. 인간의 혀는 얼마나 대단하던가. 미세하고 작은 차이일 수 있지만 그 차이를 예리하게 느끼게 한다. 반찬, 서비스도 좋았다. 기분 좋은 맛으로 배가 불렀다. 비가 오기 전에 우리의 일정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