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은 금손이다.
내 손이 닿으면 가치 있는 물건이 된다.
쌀은 밥이 되고 , 배추는 김치가 되고, 부추는 전이되니, 어찌 금 손이라 안 할 수 있나?
그뿐인가?
지저분한 빨래랑 청소가 내 손이 닿으면 새 옷 같은 옷이 되고, 깨끗한 집이 되니 어찌 금손이라 안 할 수 있나?
또 가난아기가 내 손이 닿으면 무럭무럭 자라나 어른이 되는 기적이 된다.
내 손이 금손이 된 것은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스물 네 살에 결혼하고부터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결혼 전에는 내 양발 한쪽도 안 씻고 살았고,
결혼 날 잡고서야 밥을 일곱 번 연습해 봤을 정도이다.
엄마가 다 하다가 엄마가 부재중 (병원에 가면)이면 언니 오빠가 다섯 명이라 다 하고 나까지는 설거지 조차 할 기회가 없었다.
아 홉 살 되어서는 집안일하는 아줌마도 있었다.
이러니 내가 어찌 손을 혹독하게 쓸 일이 있었겠는가? 지금은 금손.
지문은 진즉에 다 닳았다.
내 나이 예순네 살.
아이들 커서 독립하고 그 후부터는 금손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에게 처음 선언한 "살림은 삼십 년만 하겠다. "라고 한 것을 상기시켰다.
남편은
어릴 때부터 밥을 혼자서도 곧 잘 찾아 먹고, 어떤 음식은
금손인 나보다 더 잘 다루는 것도 있다.
어릴 때 엄마가 장사하러 나가서 집에 부재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이제부터는 남편의 손이 나 대신 금손이 되었다.
뚝딱하면 라면이 대령이요.
국수랑 찌개도 곧 잘 만든다.
청소도 좋은 청소기와 밀대로 하고, 빨래도 세탁기 겸용 건조기로 하고 개기도 곧 잘한다.
나의 작은 금손은 예순 네 살에야 서서히 예쁜 손으로 되어간다.
끝
내 손은 약손
새로운 사람을 소개받아 그 사람과 악수를 해 보면
크고 두툼하고 억세면 일을 많이 한 사람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내 손은 작다.
손 길이가 십 칠 센티미터요 한 뼘도 십 칠 센티미터다.
어릴 때에는 부모가 이끄는 대로 내 손으로 일을 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소위 양발 짝 하나 안 씻었다.
덩치가 자그마한 엄마는 가내공장하는 아버지와 일을 같이 하느라 힘들었다.
쇠를 녹여서 원하는 형태로 만드는 일이다.
장정들과 똑같이 아니 더 하면 더 했을 것이다.
장정들이 하는 일을 같이했다.
그러고도 아침과 점심사이 점심과 저녁 사이에 국수나 감자 등으로 참을 만들어 내는 것도 엄마가 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집안 살림을 안 할 수도 없었다.
자식에게 시키는 법이 없었다.
자식이 여섯 인데도 열 손 제배시키고 혼자 하셨다.
손빨래하다가 잠들어 쓰러지기를 여러 번이다.
쉬는 걸 못 보았다.
"여자팔자 뒤웅박 팔자"라고 하더니.
엄마는 백 석지기 딸이다.
내가 이 홉 살에야 큰 집 짓고 이사 가서는 공장 일에서 벗어났다.
집안 일하는 아줌마도 있어서 살림도 수월해진 것 같다.
나는 이렇게 여리고 작은 손으로 혼인해서 세끼 밥하고, 아이 키우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손은 다 닳아 진작에 지문이 없는 상태다.
냄비를 씻으면 냄비만 씻겨져야 하는데 내 손도 닳는데
어쩌겠는가?
"아버지는 내가 뭐 될 줄 알고 아무 일도 안 시켰을까?
평생 밥하다가 세월 다 지나갔는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육십 살이 지나고서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두 군데 일하랴 살림하느라고 잠시도 쉬는 것을 못 본 것 같다.
내 나이 육십 여섯 살 뭐 달라진 것이 없다.
변해야 한다.
사십 년 동안에 아니 사십이 년 동안 작은 손으로 밥 해 먹었고 빨래 청소는 물론 아이들 건사하고요.
계절 따라 설 보름 추석 동지 김장하고 제사 열다섯 번 내 손이 안 가는 것이 없다.
내 작고 여린 손으로 장갑도 끼지 않고 일을 했다.
감각이 무디지고 지문이 다 달았다.
내손 크기 십칠 센티 정도 된다.
손 뼘도 십 칠 센터.
그 손으로 나는 계절 식 채소를 말리거나 얼리거나 삶거나 했다.
날 새는 줄을 모른다고 해보니까 재밌네.
마늘도 이박 삼일 까기도 하고, 생활에 필요한 일은 다 했다.
지금 예순여섯이다. 예순 살 지나 남편이 밥하고 반찬 간단한 반찬으로 라면도 끓여 먹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잘한다.
간혹 손자 손녀 보는 것은 있다.
딸 부부 외국 여행 가기라도 하면 내가 이 십 일씩 집을 비워도
곧 잘 견딘다.
이제 이 약손으로 다른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해 보자.
끝.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두 편이나 썼습니다
한비수필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