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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원수냐! 은인이냐 ? 금환두발 진동철과 관전하던 다른 흑도삼괴는 비류신의 장풍으로 흑도괴마가 무덤 안으로 쳐 넣어지는 것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 그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각각 외마디 부르짖음과 동시에 한 줄기 강맹한 장풍을 쳐내 곧장 비류신의 등 뒤를 향해 부딪쳐 갔다. 비류신은 흑도괴마 한 사람을 상대하는 데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공격을 얼른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것을 알아차렸을 땐 이미 그들의 경력이 몸 뒤에 이르고 있었다. 그는 몸을 돌이켜 반격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할 수없이 흑도괴마를 뒤따르듯 무덤 안으로 뛰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비류신은 몸을 한 번 솟구쳐 묘비 입구에 당도했다. 그가 갑자기 몸을 돌려 쌍장을 맹렬하게 쳐내자 두 줄기 장풍이 네 사람의 벽공장력을 향해 곧장 마주쳐 갔다. 이때 펑하는 소리가 우레와 같이 울려 퍼졌다. 비류신은 답답한 콧소리를 내며 곧장 음산한 무덤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그것을 보고 있던 홍부용은 크게 놀랐다. 그녀는 쌀쌀맞게 부르짖었다. “수치를 모르는 늙은 도적들 같으니! 배후에서 암습을 가하다니… …” 그녀의 손에 있던 매화검은 한 송이 매화꽃을 그려내며 번개같이 금환두발 진동철을 향해 찔러갔다. 이러한 변화는 번개같이 빨라 실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바로 이 순간이었다. 무덤 안에서 돌연 처절함이 극도에 달한 외마디 비명소리가 울려 나왔다. 그 소리는 마치 십팔 층 지옥에서 울려 나오는 아비규환 같았다. 그 소리에 대전 안의 여러 무림 고수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편 홍부용도 움찔하여 찔러가던 매화검을 중도에서 멈추고 말았다. 비명소리가 멎자 곧이어 묘비 입구에서 하나의 혈인(血人)이 서서히 걸어 나왔다. 그 사람은 바로 흑도괴마 봉화염이었다. 그의 얼굴은 이미 온전하지 못했고 선혈이 낭자했다. 옷은 모두 찢겨져 핏자국이 가득하여 그 처참한 모습은 실로 눈뜨고 바라볼 수 없을 정도였다. 흑도괴마 봉화염의 충혈된 두 눈은 툭 불거져 나왔고 크게 벌린 입에서 선혈이 뚝뚝 떨어져 마치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그의 얼굴 근육은 경련을 일으키며 점점 굳어져 갔다. 몸을 꼿꼿이 세워 두어 걸음 옮기자 이내 비명과 함께 앞으로 퍽 쓰러지더니 숨이 끊겼다. 그의 등에도 역시 옷이 갈갈이 찢겨 있었고 다섯 가닥의 깊은 핏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렇게 하여 강호 무림에서 명성을 떨친, 음험절륜(陰險絶倫)한 한 명의 흑도괴수는 신비스럽게 죽어갔다. 여러 강호 무림 고수들은 흑도괴마 봉화염이 죽은 모습을 보자 모두들 얼떨떨해졌다. 또한 얼굴에는 공포의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못 박힌 듯 조용히 서서 수십 줄기 예리한 시선으로 그 음산한 무덤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무엇인가 다음의 일을 기대하는 것 같았다.그것은 두말 할 것 없이 또 다른 비명소리였다. 말하자면 비류신이 죽는 소리를 듣고 싶은 거였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주위는 여전히 쥐죽은 듯 고요하기만 할 뿐 아무런 동정이 없었다. 홍부용은 별안간 애달픈 음성으로 외쳤다. “비류신, 빨리… 빨리 나오세요.” 그녀는 이렇게 외치며 몸을 휙 날려 무덤 입구를 향해 뛰어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인영이 번쩍이더니 청풍검 선우철이 홍부용의 곁에 다가들어 그녀를 잡아당기며 나직하게 말했다. “홍 낭자, 경거망동해서는 안 되오.안에 있는 괴여인의 무공은 지극히 매섭소.” 사실 홍부용과 비류신의 사이에는 이미 남다른 감정이 싹터 있었다. 그녀는 선우철에게 붙잡힌 왼손을 힘껏 뿌리치며 외쳤다. “선우철, 당신은 어째서 내가 가려는 길을 막는 거예요?” 청풍검 선우철의 준수한 얼굴이 약간 흐려졌다. 그러나 곧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홍 낭자, 나는 당신이 화를 입을까 걱정이 되어서 저지한 것이요.” 홍부용은 갑자기 처량한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은 그가 화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선우철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아무런 기척도 보이지 않으니, 아마… …” 홍부용은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앙칼지게 가로챘다. “만약 그가 죽었다면 나는 들어가 그의 원수를 갚을 거예요.”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시오. 그래도 그가 나오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과 함께 들어가 원수를 갚아 주겠소.” 홍부용은 어이없다는 듯 냉소를 쳤다. “당신은 그와 원수지간이니 그가 죽는다면 당연히 손뼉을 치며 좋아해야 할 텐데,원수를 갚겠다고 나서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선우철은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 “홍 낭자, 그게 무슨 말씀이오? 나와 그는 처음부터 원한 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요.” 홍부용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당신은 지금 곧 나와 함께 들어가 그 괴여인을 쳐 죽여요.” 그러고 보니 홍부용은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절대로 무덤 안의 괴여인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그녀는 선우철을 설득시켜 그와 함께 들어가기를 바란 것이 분명했다. 청풍검 선우철은 그 말을 듣자 지극히 난처해하는 기색을 나타냈다. 왜냐하면 그는 총명한 사람이었으므로 무덤 안 괴여인이 지극히 매섭고 악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홍부용은 그가 아무 말 하지 않자 쌀쌀하게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선우철, 당신도 두려워하는 거지요?” 청풍검 선우철은 이 물음에 번쩍 정신이 났다. 그는 마음속으로 홍부용에 대한 호감을 조금은 가지고 있었으므로 망설이고 있을 수 없었고, 또한 일개 여자 앞에서 자신의 나약함을 보이고 싶지도 않아 곧 빙그레 웃으며 대꾸했다. “홍 낭자, 나는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봐 매우 걱정하고 있소… …” 홍부용은 차분하게 말을 받았다. ” 당신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나 혼자 들어가겠어요.“ 이렇게 말하는가 싶더니 홍부용의 몸은 갑자기 무덤 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선우철은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뒤를 따라가며 조용히 말했다. “홍 낭자, 발걸음을 조금 늦추시오. 나와 당신이 들어가 만약에 대적해 내지 못하면 빨리 나옵시다.” 두 사람은 대적을 마주친 듯 진기를 들이마시고 슬그머니 무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여러 강호 무림의 고수들은 선우철과 홍부용이 무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으나, 괴여인의 살기에 너무나 놀랐기에 감히 무덤을 향해 걸음을 뗄 수 없었다. 다만 수십 줄기의 시선으로 기이하기 짝이 없는 경혼지묘(驚魂之墓)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편 무덤 안은 온통 음산하고 칠흑같이 어두워 손을 내밀어도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두 사람은 무덤 속에 들어간 뒤 즉시 발걸음을 멈추고 네 줄기 날카롭고 싸늘한 눈빛으로 안의 형세를 살펴보았다. 두 사람은 내력이 지극히 정순한 고수였지만 너무도 캄캄한 무덤 안이었기 때문에 도저히 안의 형세를 자세하게 볼 수 없었다. 홍부용은 지령보의 물감옥(水牢) 안에서 밤에 잘 볼 수 있도록 시력을 연마했지만, 이 무덤 안에서는 겨우 일 장 이내만 자세히 볼 수 있었다.무덤은 매우 넓고 컸으며 사방엔 지극히 음산한 곳이 있음을 알았다. 두 사람은 잠시 가만히 서 있다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그러고 보니 일장 밖에 하나의 돌계단이 있었고 그것은 안으로 일 장이나 깊이 뻗어 있었다. 홍부용과 선우철은 조심스럽게 계단을 밟고 내려갔다. 순간 그들의 눈길은 일 장 밖 지면에 풀썩 주저앉아 있는 검은 그림자를 보았다.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걸음을 멈추었다. 별안간 검은 그림자가 몸을 돌리더니 그들에게 어떤 뜻을 표했다. 홍부용과 선우철은 막연하게나마 그 사람이 비류신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하나 선우철은 오른손을 들더니 돌연 비류신을 향해 맹렬하게 한 줄기 경기를 뻗쳐냈다. 이 런 상황 하에서 선우철은 음흉하고 악랄하기 이를 데 없는 그의 성품을 드러냈다. 그는 벌써부터 비류신에게 절학(絶學)이 있으며 또한 진보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알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해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비류신이 여전히 살아있는 것을 보자 살기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선우철은 자기가 비류신을 잘못 보았던 것으로 가장한다면 장력으로 그를 죽인다 해도 홍부용은 자기를 탓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홍부용은 선우철이 비류신을 해칠 마음을 정말 가지고 있는 줄 상상도 못했다. 게다가 그가 이번에 뻗쳐낸 경기는 아무런 바람소리도 없었으므로 홍부용은 비록 그의 곁에 있었지만 전혀 아무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비류신이 이토록 간사한 선우철에게 화를 당할 순간이었다. 바로 이 때 무덤 안 깊은 곳에서 갑자기 한 줄기 음풍이 불어와 암암리에 선우철이 뻗쳐낸 경기를 소멸시켜 버렸다. 비류신이 그 음풍을 느껴 오른손을 휙 젖히자 한 줄기 경기가 질풍처럼 음풍이 일어난 곳을 향해 뻗쳐 갔다. 괴여인이 두 사람을 향해 암습을 가하는 줄 알았으므로 맹렬하게 공격을 퍼부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의 장력이 뻗쳐나간 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치 흙으로 만든 소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듯 했다. 선우철은 자기가 격출한 경기가 음풍에 소멸되자 부르르 떨었다. 그는 안의 괴여인이 쓸데없는 일에 참견한다고 증오하였다. 홍부용은 속으로 약간 괴이하게 여겨 가만히 말했다. “선우철, 당신은 어째서… …” 청풍검 선우철은 그녀가 말을 꺼내자 다급하게 가로챘다. “홍 낭자, 소리 내지 마시오. 조금 전에 그를 암습하는 사람이 있었소.” 이때 두 사람은 이미 비류신의 곁에까지 다가가 세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섰다. 무덤 안 깊숙한 곳에서 갑자기 냉소와 함께 소리가 들려왔다. “이 녀석, 과연 놀라울 정도로 생각이 깊구나. 흥! 네가 무덤 안에 들어온 이상 나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비류신은 여전히 선우철이 자기를 암습하려 했던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이 말을 듣자 낭랑한 음성으로 대꾸 했다. “당신의 말이 너무 지나친 것 같소.승부를 가려 보기도 전에 누가 이긴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단 말이오. 나는 본래 당신의 청수(淸修)함에 법석 떨고 싶지 않았으나 지금에 와서 부득이 당신의 정체를 한 번 알아봐야겠소. 정말 삼두육비(三頭六譬)인가를.” 선우철이 가벼운 음성으로 말을 받았다. “비형, 우리 세 사람이 힘을 모으면 저 여자를 격살시키기 어렵지 않을 것이오.” 안에 있는 괴여인이 냉소를 쳤다. “자신이 저지른 죄로부터 살아나갈 길이 없는 법, 너희들은 모두 살기가 싫어졌나 보구나. 무방하다면 한 번 손을 써 보아라!” 비류신이 분노를 터뜨리며 소리를 질렀다.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아시오?” 그는 몸을 번쩍이며 음성이 울려나온 곳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간 차갑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 녀석, 물러가라.” 동시에 소같이 부드러운 한 줄기 강한 힘이 비류신을 향해 맹렬히 부딪쳐 왔다. 선천적으로 자부심이 강한 비류신은 코웃음을 치고서 몸을 재빨리 날려 부드러운 바람을 피해내고 오른손을 비스듬히 쳐냈다. 그러자 한 줄기 장력이 손에서 벗어나 몰아쳐 갔으며 뒤따라 몸도 다가들었다. 괴여인은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정말 솜씨가 좀 있구나. 그러나 굳이 나를 이기려 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자신의 힘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비류신은 장력을 쳐내고 곧이어 몸도 덮쳐갔지만 모든 것은 헛일이었다. 상대방은 아예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고 사방은 문자 그대로 온통 칠흑이었다. 그는 자신의 공격이 허사로 돌아가자 재빨리 몸을 세우고 기세를 가다듬어 상대방의 역습에 대비했다. 선우철은 비류신이 허탕을 치는 것을 보자 재빨리 외쳤다. “비형, 빨리 제 자리로 물러서시오. 잘못했다간 상대방의 계략에 빠질 것이오.”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사실 비류신을 염려해서가 아니었다. 선우철은 무덤 안에 들어온 뒤 괴여인이 비류신을 해치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비류신이 자기로부터 떨어지면 그 여인이 자기를 향해 악랄한 수단을 쓸까 싶어 마음이 놓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선우철의 추측은 바로 맞았다. 무덤 안 괴여인은 비류신을 해칠 마음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의 참혹하고 악랄한 수단에 열 사람의 비류신이라 할지라도 이미 아홉 사람은 죽어 버렸을 것이다. 비류신은 선우철의 부르짖음을 듣자 몸을 신속하게 움직여 다시 뒤로 물러섰다. 어둠 속에서 경멸하는 듯한 싸늘한 말소리가 울려 나왔다. “이 녀석! 너는 정말 재미있구나. 흥! 그러나 제아무리 교활하다 해도 이 수라사역(修羅死域)을 벗어날 생각은 하지 마라.” 그녀의 이 말은 모두 선우철을 향해 해댔던 말이었다. 그런데 비류신은 모두 자기에게 하는 말인 줄 오해하여 그 역시 싸늘하게 코웃음 치며 말을 받았다. “당신이야말로 음흉하고 교활하오. 오로지 어두운 곳에 숨어 남을 해치려고만 하고 있으니 말이오. 당신이 만약 솜씨가 있는 사람이라면 정정당당하게 나와 삼백 합의 대전을 벌이는 것도 무방하리라.” 어두운 곳에 있는 괴여인이 차갑게 말했다. “너는 마음이 선량하고 솔직하다. 그러나 강호 무림에서는 대부분 계략과 교활함을 따지니 너의 이렇듯 충후(忠厚)함으로 보아 비록 무공이 매우 높다 해도 남의 모략을 면하기 어렵겠구나.” “나는 당신의 교훈을 들으러 온 것이 아니요. 당신이 만약 더 이상 몸을 나타내지 않으면 정말로 나는 장풍을 쳐내 당신에게 맹렬한 공격을 퍼붓겠소.” “나는 다시 한 번 너희들에게 물러갈 것을 경고하는 바이다. 만약 더 머물러 있다면 스스로 고통을 불러들이는 결과 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선우철은 비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애써 이곳에 왔는데 만약 당신 같은 고인을 못 뵙고 간다면 평생토록 한이 되지 않겠소?” 비류신도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이 우리들에게 물러가라 하였지만 우리들은 반드시 당신의 얼굴을 보고야 말겠소.” 홍부용도 애교 섞인 목소리로 한 마디 참견했다. “어떤 언니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무덤 안에 들어온 것은 결코 복수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단지 일종의 호기심 때문에… …”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덤 밖에서 비명소리가 울려왔다. 사실 무덤 밖에 있던 강호 무림 고수들은 비류신 등이 괴여인과 주고받는 담화를 어렴풋이 듣고 기회가 왔다고 여겼다. 그래서 도장맹의 네 사나이가 돌연 묘지 안으로 뛰어들었으나 오히려 괴여인에게 맞아 죽은 것이었다. 비류신 등은 그 몇 마디 비명을 듣자 밖에서 다시 몇 사람이 죽어갔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매우 놀라고 있었다. 그들은 괴여인이 어떻게 장력을 쳐내 상대방을 죽였는지 전혀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약 그녀가 손을 써 세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려 마음먹고 무형의 수법을 사용한다면 자신들이 결코 방어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세 사람은 각자 정신을 번쩍 차리고 암암리에 진기를 끌어올렸다. 세 사람 가운데 선우철의 심정이 제밀 침울하고 무거웠다. 괴여인이 자기를 참혹하게 죽여 버리겠다는 말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청풍검 선우철은 이때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자신에 대해 점점 더 위험을 느껴 자신도 모르게 비류신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비형, 우리는 차라리 그녀를 포기하고 지금 곧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소.” 비류신은 그 말을 듣자 잠시 멍해짐을 금치 못했다. 그는 선우철이 무엇 때문에 처음 먹었던 마음을 바꾸었는지 정말 알 수 없었다. 그는 가벼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선우형, 우리 그녀와 한 번 겨뤄 보아야 하지 않겠소?” 선우철은 겸연쩍게 웃었다. “그녀와 겨뤄보는 것은 앞으로도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오. 그녀가 영원히 이 무덤 안에 머물러 있다면 몰라도 지금 그녀는 유리하고 우린 불리하니, 비록 우리의 무공이 그녀를 이겨낸다 해도 승부를 결정지을 수 없소. 역시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소.” 그러나 이때 갑자기 왼쪽에서 음산하고 차가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 녀석, 너의 계산은 명확하기는 해도 네 생각대로 쉽게 나가지 못할걸.” 비류신, 선우철 그리고 홍부용은 그 말을 듣자 눈동자를 재빠르게 굴려 둘러보았다. 그러자 바로 일 장 밖에 몸매가 섬세하게 보이는 인영이 못 박힌 듯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너무 어두웠기 때문에 일 장 옆에 서 있다 해도 얼굴을 자세히 알아볼 수 없었다. 선우철은 껄껄껄 웃어젖혔다. “나 선우철은 내내 어느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당신이 만약 계속 이렇게 나를 난처하게 한다면 어쩔 수 없이 목숨을 걸고 당신을 상대할 수밖에 없소.” 그는 정말 침작하고 음흉했다. 그는 일이 벌어진 자초지종을 알아차리자 즉각 마음을 침착하게 가라앉힌 뒤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응수했다. 이것은 모두 그의 높은 무공과 오랜 경험에 의해 이뤄진 것이었다. 괴여인이 쌀쌀하게 말했다. “너는 정말 대담하구나. 좋다, 좋아. 그럼 나는 네 소원을 이루어주겠다.” 그녀의 목소리는 얼음과 같이 차가워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예 한 가닥 인정도 느낄 수 없게 했고, 마음속으로 줄곧 몸서리치게 했다. 돌연 괴여인은 오른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도 그녀의 손바닥은 눈과 같이 하얗게 반짝 빛났다. 선우철은 그것을 보고 대경실색했다. ‘저게 무슨 무공일까?’ 그의 견문이 넓기는 했으나 그것이 어떤 장력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괴여인은 손을 올렸을 뿐 쳐내지 않고 한 쌍의 예리한 눈빛으로 갑자기 비류신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순간 그녀는 마음속으로 움찔해서 눈길을 비류신의 얼굴에서 떼지 않고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비록 이 무덤 안에서 오랫동안 어두운 생활을 하는데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안은 너무 어두웠기 때문에 일 장 밖에서 비류신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단지 약간의 익숙한 윤곽을 알아보았을 뿐이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비류신이 바로 그라고 추측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가 이미 죽어 버렸다고 단정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삼사 년 동안이나 그의 행방을 찾았으나 아무런 소식도 얻지 못했으므로 그가 이미 어떤 화를 입었다고 단정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또한 천하에 얼굴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으리라 여기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사람은 얼굴 모양이 극히 비슷할 뿐 아니라 목소리조차 귀에 익었고 성도 같으니 한 번 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그란 말인가?’ 그러나 만약 그라면 그는 응당 자기를 알아볼 것이다. 단지 모습만으로 넉넉히 볼 수 있으리라 그녀는 믿었던 것이다. 괴여인의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떠올라 바다 속의 겹겹이 몰아쳐 오는 파도 같은 끝없는 생각들로 뒤얽혔다. 별안간 괴여인은 아주 처량하게 탄식했다. “비가야,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그녀의 이 갑작스런 물음에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비류신은 잠시 얼떨떨해 있다가 되물었다. “당신은 무슨 이유로 나의 이름을 묻는 것이오?” 괴여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받았다. “별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너의 이름을 알고 싶어 할 따름이다.” 비류신은 냉랭하게 대꾸했다. “서로 생소한 사이인데 어째서 남의 이름을 함부로 묻소? 만약 별다른 뜻이 없다면 나 또한 대답하지 않겠소.” 괴여인은 못마땅한 듯 냉소 쳤다. “너희들은 오늘 살아서 나가고 싶으냐?” 그녀는 여전히 투명한 빛이 번쩍이는 손을 든 체 세 사람을 주시했다. “당신이 지금 발휘하고 있는 무공은 어떤 것이오?” “우물 안 개구리가 얼마나 많은 견식이 있겠느냐? 너희들은 아마 이 장력에 어떤 내력이 있는지 모를 것이다.” 비류신은 냉랭하게 웃으며 말을 받았다. 비류신, 선우철 그리고 홍부용은 이때 각각 십성의 진기를 모아 대비했다. 그녀가 일단 공격을 하면 곧 힘을 모아 전력으로 막아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괴여인이 쌀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는 너희들로 하여금 이 장력의 명칭을 알려 주겠다.그래야만 죽은 뒤에도 어떠한 무공에 죽었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 이 무예는 바로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이백 년이 된 빙선일월장(永禪日月掌)이다.” 선우철은 장력의 명칭을 듣더니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끝났다… 끝났어. 만약 그녀가 나를 해칠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오늘 이곳에 뼈가 묻히게 되겠구나.’ 빙선일월장은 연마하기 극히 어려우며 위력이 무시무시하고 독랄한 신공이었다. 이런 종류의 비기(秘技)는 무림에서 실전(失傳)된 지 이 백 년이라는데 이 무덤 안에 그런 신기를 터득한 사람이 있을 줄이야. 만약 빙선일월장을 연마하여 성공한다면 그 장점은 바로 쌍장의 장심에 각각 백옥같이 투명하고 하얀 원이 만들어지는데 원이 작을수록 공력이 심후한 것이다. 지금 괴여인의 손바닥에 생긴 원을 보면 그녀의 빙선일월장은 단지 반 정도 이룬 단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천하 무림을 살펴보아도 그녀의 일격을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손꼽아 헤아릴 정도도 안될 것이다. 이 장력은 쳐낼 땐 아무런 소리도 없으며 단지 혹한의 한 줄기 기운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만약 몸에 얼음과 같은 찬 기운을 느끼게 되면 이미 장력에 격중된 것으로서 곧 쓰러져 죽고 마는 극히 악랄하고 당해낼 수 없는 무예였다. 선우철은 떨리는 음성으로 말을 꺼냈다. “당신은 빙선일월장으로 우리를 상대할 생각이오?” 괴여인은 차갑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그녀는 불쾌한 듯 대꾸했다. “네 그 변변치 못한 무예는 내가 이런 빙선일월장으로 너를 해칠 수 있을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 그리고 밖에서 죽은 자들이 죽어간 바로 그 장공으로 똑같이 죽어갈 것이다.” 선우철은 돌연 냉소했다. “당신의 빙선일월장은 무림의 일절(一絶)이라 불리어 우리 같은 후배를 상대하고 남음이 있겠지만, 절정의 고수들을 상하게 하려면 아마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것이오. 또한 당신의 빙선일월장은 십성에서 단지 오성을 터득한 것에 불과할 뿐이오.” 괴여인은 확실히 선우철의 넓고 깊은 견식에 속으로 감탄했다. 그는 첫눈에 자기의 빙선일 월장이 겨우 오성 밖에 연마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장력은 단지 이 정도 연마했어도 곧 천하에서 적수를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 선우철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나 빙선일월장은 무림에서 전하는 말에 의하면 오성의 위력을 연마한 사람이면 이미 천하에 군림할 수 있다 했소. 이것으로 보아도 지금 천하의 무림인물 중에 당신의 일격을 당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몇 사람밖에 없을 것이오.” 괴여인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싸늘하게 물었다. “네가 지금껏 한 말은 꽤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그럼 누가 이 빙선일월장의 일격을 당해낼 수 있단 말이냐?” 사실 선우철은 자기들이 그녀의 상대가 도저히 될 수 없음을 잘 알았다. 그리하여 가능한 그녀와 대화를 하여 시간을 끌어서라도 어떤 대책을 생각해 내려고 했다. 선우철은 미소를 지었다. “가부(家父) 창천신자 선우휘, 야월광명지신도 소대호, 황천선구 그리고… …” 괴여인은 냉랭하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이 있는지 전부 말해 보아라.” 선우철은 잠시 침묵을 지키는 체 하다가 겨우 말했다. “지금 무림의 정세는 크게 변했소. 지난날에 묵묵히 사태만 주시하고 있던 사람들이 짧은 기간 안에 돌연 고수로 뛰어올랐소. 그러므로 그 사람들이 빙선일월장을 당해낼 수 있는지 실로 단정하기 어려운 일이오. 바로 눈앞의 비형께서도 어쩌면 당신의 일장을 막아낼 수 있을는지 또한 알 수 없는 일이오.” 강호 무림 인물들은 확실히 간악하고 음흉했다.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는 비류신을 죽일 마음을 버리지 않아서 말하는 도중에 일부러 비류신을 끌어들였다. 한편 그녀의 호승지심(好勝之心)을 충동해서 비류신에게 악랄한 손을 쓰게 할 생각이었다. 이렇게 남의 손을 빌려 살인하는 수단은 정말 지극히 악랄했다. 괴여인이 그의 속셈을 모를 리 없었다. 그녀는 냉랭한 코웃음과 함께 씁쓸한 음성으로 말했다. “선우철, 너의 의도는 잔인하고 독하구나. 너 같은 사람은 하루라도 더 이상 세상에 살려두면 죄악을 하나 더 만드는 셈이다.” 청풍검 선우철은 그 말을 듣자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그러나 겉으로 아주 태연한 척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당신이 만약 나의 말을 믿지 않는다면 한 번 시험해 보시오. 그러면 곧 그것이 정말인지 거짓인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괴여인은 어이없다는 듯 냉소를 쳤다. “그럼 너 또한 나의 일 장을 막아낼 수 있느냐?” 선우철은 역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별말씀을, 내가 어찌 감히 받아내겠소. 그러나 당신이 만약 정말로 후배에게 일장을 쳐낸다면 나는 목숨을 다해 받아낼 수밖에 없소.” “흥! 네가 가진 재주론 내가 단지 손을 들고 내리는 수고만 하면 될 것이다.” 괴여인은 말을 하면서 높이 들었던 오른손을 이미 내려놓았다. 선우철은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노 선배님의 존함을 여쭤보지 않았는데, 가르쳐 주실 수 있는지요?” 선우철은 정말 상황을 판단하고 처리하는 데 아주 예민한 지혜가 있었다. 그래서 그의 이런 겸손하고 예의 있는 태도와 말투는 그를 죽이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 해도 일시에 손을 쓰기 어려웠다. 게다가 괴여인은 그와 아무런 원한 관계가 없는 것이니 더 말할 나위 없었다. 하지만 괴여인은 냉열하게 그의 말을 막았다. “너는 아직 나의 이름을 물을 자격이 없다.” 그녀의 말투에 평소 같았으면 선우철은 이미 화를 터뜨렸을 것이다. 그러나 감히 겉으로 나타내지 못하고 속으로 암암리에 욕을 했다. ‘너는 내가 너의 빙선일월장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사실 네가 그 장력을 쳐낸다 해도 반드시 나를 상하게 할 수 있다고 장담 못할 것이다. 단지 나는 모험을 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선우철은 이렇게 마음을 도사리면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노 선배님께서 정체를 나타내고 싶지 않다면 후배 또한 억지를 쓰지 않겠소. 다만 나중에 실전된 지 이백 년 된 빙선일월장을 견식하려는 사람이 있어도 그에게 성명을 전할 수 없는 것이… …” “어떤 사람이 감히 나의 빙선일월장을 겨뤄보겠단 말이냐?” “가부가 바로 그 한 사람이며 홍 낭자의 스승과 비형의 스승이 있습니다.” 괴여인은 여전히 싸늘하게 물었다. “그들의 스승은 누구냐?” “홍 낭자의 스승은 명성이 쟁쟁한 무림칠절(武林七絶) 중의 백화선녀(百花仙女)이시고 비형의 은사는 후배가 잘 알고 있지 못하지만 듣자하니 지극히 명망 있는 한 무림 선배라 하오.” 괴여인은 궁금해 못 견디겠다는 듯한 쌍의 예리하고 차가운 눈동자로 비류신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너의 스승은 누구냐?” 이 물음에 비류신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몸서리처지는 싸늘한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은 무슨 권리로 나의 스승의 내력에 대해 묻는 것이오?” 괴여인은 이 말을 듣자 눈동자 속에서 돌연 한 줄기 매서운 살기를 뻗쳐 냈다. “너의 기개는 매우 단단하고 강해서 말을 가리지 않고 하니 정말로 살기 싫어졌나 보구나.” 비류신이 화를 터뜨렸다.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나를 죽이려면 빨리 손을 쓰시오.” 괴여인은 기가 막혀서 얼른 대꾸를 못하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근래에 와서 젊은 사람들은 모두 제멋대로 날뛰는 구나. 만약 오늘 너에게 교훈을 좀 주지 않으면 너희들은 정말 하늘이 얼마나 높고 땅이 얼마나 넓은지 알지 못할 것이다.” 괴여인의 말투는 비록 냉담하기 이를 데 없었으나 여전히 부드럽고 청아한 음조는 사라지지 않았다. 한편 몸매로 보아 그녀는 매우 아름다운 중년 부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나 그녀의 말하는 기세는 극히 오만무도하고 아주 늙어빠진 것 같은 흉내를 내고 있었다. 선우철은 시종 이 여인의 내력을 헤아려 보았다. 하지만 이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추측할 수 없었다. 그는 이 여인이 일찍이 무림에 이름을 떨친 인물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 비류신은 그녀의 말을 듣자 가슴 속에 노란 불길이 활활 타올라 냉소를 쳤다. “그럼, 내가 먼저 절초를 하고 받아 보겠소이다.”비류신은 한 걸음 내디디며 순식간에 괴여인의 곁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비류신이 채 손을 쓰기도 전에 왼손으로 가볍게 쳐냈다. 비류신은 성품이 강하고 오만하며 냉정했다. 왼손을 젖혀서 맞이해가며 상대방의 장력에 맞닥뜨리려 했다. 두 사람의 장력이 부딪히자 펑 소리와 함께 비류신의 몸은 진동이 되어 세 걸음이나 물러섰지만, 괴여인은 여전히 제자리에 선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비류신은 깜짝 놀랐다. 자신의 일 초가 상대방을 덮치기는커녕 오히려 자기가 물러설 줄 상상도 못했다. 그는 상대방이 이 성의 경력만 사용했을 뿐이라는 것을 어찌 상상이나 하였겠는가? 괴여인이 냉소를 쳤다. “너의 장력은 정말 웅혼하구나. 다시 나의 일 초를 받아 보아라.” 그녀는 식지와 중지 두 손가락을 쭉 펴더니 질풍같이 찍어갔다. 비류신은 오른팔을 휘두르며 괴여인이 찍어오는 일 초를 맞이해 갔다. 팍 하는 가벼운 소리가 들렸다. 쌍방은 다시 세찬 공격을 주고받았다. 이번에도 괴여인은 이 성의 공력을 썼지만 비류신은 단지 두 어깨를 약간 뒤틀었을 뿐이었다. 비류신은 기세를 빌려 갑작스럽게 앞으로 내달으며 오른손으로 괴여인의 가슴을 향해 쳐갔다. 이 일 초는 뻗쳐가는 기세가 위맹할 뿐 아니라 또한 변화가 기이하고 오묘했다. 괴여인은 장세를 보자 속으로 약간 놀랐다. 그에게 이런 기궤한 절초가 있을 줄 생각도 못했다. 그녀는 돌연 왼손을 갈고리처럼 해서 위로부터 아래로 비류신의 왼손 완맥(腕脈)을 낚아챘다. 그녀의 수법은 무림에서 다시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비류신은 싸늘하게 코웃음을 치며 왼손을 거둬들인 뒤 팔목을 약간 젖혔다. 그리고 다섯 손가락을 쫙 펴서 도리어 그녀의 왼팔 맥문을 낚아채 갔다. 괴여인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그와 동시에 왼쪽팔꿈치를 갑자기 아래로 내리면서 위에 있던 다섯 손가락이 돌연 비류신의 왼팔 다섯 손가락 아래로 내려가며 오히려 그의 맥문을 낚아챘다. 비류신은 안색이 약간 변했다. 그는 강한 바람소리와 함께 오른손을 번개처럼 쳐냈다. 그러나 괴여인의 오른손은 조금도 어긋남 없이 비류신의 오른손과 맞닥뜨려갔다. 순간 펑 소리가 무덤 안을 울렸다. 비류신은 기혈이 한바탕 끓어오름을 느끼며 몸이 진동되어 한 바퀴 빙 돌았다. 원을 그리듯 한 바퀴 도는 사이 비류신은 그 기세를 이용하여 오른발로 질풍같이 상대방의 무릎을 걷어차려 했다. 이 일격의 공격은 신랄하고 괴이하기 그지없었다. 괴여인은 그의 무공이 아주 높다는 것을 느꼈으나 싸늘하게 웃음 지을 뿐이었다. “물러가라!” 그녀는 오른쪽 발등으로 비류신의 다리를 매섭게 가격했다. 그 울림 때문에 비류신은 튕겨 나가듯 넉 자나 물러섰다.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즐독 ㄳ
재미납니다.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