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 제17장 독천존(毒天尊)과 음마황(淫魔皇) -막부(莫府)! 도왕 막씨세가의 종가(宗家)를 일컬어 막부라고 한다. 그 막부의 깊은 곳에 자리한 지하연공실. "…!" 뇌마린과 도왕자 막운룡이 쌍장을 맞붙인 채 마주앉아 있다. 도왕자 막운룡의 전신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반면 뇌마린의 장포는 풍선처럼 부풀어 있었다. 그는 막운룡을 위해 임독이맥(任督二脈)을 타동시켜 주고 있는 것이었다. 뇌마린은 막운룡을 제자로 받아들인 상태인지라 막운룡에게 도왕 어린을 전 해주어 종횡사십팔천강대진을 강화시킬 작정이었다. 막운룡이 어린보도(魚鱗寶刀) 상의 벽강어린도결(碧강魚鱗刀訣)만 시전할 수 있게 되면 종횡사십팔천강대진은 가히 천하무적의 위력을 지니게 될 것 이다. 콰르르…! 뇌마린의 장심에서 일어난 강력한 천년잠력은 노도같이 막운룡의 내부로 흘 러들어 거침없이 내부 경맥을 관통하며 지나갔다. 삽시에 임맥십팔경락과 독맥사십팔중혈이 종잇장 찢기듯 관통되었다. 쾅…! 막운룡의 내부에 강력한 충돌이 일었다. 임독이맥의 타통, 마침내 그것을 이룬 것이었다. 그것은 무림인들이 꿈에도 그리는 경지로 수련의 여부에 따라 막운룡은 아 무리 써도 마르지 않는 내공을 지니게 될 것이다. "음." 막운룡은 엄청난 충격에 한 차례 전신을 격렬하게 떨다 무아지경으로 빠져 들었다. 뇌마린은 그제서야 쌍장을 내리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막운룡을 바라보며 안면에 흡족한 미소를 떠올렸다. (야무진 놈이군. 고통이 꽤나 심했을 텐데 신음 한 번 지르지 않다니…! 내 눈이 틀리지는 않았다. 이 아이에게 장차 팔왕연합을 맡겨도 충분하겠다.) 그는 한 가지 결심을 한 상태였다. 뇌마린의 성격은 근복적으로 고독하고 비사교적인 편이었다. 신념이 강하고 의지는 견정하나, 그대신 타인과 타협할 줄 모르고 상대의 비위를 맞출 줄 몰랐다. 뇌마린은 그런 자신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 었다. 그는 사자(獅子)라기 보다는 평생을 고독으로 일관하는 맹호(猛虎)같은 존 재였다. 사자는 집단을 이루고 살지만 맹호는 죽을 때까지 늘 혼자이기 때문이다. 팔왕연합…! 그것은 여덟 개의 서로 상이한 개성적 세력이 신의(信義)에 의해 결맹한 것 이었다. 따라서 뇌마린은 자신이 팔왕연합의 맹주로 적당치 않음을 알고 있었다. 팔왕연합의 맹주는 팔왕후예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 생각에 뇌마린은 도왕 자 막운룡을 장차 팔왕연합의 맹주로 키울 작정이었다. "오랜만에 내공을 격렬하게 사용했더니 피곤하군." 뇌마린은 약간 창백한 안색으로 연공실을 나섰다. 타인의 경맥을 타동시켜 주는 것만큼 극심한 내공 소모를 요하는 일도 없었 다. 그것은 단지 내공의 힘만으로는 될 수 없는 일이었다. 시종일관 강약을 조 절하고 살얼음판을 걷듯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 자칫 부주의와 외부의 교난을 받으면 두 사람 동시에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들기 때문이었다. "…!" 연공실 밖으로 나서던 뇌마린은 일순 멈칫했다. 그의 앞에 한 명의 여인이 그림 같은 자태로 서 있었다. 이십대 후반의 소 부로 일신에는 하얀 소복을 걸쳤으며 머리는 부인형으로 높이 틀어 올렸다. 섬세하고 단아한 용모에 유리같이 투명한 피부, 아름다운 얼굴에는 우수의 그림자가 어려 그녀 특유의 고독한 분위기를 물씬 자아내고 있었다. (호접부인(蝴蝶婦人) 막서희(莫瑞姬)!) 뇌마린은 미소부의 이름을 자신도 모르게 입 안으로 뇌까렸다. -호접부인(蝴蝶婦人) 막서희(莫瑞姬)! 도왕 막씨세가의 제일여고수이자 도천종 막강의 막내누이로 도왕자 막강에 게는 고모(姑母)되는 여인이다. 본래, 도왕일맥(刀王一脈)에는 두 가지 상이도결(相異刀結)이 전해 내려온 다. 양갑(陽强) 성질의 비폭천강도결(飛]瀑天剛刀訣)과, 음유(陰柔)하며 현란한 변화위주의 호접벽린도결(蝴蝶碧鱗刀訣)이 그것이었 다. 비폭천강도결은 도왕자 막운룡이 이었으며, 호접벽린도결은 호접부인이 이었다. 호접부인은 정도 재상가(宰相家)에 출가(出嫁)했으나 일 년 만에 남편과 사 별(死別)하여 혼자 몸이 되어 지금은 친가인 막부로 돌아와 있는 상태였다. 그것이 삼 년 전의 일이었다. 도천종 막강이 실종된 지금 사실상의 막부 제일고수는 바로 호접부인이었 다. "…!" 호접부인 막서희는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채 뇌마린에게 수건을 받쳐 올렸 다. "고맙소." 뇌마린은 무뚝뚝하게 말하며 수건을 받아 땀을 씻고는 무심한 표정으로 지 상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랐다. "도치(刀痴) 허무공(許無公) 통령께서 오래전에 와 계시옵니다." 막서희는 뇌마린의 뒤를 따르며 공손하게 일러주었다. "도치 허무공이?" 뇌마린은 두 눈을 유현하게 빛내며 지상으로 나섰다. 막부의 의사청. 뇌마린은 막서희와 나란히 의사청으로 들어섰다. "맹주를 뵙습니다." 담뱃대를 물고 앉아 있던 도치는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며 정중하게 포권했 다. 그는 여전히 허름한 시골노인의 모습이었다. 천으로 둘둘 말아 허리춤에 찌 르고 있는 보도가 아니면 아무도 그를 도련사십팔패왕의 총수로 보지 않을 것이다. "급사가 있으신 모양이외다." 뇌마린은 상좌에 좌정하며 도치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그것은 어찌보면 거만해 보일 수도 있는 태도였으나 팔왕연합이란 거대한 조직을 이끌기 위 해서는 그런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뇌마린은 본능적으로 터득하고 있었 다. "감사합니다 맹주." 실제 도치 같은 명인도 뇌마린의 태도에 위압당해 조심스럽게 좌정했고, 막 서희는 뇌마린의 옆에 조용히 시립하고 섰다. 그것은 극히 자연스러워 보였으며 또한 뇌마린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그녀는 뇌마린을 그윽히 응시하며 우수어린 눈을 반짝였다. (저 사람은 절대자다. 타인 위에 홀로 군림(君臨)하는 운명을 타고난 사람 인데 그 자신은 아직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도치 허무공이 침중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운중산(雲中山)에서 급보가 왔습니다." "운중산! 채운표향궁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군." 뇌마린은 번쩍 눈을 빛내며 되뇌였다. -채운표향궁(彩雲표香宮)! 팔왕 중 표향천모 수옥빈의 후예들의 문파로 산서(産西) 운중산(雲中山)에 위치하고 있었다. 여인들로만 구성되었다는 특징 외에도 채운표향궁은 두 가지로 발군이었다. 경공보법과 암기술이 바로 그것이었다. 도치는 침중한 안색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채운표향궁이 일단의 독인(毒人)들에게 괴침당한 모양입니다. 채운표향궁 일대에 강력한 독장이 깔려 태반의 제자들이 중독된 상태라고 합니다." "독인!" 뇌마린의 두 눈이 번쩍 빛났다. "최근 남황(南荒) 사신독황전(死神毒皇殿)의 움직임은 어떻소?" 도치는 뇌마린의 기민한 반응에 감탄하며 대답했다. "사신독황전에서 몇 명인가의 고수자들이 중원에 들어왔으나 채운표향궁을 공격할 정도의 규모는 아닙니다." 뇌마린은 채운표향궁이 습격당했다는 소식에 제일 먼저 혐의를 사신독황전 에 든 것이었다. 그는 검미를 모으며 재차 도치에게 물었다. "사신독황전 외에, 채운표향궁을 공격할 만한 독문(毒門)이 있소?" "구주팔황에 삼백여 개의 독공명가(毒功名家)들이 있으나 감히 팔왕연합을 공격할 만한 힘과 배짱을 지닌 세력은 전무합니다." 하지만 그 말에 뇌마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한 곳, 아니… 한 명의 독문고수가 있소." "옛." "…!" 도치와 막서희는 동시에 흠칫하며 뇌마린을 주시했고, 뇌마린은 침중한 음 성으로 입을 열었다. "마교의 십대천마 서열 오 위인 독천존(毒天尊) 사우령(士雨靈)이오." "독천존 사우령." 도치와 막서희의 안색이 핼쓱하게 변했다. -독천존(毒天尊) 사우령(士雨靈)! 십대천마의 서열 제 오 위로 남황 사신독황전의 전주 묘강독존(苗疆毒尊)에 비견되는 독문(毒門) 초절정 고수자이다. 뇌마린은 무섭게 눈을 번뜩였다. (독천존이 채운표향궁을 공격했으렷다! 지존마야가 교활하다는 전모(戰母) 의 말이 맞는 것 같군. 격산타호(擊山打虎)에 수법으로 나를 끌어내려 하다 니…!) 문득, 그의 입가에 스산한 미소를 떠올리며 벌떡 태사의에서 일어섰다. (원한다면 운중산으로 가주지 지존마야! 그러나, 이번에도 쓴맛을 보게 되 리라. 그대는 아직 나란 인간을 다 모르고 있으니 말일세 지존마야!) 그의 눈빛이 벼락치듯 강렬하게 변하자 도치와 막서희는 자신도 모르게 부 르르 몸을 떨었다. 그들은 그제서야 뇌마린이 결코 팔왕연합의 맹주 정도가 될 그릇의 인물이 아님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뇌마린을 바라보는 막서희의 눈빛이 아득하게 변했다. (이 사람은…하늘이다.) 왜일까? 삼 년 만에 처음으로 그녀는 소복 안의 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운중산(雲中山)! 산서성(山西省) 서북(西北)의 명산(名山)으로 크고 작은 연못과 늪지가 무 수한 별처럼 많다. 늘 산역 전체는 구름과 자욱한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 이 운중산이었다. "…!" 구름 속의 산, 운중산의 어느 산봉에 언제부터인가 범상치 않은 기도를 지 닌 두 명의 인물이 우뚝 서 있다. 한 명은 깡마른 체격에 피부 전체가 검푸른 묵인(墨人)으로, 꽹하게 뚫린 그의 두 눈에는 섬뜩한 남광이 번뜩이고 있는 것이 한 눈에 절정의 독공을 연마한 자임을 알 수 있었다. 다른 한 명은 일신에 화려한 화복을 걸친 미서생이었다. 백옥 같은 피부를 지닌 영준한 용모의 인물로 흠이라면 눈꼬리가 지나치게 가늘어 그 성격이 교활하고 음탕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그는 한 손에 벌것벗은 남녀가 뒤엉킨 음탕한 그림이 그려진 음양선(陰陽 扇)이었다. "쯧쯧! 이번 일에 지존마야께서는 지나치게 신경과민이 되신 것같단 말이 야. 한 놈의 애송이를 제거하기 위해 십대천마 중 둘씩이나 내보내다니…!" 화복서생이 음양선을 부치며 딱하다는 듯 혀를 차며 옆의 묵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천년도제란 아해 때문에 이런 궁벽한 곳까지 와야 하다니… 한심하지 않은 가 독천존?" 독천존(毒天尊)이라니…! 그들은 마교본영에서 출동한 십대천마의 이 인인 독천존 사우령과 음마황이 었다. -독천존(毒天尊) 사우령(士雨靈)! 그는 독종독인의 경지에 이른 인물로 전신이 도검불침일 뿐더러 무형독기를 십 마장까지 내뻗쳐 적을 살상할 수 있는 자였다. 보통 독공(毒功)을 익힌 자는 세 가지의 경지로 나뉘어진다. 독인지경(毒人之境)-! 독물의 생식(生食)으로 인해 자신의 피가 독혈(毒血)로 변한 상태로써 그들 은 호흡과 피부로 독기를 함유하여 적을 살상시킬 수 있다. 독종지경(毒宗之境)! 두 번째 단계로, 독기(毒氣)가 피부 분 아니라 기공(氣空)까지 진행된 상태 였다. 이 단계에 이르면 내공의 힘으로 독기를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독기를 내공의 힘으로 응집하여 내칠 수 있는 단계이나 아직 자신의 독 공지력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그의 주위에는 풀 한 포기 나지 않는다. 은연중 발출한 독기로 주위의 모든 생명을 말살시킬 수 있다. 독종독인지경(毒宗毒人之境)! 독공(毒功)의 최후단계로 내공의 힘으로 독기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다. 도검불침일 뿐더러, 독기를 내부로 완벽하게 흡수할 수 있어 일상인과 똑같 은 생활이 가능하다. 독천존은 바로 그 마지막 단계까지 이른 인물이었다. -음마황(淫魔皇)! 십대천마 서열 제 팔 위의 인물로 음황마경(淫荒魔經)의 전인이다. 그는 성 격이 지극히 음탕하고 변태적이어서 그의 손에 걸려 몸을 버린 아녀자의 수 는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겉보기로는 청년으로 보이나 실상 그는 나이가 백이십이 넘은 노마였다. 그자는 채음보양술의 달인이며, 숱한 어린 소녀를 범해 얻은 음황접인마공 (淫皇接引魔功)은 가히 발군이었다. 내공으로는 철마 융사를 오히려 능가한다는 자가 바로 그였다. 소녀마교의 기원이 된 적신환희경도 그의 음황마경(淫荒魔經)에서 흘러나온 사본(寫本)이란 말이 있다. 가장 강한 내공과, 가장 사악한 심기를 지닌 자! 그가 바로 음마황(淫魔皇)이었다. "채운표향궁의 궁주 표향천모(飄香天母) 수운향(水雲香)이 동북향으로 달아 나고 있는 모양이외다." 묵묵히 선 채 말이 없던 독천존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채운표향궁의 궁주들은 대대로 표향천모라 불리웠다. 당대궁주는 수운향(水雲香)이라는 아직 젊은 여인으로 뛰어난 지혜를 지녀 달리 여제갈(女諸葛)이라고도 불리웠다. 독천존은 문득 의미심장한 눈으로 음마황을 주시했다. "수운향은 동북(東北) 음산(陰産)의 낭인맹(狼人盟)으로 구원을 요청하러 간 모양입니다." 그는 모종의 이유로 음마황을 따돌릴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는 수운향이 포위망을 탈출하여 음산(陰山)쪽으로 진행하는 것을 그대로 방관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계집을 좋아하는 음마황은 탐욕의 눈을 번쩍였다. "핫하! 수운향은 노부에게 양보하겠단 말인가?" 그는 득의함을 금치 못하며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음마황은 십대천마 서열 팔 위로 독천존보다는 서열상으로 아래였으나 나이 가 많아 독천존에게 하대하고 있었다. 독천존은 내심 그것이 아니꼬왔으나 내색지는 않았다. 그는 지나치게 좋아하는 음마황을 내심 비웃었으나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 었다. "그렇소이다! 듣자하니 수운향이란 계집은 천하절색이라고 하더이다." 음마황은 벌써부터 몸이 달았는지 두 눈에 탐욕의 을 번쩍이며 고개를 끄 덕였다. "수운향이란 계집이 팔왕연합 제일미인이란 말은 사실이지." 그는 힐끗 동북방을 응시하자 독천존은 그런 음마황을 재촉했다. "수운향은 팔좌에게 맡길 테니… 서두르십시오. 그 계집이 음산(陰山) 낭인 맹(狼人盟)의 권역에 들어가면 골치 아프게 되니…!" 음마향은 득의의 표정으로 염려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핫하하! 맡기게나. 계집 쫓는 데야 노부를 능가할 자가 없으니까?" 휙…! 말을 마치자마자 벼락같이 산봉을 박차고 동북방으로 날아 단번에 삼백 장 운해(雲海)를 날아 건너 맞은편 산봉에 이른 것이 아닌가? 가히 독보적인 경공의 경지였다. "휘익." 음마황은 경쾌하게 휘파람을 불며 몇 번의 도약을 하는가 싶더니 이내 독천 존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빌어먹을 늙은이! 그 나이에 계집이라면 사족을 못 쓰니…!" 음마황이 사라지자 독천존은 잔뜩 못마땅한 듯 입술을 실룩거리며 남광이 흐르는 두 눈이 음산하게 번뜩이며 돌아섰다. "하지만, 저 늙은이의 내공이 무려 십갑자에 이른다는 점만은 경계하지 않 을 수 없지. 훗날 본좌가 마교지존이 되려면 어차피 제거해야 할 자이니…! 마교지존…! 독천존 사우령, 이 자의 궁극적 목표 역시 마교지존이란 말인가? 인간의 야망은 결국 끝이 없는 것일까? 지존마야뿐 아니라 독천존 또한 마 교지존을 노리고 있으니 말이다. 바로 그때였다. 쐐액…! 남서(南西) 방면에서 하나의 작은 그림자가 쏜살같이 날아왔다. 하나로 묶은 긴 머리카락을 나풀거리며 다가오는 그림자는 가슴과 하체만을 겨울 피의로 가린 묘녀(苗女)였다. -독사갈(毒蛇蝎)! 바로 그녀였다. 사신독황전의 소녀. "사숙아." 독사갈은 손을 흔들며 독천존에게로 날아왔다. 독천존이 독사갈의 사숙이란 말인가? 전혀 뜻밖의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사숙아! 사숙아!" 독사갈은 활짝 웃으며 독천존의 품으로 날아들었다. "하하, 왜 이리 호들갑이냐 산산(珊珊)!" 독천존은 웃으며 독사갈의 탄력있는 몸을 안아들었다. "허, 오늘 따라 애교가 유별란 것을 보니 무언기 부탁이 있는 모양이구나." 독천존은 품에 안긴 독사갈을 내려다 보며 자애롭게 웃었다. 강퍅한 그의 얼굴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온화해 보였다. "헹! 사숙은 못 속이겠어." 독사갈은 들켰다는 듯 혀를 낼름 내밀어 보이며 독천존의 목에 팔까지 건 채 마냥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다. 독천존은 그런 그녀의 어리광을 모두 받아 주며 인자하고 온화한 표정으로 독사갈을 바라보았다. "자! 우리 산산의 떼거지가 무엇인지 어디 한 번 들어 볼까?" "응! 한 놈… 아주 건방진 놈을 잡아다 줘." 그 말에 독천존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어떤 놈이 산산을 단단히 약올린 모양이구나." 독사갈 산산은 문득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작자는 천년도제란 작자인데, 산산을 울게 만들었어." 순간, 독천존은 두 눈을 번쩍 빛내며 확인하듯 물었다. "천년도제란 말이지." "응." 산산은 독천존의 두 눈이 무섭게 번뜩임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작자를 잡아다 줘, 그러면 그 작자를 호화독인(護花으毒人)으로 만들어 산산의 시종으로 쓸 거야." 그녀는 화가 단단히 난 듯 잔뜩 벼르고 있었다. 독천존은 짐짓 어깨를 으쓱했다. "어이쿠! 천년도제란 자가 단단히 산산을 약올린 모양이군." "잡아 주는 거지? 사숙은 못하는 게 없으니까?" 산산은 다짐받듯 독천존을 바라보자, 독천존은 물론이라는 듯 유쾌하게 웃 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그럼, 잡아다 주고 말고. 사숙은 산산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 준다." "와, 사숙이 최고야." 산산은 안색을 활짝 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 독천존은 자신의 목에 매달려 기뻐하는 산산을 말없이 바라보다 탐스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음산하게 눈을 번뜩였다. (후훗! 해 주고 말고! 장차 너는 본좌가 대마교를 얻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 줄 귀중한 존재이니…!) 그는 산산을 품에 안은 채 힐끗 남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후훗! 묘강독조! 당신은 또 한 번 본좌를 위한 도약의 발판이 되어 주게 될 것이오.) 그의 눈빛이 야심과 음모로 강하게 번쩍였다. 하나, 그의 눈빛은 산산이 바라보는 앞에서 만은 부드러워졌으며 표정은 한 없이 온화하게 변했다. "하하! 자, 이제 우리 산산을 위해 천년도제란 자를 잡으러 갈까?" "와! 신난다." 산산은 환호성을 내지르며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 휘익…! 산산을 안은 독천존은 날쌘 독수리같이 신형을 날려 남쪽으로 날아갔다. 그들이 사라지고 나자 산봉은 다시 정적에 휩싸였다. "흐음! 저 자가 사신독황전과 관계를 맺고 있을 줄이야." 문득 정적을 깨며 한 소리 침중한 음성이 들려왔다. 스스스! 동시에 하나의 인영이 뿌연 안개의 형상같이 산봉에 나타났다. 그는 오래 전부터 산봉 주위에 있었던 듯했으나 음마황은 물론 독천존조차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독천존이 묘강독조(苗疆毒祖)의 제자란 말인가?" 스으…! 침중한 일성과 함께 그 인물의 정체가 비로소 완전하게 드러났다. 뇌마린! 바로 그였다… 그는 독천존이 사라진 곳을 주시하며 침중하게 중얼거렸다. "생각같아서는 저 자부터 제거하고 싶지만 표향천모와 채운표향궁이 우선이 다." 이어 그는 뒤를 향해 한 차례 손짓을 해 보였다. "옛! 맹주." "…!"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두 사람이 구름 속에서 날아올랐다. 도치 허무공, 그리고 일신에 경장을 걸친 날렵한 모습의 호접부인 막서희였 다. 막서희는 오랜만에 소복을 벗어 간편한 검은 경장차림이었다. 풍성한 머릿결을 흰 천으로 질끈 묶어 넘겼다. 몸에 꽉 끼는 간편한 경장모 습의 막서희는 소복을 입었을 때와 다른 매력을 풍겼다. "…!" 뇌마린의 시선은 잠깐 막서희에게 머물렀다. 자신의 풍만한 가슴의 곡선에 뇌마린의 시선을 느낀 막서희는 금방 부끄러 움으로 목덜미까지 붉게 물들었다. 하나 뇌마린은 이내 도치 허무공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통령은 이것을 지니고 가서 채운표향궁을 구하시오." 그는 문득 하나의 주머니를 도치에게 내밀었다. 그 안에는 천년웅황주(千年 雄黃珠)란 보물이 들어 있었다. -천년웅황주! 그것은 만독에 극성으로써 그것을 담그었던 물을 마시게 하면 그 어떤 극독 도 해독된다. 뇌마린은 그것을 팔왕과 동귀어진한 사신독황전의 천독사신의 유해에서 얻 었다. 천년웅황주를 받아든 도치는 문득 뇌마린을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하온데 맹주께서는…?" "나는 음마황이 간 곳으로 가봐야겠소. 표향천모가 위경에 빠질지도 모르니 …!" 슥…! 말을 마침과 동시에 뇌마린은 곧장 음마황이 사라진 동북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도치 허무공은 우려의 빛으로 뇌마린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조심하셔야 할 텐데! 음마황은 워낙 간교한 노마두라서 무공만으로 어쩌지 못하는데…" 그는 못내 염려스러운 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제가 뒤따라 가보지요." 막서희가 침착한 음성으로 말하자 도치는 기다렸다는 듯 막서희를 돌아보았 다. "질녀께서 그래 주시겠는가?" 막서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저까지 채운표향궁에 가지 않아도 되겠지요." 그녀는 도치에서 살짝 미소지어 보인 후 한 마리 나비처럼 날아올라 뇌마린 이 사라진 곳으로 향했다. 실상 그녀는 뇌마린이 걱정되어 뒤따라 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뇌마린이 누군가에게 쓰러질 인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뇌마린을 뒤따라 가는 것은 행여 뇌마린과 표향천모 수운향 사이에 묘한 일(?)이 생긴 것을 저어한 때문이었다. 막서희는 내심 중얼거렸다. (수운향! 그 사람은 대단한 미녀(美女)라고 했다.) 몸을 날리는 그녀의 눈이 오랜만에 투지(?)로 붙타고 있었다. 여심(女心)! 그 신비막측한 변화를 어찌 짐작할 수 있으랴? "허허, 잘 어울리는 짝이로군." 도치 허무공은 날렵한 막서희의 뒷모습을 주시하며 껄껄 웃었다. "이제 서희도 슬슬 청승맞은 과부 노릇을 그만둘 때가 된 것 같군. 안 그런 가? 형제들." 그는 히죽 웃으며 동남쪽으로 몸을 날렸다. "헛허! 그래야지요. 도천종 회주를 위해서라도…!" "허참! 소회주를 며느리감으로 찍어 두고 있었는데 이제 포기해야겠습니다. 대맹주님은 우리 아들에게 너무 강적이니…!" 유쾌한 노인들의 웃음과 함께 수십 명의 인물들이 유령같이 운해 위로 치솟 아 도치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바로 도왕회 최고의 강자들인 도련사십팔패 왕이었다. 그들이 가는 곳은 팔왕연합의 또 다른 한 문파 채운표향궁이 있는 곳이었 다. 운중산 동북방 산곡에는 하나의 작은 모옥(茅屋)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마 도 산중에 기거하는 사냥꾼의 집인 듯했다. 한데 평화로운 모옥에 한 차례 겁란이 스친 듯 실로 끔찍한 장면이 벌어져 있었다. 모옥의 방문 앞에는 사냥꾼인 듯한 한 명의 건장한 장한이 한 손에 부러진 창을 움켜쥔 채 모옥 안으로 기어가는 형상으로 엎어져 죽어 있었다. 그런 그의 두 다리는 끔찍하게도 허벅지에서부터 끊어져 있었다. 모옥 안에도 한 명의 여인이 죽어 있었다. 그녀는 순박한 촌부로 보였는데 하의만 벗겨져 희멀건 속살을 다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햇볕에 노출된 적이 한 번도 없는 듯 신체의 어느 부위보다 하얗고 부드러 운 촌부의 허벅지 사이의 비소는 무엇인가 둔중한 것에 유린당한 듯 피투성 이로 처참하게도 문드러져 있었다. 한데, 기이한 것은 참혹한 모습과는 달리 그녀는 환희에 젖은 표정으로 죽 어 있다는 것이다. 순박한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음탕한 표정을 지은 채 죽어 있는 촌 부는 아마도 사냥꾼의 부인인 듯했다. 사냥꾼은 모옥 안에서 아내가 유린당 하는 것을 보며 죽어 갔으리라. 스슥…! 모옥 앞으로 하나의 인영이 소리없이 내려섰다. 바로 뇌마린이었다. 그는 모옥의 참상에 한 차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음마황이 이곳을 지나갔군." 그는 두 눈을 번쩍 빛내며 성큼 모옥 안으로 들어섰다. 모옥 안의 끔찍한 광경은 뇌마린으로 하여금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 으나 예리한 눈빛으로 촌부의 시체를 살피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면 그 여인의 피부에는 윤기가 전혀 없는 것이 사악한 사법에 순 음지력이 유실된 흔적이었다. 음마황의 음황접인마공(淫皇接引魔功)에 당한 흔적이기도 했다. 뇌마린은 침중한 안색으로 모옥을 나서며 손에 든 하나의 비녀를 내려다 보 며 중얼거렸다. "십 리 뒤에 수운향이 음마황과 싸운 흔적이 있다." 비녀(叉)는 봉황(鳳凰) 모양으로 끝이 뾰족하고 날카로와 머리의 장식보다 암기를 목적으로 하여 만든 것인 듯했다. -채운단봉차(彩雲丹鳳叉)! 그것은 바로 채운표향궁의 비전암기였다. 뇌마린은 마음이 급해졌다. "서둘러야 한다! 자칫하면 천추의 한을 남길 수 있다." 스슥…! 그는 연기처럼 모옥을 날아 넘어 동북으로 질주했다. 그는 비마의 절기를 연성하여 추적의 달인이 된 상태였다. "음마황이 느긋하게 저 사냥꾼의 부인을 유린한 것을 보면 수운향이 이미 그 자의 손에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뇌마린은 발 아래로 수없이 스쳐가는 군봉을 바라보며 침중한 음성으로 중 얼거렸다. "수운향을 어찌했든 안했든, 용서치 않겠다. 음마황." 그의 신형은 곧 자욱한 운무 속에 묻혀 멀리로 사라졌다. "흐윽!" 하나의 산동(山洞)에서는 때아닌 여인의 신음성이 울렸다. 마른 짙이 깔려 있는 동굴의 바닥에는 한 명의 여인이 실오라기 한 올 걸치 지 않은 전라의 몸으로 누운 채 몸부림치고 있었다. 나이는 삼십 전후로 보이는, 기품있고 지혜가 충만한 모습의 미소부인데 지 금 전라의 모습으로 고통스럽게 몸부림치고 있었다. 동굴의 돌바닥에는 네 개의 나무기둥이 박혀 있었고, 나녀는 사지를 그 나 무기둥에 묶여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서는 음마황이 음탕한 미소를 지으며 미소부를 내려다보며 비아 냥거리듯 말했다. "흐흐! 아직도 견딜 만하느냐?" 그의 손에는 비둘기 깃털로 만든 하나의 솔이 들려 있었다. 그는 변태적인 행위를 즐겨 일삼는 인물로 비둘기 깃털로 슬금슬금 미소부의 나신을 쓰다 듬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음탕한 득의의 미소가 번들거리고 있었다. "후훗! 표향천모. 본좌에게 두 가지 철칙이 있음을 아느냐?" 표향천모(飄香天母)-! 그렇다. 나체미인은 바로 채운표향궁의 당대궁주 표향천모 수운향이었다. 그녀는 오백 년 전의 표향천모 수옥빈에 못지 않은 고수로 암기술과 경공은 가히 천하제일을 다룰 수 있을 정도였다. 하나, 그것보다 무서운 것은 그녀가 천지간에 가장 지혜로운 여인이라는 점 이었다. 그런 그녀지만 십대천마의 일 인인 음마황에게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그녀의 경공으로 달아나기는 충분했으나 독천존이 발출한 독장에 중 독되어 내공이 절반 이상 소실된 상태인지라 꼼짝없이 음마황에게 잡히고 만 것이었다. 수운향은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몸부림쳤다. "흐윽! 나를 죽여라! 음마황. 더 이상 치욕을 주지 말고! 일파의 종사답게 명예롭게 죽도록 해다오." 그녀는 몸을 비틀며 애원했다. 그러 음마황이 어떤 인물인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이전에는 절대로 물러 서거나 눈꼽 만큼의 인정조차 베풀 줄 모르는 사악한 심성의 인물이다. 그는 수운향의 애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입가에는 음탕한 미소가 고 여 있었으며, 손길은 비둘기 털로 수운향의 유두를 쓰다듬고 있었다. 수운향의 작은 유두는 곧 비둘기 털의 부드럽고 미묘한 감촉에 단단하게 곤 두섰다. 그것을 본 음마황은 탐욕적인 미소를 베어물었다. "후훗! 노부의 철칙 중 하나는 치졸한 최음약 따위는 쓰지 않는다는 점이 다." 그는 득의의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음마황은 색마(色魔)이나 최음제를 쓰지는 않았다. 대신 그에게는 어 떤 최음제보다 백 배 무서운 사법(邪法)이 있었다. -미욕최십안(迷欲催心眼)! 그것은 일종의 사공(邪功)이었다. 눈으로 발출해 내는 것으로 그것에 접하면 아무리 정절이 굳은 여자라 할지 라도 스스로 몸을 벌리게 된다. 음마황은 음침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후훗! 노부의 두 번째 철칙은, 거절하는 계집은 안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본좌는 스스로 원하는 계집만 안아준단 말이다." 그는 히죽 웃으며 깃털을 수운향의 아랫배 쪽으로 슬슬 쓸어갔다. "하아악!" 순간, 새의 깃털이 배꼽 주위를 스치자 수운향은 숨넘어갈 듯 신음을 발하 며 몸이 활같이 휘어졌다. 치욕스러운 가운데도 생전 느껴보지 못한 묘한 쾌감이 전신으로 퍼져나가자 수운향은 여리게 교구를 경련하며 신음했다. 깃털은 점점 아래로 내려와 그녀의 허리와 풍성한 둔부를 쓰다듬었다. 기묘한 열기가 수운향의 내부를 휘젓고 있었다. 마침내 깃털은 그 앞으로 이동하여 그녀의 뽀얀 허벅지에 이르렀을 때 수운 향은 숨이 넘어갈 뻔했다. "아아악!" 깃털이 더욱 안쪽으로 이동하자 그녀는 완전히 이성을 상실하고 말 정도의 격렬한 욕정이 전신을 휩쓸었다. 어느새 그녀의 작은 둔부는 쳐들어지고 비궁은 습습한 물기로 젖어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음마황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음탕하게 웃었다. "흐흣, 조금만 기다려라." 깃털은 수운향의 비궁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방초를 젖히며 그곳으로 이동 해 들어왔다. "하악." 깃털이 비소에 닿는 순간 수운향은 자지러지는 듯한 신음성을 발하다 크게 몸을 꿈틀하더니 이내 축 늘어져 버렸다. 격렬하게 치미는 욕정의 파도에 휩싸여 반실신 상태가 되고 만 것이었다. 헌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스으으! 반 실신한 수운향의 눈에 음마황의 뒤쪽으로 하나의 건정한 그림자가 떠오 르는 것이 들어왔다. (흐윽…!) 그녀는 제 삼자가 보고 있다는 사실에 죽고 싶을 만큼 강렬한 수치심을 느 끼며 전신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리고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음마황이 아니었다. "…!" 그는 비로소 누군가 자신의 바로 뒤로 다가서고 있음을 감지했다. "어떤 친구가 노부의 흥을 깨는가?" 그는 버럭 소리치며 홱 돌아서는 순간 분노로 사납게 굳어진 한 쌍의 무서 운 눈을 보았다. (이…이놈은?) 음마황의 몸에 일순 격렬한 파문이 스쳤다. 흡사 맹수 앞에 발가벗은 채 서 있는 듯한 오싹한 한기가 그를 엄습했다. 그같은 공포는 음마황이 태어나고 처음 겪는 것이었다. 성난 맹수와 같은 눈빛의 청년은 물론 뇌마린이었다. "죽어도 할 말은 없겠지?" 그의 입에서 나직하나 냉엄하고 사나운 일갈이 터져나왔다. 스윽…!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소매 속에서 하나의 반투명한 칼날이 벼락같이 튀어나오자 음마황은 대경실색했다. "무…흔인(無痕刃)! 열째 천면제왕의…!" 그는 눈을 부릅뜨며 경악성을 발했을 때 천면제왕의 무흔인이 음마황의 목 을 관통할 듯 다가선 상태였다. 스팟! 음마황은 전력으로 호신강기를 일으켜 벼락같이 옆으로 물러섰다. 파가각…! 그의 호신강기와 맞부딪친 무흔인은 불꽃을 튀기며 음마황의 목을 베어왔 다. 선혈이 확 퍼지며 그의 목이 베어졌다. 비록 간일발의 차이로 기도와 뼈까지 상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목은 두 치가 넘는 깊이로 갈라졌다. "크윽!" 고통스러운 신음이 쥐어짜듯 흘러나왔다. 피잉…! 그는 낙화천마영(落花千魔影)의 경공으로 영활하게 동굴 입구로 신형을 폭 사시켰으나 방관할 뇌마린이 아니었다. "갈…!" 콰콰쾅…! 한 소리 폭갈과 함께 그의 오른 손이 빗발치듯 음마황의 등판으로 작렬했 다. 팔왕연합뇌격참-! 바로 그것이었다. 제 일격은 내공으로는 철마 융사보다도 위라는 음마황의 막강한 호신강벽에 반진되어 허무하게 흩어졌다. 하나, 제 이격, 제 삼격, 제 사격이 작렬하자 음마황의 호신강벽은 무너질 듯 흔들렸으며, 제 오격이 작렬한 순간 마침내 그것은 파해되고 말았다. 콰쾅…! 잇따라 육칠격이 음마황의 세 곳 요혈에 강력한 타격을 가했다.그 모두가 실로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었다. 너무나 창졸지간에 당한 일이라 음마황은 반격하고 어쩌고 할 사이도 없이 그대로 당하고 말았다. "크악." 그는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동굴 밖으로 퉁겨졌 나갔다. "죽인다!" 뇌마린도 이를 갈며 즉시 쏜살같이 그 뒤를 쫓아나갔다. 이 기회에 십대천 마의 일 인이며 천하악인인 음마황을 완전히 제거할 작정이었다.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