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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도 더 전에 이 산을 오르면서 제 2의 마이산이라 제목을 달았던 생각이 났다. 가까이 있으면서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명산이다. 오래 전 부루뫼에서 찾아 갔지만 비가 와서 되돌아 왔던 기억이 났다. 아래 지도를 보면 알듯이 길을 잘못 들어 고생은 했어도 도토리며 밤을 줍는 재미로 인해 산행은 더 많은 추억거리를 남겨 주었다.
마음씨 고운 사람들의 깔깔 대는 이야기 소리 쌍문굴 자연석 바위 콘서트장에서 벌어진 기막힌 노래 발표회 333계단의 비탈진 암벽을 타고 내리던 스릴감 옹성산의 잎들은 어느새 찾아온 가을로 인해 조금씩 물들어 가고 있었다. 땀에 젖은 등에 가을 빛을 따사하게 받으며 노랗게 물든 들판을 가로 질러 주암으로 내달렸다. 그리곤 강건너 축제장에서 들려오는 노래소리를 들으며 먹었던 메기탕 또한 또 다른 추억 거리가 되어 주었음은 물론이다.
많은 사람들이 명산의 반열에 올려 놓으면 명산일 것이다. 그러나 산을 가슴에 담고 의미를 부여하며 내 안으로 끌어드린다면 다른 사람에게는 무심히 지나치는 산이 될지라도 내게는 명산이 될 수 있음이다. 그래서 나는 옹성산을 명산이라 여기고 있다.
옹성산 함께 걷기 - 클릭하면 지도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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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클릭하면 조금 크게 보입니다.
동복초등학교에서 수선화를 기다리며
등산 입구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다.
느닷 없는 밤줍기 대회
여기를 석문굴이라 했다. 선비샘이 가져온 막걸리로 목을 축이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게 무슨일이여 시방~~!!
수선화가 그 고운 목소리로 노래 한곡을 뽑았다.
박수치며 한 바탕 춤사위가 벌어지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노망이 들었던지 선비샘이 그만 춤을 질펀하게 추어대기 시작했다. 사실 막걸리 두 병을 혼자 마시다싶이 했으니까
글더니 기어이 스치틱으로 노를 젓기 시작하는 구나 에구~! 속이 없어, 속이~
솔향의 고고한 자태
한바탕 굿을 하고는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15년도 더 지난 시절, 여수에서 모셨던 교장선생님에게 전화하며 회 사드린다고 날 잡으란다. 효녀다, 효녀.
정상에서 인물 자랑
정상에서 기념 사진도 남기고~~
하여간 부루뫼 인물 하나는 끝내 준다.
옹성산성터에서
자연석이 말 잔등처럼 생겼는데 이 이쁜이가 덜컥 앉았더라.
꽃무리는 단풍잎에 취하고
급경사 암벽을 타고 내리다.
마지막 휴식
저게 옹성바위랍니다. 마이산이 부럽지 않지요. 제1 주차장에서 사실 산행은 이곳에서 시작했어야 했는데~~
우리도 기념사진 남겨 두자.
출발지점 주차장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 갑니다.
11월은 해남 달마산 단풍구경 갑니다. 날 잡아 두세요.
아래 글은 25년 전에 썼던 옹성산 등산기입니다.
옹 성 산 제 2의 마이산을 찾아서
동복 면 소재지에서 국도 29호선에서 왼편으로 꺾어들면 최근에야 등산인 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옹성산(甕城山)이 보인다. 산은 573m로 높지는 않지만 어느 산에 못지않은 다양한 산행을 만끽할 수 있는 산이다.
옹성산은 하나의 거대한 바위 덩어리로 뭉쳐졌다는 점이 특이하다. 암질이 퇴적암인 역암이어서 마치 큰 돌들을 시멘트에 버물려 놓은 것 같아 전북 진안 마이산을 기억한 사람이라면 여기서도 그러한 형상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마이산의 암질과 비슷하면서도 그 형상이 하늘로 우뚝 치솟지 못했다거나 두 개가 아니고 하나여서 이름이 나지 않았지만 옹성산을 이루고 있는 산 전체가 거대한 암반 덩어리이고 산등을 타면 여러 형태의 바위들이 있어서 산행의 묘미는 마이산 보다 더 즐길 만하다. 옹성산의 암봉들은 여러 형태를 만들고 있다. 독아지봉(혹은 바구리봉이라고도 한다.) 쌍바위봉, 문바위봉, 옹성암터, 그리고 산 북편 치솟은 암벽 이 그것이다.
산행은 신성 마을 입구에 차를 세워 두고 군부대를 지나 안성 저수지를 돌아들면서 시작된다. 눈앞에 거대한 암봉이 마치 커다란 독아지를 엎어놓은 것처럼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은 처음 보는 순간 절로 감탄이 나온다. 저러한 우람한 바위 덩어리가 하나의 산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너무나 신기해서다. 저수지를 벗어나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편으로 오르면 황토 길이라서 오르기 쉽고 오른편으로는 유격 훈련장인 암벽이 치솟아 있어 밧줄을 타고 올라볼 만하다.
암벽을 올라 산등성이를 돌아 오르면 앞이 훤히 트이며 함석지붕의 낡은 집 한 채가 납작하니 엎드려 있다. 할머니가 혼자 사시는 집이다. 80이 넘은 할머니 한분이 이 산정에서 홀로 사시는 것이다. 할머니 집을 뒤로하고 비탈길을 돌아 오르면 대나무 밭이 제법 넓다. 황록의 대입이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이른 봄 햇살에 곱게도 빛난다. 그 옛날 집터의 흔적이 있는 곳을 돌아 오른편으로 오르면 문바위가 보인다. 가운데로 크게 구멍이 뚫려 있어 바다였다면 좋았을 텐데 산에 놓여 있기는 아까울 뿐이다.
발길을 되돌려 공터 옆 대숲으로 난 길을 따라 돌아서면 큼직한 바위굴이 나타난다. 백 척도 넘은 커다란 암벽 아래에 바위굴이 따뜻한 살색을 띄고 있는 것이 무척이나 포근하다. 정남향이라서 터가 좋은 옹성암 암자 터는 지금도 주춧돌과 구들장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했는지 향과 초가 널려 있다.
옹성암 터를 지나서는 흙 경사가 급한 비탈길을 오르면 정상이다. 정상은 암산이라는 기대를 하고 오른 사람들에게 너무나 초라하게 자리하고 있다. 삼각점이 있는 것을 보아 정상은 분명하나 표지석 도 없고 헬리포트와 군 초소만이 산정에 어울리지 않게 자리 잡고 있다. 주위에는 키 낮은 잡목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서쪽의 무등산이 무등이 아닌 제법 날카로운 모습으로 웅장하게 솟아 있고 북쪽으로는 백아산의 하얀 바위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동남쪽으로는 모후산이 피라믿처럼 삼각을 이루며 솟아 있고, 그 너머 희미하게 조계산이 보이고, 동쪽으로 아스라이 지리 산맥이 길게 누워 있다.
암석이 단괴처럼 뭉쳐진 503봉의 8부 능선을 돌아가는 길은 무척 낭만적이다. 조금 가면 작은 성을 만난다. 왜 이런 곳에 성(城)을 쌓아야 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간간이 밭 두락과 허물어진 집 주위에 대나무 숲이 있는 것을 보아 여름이면 임자들이 산일을 하려 오나보다. 뒷길로 접어들면 험상한 단애를 돌아가는 맛이 좋다. 산죽이 키를 넘어 걷기는 힘들었지만 철옹성 같은 수직 바위 밑을 돌아가는 맛은 양지바른 길보다 스릴이 훨씬 더하다.
하산 길은 거의 수직이나 다름없는 암봉을 타고 내려야 한다. 역암이 아니고 화강암이었다면 미끄러워서 내려 갈 수 없을 만큼 급경사지만 다행히 바위 사이사이의 잔가지를 잡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곧추 세우며 힘들게 내려가면 포근한 잔솔 길이 나온다.
계곡을 벗어나 저수지 가를 돌면서 뒤돌아보면 독아지봉이 웅장하게 솟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정말 잘 생겼다. 오후 해를 머리에 이고 우뚝 서 있는 독아지봉의 위용을 뒤로하고 타고 내린 계곡의 물가에는 버들강아지가 솜털을 하얗게 피워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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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회장님 산행기 직접 간것보다 더 생생한 글입니다.
모두들 가을 맞이를 화순 옹성산에서 했네요.
즐거운 노랫가락이 이 조도초에 들려오는 듯 합니다.
다음 산행을 기약하며, 좋은 글, 생생한 사진 올려주신 회장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섬 여인이 섬으로 가서
산에서 못 만남이 왜 그렇게 아쉽던지
다음 달엔 멋진 곳 선택해서 함께 가보자.
회장님의 노젓기? 사진이 압권입니다. 첫단추를 잘 못 끼워 고생했지만 대신 밤도 줍고 추억도 담아왔습니다. 몇년전에 비가와서 중도에 그만두었는데 이번에 완주해서 행복했습니다. 다음달이 기대됩니다.
진짜루 멋진 사진은 안 올라 왔네요. 제가 찍어드린 폰 사진이요~
훌륭하신 회장님과 회원님들께서 먼길 와주셔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우리 부루뫼!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