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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여성' 김태희의 서울대 콤플렉스 | ||||||||||||
지난 9월, ‘몸의 시대, 살빼기와 성형 열풍’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MBC ‘100분 토론’은 한동안 미디어계의 뜨거운 감자로 취급받았다. 이날 토론의 화제는 지난 1980년대 이후 성문화 관련 이슈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연세대 마광수 교수. 그는 패널석에서 “옛날엔 공부 잘하는 학생하면 못생겼지만, 이제는 예쁜 애들이 공부도 잘한다”, “멋 안내는 애들은 게으르다”는 등의 발언을 연이어, ‘외모 지상주의를 찬양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대중이 마교수의 발언에 대해 없는 말을 지어낸 것이라고 비난하기엔 무리가 있다. ‘외모 지상주의’를 이야기 하기 전에 자신의 콤플렉스부터 짚고 넘어가자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에만 하더라도 ‘황신혜의 눈, 김희선의 코, 이영애의 입술’과 같이 부분적인 것으로 ‘완벽’을 이야기 하곤 했지만 이제 그와 같이 부분적인 ‘외형의 것’으로 대중은 만족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완벽한 여성의 상징이 되어버린 인기 탤런트 김태희를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최근 그녀는 탤런트 최수종과 함께 2기 명예검사로 위촉돼 다양한 활동을 보여줬다. 1기 명예검사는 영화배우 안성기와 아나운서 김은혜. 여성 아나운서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단정하고, 지식인스러운 이미지의 역할을 김태희가 이어받게 된 것이다. 예쁘고 지적인 아름다움을 겸비한 서울대 출신 연기자 김태희. 그녀가 이제 하나의 콤플렉스로 작용하고 있다. 외형적 미모와 학벌로 대변되는 지성을 겸비된 ‘완벽한 여성상’으로 말이다.
공부 잘 하는 신예 CF스타 김태희 1980년 3월 울산에서 태어난 김태희는 지난 2001년 이영애, 이정재 주연의 영화 ‘선물’로 데뷔하면서 학업과 연예계 일을 병행하는 예비스타로 발돋움을 시작했다. 당시 맡았던 역은 아동복 가게의 주인이면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내 박정연(이영애 분)의 중등시절 모습. “나 실은 김초롱이야. 다이어트했어” 그녀가 던진 이 한마디 대사는 대중에게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기억 속에서 조용히 모습을 감췄다. 여기서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송혜교의 어린시절을 연기 한 문근영의 경우를 비교해 생각해보자. 그녀는 <명성황후>에서도 이미연의 어린시절로 출연했다. 문근영에게 있어서는 ‘누구의 어린시절을 연기했다’는 후광효과가 ‘국민여동생’이란 수식어가 붙는데 한 몫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영애라면 당대 최고의 여배우인데, 김태희는 왜 문근영과 같은 동반효과를 누리지 못했던 것일까? 이는 지금까지의 김태희로 봤을 때, ‘완벽한 여성’이 갖추어야 할 것을 모두 갖춘, 주연급이 아니면 안 되는 배우였기 때문이라 봐야할 지 모르며, 이에 따라 김태희는 처음부터 주연급을 목표로 삼고 있었기에, ‘주연급 여배우의 어린시절 역’타이틀은, 어쩌면 오히려 부담스러웠던 것일 수도 있다. 이후 언론에 소개되고 있는 그녀의 데뷔 작품은 주연으로 출연한 단편영화 <신도시인>이다. <신도시인>에서 김태희는 여주인공 ‘지수’로 출연해 도시인의 이기적인 생활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녀가 TV 드라마로 데뷔한 것은 2002년 SBS 청춘시트콤 ‘레츠고’를 통해서다. 의상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개념없는 여자, 안연홍의 친구이면서 남학생들의 관심을 많이 받지만 이성진을 좋아하는 예쁜 여대생 태희 역이다. 실제로도 서울대학교 의류학과에 다니다 연기를 위해 휴학 중이던 김태희는 시트콤에서도 자신과 같은 과에 다니는 여대생 역을 맡은 셈이다. 서울대 김태희 양은 2,000명이 넘는 팬클럽을 가진 신세대 CF스타다.아직 본격적인 연기활동이 없어 대중에게는 낯설지만 이미 유한킴벌리 태평양 삼성전자 롯데제과 SK패션 코카콜라 등 굵직굵직한 CF 수십편에 출연했다.최근에는 SBS 청춘 시트콤 ‘레츠고’에 고정출연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서울대 내에서는 못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김 양이지만 그녀의 학교 생활은 다른 대학생들처럼 평범하다.대학 생활의 상징인 미팅은 주선만 두세 번 해봤고 MT는 아직 한 번도 못 가봤다.매번 다른 볼일이 생겨 기회를 놓치다가 학년이 올라가면서는 아예 기회조차 오지 않는다고 푸념이다. <서울대생 김태희 양, “공부 잘하는 CF 요정”>이라는 제목의 스포츠투데이 2002년 3월 28일자 기사 내용이다. 일부 언론 매체를 통해 ‘스키부 주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학교내에서도 활동적이다’라는 김태희의 학교생활이 공개되며, 줄줄이 신인 탤런트 김태희를 ‘서울대 출신의 CF스타’라는 수식어로 소개했다. 그녀는 이미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다음부터 학교 생활과 관련된 사생활을 공개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중에게 서울대생 김태희는 낯선 존재였다. 대개 CF 스타들이 그렇듯이 김태희 또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신비로운 이미지가 그녀의 최고 무기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는 어느 것 하나를 강조하고 나서기엔 너무나 작은 신인이었다.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평범한 학생 신분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러던 김태희가 2002년 6월, ‘레츠고’의 종영을 앞두고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소속사가 밝힌 바로는 여러편의 영화 캐스팅 섭외뿐만 아니라 유명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출연제의도 고사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열심히 연기를 하겠다고 나선 신예 CF 스타가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인 연예인의 자리를 박차고 학업을 선택한 것이다.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활동하다보면 학업에 충실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학에 입학하지 않기로 했다. 무늬만 대학생이 될 것이 뻔한데, 대학 졸업장만 받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월드스타 보아가 최근 한 언론매체를 통해 밝힌 대학입학에 대한 입장이다. 이미 고1때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한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었다. 평범한 학생이었다면 대학에 가야할 나이인 가수 보아. 하지만 그녀는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동시에 사랑받고 있는 가수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녀는 대학에 갈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과감히 포기하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김태희는 ‘연예인이라서 예쁘다’기 보다는 ‘대학 내에서 인기가 많고 예쁘기 때문에 연예인이 됐다’는 평범한 대학생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대중은 그런 김태희를 안타까워 하고, 이해해 줬다. 연예인이란 직업만큼 버리기 힘든 것이 바로 서울대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또다른 서울대 출신 연예인인 가수 유엔의 멤버 김정훈이 과도한 연예 활동으로 인해 학점 미달로 학교에서 퇴학 당한 것을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여전히 서울대 출신 연기자 ‘김태희’ “이번 작품을 하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생겨요. 걱정도 많이 되지만 평생 연기자로 남기로 마음먹은 만큼 하나씩 배워 나가면서 실력을 쌓아야죠.” 그냥 지나가는 신인인줄만 알았던 김태희가 2003년 5월, SBS 드라마 <스크린>을 통해 다시 연예계로 돌아왔다. 연예활동과 학업 사이에서 갈등을 하던 그녀가 학생으로 돌아간지 약 1년만의 소식이었다. 아무래도 서울대 출신의 ‘누구’라는 호칭이 적지않은 부담을 안겨줬었나 보다. 그런데 무언가 단단히 준비하고 돌아온 듯 했던 김태희는 여전히 서울대 출신 CF스타였다. 다만, 시트콤 ‘레츠고’에서의 개념없는 여자 ‘태희’ 역할은 그녀가 마지막으로 보여준 의외의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당시 방송사에서는 <스크린>의 주인공 김태희를 이렇게 소개했다. 안방극장의 새로운 주역이 나타났다. 그녀를 캐스팅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두 번 놀랐다. 처음에는 누군지 모르는 낯선 이름으로 모두들 의아해 했다. 알고보니 화장품 CF에서 깨끗하고 신선한 이미지로 눈길을 끌었던 이미 낯익은 얼굴이었다. 두 번째는 놀랍게도 그녀가 서울대 휴학생이란다. 최루탄을 피해 빨리 달리기 쉬운 청바지 운동화가 떠오르는 캠퍼스에 이런 선녀도 있었구나! 드라마 <스크린>의 방영과 함께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드라마 <스크린>에 나오는 배우 중 서울대 다닌다는 여배우가 누구냐?’는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얼굴이, 혹은 몸매가 단연 최고라고 여겨지면 인정받았던 여배우인데, 이제 똑똑하기까지 한 여배우가 나타났다니 궁금할 수밖에. 그 덕에 김태희는 조기종영설이 나돌만큼 부진한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많이 알려진 준스타급 주연배우였던 박정철, 공유, 오승현 보다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얼굴 정도만 알려져 있던 신인 여배우가 한 드라마의 간판 역할을 해낸 것이다. 이후 대중에게 김태희는 똑똑하고, 다부진 캐릭터가 어울리는 여배우가 되어 있었다.
신비감 버린 친절한 태희씨의 ‘지적인 아름다움’ 특히 여배우라면 자신의 사생활 공개를 꺼려하는 연예계 풍토 내에서, 김태희는 신비주의 전략을 포기하고, 학업에 있어서 만큼은 보여주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다. 각종 언론과 드라마를 통해 보여지는 김태희는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 <스크린>이 김태희를 알리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던 드라마였다면, 그의 대표작이 된 것은 최지우와 권상우 사이에서 훼방을 놓는, 부릅뜬 눈으로 악녀 연기를 펼친 <천국의 계단>과 김태희 그녀가 최고의 배역이었다고 자부하는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다. <천국의 계단>에 출연할 때는 직전에 시작한 일일극 <흥부네 박터졌네>와 병행하는 열성도 보여줬다. <흥부네 박터졌네> 이후 얼마안돼 그녀가 출연한 작품은 구미호족과 인간의 싸움을 다룬 KBS 드라마 <구미호외전>이었다. 인간 세계에서 자연사 박물관 큐레이터로 일하는 김태희가 맡은 ‘시연’은 ‘천년호’ 구미호족과 인간과의 투쟁의 역사를 해소할 열쇠를 쥐고있는 구원자의 캐릭터다. 2004년 7월 1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구미호외전> 담당 김형일 PD는“시연은 매력적이고 강인한 여성 캐릭터”라며 “김태희는 지적이면서도 쿨(cool)한 면이 있어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기사의 요지는 서울대생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연예계에서 그는 마이너리티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마이너리티’는 점차 ‘희소성’의 전략으로 옮아가기 시작했다. 학창시절 증명사진을 인터넷에 공개해 성형수술 의혹을 저지시키는가 하면, 대학 입학 후 받아온 학점이 원만해 연예 활동을 해도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등의 학업 관련 기사가 대중에게 안도감을 안겨주기도 한 것이다. 또, 인기리에 방영된 <천국의 계단>에서는 국민대 얼짱출신 동생 이완이 함께 출연해 ‘어쩌면 저렇게 남매가 똑같을까’하는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들 남매에게 연예인이 되기까지 배경이 되어 준 것은 각각 서울대와 국민대. 다른 곳도 아닌 학교라는 학습 공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이들이 대중에게 ‘성실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쁘고 잘생긴, 성실한 남매가 함께 스위스에서 화보 촬영을 하고, 남다른 남매애를 과시하며 부러움을 사는 것 또한 김태희가 ‘완벽한 여배우’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중의 하나다. 서울대 의류학과 99학번인 김태희는 2년이나 휴학을 했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휴학을 했지만 오는 3월 개강과 동시에 4학년으로 복학한다. 다행히 평소 학점관리를 해놓은 덕분에 연예활동을 병행하며 공부할 수 있다. 김태희는 "신입생 때 너무 놀았던 것 같다. 도서관도 안 가고 공부를 열심히 안해서 평점이 2점대에 머물렀었다"고 귀띔하면서 "그나마 2학년에 올라가서는 열심히 해 3점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졸업할 때는 좋은 성적을 받고 싶다"며 웃었다. 2004년 2월 <흥부네…> 녹화 현장에서 만난 김태희가 3월에 복학한다는 내용의 굿데이 기사다. 같은 시기 ETN TV를 포함한 여러 방송 매체에서는 이와 비슷한 내용의 인터뷰를 다뤘다. 이처럼 김태희가 기존에 보여준 학업에 대한 열의와 대중이 가지고 있는 ‘서울대 출신 연예인 김태희’에 대한 관심은 ‘지적이다’라는 하나의 이미지를 탄생시킨다. 김태희에게 궁금한 것이 결코 ‘보기와는 다르게 털털하다’, ‘마음이 여리다’ 하는 성격이 아닌, 고3 수험생이 경쟁상대 친구에게나 궁금해 할만한 성적, ‘학점’에 대한 것이었다는 것을 확인케 하는 부분이다. 이같은 집중적인 ‘성적따지기’는 학업성취에 민감한 중고생층 뿐 아니라, 그 학부모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일례로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 신 씨는 ‘김태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김태희를 좋아하진 않지만 다른 연예인 보다 좀 나아보인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인즉, 김태희는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예쁘고, 결정적으로 똑똑하기 때문에 다른 여자 연예인들과는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어 “학부모 입장에선 자녀가 김태희를 닮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원래 열심히 하고, 잘 하는 사람이 예뻐보인다는 것. 학부모가 생각하는 김태희에 대한 결정적인 이미지는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에서 특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top of the top, ‘서울대’에 있었다. 서울대가 준 이미지 파워는 김태희가 요근래 마지막으로 출연한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를 통해 더 확연히 드러난다. 그녀는 하버드 메디컬스쿨 3년차로, 독립심과 생활력을 온몸으로 체득한 다부지고 똑똑한 아이 ‘수인’ 역을 맡으며, 언론이 요구하는 ‘서울대와 하버드의 차이’에 대한 답변까지 해야만 했다. 최근 S전자에서 발표한 초미니폰은 기억력과 집중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학습 멜로디’ 기능이 내장된 핸드폰으로, 이름부터가 ‘똑똑한 김태희 폰’이다. “광고모델인 김태희 씨처럼 고급스럽고 이지적인 이미지의 디자인으로 연예인 모방심리가 높은 젊은 여성층에게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 광고주의 설명. 김태희는 어느새 ‘시험 실수 안할 연예인 1위’, ‘연예인이 꼽는 최고의 이상형’, ‘최고의 신부감’이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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